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동조합 설립 등기, 물어보니 간단하네!
-협동조합 스스로 설립하기 Tip 2(02)
우리 협동조합 ‘경제민주를 향한 소통’이 설립 등기를 신청한 이야기가 계속됩니다. 협동조합 설립의 두 번째 팁, “모르는 사항은 두려워 말고 물어보세요!”라는 주제로 말입니다. 먼저 글에서는 등기신청서에 ‘등기의 사유’를 적는 것이 너무 어려워 법무법인에 알아보기로 한 데까지 말씀드렸죠.
문제는 일부 전문가들이 등기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해 주기보다는 입금을 중요시해 보인다는 것이었습니다. 몇 만 원가량의 상담료라면 모르겠지만, 거의 선급금 개념의 비용을 납부해야 했기 때문에 우리로서는 망설여졌습니다. 물론 법무법인 입장에서는 선급금 지급이 당연한 전제일 수도 있을 것입니다.
등기소에 물어보라고?
어쨌든 한 조합원이 협동조합 지원기관에 문의하는 게 어떻겠느냐고 말했고, 그 의견에 따르기로 했습니다. ‘질문 공포증’이 있는 필자가 그나마 없는 용기를 쥐어짜서^^; 문의했는데, 답변은 그다지 신통치 않았습니다. 협동조합 설립신고는 몰라도 설립 등기의 신청은 실무 경험이 없다고 하더군요.
그래도 실망하기엔 일렀습니다. 협동조합 지원기관의 상담 실무자가 “차라리 등기소에 직접 물어보는 게 어떠냐”고 말한 것이죠. 그 말을 전해들은 우리 협동조합의 조합원들도 손해될 게 없다는 생각이었습니다.
필자는 등기소 같은 데를 가본 적이 없기 때문에 자꾸 낯선 기분이 들더군요. 좌우간 인터넷으로 우리 협동조합의 소재지를 관할하는 동대문등기소를 찾았습니다. 거기 나온 전화번호로 휴대폰의 버튼을 눌렀죠.
곧 신호가 갔는데, 통화가 된 사람은 등기소 직원이 아니라 서울시 다산콜센터의 상담원이었습니다. 서울 각 등기소의 전화 라인이 다산콜센터와 통합됐기 때문이었죠. 상담원에게 협동조합 등기신청 때문에 전화를 걸었다고 하니까, 다시 동대문등기소의 직통 전화번호를 알려주고는 그리로 전화를 돌려 주셨습니다^^;
잠시 후 걸걸한 목소리의 남자 분이 “동대문 등기소”라며 전화를 받더군요. 등기 신청 때문에 걸었다고 하니까 의외로 쿨하게 어떤 문제가 있냐고 필자에게 물었습니다. 사실 등기소 직원이 “등기 신청은 쉽지 않으니까, 가능하면 전문가에게 의뢰하라”고 하면 어떻게 하나 걱정했거든요^^;;;
“아, 등기 사유요? 그냥···”
직원의 시원스런 반응에 힘을 얻어서 가장 궁금한 점을 물었습니다.
필자: “협동조합 설립 등기를 해야 하는데, 등기의 사유 부분을 어떻게 적어야 할지 몰라서요.”
직원: “아, 등기 사유요? 그냥 ‘설립’이라고 적으세요”
필자: “예? 설···립···이요?@@ 그렇게만 적으면 돼요?”
직원: “그럼요. 또 물어보고 싶은 내용 있으세요?”
등기의 사유 때문에 엄청 골머리를 썩였기 때문에 등기소 직원의 말을 듣자 몽둥이로 뒤통수를 덩! 하고 맞은 느낌이었습니다. 한편으로는 오랜 두통이 깨끗이 나은 듯 머릿속이 맑아지더군요. 더구나 물어보고 싶은 것이 있으면 말하라니요!^^
서둘러 등기신청서 외에 필요한 서류 목록이 무엇인지 물었습니다(등기신청서에 나와 있습니다만 더 확실히 하기 위해). 직원은 차례로 설명하다가 법인 인감 부분에서 “아, 인감신고서 낼 때 인감대지도 함께 제출하세요”라고 당부했습니다.
그때 필자는 인감대지가 뭔지도 몰랐지만 “아, 인감대지요?”라고 답하고는 메모해뒀죠. 나중에 알고 보니 인감도장을 찍어서 인감신고서 상의 도장과 같은지 확인하는 용지였습니다. 쏠쏠한 정보였죠. 참고로 인감신고서와 인감대지는 인터넷에서 검색하면 찾을 수 있습니다. 우리 협동조합 자료실에도 곧 올려놓겠습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우리 협동조합은 스스로 등기 신청에 나설 수 있었고, 한 번의 수정이 있기는 했지만 무사히 법인 등기를 완료할 수 있었습니다. 등기소 직원의 말에 따르면 전문법인을 통해서가 아니라 직접 등기를 신청하는 게 나을 수도 있다고 하는군요.
협동조합 설립 과정에서 설립신고, 등기 신청, 사업자 등록은 처음 해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실무자가 자세한 내용을 모르는 게 당연합니다. 미리 겁을 먹거나 위축될 필요 없습니다. 지원센터나 관련기관에 전화 걸기를 주저하지 마셨으면 합니다. 모두 협동조합의 설립에 도움을 줄 의무와 마음가짐이 있는 곳들입니다.
필자는 협동조합을 설립하면서 공증이 제일 어려웠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그 때도 창립총회 전에 공증사무실을 찾아가거나, 전화로 필요 사항을 물었다면 좀 더 수월하게 진행했을 거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구청이나 등기소 등도 마찬가지입니다.
여러분도 한 군데에서 만족하지 않은 답을 들었다고 해도 의기소침하거나 포기하지 말고, 여러 군데 문의하셔서 원하는 답변을 얻어 내시기 바랍니다. 우리 협동조합에도 이메일 after91@hanmail.net 이나 Q&A 상담실에 언제든지 궁금하신 점을 말씀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