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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정선가리왕산엠티비 원문보기 글쓴이: 멋진친구(羅 相 玉)
숨막혔던 36시간의 기록 [지원조후기] |
글쓴이 : 김혜정 |
2007년. 첫 출전한 280랠리. 폭우와 준비 미흡으로 중도 포기. 2008년. 두 번째 출전하는 팀원들을 위해 지원조로 함께 뛰기로 결정. 숨 막히는 출발 신호와 함께 어둠을 헤치고 달리는 그들을 바라보며 무사완주를 기원. 역시 준비 미흡과 체력한계로 팀원 모두 중도 포기. 2009년. 꼭 완주하고 싶다는 산사나이의 목표를 위해 다시 한번 지원조로 참여. 나는 지금부터 세 번의 280랠리 경험을 토대로 이번 2009 랠리의 지원조 후기를 기록해보기로 한다. 랠리에 참가한다는 산사나이를 아무 생각 없이 보냈던 2007년. 또, 아무 생각 없이 함께 지원을 해보자는 산사나이를 따라 다시 찾은 2008년. 그리고 산사나이를 위해 지원조가 되어 두 주먹 불끈 쥐고 찾아온 2009년. 나의 280랠리는 이러하다. 2009.6.27.AM00:30. 잠든 아이들을 뒤로하고 조용히 집을 빠져 나온다. 한달간 계획하고 3일간 장을 보고 하루 동안 요리해 준비한 것들은 모두 이미 차에 실어놓았다. 양평이 가까워지니 자전거를 얹고 달리는 차들이 하나둘 보이기 시작한다. 가슴 뛰는 순간. 지원하는 내가 이러한데 출전하는 그들은 어떠할까. 또 떨려온다. 두 번의 경험이 무색하게... 2009.6.27.AM02:40.단월중학교. 잠시 후면 출발하는 산사나이를 위해 이른 아침식사를 준비한다. 미리 준비한 육개장과 따뜻한 밥. 가득 한 내 정성만큼 뼛속까지 따뜻하고 든든하게 데워주기를 바래본다. 2009.6.27.AM03:40. 바로 옆 단월레포츠공원으로 집결. 아주 이른...아니 깊은 밤임을 잊게 만드는 사람들의 물결. 모여든 이들의 얼굴에서 한결같은 목표가 스친다. 작년에 봤던 얼굴들도 종종 보이고, 나보다 더 긴장해 뵈는 얼굴들도 보인다. 2009.6.27.AM4:00.SF단월레포츠공원. 무사완주 기원 연을 단 풍선이 하늘로 하늘로 올라간다. 공원안 사람들이 술렁인다. 그 순간 모두의 소원은 같았으리라 믿는다. 그 공간에서의 호흡이 벅차오른다. 공원안의 불빛이 꺼지고 자전거의 라이트가 하나둘 켜진다. 어디선가 숨어있던 반디불이 공원으로 하나둘 모여들듯 신비로운 장면을 연출한다. 출발!!! 출구에서는 미리 기다리던 지원조들의 환호성이 한창이다. 파이팅 구호를 외치며 모두가 자기 팀의 완주를 기원한다. 산사나이의 모습을 놓치지는 않을까 나오는 선수 하나하나를 살핀다. 드디어 산사나이의 모습이 보인다. [남부 파이팅]을 외치자 주먹을 쥐어 올려 보인다. 혼자인 나를 위해 주변의 누군가가 함께 [남부 파이팅]을 외쳐준다. 작은 배려에 가슴이 메어온다. 2009.6.27.AM04:55. A4. 모두가 빠져나간 후 쓸쓸해 보이기까지 한 공원과 학교운동장. 조금 전의 북적임은 오간대 없는 텅비어버린 도로. 잠시 후 조용한 움직임이 감지된다. 그리고 이내 도로를 메우는 지원조 행렬. 길을 몰라도, 어느 쪽으로 가야하는지 알 수 없어도 따라가기만 하면 될 만큼 그들의 움직임도 예사롭지 않다. 그렇게 행렬을 따라 도착한 A4지점. 언제 아침이 되나 싶었던 맘도 잠시. 차를 세우고 밖으로 나와 개구리 우는 소리를 듣는다. 그리고 산위로 밝아오는 하늘이 보인다. 잠시 후 어둠을 가르며 달려오는 불빛이 보인다. 첫 주자가 통과한다. 길가에 늘어선 지원조들의 박수소리가 저 멀리서부터 들린다. 산사나이의 통과 예정시간보다 무려 30분이나 앞선다. 내 마음이 조급해 진다. 그 조급함으로도 선두에게 박수를 보낸다. 20여분 후 산사나이가 내 앞을 지나간다. 바람처럼 가르고 지나가 얼굴도 자세히 보지 못했지만 상쾌한 아침을 맞는 표정이었다. 나도 그랬다. 2009.6.27.AM05:35. A6 비솔고개. 벌써 날은 밝았다. 선두그룹에 속한 팀의 지원조들이 어느새 비솔고개로 이동해 자릴 잡았다. 혹시 이지점을 통과하며 물이 부족하진 않을까, 행동식이라도 줘야하지 않을까 걱정이 되어 몇 가지를 들고 내가 잘 보일만한 위치로 이동해 섰다. 모두가 팀원을 챙기느라 한창이다. 그래서 위험한 장면들이 속속 연출된다. 미쳐 속도를 줄이지 못한 자전거와 충돌 하진 않을까 걱정이다. 뒤늦게 도착하는 지원조 차량이 임도 출구를 막아서는 해프닝도 벌어진다. 그때 산사나이의 모습이 보인다. 컨디션 좋아 보인다. 선두그룹에 속해있는 그가 자랑스럽기까지 하다. 많은 사람들이 무난히 이 구간을 통과한다. 2009.06.27.AM06:40. K1. 아침식사 예정 지점. 우리뿐 아닌 모든 이들이 대부분 이곳이 아침식사 장소였다. 너나 할 것 없이 자리를 잡고 불을 피워 무언가를 데우고 끓이고 있다. 도착한 산사나이는 조금 전과는 사뭇 다르게 좀 지쳐 보인다. 함께 참여는 했지만 지원조가 없는 남부MTB 맴버도 보인다. 그냥 지나치게 할 수 없어 함께 아침식사를 한다. 소고기 불고기와 오이고추가 적격이었는지 맛나게 먹어준다. 불과 4시간 전에 식사를 했는데 뭐 얼마나 먹겠나 싶었다. 하지만 나의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어찌나 맛나게 잘들 먹던지 준비해온 나 자신이 참 대견스럽게 느껴지기까지 했다. 후식으로 시원한 냉커피를 한잔씩 만들어 줬다. 얼음까지 동동 띄워서... 그 얼음을 어적어적 깨물어 삼키며 다음코스로 출발. 2009.06.27.AM10:50. K3 삼성리. 하루를 너무 일찍 시작해서 일까. 오늘 하루는 아주 길고 지루 할 것이란 생각에 덜컥 겁부터 난다. 그런 맘으로 삼성리에 도착. 그러나 인적이 없다. 길을 잘못 든 게 아닌가.... 지도를 펼쳐들고 잠시 고민을 한다. 그리고 이내 [K3]라 적힌 플랜카드를 발견한다. 아직 선두도 지나지 않은 듯했다. 버스 정류장에 한 지원조원이 잠을 청하고 있다. 참으로 부러운 모습이다. 여유 시간을 이용해 모자랄 듯 한 밥을 한다. 그러는 동안 동네 어르신들이 한분씩 한분씩 구경을 나오신다. 무얼 하냐고 물으시기에 자전거대회라고 간략히 소개를 해 드려본다. [잘 타는 겨?] 하고 물으시기에 지금 지나는 사람들은 아주 잘 타는 사람들이라고 설명하고 3,40분 후면 많은 사람들이 우루루 지나갈 거라고도 설명해 본다. 할머니 한분이 기다림에 지치신 듯 해 보인다. 가져온 바나나 하나를 권해 드렸다. 하지만 바나나를 잡수신 할머니에게 아무런 볼거리를 제공해 드리지 못한 체 30여분이 지난다. 기다림에 지치신 듯 할머니는 마을로 돌아가신다. 아쉽다. 근사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는데... 도토리코스와 클린턴코스는 선수들에게도 그렇게 길고 지루한 코스였으리라. 선두그룹 20여명이 통과한 후 산사나이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카레로 간단히 밥을 비벼먹고 수박으로 입가심을 한다. 다리 아래로 내려가 시원한 물로 몸을 적시고 일행을 기다린다. 향소리임도서 타이어 펑크로 시간을 많이 지체한 팀원은 만회를 위해 조금 무리해서 이 구간을 달렸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더 많이 지쳐 보인다. 아직 초반인데 너무 무리한게 아닌지 걱정이 앞선다. 결국 이곳에서 1시간 가량을 또 지체한다. 페이스 조절을 위한 차선책이라 여기며 조바심을 달랜다. 2009.06.27.PM1:10. C5 공주휴게소. 삼성리를 벗어나 공주휴게소까지 가는 6번 국도는 환상이었다. 280랠리가 아니었다면 또 이런 길을 내가 지나칠 수 있었을까. 혼자 달려야 함이 아쉬울 만큼 멋진 길이다. K4를 지나 C5에 이르는 업힐은 내겐 그저 나지막한 언덕일 뿐이었지만, 뙤약볕에 무방비로 노출 된 채 올라야하는 그들에게는 한없이 높고 미운, 넘어야 할 하나의 구간일 뿐이었을 거다. 아니나 다를까. 도착하는 이들 얼굴마다 다 이그러져 있다. 산사나이 또한 그러하다. 설상가상으로 전 지점에서 먹은 수박이 체해 날 보자마자 소화제를 찾는다. 그동안의 이력으로 봐선 신론리임도 진행 내내 심한 복통에 시달렸을 게 뻔하다. 순간 불길한 예감이 밀려온다. 한사람은 오버 페이스, 한사람은 소화불량. 오랜 준비기간이 무색해 지는 게 안타깝단 생각 마져 든다. 그래도 다음 구간으로 출발하는 그들의 뒷모습이 커다랗게 보인다. 2009.06.27.PM3:00. C7. 사고발생. 갈운리임도로 진입하던 트럭을 미쳐 발견하지 못한 라이더가 트럭을 피하려다 넘어졌단다. 먼저 도착해 있던 지원조의 비상연락을 받고 119가 출동한다. 혹시 달려 나오는 라이더들에게 또 다른 피해가 발생할까 사이렌을 울리며 임도로 진입한다. 산사나이도 아직 임도를 벗어나지 않은 상황. 별일 없어야 하는데..... 어느 팀의 사고인지 수소문해본다. 119가 떠나고 10여분 후 산사나이의 모습이 보인다. 조금 전 보다 좋아 보이는 안색이다. 결국 라이딩 중 손을 따고 구토를 한 후에야 속이 편해졌다며 포기 할번 했단다. 가슴을 쓸어내린다. 30분이 지나도 일행의 모습이 나타나질 않는다. 이내 걸려오는 전화. 뒷 드레일러가 파손되어 진행이 어렵겠다는 연락이다. 함께 답사를 하고 함께 호흡을 맞춘 일행의 포기는 곧 산사나이의 동반 포기를 의미한다. 잠시 침묵이 흐른다. 이번만은 꼭 완주를 하겠다는 그의 각오가 귀속을 맴돈다. 만도자출사 MTB팀에게 도움을 청해본다. 그러나 쉽게 있을 부속이 아니다. 팀의 일도 아닌데 자기의 일인 것 마냥 여기저기 전화를 하며 수소문해 준다. 또 한번의 감동. 그때 안양MTB팀과 함께 임도를 벗어나는 일행이 보인다. 마침 안양MTB팀에서 부속이 있을지 모른다는 낭보를 전해준다. C9지점까지 함께 이동한다. 하지만 간단하게 손만 보고 다음 구간으로 출발한다. 부속은 없다. 부러지면 랠리는 포기해야 한다는 게 지원조의 결론이다. 부디 완주 할 수 있도록 버텨주기를..... 2009.06.27.PM05:10. K5. 저녁식사 준비를 위해 일찌감치 고개 정상으로 이동을 했지만 역시나 더 부지런한 지원조들에 밀려 그늘도 없는 땡볕에 주차를 한다. 밥 먹을 때만이라도 시원한 곳에 앉을 수 있게 해줘야 하는데.... 몇 바퀴를 돌고 두리번 거리다 결국 선수들이 내려오는 비탈길 바로 아래 자리를 폈다. 그러면서 내심 걱정도 한다. 점점 구간 통과 시간이 늦어지고 있다. 육개장을 데우며 만도팀에서 알려준 연락처로 전화를 넣어본다. 혹시라도 뒷 드레일러를 보유하고 있으려나..... 그때 지점을 통과하는 산사나이와 그 일행을 본다. 뒷 드레일러 파손 자전거도, 속이 좋지 않던 사람도, 모두 무사해 보인다. 서둘러 요기를 하고 라이트 장착을 해야 하는 시간을 계산 한 후 또 출발을 준비한다. 뒷 드레일러는 순간접착제로 어떻게든 지탱해 보기로 하고서 말이다. 2009.06.27.PM07:30. K6 스무나리고개. K5에서 출발하는 이들을 뒤로하고 양동 시내로 향한다. 한적한 시골 마을을 통과하며 슬슬 어두워지는 하늘을 본다. 고개를 몇 개 넘으니 양동시내. 시내는 분명 북적이고 있었다. 외지서 몰려든 사람들로 누가 봐도 정신없어 보이는 양동시내. 농협앞 주차장은 이미 지원조의 차량으로 가득하다. 부족 할 것 같은 물과 얼음을 구하려 농협 안으로 들어서니 여기도 인산인해. 농협 직원들은 밀려드는 손님으로 신이 난 듯 했고 찾는 물건이 없는 지원조들은 난감해 하며 문을 나선다. 난 필요한 물과 순간접착제를 얻었지만 얼음은 얻지 못한다. 큰일이다. 아이스박스 안 음식들이 상하진 않을까. 다행이 곧 밤이 되고 선선해져 얼음은 필요 없겠지만 내일 한낮을 버틸 수 있을까. 라이트를 전해주기 위해 스무나리고개로 가야한다. 역시나 고개 위는 수많은 사람들의 물결. 게다가 인원이 배치되어 있는 체크포인트다. 이곳에도 부상자가 있는지 119차량이 들어온다. 그리고 이내 선수 한명이 차에 오른다. 다행히 가벼운 부상으로 보인다. 산을 돌아 내려오는 산사나이가 보인다. 모처럼 여유롭게 사진을 몇 장 찍어본다. 얼음물과 파워젤을 보충하고 라이트를 장착하느라 정신없다. 슬슬 지쳐 가는지 먹을 것도 쳐다보지 않는다. [지금 부터가 중요해. 힘들겠지만 만날 수 있는 구간은 모두 만나도록 하자.] 산사나이의 부탁에 팽팽한 긴장이 감돈다. 겁 많은 내가 시골의 한적한 밤길을 잘 찾아 다닐 수 있을지..... 떠나오기 전부터 가장 걱정 했던 부분이다. 계속에서 도착하는 선수들에 밀리듯 또 이 구간을 그렇게 빠져나간다. 2009.06.27.PM09:10. D2 계정3리 도로. 졸음이 밀려온다. 앞서 달려가는 자전거들의 길을 밝혀 주며 라이트를 켰다 끄기를 반복해 본다. 그래도 졸립다. 너무나 미안하지만 잠시 잠을 청한다. 행여 차를 못보고 지나칠까봐 가로등 아래 차를 세우고 눈을 부친다. 아주 잠깐 눈을 감았던 것 같은데 누군가 창문 두드리는 소리에 놀라 눈을 떴다. 알람보다 더 먼저 도착 해 그만 잠든 모습을 들키고 만다. 정말 몸둘바를 모르겠다. 그렇게 나를 깨우고 계속 진행한다. 라이트를 켜고 비상깜박이를 깜박거리며 그들이 달리는 길을 밝혀준다. D6지점까지 잘 따라왔다. 이제 매월임도를 타야한다. 저 뒤로 기차 지나는 소리가 들린다. 한 라이더가 공구를 빌리러 우리에게 다가온다. 고치지 못하면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란게 그대로 묻어나는 목소리와 표정이다. 안타깝다. 팀을 출발시키고 공구를 돌려받기 위해 대기한다. 결국 고치지 못했는지 포기 하듯 공구를 돌려준다. 아! 남의 일이 아닌 것 같아 마음이 아리다. 2009.06.27.PM10:05. D9. 지도를 보고 이동하다 K9지점에서 차가 멈춘다. 지도에 보이는 길은 찻길이 아닌 기찻길이란다. 벌써 몇 팀이 이리로 왔다 되돌아 간 모양이다. 여유 부리며 왔다 갑자기 마음이 급해지기 시작한다. 이번 코스 중 지원조 이동 거리가 가장 긴 코스였다. 양동으로 다시 돌아가 88번 지방도를 타고 약 30키로 즘을 이동해야 했다. 그런데 설상가상으로 길까지 잘못 들어 엉뚱한 곳으로 내달린다. 아무래도 이상하단 생각에 다시 차를 세우고 지도를 펼친다. 엉뚱한 곳에서 시간 다 잡아먹고 밤길에 상향등까지 켜고 악세레더를 마구마구 밟아댄다. 이미 D9지점에 도착한 산사나이와 일행은 피곤에 지치고, 허기진 배를 욺켜 쥔 채 내가 오기만을 기다린다. 그렇게 선수들보다 30분이나 늦게 도착해 불이나케 먹을 것을 챙겨 한상 차려 준다. 짜증이 날법도 한데 덕분에 좀 쉬었다며 너스레를 떤다. 업힐 구간을 삼삼오오 그룹을 이뤄 오르는 선수들에게 파이팅을 외치며 완주를 독려해 본다. 그러면서 우리도 힘을 얻는다. 그리고 30분 취침에 들어간다. 마을회관 앞마당에 자리를 펴고 그냥 들어 누워 밤하늘을 이불삼아 잠을 청한다. 꿀맛이다. 시계가 자정을 알릴 때 다음구간으로 출발. 이번 랠리에서 가장 힘든 구간이 될 거라는 바로 그 고래산임도로 간다. 2009.06.28.AM02:00. K7. 지원조 차량의 불빛이 아니었다면 칠흙같은 어둠만이 존재했을 조그만 마을의 도로. 임도가 끝나는 지점에 차를 세우고 주변을 살핀다. 그때 밖에서 소란한 소리가 들려온다. 마을 주민이 소음 때문에 잠을 잘 수 없다며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다. 결국 경찰차가 출동하고 어렵사리 설득하여 그 주민은 집으로 돌아 간 모양이지만 내심 좀 서운타. 모두가 불을 끄고 나지막히 이야기를 나눈 정도였는데 온 동네가 시끄럽다며 뭐 이런 행사를 하냐는 그 주민의 말이 상처였다. 임도를 타고 내려오는 선수들이 그 장면을 목격했다면 참으로 힘빠지는 상황임에 틀림없다. 그렇게 모두가 눈치를 살피며 이 구간을 통과한다. 2009.06.28.AM05:25. D23 턱걸이고개. 남은 고래산임도와 비룡산임도를 모두 끝내고 턱걸이 고개서 만나기로 약속했다. 시간상으로는 4시간만의 재회이므로 조금 더 비상식을 챙기라고 했다. 하지만 더는 먹어지지도 들어가지도 않는 듯 했다. 그렇다면 턱걸이고개서 아침식사를 해야 한다. 고개 정상에 도착해 막 차를 세우는데 산길로 접어든 선수 한명의 외침이 들린다. 갈림길에서 오른쪽인지 왼쪽인지 알려달라는 외침이다. 지도를 펼쳐들고 서둘러 답을 했다. 나의 외침이 그에게 도움이 되었다면 좋겠다. 많은 사람들이 양동에서 1박을 하는지 턱걸이고개로 모인 지원조는 눈에 띄게 줄었다. 날이 밝고 여러 팀이 이동을 하고 난 후에야 산사나이가 모습을 들어 낸다. 너무나 지루하고 힘들었다는 그들은 많이 지쳐 보인다. 아침식사도 하는 둥 마는 둥 대충 때우고 잠시라도 눈 붙이기를 희망한다. 그리고 이내 어딘가에 기대어 잠을 청하는 모습니다. 안스럽지만 그들의 도전이니 그 안스러움까지 고히 간직하길 바란다. 2009.06.28.AM07:10. K9 매곡역. 지난 밤 길을 잘못 들어 들렸던 지점이라 찾아가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사실 이즘 되면 양동지역이 손바닥 보듯 뻔해진다. 같은 길, 같은 철길을 몇 번씩 넘나드니 말이다. 우리 동네같다 고나 할까. 지치기 시작할 즘 한숨 자고 다음 구간으로 진행할거라던 그들의 계획대로라면 이 지점이 피곤 누적 최고치 구간이다. 누적 248.3km. 두 개의 임도만을 남겨놓은 지역. 정상이 눈앞이란 생각에 또 가슴이 벅차온다. 한명 두명 구간을 통과하는 선수들의 모습에는 피곤이 가득하다. 이내 들어서는 산사나이와 일행. 수박과 음료수만으로 간단히 배를 채우고는 쉬지 않고 바로 진행하겠다는 의지를 보인다. 그들도 두 개밖에 남지 않은 임도를 어서 넘고 싶은 모양이다. 그렇다면 바로 진행. 2009.06.28.AM09:00. K10. 진짜 하나 남았다. 기다리는 지원조들의 입에서도 한숨이 쏟아져 나온다. 그래서일까 이제 그들의 표정이 밝아 보인다. 체크포인트를 돌아 내려오는 산사나이가 보인다. 시원한 수박과 복숭아 통조림 하나만을 간단히 먹고 바로 나설 채비를 한다. 마지막 지원지점에서 만나자는 말을 남기고 유유히 멀어져 간다. 길가에 늘어선 지원조 차량들 조차 가벼워 보인다. 고지가 눈앞이구나. 2009.06.28.AM10:05. K11 율리. 양동을 빠져 나오는 길이 왠지 아쉽다. 새벽에 머물렀던 턱걸이고개를 지나며 보니 아직도 많은 지원조들과 선수들로 북적인다. 회심의 미소를 이럴 때 날리는 게 맞나. 고개를 넘어 한가로운 시골길을 달려 율리로간다. 6번 국도에 오르니 280랠리 안내 플랜카드가 여기저기 눈에 띈다. 자전거 캐리어를 위에 올린 자동차들로 도로가 붐빈다. 와~이제 나도 가는구나. 어제 떠나왔던 그 출발지로. 마을회관 앞에 차를 세우고 조용한 마을을 느낀다. 몇 명의 선수가 마을을 빠져나간다. 새처럼 가벼운 모습이다. 지난 밤 중도포기하고 골인지점에서 기다리고 있던 남부MTB팀의 연락이 온다. 어디즘 진행이 되었냐고. 마지막 체크포인트에서 대기하고 있다하니 반가워하는 음성이다. 2년전과 작년의 기억들이 주마등처럼 스치운다. 내리 꽂는 비를 맞으며 사시나무 떨 듯 떨던 팀원의 모습, 계획대로 되지 않자 단독으로 지원 없이 질주해 버리던 팀원의 모습, 졸음을 쫓으려 기차역사 화장실서 수돗물 펑펑 틀며 머릴 적시던 산사나이의 모습, 체력저하로 포기하며 숙소를 향해 달리던 우리를 속도 모르고 취재하던 야속했던 기자들의 모습.... 그리고, 이번 랠리는 나와 아이들 모습 떠올리며 꼭 완주하겠다던 남편 산사나이의 모습. 논을 빠져나와 마을로 돌아서는 산사나이가 보인다. 환한 얼굴이 너무나 좋아 뵌다. 그리고 잠시 후 도착하는 일행의 모습도 보인다. 이제 골인지점으로 간다. 비상 깜박이를 켜고 그들 뒤를 조용히 따른다. 마지막 언덕에서의 패달질이 가뿐해 보인다. 아마 그들 마음도 그렇게 가뿐했으리라.... 긴 여정은 끝이 났다. 도착지점에 먼저 와있던 남부팀의 환호를 받으며 그렇게 끝이 났다. [집에가자!] 남자들은 [2년만에 완주]를 하고, [힘들어죽겠지만 정말 좋다]는 말을 이렇게 하나보다. 집으로 돌아오는 차안에서 목이 꺽이도록 잠에 취한 남편을 보며 내년은 기록갱신에 도전해보라고 속삭인다. 선수만큼 힘들진 않았지만 그들만큼 훌륭했던 수많은 지원조의 이름 영구결번 0번. 내 남편의 등번호가 된 또 하나의 영구결번 306번. 2009 랠리에서 얻은 수확이다. |
첫댓글 참으로 감격입니다
유사범님 꼭!!! 완주 합시다. 꾸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