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초기 자본주의에서의 ‘투자’란 다음과 같은 식이었다. 예컨대 어떤 사업가가 자동차 공장을 하나 짓고 싶은데, 자기가 가진 돈이 모자랄 경우 은행을 비롯하여 돈을 빌려줄 투자자를 모집한다. 그렇게 해서 자금이 모이면 공장을 지을 수 있게 되고, 노동자를 고용하여 자동차를 생산해서 판매한 후 충분한 수익이 생기면 처음에 투자받은 돈에 얼마간의 이자를 붙여서 투자자에게 반환하는 것이다. 이럴 경우, 투자자도 이익을 보고, 공장을 지은 사업가도 이익을 볼 것이다. 또한 결정적으로 중요한 것은 그 공장에 취직한 노동자들 또한 임금을 받게 되므로 이익을 본다는 것이다. 바로 이것이 자본주의가 발전하고, 공산주의를 물리칠 수 있었던 배경이다. 하지만 사업가 입장에서는 이런 식으로 일일이 투자자를 만나고 다니면서 사업자금을 끌어 모은다는 건 비효율적이다. 원하는 만큼의 투자액을 모으기까지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리기 때문이다. 투자자 입장에서도 이런 식의 투자는 손해가 컸다. 공장이 지어져서 상품이 판매되고, 그래서 이자가 붙은 투자액이 되돌아오기까지 시간이 너무 많이 걸려서 불만일 수밖에 없었다. 기업가들은 좀 더 빨리 투자액을 모을 수 있기를 바랐고, 투자자들은 좀 더 쉽게 돈을 벌 수 있기를 바랐다. 그래서 등장한 게 주식시장이다. 이제 기업은 주식을 발행함으로써 편하게 앉아서 보다 쉽게 사업자금을 끌어 모을 수 있게 되었고, 투자자들도 주식을 샀다가 주식값이 올랐을 때 아무 때고 되팔면 이득을 볼 수 있는 시대로 접어든 것이다. 하지만 이런 투기성 사업에는 늘 위험이 따르는 법! 1929년 세계 대공황에서 보듯이, 이 주식이란 것은 언제든지 휴지조각으로 변할 수 있는 ‘빚의 시한폭탄’인 것이다.
간단히 말해 ‘이 폭탄 값이 조금이라도 오르면 그때 팔면 되는 거야. 설마 내가 갖고 있는 동안에는 안 터지겠지.’하는 생각으로 사람들은 주식을 사는 것이다. 경기가 좋을 때야 상관이 없겠지만 국가 경제 전체가 흔들리거나 주식을 발행한 그 기업의 가치가 폭락하여 더 이상 아무도 그 폭탄을 사려 하지 않을 경우엔 그 주식은 고스란히 휴지조각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정보혁명 얘기를 하다가 뜬금없이 주식 얘기로 넘어와서 의아할 텐데, 이제 정리를 하겠다.^^ 인터넷이 발달하기 이전에는 모든 나라의 주식은 그 나라 안에서 자국민들에 의해서만 거래가 되었다. 쉽게 말해, 그 나라 국민들만이 기업의 주인이 될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 금융시장을 개방한 모든 나라의 기업들은 국적에 상관없이 가장 많은 주식을 보유한 투자자의 것이다. 최대 주주가 된 해외 투기세력에게는 애국심을 기대할 수 없다. 그들의 유일한 관심은 조금이라도 싸게 주식을 사서 조금이라도 비싼 값에 되파는 것이다. 주식값이 오르는 순간 그들은 언제라도 그 주식들을 몽땅 팔아치우고 우리나라를 뜨는 것이다. 이런 식의 순식간에 치고 빠지는 거대 투기 세력이 집단으로 달려들 경우, 기업은 물론이고 경제규모가 작은 국가는 국가 전체가 통째로 흔들리게 된다. 게다가 이런 사악한 주주들이 기업의 경영권마저 좌지우지하는 경우도 빈번하다. 예컨대 그들이 직원 수를 줄이라고 하면 줄여야 된다. 말을 안 들으면 현재의 사장을 내쫓고 자기들 마음대로 새로운 CEO를 앉히겠다는데 말을 안 들을 재간이 있겠나? 이런 식으로 기업이 국가가 아닌 오로지 주주들의 이익에만 봉사하는 썩어빠진 자본주의 시대가 막을 열게 된 것이다.
노동자들의 임금이 올라가면 제품값이 올라가게 되므로 기업의 경쟁력이 떨어지면서 주가도 떨어진다. 당연히 주주들은 노동자들의 임금 인상을 반대하게 되고, 정규직보다는 비정규직을 고용할 것을 경영진에 주문하게 된다. 자, 그렇다면 노동자들은 당하고만 있어야 하는가?
방법이 없는 건 아니다. 노조를 결성해서 회사측의 부당한 대우에 항의하고 개선될 때까지 파업을 결의하면 된다. 한두 명이 파업하면 회사는 그 사람들만 해고하면 그만이겠지만, 노동자들 전체가 파업하면 회사는 쉽게 해고할 수가 없다. 왜냐하면 완전히 새로운 노동자들을 뽑아서 다시 숙련된 기술자가 될 때까지 교육하는 비용보다는, 기존 노동자들의 임금을 적당히 올려주는 편이 더 싸게 먹히기 때문이다. 거기에 스웨덴처럼 정부가 노동자들 편을 들어주는 사회라면 해고도 마음대로 못한다는 문제(?)도 생긴다. 아무튼, 노동자들이 파업을 해서 제품이 생산되지 않으면 회사는 수익이 생기질 않는다. 당연히 회사의 주가는 폭락할 것이므로 주주들에게도 비상이 걸리게 되고 노동자들의 요구에 귀 기울이면서 적정선에서 타협점을 찾게 된다. 이게 세계화 이전의 자본주의 사회에서 주식시장경제가 유지되는 원리였다. 그런데 이 중요한 균형추 역할을 하던 원리가 세계화로 인해 깨져 버렸다!
자본의 세계화는 또한 공장마저도 전 세계 어디든 자유롭게 옮겨갈 수 있게 만들어 버린 것이다! 경제 성장을 꾀하는 여러 개발도상국들이 “제발 우리나라에 와서 공장을 지어 주시오! 공장부지도 무료로 주고, 도로도 놔 주겠소. 아니지, 우리가 공장까지 지어주겠소. 그러니 당신들은 공장을 운영할 돈만 갖고 오면 되는 거요. 지금 당신네 나라 노동자들 임금의 10분의 1만 주면 우리 노동자들은 대만족이오. 그러니 어서 이리로 옮겨 오시오!”하면서 전 세계 기업들을 향해 열띤 구애를 시작한 것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니 노조의 파업은 전혀 먹히질 않는다. 임금 인상을 요구하며 파업을 하면 당장 회사로부터 돌아오는 대답은 이런 식이다. “미안하지만 당신들이 이렇게 나온다면 우리는 공장을 B 나라로 옮길 수밖에. 사실 당신들이 지금 받고 있는 임금도 C 나라의 아무개 기업보다 훨씬 많다는 걸 아시오? 5% 임금 삭감을 단행할 테니 그리 아시오. 그리고 앞으로는 주말에도 수당 없이 잔업을 5시간씩 더 해야 되니까 그것도 그리 아시오!”
바로 이런 상황이 벌어지면서 가장 먼저 경제가 파탄 난 나라 중 하나가 미국이었다(그들은 이미 1980년대부터 이런 상황을 겪었다). 그래서 지금 트럼프가 화가 잔뜩 나서 지난 수십 년간 해외로 빠져 나간 미국 기업들에게 다시 미국으로 공장을 되가져오지 않으면 앞으로는 미국 시장에서 물건을 팔지 못하게 하겠다고 협박을 하고 있는 것이다(미국 경제를 살리기 위해선 이 방법밖에 없지 않겠나? 트럼프를 욕할 일이 아닌 것이다. 우리는 트럼프를 깎아내리기 위해 일루미나티가 악의적으로 퍼뜨리는 언론의 거짓 보도에 속으면 안 된다). 쉽게 말해서, 물건은 외국에서 만들면서(당연히 이 경우 미국 노동자들에겐 아무 도움이 안 된다.) 미국으로 그 물건을 수출하여 미국 소비자들의 돈만 빼가지 말고, 미국에서 번 돈을 미국 노동자들에게 돌려주라는 지극히 당연한 요구를 하고 있는 것이다. (part 4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