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느리에게 쓰는 편지
수정아.
결혼 35주년과 어버이날을 맞이하여 네가 손수 만들어 보내준 두 송이 카네이션 잘 받았다.
그리고 손 글씨로 2장반이나 예쁘게 쓴 너의 편지에서 ‘아직 한 번도 빨지 않아 새 옷’ 이라는 뜻의 ‘진솔’을 느낄 수 있었다.
그중에 ‘과일 까기’ 내용을 참 재미있게 읽었다.
눈 영양제도 잘 받았고 먹는 방법과 잘 보이는 곳에 두고 잊지 않고 먹을 수 있다고 일일이 챙겨주고
잘 드셨는지 한 달 반 후에 확인하겠다는 부분에서는 무뚝뚝한 아들만 키우다가 세심한 딸을 둔 것 같다며
감동의 물결이 출렁였단다.
그런데 읽다보니 과일 까기로 우리가 널 시험한 것은 아닌데 과일을 바꿔가며 얼마나 잘하는지 시험 한 것 같이 되었다며 한참이나 웃었다.
처음 방문하는 시월드에 한라 봉이 있다는 말을 듣고 온 터라 핸드폰 검색으로 한라 봉을 손톱으로 깐다고 배워 왔는데
맘먹은 데로 되지 않았다고 했지?
그래, 인생은 꼭 배운 그대로 되는 것은 아니다. 꼭 변수란 것이 있거든.^^
두 번째 방문에선 한라 봉을 까는데 실수한 것처럼 하지 말아야지 했는데 이번엔 한라 봉이 아니라 오렌지가 있었지? ㅠㅠ
오렌지는 까 본지 오랜지^^
아니면 먹기만 해보고 접대용으로 까는 법을 몰랐는데 어머니가 수정이 에게 칼을 넘겨주자 처음 한라 봉 까던 때보다
더 어려운 시련이 왔더구나.^^
오렌지는 깎는 것이 아닌데 우리가 마치 수정이가 얼마나 잘하는지 시험하려고 과일을 바꾼 것처럼 되어 버렸네?
그건 아니거든~ 이번 오렌지도 저번처럼 그냥 집에 있던 거였다.
이처럼 세상은 바둑의 오묘한 수처럼 마음먹은 대로, 연습한대로, 되는 것이 아니라는 작은 진리를 깨닫는
‘과일 까기 전쟁’이었지?
하지만 수정이가 그런 일상의 소소한 것을 솔직하게 대화를 나누듯이 친근하게 다가온 것이 더욱 맘에 들었단다.
그리고 끝으로 ‘어머님 같은 엄마가 되기로 노력 하겠다‘는 다짐의 한마디가 먼 날 너희 미래를 미리 본 것처럼
흐뭇한 미소가 흘렀다.
나는 행복하여 장난스럽게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수정이가 다음번에 올 때 오렌지 까는 방법을 완전히 마스트 해오면 어떡하지?”
착한 너희 어머니는 국어 교과서처럼 말했지.
“그럼 좋지~”
“아냐 우리가 수정해서 수박을 사는 거야 하하하....그리고 당신이 무척 잘하는 모양 좋고 먹기 좋게 써는
‘깍둑썰기’를 한수를 가르쳐줘~하하하.....”
국어 선생님은 또 말했다.
“그럼 되겠네~”
“아냐 그럼 그것도 마스트해서 오면 어떡하지? 아 있다 있어 비장의 과일.”
“뭔데?”
“저번에 와서 영기가 수정이는 애플도 잘 깎는다고 했는데 별로 였잖아~하하하 그럼 이번엔 애플 중에 애플,
그 무시무시한.파인애플 까기를 시켜봐~하하하하”
이렇게 웃으며 이야기했는데 미래에 벌어질 과일 정보가 다 새버렸네?
아무튼 뭐든지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 우리는 수정이를 영양제 먹고 더욱 건강해진 눈으로 바라 볼 터이니
새로운 경험을 즐겁게 해 보기를 바란다.
우리 그렇게 서로에게 즐거움과 행복을 선사하는 ‘아름다운 가족사’를 함께 만들어 가자.
일요일은 결혼기념일.
결혼기념일이라고 너희가‘영화한편 보라, 팝콘도 사먹어라, 콜라도 먹어야 제 맛이다’ 는 말에
조금 일찍 일을 마치고 극장에 갔다.
아들이 추천한 ‘아이언 맨 3’을 볼까 ‘전국 노래자랑’을 볼까 망설이다 극장 직원의 추천에 힘입고
너희가 실용음악 학원을 하니 노래자랑을 선택했다.
그런데 극장 안은 부모님 모시고 온 고딩 정도 아이와 달랑 5명뿐이었다.
“헐!”
보면서 할아버지와 손녀가 이별을 앞두고 나누는 대화에서 네 어머니는 눈물도 찔끔하고
덕분에 우리는 팝콘 봉투에 손을 넣으며 은근 슬쩍 잡는 연인 흉내도 내 보았다.
늦은 밤 집에 와서 잠도 오지 않고 처녀 총각 연애 시절에 보았던‘드라큐라’영화가 생각났다.
그 영화를 보고 네 어머니는 혼자는 화장실에도 못가는 병이 생겨 신혼 초 화장실마중 다녔던 생각도 났다.
이후 영기 유치원 다닐 때 ‘나타샤’를 보았고, 세월 조금 지나‘라스트 콘서트’를 보았다.
하버드 법대생과 가난한 여성의 애잔한 사랑이야기.
“사랑이란 미안하다는 말을 하지 않는 거야”라는 말을 배워 한참이나 써 먹었던 대사가 생각났는데
그게 러브 스토리에서 들은 대사인지 여기서 들은 것인지 가물가물하다.
어쨌든 슬럼프에 빠진 피아니스트가 마지막 연주를 하고 객석에서 불치병에 걸린 여인은 휠체어에 앉자 그 곡을 들으며
죽어가는 슬픈 사랑의 이야기가 눈시울이 뜨겁게 다가왔다.
또‘닥터 지바고’를 보았는데 언제 어디서 어떻게 보았는지 생각은 잘 안 나지만
러시아의 설원, 부인을 두고 전장에 나갔던 지바고가 간호사 라라를 만나 사랑에 빠진 것은 분명 불륜인데
그런데 그 사랑이 왜 아름다웠지? 라고 고개를 갸우뚱하며 보았던 기억이 난다.
이처럼 사는 것이 바빠 본 영화의 기억도 희미해지고 이후로 부귀영화(?)를 쫓아가다 보니 영화를 볼 시간이 없었다.
나는 텔레비전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다큐’나 ‘동물의 왕국’ 등은 ‘실화’라서 좋아하고 영화는 작가가
어떤 목적을 위해 쓴 ‘허구’라는 것이 먼저 마음에 다가와 안 보게 되었단다.
또 장시간 앉아 보기가 지루해 싫어했고.
직업상 일을 마치고 짬이 나면 건강을 위해 뛰어야하는 농구와 20년째 열애에 빠져 더욱 그러했다.
수정이가 ‘다음번에는 광주에 가서 이미지 변신을 해야겠다.’ 했으니 과일 깎기 솜씨를 부담 없게 조금만 기대할게?
그리고 인증 샷 고맙고 아주 예뻤다.^^
사업도 번창하고 오늘도 주안에서 승리하는 하루가 되길 기도하며.......
첫댓글 다음에 광주갈때는 과일깎기를 연마해가겠습니다!! 화이팅~!!!
어떤 사람이 원수를 갚으려고 산속에서 수십년 무예를 연마하고 하산을 해서 원수와 외나무다리서 만났단다.
"이얍 내 칼을 받아라~" 하고 몸을 날렸는데 죽었단다.
"빵~"그때 신 무기 총이 나왔거든 ㅋㅋㅋ
파인애플보다 더 깎기 어려운 신 과일 없을까 고민을 해 봐야겠는데 없으면
'차이코프스키' 한테 부탁해서 '호두까기ㅇㅇ'이라도ㅋㅎㅎ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