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6.11.29 오전 08:00최종수정 2016.11.29 오전 08:02기사원문
(서울=연합뉴스) 한혜원 기자·조민아 인턴기자 = 최근 미국 뉴욕타임스가 한국의 고등학생 테니스 선수 이야기를 대서특필했습니다. 청각장애 3급의 이덕희(마포고·18) 선수가 그 주인공. 처음에는 주변 사람들조차 그의 선수 생활에 회의적이었지만, 이덕희 선수는 보란 듯이 세계적인 테니스 유망주로 성장했습니다.
<<시각장애인 음성정보 지원을 위한 텍스트입니다>>
'소리는 그에게 장애물이 아니다' 세계가 집중하는 이덕희 선수
"청각장애를 가진 이 선수에게 소리는 더 이상 장애물이 아니다(For Deaf Tennis player, Sound is no barrier)" 최근 미국 뉴욕타임스가 한국의 고등학생 테니스 선수 이야기를 대서특필했습니다.
유망주 이덕희(마포고·18) 선수가 그 주인공. 이 선수는 두 살 때 청각장애 3급 판정을 받았습니다. 이덕희 선수의 남자프로테니스(ATP) 랭킹은 143위. 그와 같은 1998년생 가운데 순위가 더 높은 선수는 109위인 프란체스 티아포(미국)가 유일합니다.
"청각장애를 가진 선수 중 그 누구도 이 정도의 실력을 갖췄던 이는 없다" -뉴욕타임스
지난달 충남 아산에서 열린 제97회 전국체육대회에 출전한 이덕희를 취재하고자 뉴욕타임스 기자가 직접 한국을 찾아왔습니다.
이 선수는 일곱 살 때 사촌 형을 따라 테니스장에서 처음 라켓을 잡았습니다. 그는 "'나라고 못 칠 것 있나?' 라는 생각이 들어 라켓을 들고 스윙을 시도했는데 너무 재미있었다"며 당시를 회상했습니다.
테니스는 서브와 그라운드 스트로크가 이뤄지는 찰나에 빠르게 반응해야 합니다. 이때 공이 상대의 라켓이나 바닥에 부딪히는 소리를 듣는 것이 큰 도움이 되죠. (그라운드 스트로크: 공이 땅에 닿고 튀어 오른 뒤에 치는 것)
청력 장애를 가진 선수는 이 소리를 못 듣기에 상대의 몸짓과 날아오는 공 자체에 집중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정상 청력의 선수들보다 크게 불리한 셈이죠. "공이 날아오는 소리를 통해 스피드와 회전 등을 알고 반응할 수 있다. 소리를 들을 수 없다면 매우 절망적일 것이다."(테니스 선수 마티나 나브라틸로바)
처음엔 주변 사람들도 그의 선수생활에 회의적이었습니다. 어머니 박미자씨에 따르면 사람들은 공의 속도에 이 씨가 반응할 수 없을 것이라며 전문 선수가 되기 힘들 거라고 말했습니다.
현실적인 한계도 많았습니다. 경기 중 심판들이 하는 말도, 점수를 세는 것도 들을 수 없었습니다. 코치 선생님의 설명도 들을 수 없어 배우는 속도도 또래에 비해 느렸죠.
하지만 그는 4년여 만에 전국 또래 중에서 최강자로 떠올랐습니다. 타고난 운동신경에 더해진 꾸준한 연습 덕분이죠. 뉴욕타임스 역시 '그가 또래들 사이에서는 세계 랭킹 4위일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청각 장애라는 불리한 조건이 내게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장애를 단점으로 여기지 않는 긍정적인 성격도 한몫했습니다. 침묵 속에서 공에만 집중할 수 있다는 점은 오히려 그의 강점이 됐습니다.
최근 이 선수는 승승장구하고 있습니다. 올해 국제테니스연맹(ITF) 퓨처스 대회에서 2번이나 우승을 거머쥐었고, 지난달에는 중국 가오슝에서 열린 챌린저대회에서 준우승을 했습니다.
세계 랭킹 1위가 최종 목표인 이덕희 선수는 먼저 한국 최고의 선수가 되고 싶다고 합니다. 우리는 이제 그의 꿈을 응원해주기만 하면 됩니다. 그에게 소리는 더 이상 장애물이 아니기 때문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