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10. 19
아침 8시 30분, 카페리로 모로코 탕해르 Tanger Ville 항을 출발해 지중해 지브롤터 해협을 건너 스페인 Tarifa항에 도착했다.
예전엔 영국령 지브롤터항으로 운항했으나 지금은 더 가까운 이곳으로 이동한다. 불과 31km이기 때문이다.
불과 1시간만에 대륙을 옮겼다는 점이 신기하게 느껴졌다. 그래서 수많은 아프리칸과 유러피언들이 손쉽게 대륙을 이동하고 문화의 교류도 활발할 수 있을 것이다.
지중해 지브롤터해협 도항은 의외로 낭만적이지 않았다. 햇빛 쏟아지는 잔잔한 바다여서 편안하긴 했지만, 중간에 보이는 작은 섬 하나 없고, 결정적으로는 이미 맞은편 대륙이 눈에 들어와 망망대해의 망연함도 신비감도 없기 때문이다.
스페인 타리파항은 현대화된 모로코 탕헤르 입출국장에 비해 시골 섬마을 입출국장처럼 작고 소박하다. 한 대의 수하물 검색대와 세 명의 여권심사자가 전부였다. 한국인은 무비자 입국이라 출입국심사도 까다롭지 않았다.
입국장을 나서자 거물 뒤로 꽤 크고 단단한 성벽이 보인다. 성벽 모양으로 보아 이슬람왕국 시기에 축성한 듯하다.
이베리아반도의 최남단인 타리파가 예전부터 외침 방어를 위한 중요한 지역이었던 모양이다.
타리파항에서 버스를 타고 론도를 향해 가는 길은 꽤 높은 산 중턱이다. 주변 산과 들은 약간 사막화되어가는 거칠고 메마른 땅들이다.
지중해에서 박차고 올라선 지형인데도 이처럼 메마르다는 것이 의외이다. 그만큼 비가 오지 않는다는 뜻일 게다.
도로에서 내려다 보는 지중해변 남부 안달루시아는 참으로 따뜻하고 평화로운 세계였다.
밝은 햇살이 부드럽고 잔잔한 지중해 위로 쏟아져 비단결처럼 펼치고, 해안가부터 높은 구릉까지 촘촘히 들어박힌 주황색 지붕들이 나른한 표정으로 한가로이 누워있다.
안달루시아는 이베리아반도의 지중해 연안지역이다, 그 어원은 아랍어 알 안달루스 Al Andalus로 711년-1492년까지 이슬람이 지배한 이베리아 남부를 지칭한다.
아랍과 북아프리카 유목민 베르베르, 고대 점령자 로마, 서로마 쇠망기 이베리아에 밀려온 서고트족, 800년가 이베리아 남부를 지배한 이슬람까지, 다양한 문화가 융합되어 매우 독특하고 이색적인 문화를 형성하였다.
특히 이슬람의 발달된 건축과 회화가 강력한 영향을 끼쳤다. 안달루시아 지역 그라나다, 말라가, 세비야 등 스페인을 대표하는 관광 도시들은 대부분 그 아랍문화에 기초하고 있다.
피카소의 고향은 말라가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