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라인강 로렐라이 언덕의 전설과 노래로 널리 알려진 그리스 신화의 요정 사이렌(새의 몸체에 여자의 머리를 가진 바다의 요정)은 최근 스타벅스 로고로 더욱 유명해졌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스타벅스는 왜 사이렌을 로고로 차용했을까? 무척 궁금해 합니다. 아름답고 고혹적인 노랫소리로 지나가는 배의 선원들의 넋을 사로잡아 죽음에 이르게 한다는 마법의 요정으로 알려진 사이렌(Siren), 아마도 그 앞을 지나가는 사람들을 홀려서 스타벅스에 안 들어올 수 없도록 하겠다는 뜻일 겁니다. 경보를 뜻하는 사이렌이 여기서 유래하였다니 흥미로우면서도 의아스러운 점이 있습니다. 사이렌하면 재난을 알리는 경보음이나 고막을 고통스럽게 자극하는 응급환자 후송차량 등을 가장 먼저 떠올리게 되는데 이런 경보음이 원형 사이렌의 매혹적인 노랫소리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나의 일을 멈추게 할 만큼 내 삶에 장애를 일으키고 온 마음을 집중하게 하는 마력적인 기능이 곧 이 둘의 공통점이 아닌가 싶습니다.
호메로스의 장편 서사시 '오디세이아'에 보면 마법사 키르케는 귀향 길을 서두르는 오디세우스에게 이렇게 충고합니다. "당신은 사이렌(인어)이 사는 섬을 피해갈 수 없어요. 그들의 노래를 듣는 사람들은 누구나 넋을 빼앗기게 되죠. 사이렌 자매는 풀밭에 앉아 달콤한 목소리로 당신을 부르지만 그 풀밭 기슭은 온통 죽음의 그림자로 뒤덮인 채 시신들의 뼈와 살로 썩어가고 있답니다. 멈추지 말고 섬을 지나쳐야 해요. 밀랍을 이겨서 뱃사람들의 귀를 단단히 틀어막으세요. 아무도 그 노래를 듣지 못하도록 말입니다. 하지만 진정 당신이 노래를 듣기를 원하다면 먼저 몸을 돛대에 단단히 붙들어 매야 합니다." 키르케의 경고대로 오디세우스의 배가 사이렌의 섬 근처를 지날 때 넋을 빼앗을 만큼 아름다운 노래가 들려왔습니다. 부드럽게 철썩이는 파도처럼 감미롭고 투명한 목소리, 그토록 사람의 영혼을 깊숙이 빨아들이는 신비한 목소리를 오디세우스는 결코 들은 적이 없었습니다. 노래에 홀린 오디세우스는 선원들에게 자신을 묶은 밧줄을 풀라고 명령했지만 부하들은 처음 지시대로 그를 더욱 강하게 묶어 오디세우스는 죽음의 위험에서 간신히 벗어날 수 있었다. 하나님의 가나안 복지에 이르려면 사이렌의 매혹적인 유혹의 노랫소리를 능가하는 나팔소리를 들어야 합니다. 죽은 자도 깨우시는 하나님의 나팔소리를 들어야 살 수 있습니다.(살전 4:16~17) 사망의 세상 노랫소리가 더욱 매력적이고 감미로울수록 오디세이아처럼 나를 주님의 십자가에 더욱 단단히 묶고 사이렌을 압도하고 나를 집중케 하는 하나님의 은 나팔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