본당 상징 표시를 바꾸려고 합니다.
거리의 네온사인은 어둠 속에서 휘황찬란하게 빛나는 빛으로 존재할 뿐만 아니라, 일정한 사물이나 의미를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또한 서재의 책상은 일정한 형상이나 빛깔과 크기를 갖추고 방 안에 놓여 있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그 앞에 앉아 일을 하게 하는 것으로서 존재한다.
이런 의미에서 어떤 것이 그 성질을 직접 나타내는 기호(sign)와는 달리, 상징(Symbol)은 그것을 매개로 하여
다른 것을 알게 하는 작용을 가진 것으로서, 인간에게만 부여된 고도의 정신작용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1. 기능
상징의 중요한 기능으로 다음 세 가지를 들 수 있다.
첫째, 어떤 사물을 이해시키는 작용을 한다.
즉 잔디밭 둘레에 울타리가 쳐진 것은 ‘잔디밭 안에 들어가서는 안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둘째, 사상이나 욕구를 가리키는 작용을 한다. 즉 ‘배가 고프다’는 것을 표시하려면
그 내용을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는 기호(대개의 경우 언어나 몸짓)를 사용함으로써 가능하다.
셋째, 심벌을 받아들인 후에 일정한 효과를 불러일으킨다. 가령 세금의 증액을 알리는 전단은
우리에게 어떤 불안감이나 걱정을 불러일으킴으로써 우리가 어떻게 대처하여야 할 것인지를 지시한다.
2. 종교적 상징
그리스도인에게 십자가는 골고타의 언덕에서 예수님이 못 박힌 십자가, 예수님의 자기희생적 사랑,
나아가서는 하느님의 구원을 상징한다. 이와 같이 종교적 상징은 직접적으로는 파악할 수 없고,
그대로 두면 숨겨진 채로 있는 성스러운 것을 암시함으로써 우리에게 궁극적인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작용을 한다.
뿐만 아니라 상징은 멋대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고, 집단에 의해 무의식적으로 이루어져
집단의 각 구성원에게 공통의 반응을 불러일으킴으로써 사회를 통합하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한편, 낡은 상징이 그 역할을 다하지 못하게 되어 새로운 상징이 생길 경우에는, 분열을 일으키기 때문에
사회의 통합을 파괴하는 역할을 한다.
종교적 상징과 성스러운 것 사이에는 기호(記號)의 경우처럼 뜻대로 서로 변경할 수 없는 밀접한 관계가 있다.
3. 현대에서의 의미
예로부터 있어온 종교적 상징에 대해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면 종교개혁이 되고, 매우 새로운 상징이 생기면
새 종교의 탄생이 된다. 현대사회의 변천은 격심하기 때문에 종교적 상징에도 끊임없이 새로운 의미가 부여되기도 하고
또는 새로운 상징이 계속해서 생기고 있다.
그러므로 종교적 상징은 절대적인 것을 가리키지만, 상징 그 자체는 상대적이어서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종교적 상징에 접함으로써 그것이 가리키는 종교 본래의 모습에 눈뜨고 절대적인 것을 구하는 동시에,
현실사회에 대한 새로운 공통적 미래를 키우면서 정화(淨化)해 나갈 수 있다.
이것이 바로 현대에서의 종교적 상징이 갖는 의의이다. 현재까지의 역사를 통해 해온 역할도 그러했고,
그런 의미에서 종교적 상징이 빛나는 미래 창조에서 맡게 될역할에 대해서도 기대할 수 있는 것이다.
4. 각 본당의 사례들
대표적인 본당의 상징으로는 안정언(스테파노) 숙명여대 교수가 도안한 명동 성당의 경우와,
고 김교만(아우구스티노) 전 서울대 교수가 도안한 역삼동 성당을 들 수 있다.
그런데 서울대교구에서는 2009년 6월 본당 중에 별도의 심벌을 갖고 있지 않은 경우
아래의 모양처럼 명동 성당에서 사용하던 상징을 사용하도록 결정한 바 있다.
5. 우리 본당의 상징에 대하여
현재 우리 본당에서 사용하고 있는 상징은 본당 제3대 주임 신부인 최성우(세례자 요한) 신부가 만든 것이다.
이 상징에 대해 문의해 본 결과, 특별한 의미를 담은 것은 아니고 본당 부임 후 신자들을 하나로 일치시키기 위한 마음에서 예수님의 오상(五傷)과 각기 나누어진 각 구역들이 하나로 일치를 이루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갖고 만들었다고 한다.
그런 바람을 후임 신부들도 지니고 있었기에 이 상징이 계속 사용된 것으로 보여진다.
그런데 이제 새로운 성당 건물과 교육관을 건축하고 모든 여건이 마련된 상황에서
본당 신자들의 자세도 심기일전할 때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현재 마무리 중인 성당을 데이케어센터 방향에서 본다면 아래와 같다.
이를 단순하게, 본당의 외형을 선으로 그리면
아래의 그림처럼 되며, 더 단순하게 표현한다면 그 아래의 그림처럼 할 수 있다.
그런데 여기에 우리 본당의 정체성과 향후 지향점을 담으려고 하였다.
그래서 우선 교육관 위에 세워진 십자가의 윗부분에 왕관 표시를 하였다.
십자가가 상징하는 예수 그리스도와 왕관을 합쳐 ‘그리스도왕’을 드러내려고 하였다.
또 본당명 위에 있는 선은 바깥쪽으로 얇게 하였다.
이는 안에서 바깥으로 퍼져나가는, 우리 안에 있는 믿음이 밖으로 드러난다는, 드러나야 한다는 의미를 표현한 것이다.
결국 ‘시흥4동 성당’은
“그리스도왕을 모시고 자신의 믿음을 드러내고, 선교하고, 실천하는 신자들의 공동체”가 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이를 통해 우리 신자들이 그리스도의 향기를 풍기는 삶을 살고, 쉬고 있는 신자들이 다시 돌아오고,
보다 많은 이들이 성당을 ‘참된 주님의 집’으로 믿으며 찾아오도록 애썼으면 좋겠다.
연중 제31주일(2017. 11.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