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급 공무원인 L씨는 토지 투자로만 10년 만에 10억원 이상의 수익을 올린 베테랑이다. 9급으로 공직생활을 시작해 15년 만에 7급으로 승진, 현재는 모 시청 산업국에서 소비자보호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가난한 농촌 출신으로 무일푼이나 다름없이 시작한 공무원 생활에 전기를 마련한 것은 1994년 6월. 당시 주택 200만가구 공급계획의 일환으로 개발되던 산본 신도시 내 단독택지 한 필지를 분양 받은 것이 토지 투자에 나서게 된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
L씨의 전략은 ‘이일대로(以逸待勞)’. 손자병법 중 하나로 스스로는 푹 쉬어 편안한 상태로 멀리서 온 고단한 적을 기다린다는 뜻이다. 당시 토지공사와 주택공사는 부동산 경기침체 여파로 택지 매각이 저조해지자 분양가 할인, 할부조건 개선 등 다양한 판촉전에 나서기 시작했다. 일시불일 때는 땅값의 최고 38%까지 할인 혜택을 주었다.
L씨의 이일대로(以逸待勞) 전략이란 조용히 앉아 싼값으로 원하는 땅을 구입할 수 있는 기회를 기다리는 것. 당시 산본 신도시의 단독택지 평당 분양가는 149만~182만원 선으로 분당 195만~248만원보다 저렴한 편이었다. 그런데도 택지 분양이 저조하자 토공은 미분양 토지에 대해 무이자 할부판매에 나서기 시작했다.
L씨는 산본의 단독택지 분양이 가장 저조할 때인 지난 1994년 6월 계약을 체결했기 때문에 좋은 위치의 56평짜리 일반주거지를 평당 150만원에 경쟁 없이 잡을 수 있었다. 5년 분할 무이자 할부 매입이었다. 월 불입액 140만원은 적금 든 셈치고 맞벌이하는 부인의 수입으로 충당했다. 몇 년 후 수도권 택지개발지구 단독주택지 붐이 일면서 이 땅은 평당 450만원을 호가하기 시작했다. 마침 점포 겸용 다세대주택용지를 찾는 사업자가 나타나자 평당 440만원에 매각했다.
L씨가 다음으로 관심을 기울이고 있던 땅은 파주 통일동산 내 단독택지. 마찬가지로 토지가격을 파격적인 조건으로 분할 납부할 수 있기 때문에 목돈이 없어도 매입이 가능했다. 1998년에 평당 가격이 일산신도시 단독택지 분양가(150만~200만원)의 절반수준에도 못 미치는 60만원에 64평을 매입했다. 이 땅은 LCD공장·영어마을 등 개발재료가 잇따르면서 현재는 평당 450만원을 호가하고 있다.
이처럼 L씨가 토지 투자에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오랜 공직생활로 국가 정책 결정 및 집행의 생리에 대해 훤하게 꿰뚫고 있었기 때문이다. 토공의 특성상 미분양이 발생하면 미 매각 토지 물량을 줄이기 위해 분양가격을 낮추거나 할부조건을 개선하는 등 각종 판촉 작전을 펼칠 수밖에 없다는 점을 미리 간파했던 것이다.
물론 L씨가 연전연승한 것만은 아니다. 김포 신도시 건설재료를 선점하고 과감하게 투자했다가 신도시 예정지 면적이 줄어들면서 계약금 3000만원을 날린 적도 있다. 종전의 보수적인 이일대로(以逸待勞) 전략을 포기하고 욕심을 내 공격적으로 투자했다가 입은 손실이었다. 그래서 L씨는 최근에는 다시 안정적인 투자 전략으로 일관하고 있다.
특히 안전하고, 값싸고, 가격 상승폭이 크다는 장점이 있는 공기업의 분양 토지가 L씨의 주된 공략 대상이 되고 있다. 결국 L씨는 조용히 인내하고 기다렸다가 상대방이 스스로 손을 들고나올 때를 노려 일시에 공격하는 손자병법의 전략을 적절하게 구사해 성공한 사례다.
김영태
중앙일보 조인스랜드 기자
1993년 광운대 국문과 졸업/ 1998년 월간 전원주택 라이프 편집장/ 2003년 토지개발 전문업체 (주)JMK플래닝 개발사업부 팀장/ 전 광개토개발 대표/ 현 중앙일보 조인스랜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