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4- 붓다의 과학 이야기
김성철 지음
2561. 3. 24
제1부 불교로 푸는 진화와 뇌
3 꿩은 왜 수컷이 아름다울까?(4-3)
2세 보전을 위한 유인과 희생의 치장
만일 암수의 모양이 같다면, 포식자에게 목격되는 빈도에서 암수의 차이가 없을 것이고 살해될 확률 역시 같을 것이다. 그러나 수컷이 눈에 잘 띌 경우 포식자가 수컷을 쫓아갈 확률이 높아진다. 보다 더 화려한 색깔을 갖는 수컷일수록 포식자에게 희생될 가능성이 크지만, 반면에 이런 수컷을 가장으로 두었던 암컷이나 새끼들이 희생될 가능성은 적어진다. 꿩이나 공작새와 같은 조류에서 수컷이 점점 화려하게 진화한 이유다.
꿩의 부화 기간은 23일이다. 부화 후에도 한참을 보호받아야 독립한 성체가 된다. 암컷의 경우 자신의 유전자를 2세에 전하려면 알도 품어야 하지만 부화 후에도 오랜 기간 생존하면서 새끼들을 돌봐야 한다. 그러나 수컷의 경우 '단 몇 초 동안의 교미'만으로 자기의 유전자를 2세에게 전한다. 따라서 보다 많은 2세를 두기 위해 장끼가 할 수 있는 최선의 행동은 갓 태어난 자신의 새끼들과 이를 키우는 까투리가 포식자에게 발각되지 않도록 보호하는 것뿐이다. 이를 위해서는 포식자를 유인해야 하고, 궁극에는 자기 '희생'도 감수할 수 있어야 한다. 암컷보다 눈에 잘 띄어야 포식자를 유인할 수 있다. 심지어 자신의 몸뚱아리를 포식자에게 한 끼 식사로 바칠 각오까지 되어 있어야 한다. 약육강식의 정글에서 살아남은 조류들의 유전자에 각인된 '축생의 정의正義'다. 이들의 진화에서는 친족선택(Kin Selection)이 성선택에 선행한다.
그런데 인간이 가축으로 사육하는 닭이나 집오리의 경우 암수의 외형에 큰 차이가 없다. 왜 그럴까? 이들은 가축화되면서 인간의 보호를 받아왔다. 가축의 경우 2세 보전을 위한 수컷의 자기희생이 필요 없기 때문에 암수 간에 외모 차이가 서서히 사라졌을 것이다. 울긋불긋 했던 외모가 단순한 색으로 '퇴화'한 것이다. 암수가 모두 흰색인 집오리는 야생 청둥오리에서 유래한다고 한다. 야생 닭도 수컷이 화려하다. 그러나 인간에게 가축으로 발탁되면서 암컷의 '보호색'도 퇴화하고 수컷의 '유인색도 퇴화하여 동색이 되었다. 공격하는 포식자를 피해 숨거나 유인할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종진 옮겨 적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