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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성소류지에게 산자분수령의 뜻을 물어보다.
▲토성소류지 근처에서 바라본 토함산.
◐ 프롤로그 ◑
오늘 산행의 거부할 수 없는 키워드는 土城소류지.
그리고 오늘 산행의 최고 미션은 토성소류지와 대화하기.
아름다운 연못 풍경이 난해한 숙제를 잔뜩 품고 있습니다.
정독과 속독을 병행하여 연못에 대한 독해력을 키우렵니다.
속독을 통해 연못의 아름다운 풍경을 마음껏 눈요기하고
정독을 통해서 그것의 배설구인 물길의 방향을 읽으렵니다.
연못, 인공수로, 마루금. 도무지 어울리지 않는 조합들입니다.
부조화를 산자분수령의 틀에 맞추려니 마음이 분주해집니다.
◐ 산행 얼개 ◑
☞언제 : 2019년 1월 6일.
☞누구랑 : 대전한겨레 산악회 여러분과 함께.
☞어디 : 사일고개-329봉-토성 못둑-(마석산)-순지마을-193봉
-원고개-감산사입구 (16.3km, 6시간 16분 소요).
▲우리의 건강을 위하여! 산신령님의 건강을 위하여!
▲지난 구간의 행복했던 산행 기억을 호출합니다.
그 기억의 끈을 오늘 산행의 밑천으로 삼아 에너지를 충전합니다.
▲산마루는 우리를 위해 마음을 열어놓고,
새벽의 산뜻한 기운으로 새해 첫 산행을 응원하고 있습니다.
▲달팽이 걸음으로 천천히, 황소 걸음으로 우직하게,
세파에 흔들리지 않고 산을 읽으면서 마루금를 이어갑니다.
▲누가 뭐래도 산은 우리 인생의 5할 이상입니다.
산이 있어서 내가 있고 우리가 있고, 그리고 세월이 있습니다.
▲산자락에 찍힌 死者의 무늬로 인해 시원한 조망이 터집니다.
▲돌아보기. 지난 구간 묵장산 자락이 새해 첫인사를 보내고 있네요.
▲밝아오는 아침을 피해 달아나는 작은 유령처럼
새벽의 어스름과 찬 기운이 조금씩 사라지는 시각입니다.
▲329봉은 겉보기와는 달리, 옹골찬 바위들이 속을 꽉 채우고 있네요.
▲돌아보면, 오른쪽으로 달려가는 마석산 산줄기가 우렁찹니다.
▲거북이 등가죽 같은 바위가 세월을 낚으면서, 마루금 사랑꾼들을 반기고 있습니다.
▲자연이 너무 아름다워, 완성된 문장으로 표현하기엔 벅찰 정도입니다.
▲형용사를 빼버리고 사실만으로 바라보기에도 산은 너무 크게 다가옵니다.
▲242봉 뒤, 저 멀리 토함산이 갑자기 가슴으로 안겨옵니다.
▲호미기맥에 수석 전시장이 열리고 있다는 소식을 접하지 못했는데.
▲새해 첫걸음을 축하하는 세리머니를 329봉이 준비하고 있습니다.
주변 산자락을 빠짐없이 보여줌으로써 자신의 가치를 높이고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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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9봉, 이곳에서 마루금이 혼선을 빚으며 생각에 잠기게 합니다.
갈림길에 서서, 바른 길이 어디일까 생각을 정리해 보고 가겠습니다.
◈ 토성소류지 아래 들녘의 인공수로와 마루금 읽기 ◈
★ 문제 제기
형산강 남쪽과 태화강 북쪽의 울타리인 호미기맥은, 두 강을 구분짓는 분수령입니다.
치술령에서 내려섰다가 토함산으로 솟구치기 전에 마루금은 납작 엎드리는데,
제내리·북토리·냉천리 들판의 물길이 인공적인 토성 연못에 의해 얽혀버렸습니다.
즉, 토성못 물이 형산강과 태화강에 동시에 흘러감으로써 교통대란이 일어난 것입니다.
원동천을 거쳐 형산강 물길도 되고, 동천을 거쳐 태화강 물길도 됩니다.
토성못 물이 줏대없이 양다리를 걸침으로써 죄 없는 마루금이 수난을 겪는 꼴입니다.
★토성 소류지의 특성
평시에는 상류의 물을 소류지에 가두었다가 남쪽(태화강)으로 공급하지만,
장마로 수량이 불어나면 물을 인공수로로 넘겨 북쪽(형산강)으로 보냅니다.
장마 때 물길 방향을 바꾸려고 둑을 더 쌓고 인공수로를 만들었기 때문에
둑 길이가 소류지 전체 둘레의 약75%나 차지하는 특이한 형태의 연못입니다.
지초마을과 신원마을 사이의 입구가 좁은 관계로 홍수가 나면
들판의 물이 빨리 빠지지 않으니, 농토가 물에 잠기는 현상이 일어났다고 합니다.
그래서 인공수로를 만들어, 홍수 때 북토리 쪽으로 물길을 돌리는 지혜를 발휘한 것이죠.
토성못은 평시에는 물을 지초마을로 보내고, 물이 불어나면 북토리로 물을 보냅니다.
즉, 형산강으로 흐르는 인공수로는 비 올 때만 흐르는 乾川인 것입니다.
★여러 견해들의 오류
인공둑과 인공수로가 흩트려 놓은 마루금과 물길을 설명하기 위해
여러 가정과 결론들이 난무합니다.
(주장1). 인공 둑을 제거한 원래의 물줄기와 산줄기(맥)를 복원해서 논의하자.
(주장2). 토성못은 인공물이므로 언제 만들어졌든지 간에 없는 것으로 치자.
(주장3). 인공수로는 비상시 수단이므로 정상적인 물길로 볼 수 없다.
(주장4). 인위적 제방으로 생긴 인공수로에 의해서는 맥이 끊긴다고 할 수 없다.
(범산의 소견).
위 주장들의 가정과 결론들은 역사적 고찰의 대상 그 이상의 의미는 없다고 봅니다.
실제로 옛지형을 복원할 필요성이나 가능성이 없어서, 탁상공론으로 흐를 공산이 크지요.
현재의 인문지리적 환경과 토지경작과는 동떨어진 가정이므로 논의의 실익이 적습니다.
따라서 산경표상의 마루금 논의에서는,
인공물이나 인공수로를 배제하는 思考부터 배제하는 게
논의의 출발선이 되어야 한다고 사료됩니다.
★기존 견해에 따른 구체적인 마루금들.
①사일고개-329봉-366봉-마석산-북토마을-(원동천)-순지마을-136봉.
②사일고개-329봉-143봉-토성못둑-인공술 둑방-순지마을-136봉.
③사일고개-242봉-지초마을-(동천)-순지마을-136봉.
④사일고개-242봉-지초마을-(동천)-신원마을-194봉-136봉.
★기존 견해들의 문제점
①번 견해는, 인공수로인 원동천 상류를 건너게 됩니다.
②번 견해는, 인공구조물(못뚝)과 인공수로가 마루금의 좌표가 될 수 있느냐와,
못뚝 아래의 인공 수문을 어떻게 설명할 것이냐는 문제가 생깁니다.
③번과 ④번 견해는, 북에서 남으로 흐르는 태화강 물길을 건너게 됩니다.
★결론 도출
(1) 물길 가르는 분수령을 설명할 100% 논리 고집한다면,
삼강봉과 호미곶을 연결하는 마루금은 없어집니다. 그래도 좋을까.
토성소류지 물을 설명할 100% 정답이 없다는 사실, 이것부터 인정하자구요.
선답자들의 여러 루트는 방법을 찾기 위한 몸부림이라 이해하고,
최선 아닌 차선책을 택할 수밖에 없다는 현실을 받아들이기로 합시다.
(2)인위적으로 바뀌었다 하더라도 세월이 흘러 현실로 굳어진 지형은
마루금으로 인정하자는 견해(조은산님)가 있습니다. 공감이 가는 탁견이라 봅니다.
(3)고증적·실학적 사고(주기론)의 산물인 산경표 본질에 가까운 사고를 하고 싶습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땅 속 지질을 상정하는 산맥 개념 논리나,
인공지형을 배제하고 눈 앞에 없는 옛날 지형을 상정하는 논리가 뭐가 다른가.
보이지 않는 땅 속 지질이나 없어진 옛날 지형이 아니라,
현실에 영향을 주는 눈 앞의 지형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이는 고또 분지로의 산맥개념에 거부 반응하는, 산경표 신도들의 의식과도 일치합니다.
과거에 존재했던 지형상의 맥에 매몰되어 현실의 지형을 직시하지 못하면,
현재의 문제도 원만히 해결하지 못하고 미래도 희망으로 열어갈 수 없음이라.
과거 기억 속의 지형이 아니라, 살아있는, 지금 눈 앞의 지형이 중요한 게 아닐까.
(4)이런 측면에서 결론을 지어본다면,
물을 건너지 않고 마루금을 이을 수 있는 모범답안은, ②번루트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143봉과 토성못둑을 잇는 마루금(②번 루트)으로 갑니다.
▲누군가를 기다리는 것보다 더 황량한 일은 이 세상에 없다던데,
이 텅빈 길을 걸어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토성소류지를 향해 걸어갑니다.
▲바로 앞의 242봉은 슬쩍 눈팅만 하고,
차라리 그 뒷편의 희미한 토함산에 눈길을 고정시킵니다.
▲산길은 내게 자신을 밟고 지나갈 영광을 주었습니다.
▲밟고 지나갈 탄탄한 마루금이 공장들 사이에 누워 있습니다.
▲마음 속에서 요란한 사이렌이 울립니다.
여기 어드메쯤에서 왼쪽 능선으로 붙어야 하는데....
▲대충 어리짐작을 하고, 방향만 잡고 내려섭니다.
▲산길이 거칠어질수록 우리의 山化도 점점 더 무르익어갑니다.
▲호미기맥 랩소디는
토성못 물길 이야기를 들려주는 마루금의 노래입니다.
▲돌아보기. 329봉에서 갈라져 내려온 길이 지문처럼 그어져 있네요.
▲마루금이 아프면 산사람 마음도 아픕니다.
마루금이 건강해야 우리들 마음도 건강하다는 걸 절실하게 느낍니다.
가시덤불이 우거진 마루금이 낫지 파헤쳐진 산길은 마음을 상하게 합니다.
▲마루금 풍경이 변하고 있는 중입니다.
▲자연은 옷을 모두 벗어버리고 알몸으로 삽질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돌아보기.
▲242봉의 뱃속을 뚫고 나온 신설도로가 멋쩍게 윙크하고 있습니다.
▲신설도로가 꽁무니를 빼면서 달아나고 있습니다.
▲속이 훤히 들여다보일 정도로 투명해진 자연의 속살이 아름답지만은 않네요.
멀리서 자연의 옷을 입은 마석산이 속살 드러낸 공사장을 내려다보고 있습니다.
▲스스로를 한정짓는 것. 그것은 산을 오르는 이가 지녀야 할 덕목.
끊임없이 주기만 하는 산의 기운을 받아 절제된 마음으로 산길을 갑니다.
▲산은 어떤 사실을 받아들이고 부정했다가 큰 긍정으로 가는 길을 일러줍니다.
산이 좋아 들어선 사람에게 거친 산길의 고달픔을 주다가도 결국엔 기쁨을 되돌려줍니다.
▲산길이 골목대장처럼 이리저리 구불거리며 우리를 끌고 가고 있습니다.
▲악착 같고 고단한 세월을 몰아내려고
한 살 더 먹은 육신을 끌고 거친 산길을 걷고 있습니다.
▲지나온 길 돌아보면, 거친 산길 헤쳐온 자신이 대견스럽기도 합니다.
▲오늘 산행의 주제는 아무래도 토성소류지.
마루금 공부의 표본 같은 이 연못에 대한 궁금증과 호기심이 스멀거립니다.
▲산속 공기에는 벌써 봄기운이 스며 있는 듯
찬 기운보다는 따뜻한 기운이 더 크게 다가옵니다.
▲143봉 고스락.
▲나무들 사이로 엿보이는 연못의 수면이 위로를 건네고 있습니다.
▲수수께끼 투성이 토성소류지가 눈 앞에 펼쳐집니다.
연못이 어떤 마법의 힘으로 자석처럼 끌어당기고 있습니다.
▲토성못에 대한 아름다운 추억을 오늘 산행의 전리품으로 챙겨가고 싶습니다.
▲이 덩치 큰 둑이 마루금이 아니라면 오히려 이상하지 않을까.
산경표 신도들은 어찌해서라도 물을 건너고 않고 마루금을 이어가고 싶은 것.
▲이 아담한 연못이 마술을 합니다.
저 물을 태화강으로도 보내고 형산강으로도 보냅니다.
▲저 앞의 마석산이 자신을 밟고 가라고 눈치를 줍니다.
못 이기는 척, 저 산을 올랐다가 와야겠다고 마음에 점 하나를 찍어놓습니다.
▲저 앞의 콘크리트 구조물은 수문시설인것 같은데,
이 뚝방길이 마루금이 되기 위해선 저 구조물 밑 물길이 가장 아킬레스건.
▲왼쪽의 빨간 원안은 연못 물을 북토리 인공수로로 넘기는 시설.
▲연못의 얼음도 마술을 부립니다.
지나온 143봉, 329봉, 묵장산을 거꾸로 세워서 벌을 주고 있습니다.
▲묵장산 클로즈 업.
▲조금은 쌀쌀한 듯 포근한 1월입니다.
토성못의 풍경이 그 1월을 붙잡고 자꾸 발걸음을 멈추게 합니다.
▲못둑을 걷고 있으면
행복감이 마음의 둑을 넘어 왈칵 쏟아져 들어옴을 느끼게 됩니다.
▲호미기맥 마루금은 못둑에서 저 화살표 방향으로 내려서게 됩니다.
▲인근 주민들에겐 단순히 아름다운 산책길에 불과하겠지만
마루금 사랑꾼에게는 호미마루금의 운명을 좌우할 그 이상의 의미가 담겨있음이니.
▲생태공원 안내도는 마루금 이해의 좋은 자료.
▲못둑을 바라보는 시선에 불안의 그림자가 어립니다.
저 뚝방이 우리 산하의 맥을 살리는 생명선이 될 수 있기를.
▲둑의 우측 수로를 주목합니다.
상류 지류에서 모여드는 물을 토성소류지가 감당할 수 없을 때
물길을 돌려 형산강과 소통하는 역할을 하겠지요.
▲산 앞에만 서면,
고장난 시계처럼 정신연령이 열살에서 멈춰서 버린,
어린이의 순수한 마음으로 돌아갑니다. 마냥 즐겁기만 하지요.
▲데크길 아래. 못안의 물을 북토리 인공수로로 넘겨보내는 시설.
▲마루금 나그네가
가던 길 멈추고 GPS에게 길을 묻고 있습니다.
▲절세가인 소나무 한 그루,
주변 풍경을 사정없이 빨아들이며 압도하고 있습니다.
▲각도를 달리해서 감상하니, 또 다른 맛이 있습니다.
표현할 적당한 문장을 찾기가 어렵습니다. 너무 멋져서.
▲부둥켜 안고, 좋아서 어찌할 바를 몰라하는, 사랑의 세레나데.
▲똬리를 틀고 앉아 세월을 잊기에는 더 없이 좋은 곳이네요.
▲사르르 통증이 훑고간 가슴이 먹먹하여,
도저히 마석산을 그냥 지나칠 수는 없었습니다.
▲오늘 마루금 여행에서 마석산은 덤으로 챙기는 선물입니다.
▲마석산에게 건넬 수 있는 가장 좋은 위로는
발치부터 고스락까지 자근자근 밟아주는 것이리라.
▲마석산을 오르면서 돌아보니,
토함산과 삼태지맥이 합심하여 동공지진을 유발하고 있습니다.
▲지맥에도 등급이 있다면,
삼태지맥은 최상급 중에서도 가장 앞자리.
▲오늘 구간은 부담없는 거리인지라,
마석산 오르는 발걸음이 날개를 단듯 홀가분합니다.
▲멋진 바위를 곱다란 시선으로 쓰다듬으면서 오릅니다.
▲현실이라는 멍에에 막혀,
가보고 싶은 산 리스트를 무수히 지우며 살아가는 우리들입니다.
▲산에 기대어 살아가는 우리는,
산에만 들면 하루가 훨씬 짧아지는 느낌이 듭니다.
▲천년을 살 것인 양
풍경을 대하는 마음이 견적없이 즐겁기만 합니다.
▲마석산(멧돌산)의 심장에 해당하는 곳.
▲바위들의 위용이 서사시를 방불케 할 만큼 엄청난 무게감으로 다가옵니다.
▲거대한 바위 아래를 걸어가니 사그락사그락 고소한 소리가 들려옵니다.
▲손가락이 가리키는 저 멀리에 희망봉이 보입니다.
▲저 분은 거울일까. 평온한 얼굴을 보면 우리의 얼굴이 비쳐집니다.
▲(마석산 조망 1).
▲(마석산 조망 2).
▲(마석산 조망 3).
▲(마석산 조망 4).
수수께끼를 품고 있는, 북토리·제내리 들판의 풍경.
▲(마석산 조망 5).
▲(마석산 조망 6).
▲(마석산 조망 7).
▲마석산의 햇살을 바라보다가,
침묵하는 산이 희망으로 물들어 감을 깨달았습니다.
▲부지런한 농사꾼이 들일하듯 마석산의 햇살은 꾸준히 내려앉고 있습니다.
▲희망을 품어본 적이 없다면 이 분들의 얼굴을 기억해 둘 일입니다.
밝은 표정의 얼굴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삶은 충분히 위로를 받을 거니까.
▲전매특허 같은 여유로움이 산을 닮았습니다.
▲산이 되기 전에
먼저 작은 돌이고 싶고, 작은 탑이고 싶습니다.
▲토성소류지로 컴백하다가 세월의 옷을 입고 있는 바위와 마주쳤지요.
▲하산길에 토성못을 내려다보다가 깨달았습니다.
토성연못은 호주머니에 넣고 다닐 수 있는 멀린이라는 걸 말입니다.
▲土城연못.
이름 그대로 흙으로 만들어진 성곽. 마루금으로 영원하라.
▲덤으로 선물 받은 마석산의 산행기억을 짊어지고 마루금 여행을 이어갑니다.
▲어쩐지 조금 허우룩합니다.
인공수로 옆의 인공 둑을 마루금 삼아 걸어가니,
어쩐지 설탕맛이 아닌, 사카린 같은 인공 감미료 맛이 나는 기분.
▲이 길 이 걸음이 내일의 희망으로 향하고 있다는 생각을 합니다.
▲길을 찾아가는 마루금 여행의 마법은 삶의 나침반으로 연결됩니다.
▲마루금을 걷는다는 오직 한가지 마음으로 편한 길을 물리치고 갑니다.
▲잡풀 무성한 이 둑방은, 마루금의 뒤안길이 아니라 떳떳한 마루금입니다.
▲돌아보기.
잡풀투성이 마루금이 훈장처럼 엉겨있고,
마석산은 멀찌감치 딴청을 부리고 있습니다.
▲마루금 같지 않은 들판을 걸어가노라니, 바람이 얼굴을 할퀴고 지나갑니다.
▲토함산, 세 음절이 주는 느낌은 절절하게 와 닿는데,
곰곰 생각해 보니 그 절절함은 그리움과 선이 닿아있습니다.
▲옅어진 미세먼지의 그물을 뚫고, 오후의 햇살이 눈꽃처럼 내려앉고 있습니다.
▲뒤안길에는 그게 인생이든 건물이든, 정리되지 않은 그림자가 쌓여 있습니다.
▲수확철이 아니었길래 망정이지,
오얏나무 아래서 갓끈 고쳐쓰는 격이 될 뻔했습니다.
▲생각없이 산행하는 건 시체처럼 사는 것과 같지요.
심장이 자신에게 이야기합니다. 시체처럼 사느니 차라리 죽는 게 나아.
▲산길이 아닌 마을길을 걷고 있는데도, 엔돌핀이 범람하고 있습니다.
▲거리를 두고 떨어져서 보니, 가까이서 볼 때의 마석산과 사뭇 느낌이 다릅니다.
▲우리 산하 마루금의 남은 페이지를 계속 써 나가고 싶습니다.
▲마루금은 산에 영혼을 의탁하는 산사람들의 신전이나 마찬가지.
▲산행의 좋은 점 중 하나는 검증받을 필요도 , 인증할 필요도 없다는 거.
▲논두렁이지만 엄연한 마루금을 걸어갑니다.
우리와 어깨 높이를 맞추어주려고 산이 몸을 움츠린 것 같습니다.
▲한 겨울에 녹색의 향연이 펼쳐지고 있는 청보리밭.
겨울의 무게에 눌려서 넋을 잃고 걷고 있었는데,
뜻밖의 초록색감에 마음이 심쿵하고 센티해졌지요.
▲녹색 잔치마당에 외로운 섬 하나 떠 있었고.
▲죽은 자들의 마실 사이를 구경하듯 가볍게 스쳐갑니다.
▲그냥 그 자리에 늘 서 있는 나무들이 왼쪽으로 가라고 안내를 합니다.
▲사위가 터지는 조망처에 서면,
머릿속에 LED 조명등이 켜지는 듯 마음이 환해집니다.
▲마루금 여행에는 마침표가 아니라 쉼표만이 필요할 뿐입니다.
▲다음 구간의 삼태지맥 분기점 방향 마루금을 어림해 봅니다.
▲사랑병이 도져 마루금에 꽂힌 우리들,
모두 중증임에도 전혀 걱정 안하며 살아갑니다.
▲우렁우렁 뻗어나가고 있는 삼태지맥이 사람 마음을 사로잡네요.
▲경주는 유적지만 많은 것이 아니라 멋진 산도 의외로 많네요.
▲너무 바빠 술 취할 시간이 없다는 친구가 있습니다.
하지만 산에 취할 시간은 있다고 하니 참 다행한 일입니다.
▲나무가 센스가 있습니다.
토함산을 가리지 않고 멋진 조망을 선사해주니 말입니다.
▲이제는 긴장의 끈을 조금 늦추어도 될 타이밍입니다.
▲마루금에 뚱딴지같이 철로라니. 어느 별에서 떨어져 나온 풍경일까.
▲원고개.
▲마루금을 여행하면서,
높음의 산과 낮음의 물길이 조화를 이뤄 뭇 생명을 살리는 이치를 배웁니다.
▲일상 속에서 산을 품고 살아가는 법, 이는 마루금 여행이 가르쳐준 선물입니다.
▲산에만 서면 무한히 번식하는 즐거움이라는 감정은 현실을 지탱하는 버팀목이 됩니다.
▲바닥으로 떨어진, 또는 떨어질 뻔한 인생들이
다시 일어서는 상설무대가 산이었으면 좋겠습니다.
▲눈 앞에 쫙 펼쳐진 토함산은 말이 없습니다.
마치 "여기 왜 왔는지 곰곰 생각해봐" 하고 질문을 던지듯이.
▲마루금 여행길 내내 당신을 그립니다.
바로 옆에 있으면서도 내 눈이 멀어 보지 못하는 당신.
알고 보니 당신은 내 안에서 자라고 있는 야무진 꿈이었습니다.
▲마루금을 걸어가는 산사람의 뒷모습이 그대로 우리를 비추는 거울입니다.
▲청하지 않아도 바람은 불어옵니다.
늦은 오후, 오라는 이 없어도 마음을 풀어놀기 위해 산에 들어섭니다.
▲담벼락에 멋진 벽화가 그려져 있습니다. 화가는 담쟁이 넝쿨.
▲우물 속을 들여다보듯 한참 산자락을 올려다봅니다.
저 산속에 뭐가 있길래 그리 기를 쓰고 오르내리는지 원.
▲다시 찾아올 핑계거리를 마련하고자 저 화살표를 꽂아둡니다.
♣♧♣♧♣ ♣♧♣♧♣ ♣♧♣♧♣ ♣♧♣♧♣ ♣♧♣♧♣
◐ 에필로그 ◑
우주와 인간의 상호관계를 설명하는 동양철학이 있습니다.
理氣論은 명분과 실리의 우선순위를 두고 갑론을박하는데
'理'는 명분과 형이상학, '氣'는 물질과 경험론을 중시합니다.
자연을 인문지리적 관점에서 통찰한, 산경표의 기본원리는
고증적 실학사상의 집대성으로, 氣論에 가깝게 선을 댑니다.
이념보다 실용을, 과거보다는 현재 실상을 중시하고 있습니다.
물을 건너지 않는다는, 山自分水嶺을 깨지 않는 게 핵심.
이 대전제가 훼손되면 마루금 잇기의 의미도 사라집니다.
인공물이든 자연지형이든, 山自分水嶺이 지형 해독의 기본.
‘인공물은 마루금이 아니다’라는, 옛 지형 회고개념을 접고
‘물을 건너지 않는다’는 대전제를 최우선 가치로 앞세운다면
토성소류지의 뚝방도 엄연한 현실의 마루금인 게 분명합니다.
위기의 마루금을 춤추듯이 걸어가는 그림이 살맛을 돋웁니다.
첫댓글 추운날씨 산행하시랴 사진박으시랴 수고하셨습니다~
지나온길 다시보니 새로운 기분이내요~
감사합니다~
덕천기연 뒷편 숲속에서 발견한 안내리본이 큰 힘이 되었습니다.
마루금의 정석을 고집하시는 산우님들 덕분에 산악문화가 꽃피게 됨을 잘 압니다.
새해에는 더욱 강건한 몸으로 즐겁게 산행할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감사합니다.
꼼꼼한산행기 설명까지 곁들인 멋진 사진들과 산행기 잘봤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새해 첫산행을 함께 하는 영광을 누리게 되어 감사드립니다.
산이 공통분모여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릅니다.
새해에도 산을 이음줄로 삼아 같이하는 삶이 계속 되기를 고대합니다. 감사합니다.
범산오빠~ 매직 콤파스 갖고 계신거 맞죠? ㅎㅎ 특별한 혜안으로 마루금 이끌어주시니 저같은 문외한도 정독하며 조금씩 깨우치게 되네요~감사드려요~ !
세월따라 지형도, 마루금도 변할지라도 산자분수령의 뜻을 심지에 두고 ,걸어가려는 그 뜻만으로도 충만함이 느껴지는 산행이었어요.
모두 고맙습니당💙
같은 공간에서 땀 흘린다는 사실만으로도 특별함이 느껴집니다.
산이라는 놀이터에서 같이 숨쉰다는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생겨납니다.
새해에도 '쭈욱'이라는 단어에 포인트를 두고 즐겁게 산행하기를 바랍니다.
하찮은 산행글에 정성껏 선플을 달아주어 큰 힘이 됩니다. 감사한 마음 가득합니다.
이번구간은 후답자에게 호미지맥의 논란을실하게 식시켰네요...역시 대단합니다.
329봉에서 토성못으로 향하던 거칠었던 마루금이 떠오릅니다.
함께 가시덤불을 뚫고 나가는 재미가 찰방찰방 넘쳐났었지요.
새해에는 그 소박한 재미가 큰 행운으로 변신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올 한 해 큰 복이 넝쿨째 굴러오기를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선조들은 토성 툭방 만들때 잼있는 기맥
퍼즐게임을 감춰났군요
한마음으로 퍼즐을 풀다 보니 하루가 후딱 지나갔더랬습니다.
항상 빙그레 웃음으로 마음을 전하는 벗님의 인사법이 너무 좋습니다.
엽전 같은 떡국을 한 그릇 더 먹은 김에
새해에는 엽전 닮은 재복이 파도처럼 밀려왔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