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어제 하루에 가야 할 코스를 이틀로 나누어서 가는 꼴이라 그야말로 너무나 짧은 일정이기에 맘껏 늦장을 부렸다. 그저 들어가기만 하면 시간에 상관없이 절로 잠이 쏟아지는 침낭속에도 하염없이 누워 있다가 모닝 Tea를 가져온 쿡의 노크에 겨우 일어났고, 발코니로 나가 세찬 타라코시 강줄기를 바라보며 오랜 시간 동안 기도에도 집중하며 앉아 있자니 어제, 오늘의 여유가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다.
예상대로 아침은 닭죽 이었다. 어제 담근 김치가 아직 익지 않았는데도 제법 맛을 낸다. 커피를 마시고는 느지막히 출발을 했다.
얼마 가지 않아서 바로 Army Check Post... 사실 거의 우리 숙소랑 붙어있다고 봐도 될 정도로 바로 위였다. 체크를 하는 중에 친구와 둘이 닮았는 지, 자매냐고 묻는다. 썬그라스를 쓰면 누가 누군지 사실 잘 모르니까... 키도 덩치도, 웃는 모습도 비슷하니 뭐 그러나 보다 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체크카드에 붙은 사진이 둘다 같은 사진이었던 것... 오 마이 갓!! 내 카드에도 친구의 사진이 붙어 있었다. 사실 뭐 호치켓으로 팍 팍 찍어 붙인 사진이야 떼서 새로 붙이면 되었다.
이참에 친해져서 군인 아저씨들과 사진 한 컷....ㅋㅋ 사실 이들만 기념으로 찍으려 한것인데 ... 헐!! 이들이 밖으로 나오는것이 아닌가~ ㅋ~ 덕분에 다정하게 팔장끼고 손도 잡고...ㅋㅋ
별것도 아닌 사진 한 컷으로 또 우린 웃음 만땅 채우고 발걸음을 떼었다.
아! 그런데 내 눈을 사로잡는 풍광이 시선을 잡아맨다. 세상에...풀을 산더미 처럼 체취해 온 몸을 휘감듯 짊어지고 오는 여인... 아유~ 예쁜 딸내미도 있었네~ 너무 신기해서 달려들 듯 사진을 찍으니 쑥스러워 죽으려 한다.
아마도 행복한 기분으로 내 표정이 상기되어 있었는 지도 모르겠다. 힌참을 신나게 걷고 있는데, 저만치서 한 무리의 한국인이 오고 있는 것이다. 누가 먼저랄것도 없이 반가움에 크게 인사를 나누었다. 그런데 그분이 나보고 너무 익숙한 얼굴이라고,,,혹시 우리 본 적이 있냐고,,,, 헐!! 이렇게 나오니, 나도 또,,,혹시 정말 아는 사람인가~ 순식간에 이곳 저곳 산악회 사람들을 머릿속으로 탐색해 본다. 사람이 간사하다고 그러니 또 본적이 있는 것도 같은 착각이 든다.ㅋㅋ
잠시 동안 짧은 대화를 나누었다. 내가 혼자 앞서가고 있었기 때문에 혼자 가는줄 알고 묻는다. 그 말에 친구와 대장님 말씀을 드렸더니, 이분도 산악인인 지라 대장님 이라는 이 말이 예사롭지 않았는 지, 이름을 묻는 것이다. 알고 보니, 대장님 후배이며 이름만은 나도 너무나 잘 아는 '신영철'씨 였다. 책도 여러 권을 쓰셨고, 그로 상도 많이 타신 분이었다. 내가 '존뮤어 트래일'을 꿈꾸며 이분이 쓴 저서 <걷는자의 꿈> 이란 책을 알고 있었으므로 아마 그래서 이분 얼굴이 익숙했는 지도 모르겠다. 암튼 이분들은 이번에 대한민국 '로체 남벽 원정대' 팀에 합류해서 그들이 베이스캠프를 구축할 때까지 촬영을 한 MBC방송국 멤버들이었다. 신영철씨는 산악인이면서 소설가이기도 하고 현재는 '사람과 산' 편집주간 이기도 하다.
그때 저만치서 대장님이 올라오셨다. 얼마만의 만남인 지, 그것도 그냥 한국인만 만나도 반가울 히말라야에서 잘 아는 선후배의 만남이라니.... 한 참을 담소를 나누다가 사진 촬영 들어갔다.ㅋㅋ 길이 길이 기억될 사진 한 장....
오늘도 어제와 같이 트래킹 코스가 조용하다. 아무래도 아직도 루크라 공항에 비행기가 착륙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게 아닐까...걱정이 앞선다. 아닌게 아니라 아까 만난 MBC촬영 팀도 이 소식을 접하고 있어 걱정을 하고 있었다.
한참을 또 올랐다. 소나무 숲길이 이어졌다. 히말라야에도 소나무가 있다니, 구름에 가려 설산도 보이지 않고, 소나무 숲길을 걷고 있자니 순간 또 여기가 한국인것 처럼 느껴지기도 한다.ㅎㅎ 그때 또 마침 앞에서 오던 청년이 한국인 이냐고 반갑게 인사를 하는 것이다. 오늘 출발하자 마자 군인 아저씨들과 기념 단체 사진을 찍었더니,,,,뭔 기가 흐르나~?? 신영철씨 일행을 만난 후 또 이렇게 한국 청년을 만나다니... 서로의 트래킹 코스를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그 청년은 EBC, 촐라패스,'임자체(일명 아일랜드 피크, 6189m) 까지 올랐다가 고쿄 돌아서 하산하는 중이라고 한다. 그것도 혼자서... 와우~~ 짝 짝 짝!!! 홀로 이 대단한 여정을 밟고 간다니.....박수를 쳐 줄수밖에 없는 멋지고도 대단한 청년이 아닐 수 없다.
어제와는 달리 오늘은 오르막의 연속이다. 하긴 조살레는 2740m 고 남체바자르는 3443m 이니 700m 의 고도를 올라가니 그렇기도 하다. 그래도 전혀 힘들지 않다. 워낙에 여유로운 일정이기도 하지만.... 지나가는 트래커들과 인사도 나누고, 그러다가 오늘 처럼 또 한국인도 만나 잠시 동안 들뜬 마음 수다도 떨고... 멋진 풍광 카메라에 담느라 삼매경에 빠져들기도 하고.... 어쩌면 힘듦을 느낄 새도 없는 지 모른다. ㅎㅎ
오늘도 날씨는 좋았으나 하늘에는 여전히 구름이 끼어서 남체까지 가면서 볼 수 있다는 탐세루크, 에베레스트,캉데가,꽁데...아무것도 볼 수 없었다. 아래 우측 사진이 탐세르쿠라고 하는데 어디 구름에 가려서리...ㅠㅠ
조금 더 걸으니 체크 포스트가 또 나타났다. 우리의 포터들도 일정이 여유로우니 그곳에서 쉬며 놀고 있었다. 우리도 대장님도 기다릴겸 아이들 사진 찍어주며 시간을 보냈다.
파이 서비스가 종료되어
점심때 쯤 남체바자르에 도착을 했다. 산능선을 빼곡히 메우고 있는 남체의 풍광이 시선을 제압한다.
남체바자르에 들어서니 제일 먼저 반기는 것이 빨래 터였다. 넓직하고 주변엔 돌담들이 좌악 있어서 이곳에서 빨래를 하고 돌담에 널어 놓으면 오늘 같이 햇살이 좋은 날은 순식간에 마를것 같다. 그리고 바로 그 옆으로 남체의 관문을 통과하듯, 불탑이 있다. 그 주위를 마니차가 비잉 둘러치고 있었는데, 저 마니차를 일일이 다 돌리며 이곳을 한 바퀴 돌면 부처님의 은총으로 무사히 에베레스트 트래킹을 끝낼 수 있을것 같다.
포터들을 따라 우리의 숙소가 있는 곳을 찾아 남체의 골목을 걸었다. 롯지들 사이 사이로 ,또는 롯지 건물 1층에 나 있는 상가들로 남체는 볼거리로 가득하였다. 카투만두에서 미처 구입하지 못한 물건들이 있다면 왠만한 건 이곳에 다 있을것만 같다. 동네 규모도 아마 에베레스트 산군에선 가장 큰 마을이 아닌가 싶다. ATM기가 있어서 루크라와 이곳에서는 현금을 인출할 수가 있다.
남체의 호화스런 롯지들을 제치고 우리의 롯지는 거의 꼭대기에 위치한 오래된 건물의 롯지였다. 어제 팍딩보다 더 좋은 롯지들이 많다고 해서 기대를 했는데.... 그래도 방으로 들어가니, 구름에 휘감기기는 했어도 꽁데(6600m)가 훤히 보였다. 내일 새벽엔 제발 설산을 봤으면 좋겠다고 염원하며 점심을 먹기위해 다이닝 룸으로 내려갔다.
다이닝 룸엔 눈에 익숙한 양주들로 가득한 바도 있고,깨끗하게 정돈된 것이 이 집도 오랜 세월동안 해온 롯지의 흔적이 보인다.
대장님께서 오시면서 사오신 빵을 점심 먹기 전에 레몬 티와 먹었다. 맛이 좋다. 점심 라면이라고 했는데, 지금 빵을 먹어서리....
점심으로 라면을 기다리며 우린 다이닝 룸에 걸려있는 사진들을 탐독했다. 항공 촬영한 에베레스트 산군이 가장 먼저 눈을 호사시킨다. 좌로부터 쿰부체, 창체, 에베레스트,로체,눕체.. 우린 일일이 봉우리를 익혀가면서 사진에서도 감동을 받으며 그 사진을 카메라에 담았다.
그리고 여기 저기 걸려있는 사진들을 카메라에 담았다. 1953년 5월 29일,오전 11시30분. 에베레스트를 힐러리 경과 최초 등반한 네팔의 영웅 세르파-텐진 노르가이의 사진이 감동을 준다. 이들 네팔 사람들에게 있어서 이 텐진 노르가이 세르파가 얼마나 영웅으로 추앙받는 지 다이닝룸을 돌아보며 금방 눈치를 챘다. 하긴 어디 네팔인들에게 국한되겠는가~ 전 세계 산악인들에게 추앙받고 있지~
라면이 나왔다. 라면 끓이는데 뭔 시간이 이리 오래 걸리나 했더니, 밥에 감자조림까지 했다. 아까 빵도 먹었는데....
무엇이든 할 수 있을때 해야하니, 오늘도 300루피를 내고 핫 샤워를 했다. 수압이 워낙 낮아서 작은 빨래는 커녕 몸 씻고 나오기도 힘들었다. 배터리 챠지도 250루피를 달라고 해서 아직 50% 남았기도 해 그만 두었는데. 그러나 이것도 역시 할 수 있을때 해야했다. 이번 여정중 그나마 가장 물가가 싼곳이 여기 남체바자르니까...
트래킹 이후 처음으로 핸폰 통신이 되서 식구들이랑 카톡과 문자를 했다. 밤새 꿈자리가 뒤숭숭해서 아침에도 트래킹 중에도 내내 묵주 기도를 하면서 걱정을 많이 했는데, 별일이 없다니 여간 다행스럽지 않다.
점심을 많이 먹어서인 지 잠이 쏟아져 한 숨 낮잠을 잤다. 꿀맛이다.
그나 저나 오늘도 쿡-덴쟈는 오지 못했다. 그가 탄 비행횟수만도 4번... 그러나 결국 오늘도 루크라 공항의 구름때문에 비행기는 착륙하지 못했다. 더이상 기다릴 수 없어 덴쟈와의 계약은 파기되었고,앞으로 대장님이 왕다를 데리고 고생을 하시게 생겼다. 그래도 왕다가 곧잘 요리를 한다고 하시니 다행이다.
아닌게 아니라 저녁으로 나온 컬리 플라워 튀김과 장조림, 감자국의 맛이 제법이었으니, 조만간 대장님 도움없이도 잘 해내겠지~
그래도 성격 밝고 명랑한 왕다가 와서 다행이다. 쇼팽 / 첼로와 피아노를 위한 '서주와 화려한 폴로네에즈' Op.3
Yo-Yo Ma. cello Emanuel Ax. pia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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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아름다운 날들 원문보기 글쓴이: 베가
첫댓글 사람들의 모습들이 참 좋습니다
닮아간다고 하나요 적응한다고 하나요~
산에사는 생물은 산 들에 사는 생물은 들 숲에 물에 사막에...
한 히말랴야 산맥이라도 지역에 따라 약간은 달리 느껴지는 까닭은요..
네팔쪽 히말랴야 사는 사람들은 그 곳의 느낌에
티벳쪽 또는 인도 혹은 파키스탄 쪽 히말라야에 사는 사람들은
각각 거기그곳에 맞게 어울리는(?)모습이 느껴지는걸 보면요..
저만의 착각인가요? ㅎㅎ
맞아요.
모든 생물은 그 환경에 적응해 살 수 밖에 없으니까요.
제가 갔을때는 저 출렁다리가 2층(?)이 아니었는데....ㅋ
지금 가면 또 많이 변해 있을거예요,
제가 갔을때만도 많은 건축물들이 지어지고 있었거든요.현대식 시설도 보였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