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포 팔경 (2021. 5. 26)-속명승보 19
제1경 유산기암(儒山奇岩) 유달산의 기묘한 바위
제2경 용당귀범(龍塘歸帆) 돛단배가 고하도의 용머리를 돌아오는 풍경
제3경 아산춘우(牙山春雨) 봄비 속의 아산(삼학도 건너편 영암쪽 산이름)
제4경 학도청람(鶴島晴嵐) 가을 단풍이 곱게 물든 삼학도
제5경 금강추월(金江秋月) 가을 달빛이 쌓인 영산강
제6경 입암반조(笠岩返照) 저녁노을 물든 갓바위
제7경 고도설송(高島雪松) 눈 덮힌 고하도의 소나무
제8경 달사모종(達寺慕鐘) 저녁 종소리 울리는 달성사
개요; 전라남도 목포시에 있는 전통적인 경승지 8곳을 말한다. 2015년 목포시에서, 현대인의 선호도가 높은 9경을 새로 선정했다. 유달산(1경), 목포대교 일몰(2경), 갓바위(3경), 춤추는 바다분수(4경), 노적봉(5경), 목포진(6경), 삼학도 이난영공원(7경), 다도해전경(8경), 슬로시티섬 외달도 (9경)이다. 본 시조는 옛 것을 대상으로 지었다. 다음카페 장미향 여인 해리님의 자료(2016. 10. 14 작성)를 참고했다.
서시
서남쪽 요지이니 열강(列强)도 중히 여겨
명가수 배출하고 서정 넘친 옛 고을
목포는 희망의 항구 등대 불빛 밝으리
제1경 유산기암(儒山奇岩)
바위가 기묘하니 뜨는 해 시기하고
환쟁이 어디 갔나 일본인 홀딱 반해
다람쥐 조 딸꾹질에 조선 유림 실족해
*유달산의 기묘한 바위들의 아름다운 형상을 뜻한다. 본래가 바위산으로 유명한데, 그 덩어리를 이루는 바위의 생김생김이 하나같이 기기묘묘하게 생겨, 전남의 소금강(小金剛)이라고 불렀다. 1930년대 ‘조선의 미(美)’를 찾아 목포를 방문한 일본인 야나기 무네요시(柳 宗悅)은, 그의 저서 조선기행문에서 "화가라면 그림을 그리고 싶다.(중략) 목포의 거리는 잊을지라도, 저 신비한 유달산은 잊지 않을 것이다"라며, 기암괴석이 갖는 신비함을 칭송하기도 하였다. 이렇듯 목포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경승(景勝)으로 알려졌다.
*졸저 『한국산악시조대전』 제1-562번(348면) ‘학자도 반해’ 시조 참조.
제2경 용당귀범(龍塘歸帆)
두 뿔은 우뚝 솟아 용머리 파란 섬에
돛단배 돌아오자 사공 총각 콧노래를
살구꽃 활짝 핀 둔덕 댕기 물은 숙이야
*돛단배가 고하도 용머리 앞을 돌아오는 풍경이다. 고하도(高下島)는 용의 모습을 띤 섬이라 하여, '용머리·용당'이라 하고, 혹은 병풍처럼 펼쳐져 있다 하여 '병풍도·병풍바위' 등으로 부른다. 푸른 호수로 비견되는 다도해를 뒤로하고, 돌아오는 돛단배와 풍경이 어우러질 때의 모습은 무릉도원의 절경(絶景)이다.
제3경 아산춘우(牙山春雨)
봄비는 부슬부슬 두견화 풀이 죽고
마름모 아산에는 안개가 반쯤 깔려
화공(畫工)은 산수도(山水圖) 그려 소나무에 건다네
*봄비 속에 내리는 아산의 아름다운 풍경을 말하는데, 삼학도 건너편 영암 쪽에 있는 산의 이름이다. 목포항 쪽에서 바라볼 때 마름모꼴로 보이는데, 아침과 저녁 경치가 뛰어나고, 숲 사이 안개가 반쯤 개었을 때의 모습은 한 폭의 빼어난 동양화를 보는 듯하다.
제4경 학도청람(鶴島晴嵐)
세 처녀 한이 맺혀 세 학이 되었당가
사랑은 속절없어 아지랑이 어른대다
갈 단풍 익어갈 무렵 찬 이슬로 맺히네
*아지랑이 필 때 맑은 기운이 느껴지는 봄날의 삼학도 풍경을 이른다. 삼학도는 세 처녀의 이루지 못한 사랑의 한(恨) 때문에, 세 마리의 학이 내려앉아 생겨났다는 전설의 섬으로, 유달산과 함께 목포의 대표적인 상징이라고 할 수 있다. 청람(晴嵐)은 비가 갠 날에 보이는 아지랑이를 의미하는데, 맑은 기운이 감도는 삼학도의 아침 풍경을 칭송했다. '삼학풍림(三鶴楓林)'이라 불리기도 하는데, 이는 단풍으로 붉게 물든 삼학도의 가을 풍경을 노래한 것이다.
*목포의 눈물; 이난영(李蘭影, 본명 이옥례, 1916~1965년)이 1935년 9월 취입한 애창곡이다. 문일석 작사, 손목인 작곡. “사공의 뱃노래 가물거리며-(중략)-이별의 눈물이냐 목포의 설움”(이하 략).
제5경 금강추월(錦江秋月)
금강에 어린 달빛 동정호와 견주리오
가객은 흥에 취해 한 가락 뽑아대니
물 위에 놀던 옥토끼 단소(短簫) 불어 반주(伴奏)해
*가을 달빛이 어린 영산강의 아름다운 풍경이다. 금강은 영산강의 시적 표현으로, 목포는 영산강의 강물이 바다와 만나는 길목에 해당한다. 남도의 젖줄처럼 굽이쳐 흐르는 영산강의 어느 가을날 밤, 가득 찬 둥근 달이 영산강 물 위에 뜬 저녁 풍경을 노래한 것이다. 중국의 유명한 동정호(洞庭湖)에 뜨있는 달빛과 영산강의 달빛을 견줄만하다고 본, 목포사람들의 풍류가 느껴지는 구절이기도 하다.
제6경 입암반조(笠岩返照)
갓바위 돌아가랴 석양은 고달픈데
삿갓 쓴 노인이사 세월 낚기 바쁘니
노을이 성주풀이 하자 영산강도 장구 쳐
*저녁 노을빛이 드리운 갓바위 부근의 아름다운 풍광을 묘사한다. 입암은 문화의 거리 갓바위와, 입암산(笠岩山)을 지칭한다. 지금은 떨어져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갓바위와 입암산은 원래 한 줄기다. 아버지를 잃은 슬픈 마음에 갓을 쓰고 고개를 숙이고 있는 사람의 형상을 한 갓바위에 석양빛이 반사되어 오는 풍경을 노래했다. 지는 해가 마지막 빛을 서녁 하늘에 쏟고 갓바위를 돌아 넘어가는 정경으로, 슬픈 전설의 갓바위와 그 뒤를 포근히 감싸고 있는 입암산, 그리고 노을이 물든 영산강의 풍경이 한데 어우러진 모습을 칭송했다.
* 졸저 『소요유』 정격 단시조(10) 제1-80번 ‘목포 갓바위’ 시조 참조.
제7경 고도설송(高島雪松)-선시
겨울눈 풍성하제 섬들은 희열(喜悅) 맛봐
곰솔에 쌓인 백미(白米) 제 무게에 못 견디다
팔뚝을 확 부러트려 바다에다 보시해
*겨울철 고하도(高下島)의 눈 덮인 소나무의 풍경이다. 유달산 밑에 있는 섬이라 하여, 명칭이 붙게 되었다고 하는데, 1597년 이순신 제독이 머물면서 진을 치고 군사훈련을 했던 역사의 땅으로도 유명하다. 고도설송이란, 마치 승천하는 용처럼 길게 늘어져 있는 섬의 해송(海松) 위에 하얀 눈이 덮여있는 경치를 노래한 것이다.
*졸저 『한국산악시조대전』 제3-1번(476면) ‘겨울 섬산’ 시조 참조.
제8경 달사모종(達寺暮鍾)
고즈넉 달성사는 세월 때 끼였어도
범종은 신비하랴 민초는 아늑하고
은은한 저녁 종소리 만리까지 파장(波長)을
*유달산 달성사(達聖寺)에서 울려 퍼지는 저녁 종의 고즈넉한 풍경을 이른다. 이 절은 1915년 4월에 건립되었는데, 당시 조선인들이 주로 모여 살던 죽동이나, 남교동 마을 쪽에서 유달산 쪽을 바라보면, 산과 사찰이 잘 어우러진 풍경이 병풍처럼 펼쳐진다. 저녁 무렵 범종에서 울려 퍼지는 은은한 종소리는 신비감과 함께, 사람들의 마음을 감싸 안는다. 시각을 알려주기도 하고, 당시 조선인들을 순화시켜, 편안함과 아늑함을 느끼게 하는 역할을 톡톡히 했다. 팔경 중, 독특하게 소리와 관련된 풍경으로, 간혹 저물 만(晩) 자를 써서 '달사만종(達寺晩鐘)'이라고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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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미발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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