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문은 오전 8시 전후로 열리고 진료는 4시까지만 한다.
기자는 그린서울치과를 재방문하기 전 다른 치과에서도 충치검진을 받아봤다.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R치과. 충치검진을 하러 왔다고 하자, 의사는 엑스레이부터 찍어보자고 했다.
그후 최신 디지털 카메라로 치아를 구석구석 찍었다.
의사는 모니터가 놓인 테이블에 앉히고 말했다. “어금니 부분 아래 두 개는 신경치료를 해야 한다.
윗니도 마찬가지로 다 썩었다. 6~7개 정도는 치료를 해야 한다. 겉으론 멀쩡해 보이지만 이미 안에는 썩어 있다.”
그가 제시한 치료비용은 총 200만원이 넘었다. “치아색과 유사한 지르코니아는 치아 하나당 55만원인데 비용이
부담되면 신경치료 때 추가로 드는 치아 하나당 5만원을 깎아주겠다”며 “도자기 재질로 된 건 40만원인데, 이건
깨질 위험이 있으니 권하지 않는다”고 했다. 오후 3시30분쯤 그린서울치과를 다시 찾았다. 병원 문을 열자 휑한
분위기에 조금 놀랐다. 치위생사나 조무사 한 명 없었다. 병원 내 TV 화면에서는 모방송사에서 제작한 ‘치과
과잉진료의 실체’에 관한 프로그램이 반복적으로 나오고 있었다. 기자는 인터뷰에 앞서 충치검진을 받았다.
강창용 원장은 손거울을 쥐여주었다. 앞서 천으로 눈을 가리고 카메라로 치아를 찍어대던 병원과 대조됐다.
강 원장은 손거울로 입안 치아를 구석구석 보게 하더니 이렇게 말했다.
“대부분의 치과는 엑스레이부터 찍자고 한다. 나는 환자가 직접 자신의 치아를 눈으로 보게 하면서 어떤 치아가
충치인지 아닌지 설명한다.
환자가 자신의 충치에 대해 제대로 알게 되면 다른 병원에 가더라도 과잉진료를 당하지 않게 된다.
그는 아랫니 두 개를 가리키며 “아말감으로 덮은 주위가 시커멓게 된 것은 썩은 부위”라면서 “금니로 씌우는 게
좋고 총 견적은 80만원 내외”라고 했다. 앞서 병원과 두 배 넘는 비용 차이가 났다.
이 병원은 1인 시스템이다. 강창용 원장이 치료의 모든 과정을 전담한다.
직접 번호표를 나눠 주고 상담, 심지어 수납까지 혼자서 다 한다. 처음부터 혼자서 병원을 운영한 건 아니다.
강창용 원장은 서울대 치대를 졸업하고 9년 전 이곳에 개원하면서 직원 3명을 뒀다.
정직한 진료를 하다 보니 환자에게 비보험 치료 대신 돈 되지 않는 보험 치료를 권했고, 그러다 보니 병원 운영
은 점차 어려워졌다. 그렇게 하나둘 직원들을 떠나보내 4년 전부터는 혼자 도맡고 있다.
이곳에서는 보험이 되는 충치 치료 위주로 진료한다. 보험이 되는 GI는 치아 하나당 6000원. 레진은 5만원이다.
대부분의 치과에서 실시하는 교정, 임플란트, 심지어 스케일링도 하지 않는다.
치아 허리 부분이 손상돼 비보험 치료가 필요한 환자들에게는 다른 병원을 추천해준다.
이 병원 진료실에는 다른 병원 명함이 빼곡하다. 강 원장은 “치아손상이 심각한 환자들에게는 어떤 치아를 치료
받아야 하는지 알려준 후 환자의 동네에서 가까운 추천 치과를 가보라고 한다”며 “정확히 알고 가는 환자한테는
병원에서 함부로 과잉견적을 못 낸다”고 말했다. 추천 병원은 어떻게 선정할까.
그는 전국 각지에서 모여드는 환자들을 진료하면서 각 지역과잉진료 치과 리스트를 파악하고 있었다.
대부분의 치과들에 강 원장은 불편한 존재다.
과잉진료 리스트에 오른 치과들은 물론 처음에는 추천 치과들의 반발도 심했다.
추천 병원들은 무슨 의도로 환자를 보냈냐며 항의하는 경우도 있었다.
자신의 충치에 대해 잘 알고 찾아간 환자들이 병원 처지에선 만만하지 않기 때문. 강 원장은 작은 노력으로 환자
자신의 충치 상태를 제대로 파악하고, 그런 환자들로 인해 과잉진료가 줄어드는 선순환을 꿈꾼다.
▲ 그린서울치과 강창용 원장 치과업계에서 근절돼야 할 세 가지
강창용 원장은 치과업계에서 근절돼야 할 세 가지를 말했다.
첫 번째는 ‘과잉진료’다. 강창용 원장이 말해준 사례다. 강남의 치과에서 400만원이 넘는 충치 치료 견적을 받은
환자가 과잉진료가 의심된다며 강 원장을 찾아왔다. 아말감으로 때운 치아 10개 모두 금니로 해야 한다는 소견
이었다. 강 원장이 검진한 결과 충치소견은 없었다.
환자가 믿지 않자 강 원장은 그 자리에서 10개의 아말감을 모두 뜯어 깨끗하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두 번째는 ‘위임진료’이다. 의사가 해야 할 치료를 조무사나 기공사가 대신 해주는 행위이다.
위임진료는 현행법상 한 달 반의 의사자격정지를 받을 수 있는 불법 행위다. 세 번째는 이른바 ‘먹튀’ 수법이다.
“임플란트가 비싼 이유는 AS까지 모두 보장하기 때문이다. 임플란트는 심는 것보다 후유증 관리가 중요하다.
100만원 미만의 저렴한 가격으로 심어주고 나 몰라라 하는 병원들이 있다. 한곳에서 일정 기간 동안 저렴하게
환자들에게 시술한 뒤, 병원 문을 닫고 다른 지역에 가서 똑같은 먹튀 행위를 반복하는 것이다.”
그는 치과 진료의 비밀을 낱낱이 알리다 보니 치과의사 사이에서 공공의 적(敵)이 됐다.
지난 5월에는 강창용 원장에게 치료받기 위해 길게 줄을 선 환자들의 사진이 치과의사 커뮤니티인 ‘덴트포토’
사이트에서 논란이 일었다. 강 원장은 “그 환자들을 ‘거지’라며 차마 입에 담기 힘든 욕설을 한 댓글도 있었다”
며 “속상해 잠을 이룰 수 없었다”고 말했다.
치과의사로서 의사보다 환자의 입장에 선 강 원장. 그에게 진료 철학을 묻자 이렇게 답했다.
“의사들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그렇다면 환자가 바뀌어야 한다.
내원하는 환자에게 열심히 치아에 관한 공부를 시키는 이유다.
과잉진료가 의심된다면 대학병원이나 보건소를 찾는 것도 좋다.
환자를 많이 치료한다고 의사에게 득될 게 없으니 합리적 진단을 내릴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