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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4월 16일, 토요일, Dughla (고도 4,620m), Yak Lodge
(오늘의 경비 US $6: 숙박료 100, 국수 100, 차 25, 끊인 물 70, 저녁 140, 환율 US $1 = 70 rupee)
오늘 트레킹은 2시간 반, 아침 8시 반에 Periche를 떠나서 11시쯤에 Dughla에 도착했다. 지금 까지 한 트레킹 중에서 제일 짧은 트레킹이었다. Dughla에는 마을은 어디 있는지 안 보이고 건물이라고는 숙소 Yak Lodge 하나뿐이었다. 쉬어 가는 등산객들은 많이 보였으나 밤을 묵고 가는 등산객들은 많지 않았다.
오늘 아침 숙소에서 아침 식사를 하면서 CBS Sports 재킷을 입은 30대 남자를 만났다. 가이드 외에 포터가 셋이나 있었는데 오늘 Lobuje로 올라간다는 것과 New York City에서 왔다는 것 외에는 더 이상 말이 없다. 말하기 싫다는 표정 같았다. 이런 미국 사람도 있나 싶었다. 조금 있다가 헬리콥터 소리가 나고 숙소 근처에 있는 공터에 내린다. 구경꾼들이 모이고 이 친구가 헬리콥터로 다가간다. CBS Sports와 관계가 있는 헬리콥터인가보다 생각하고 아침 식사를 마치고 Dughla로 떠났다.
한참 가다가 보니까 이 친구가 가이드와 포터 3명과 함께 나를 추월하면서 아는 체를 한다. 나중에 다른 사람들에게 들으니 정말 괴상한 친구다. 헬리콥터로 Kathmandu에서 Namche까지 날라 왔는데 Everest 베이스캠프에 올라갔다가 돌아갈 때는 헬리콥터로 Lobuje에서 Kathmandu로 날라 간단다. 식수는 Kathmandu에서 가져온 것만 마시고 음식은 역시 Kathmandu에서 가져온 재료로 포터를 시켜서 숙소 부엌에서 만들어 먹는다 한다. 자는 방은 청소를 다시 해라, 유리창을 닦아라, 침대 시트를 갈아라, 등 요구가 많단다. 인상은 좋아 보이는 친구인데 정말 괴짜다. 아주 돈이 많은 친구이거나 (헬리콥터 값이 왕복 수천 불은 될 것이다) CBS Sports의 중요한 위치에 있어서 (스포츠 앵커 같은) 병이 들면 절대 안 되는 입장에 있는 친구인 것 같다.
오늘 Dughla로 가는 길에 호주 부녀를 만나서 같이 갔다. 얘기를 하면서 가다보니 혼자 가는 것보다 훨씬 쉽게 갔다. 아버지는 50대, 딸은 20대로 보이는데 나처럼 Dughla에서 오늘밤을 묵는단다. Dughla에 도착하여 점심식사를 하면서 또 얘기를 나눴다. 내가 세계여행을 하고 있다하니 호주에 오면 들리라고 초청을 한다. 자기네 집에 머물고 자기가 일주일 휴가를 내어서 나를 안내하겠다고 한다. 고마운 친구다. 초청은 고맙지만 일주일 휴가는 내지 말라고 했다. 연락처는:
Dave and Rachelle Parker dlgparker@bigpond.com 146 Hardinghams Road dave.parker@roads.vic.gov.au Horsham 3401 Victoria, Australia
Tengboche에서 만났던 캐나다 British Columbia 주에서 온 남자와 동행인 두 명의 여자도 이곳에서 다시 만났다. 그들은 Namche에서 Hotel Everest View에 갔을 때도 만났었다. 남자는 62세인데 풍을 맞았는지 한쪽 다리를 절고 있었고 다른 두 여자는 67세인데 아주 건장하게 생겼다. 한참 얘기를 하다가 캐나다 횡단 철도 여행을 하고 싶다고 하니 자기네 도시에 횡단열차가 지나간다며 하게 되면 자기네 집에 꼭 묵고 가란다. 자기네 집이 커서 빈방이 많단다. 역시 고마운 사람들이다. 왜 이렇게 사람들 마음이 좋은지 모르겠다. 좋은 경치를 보며 근심걱정 없이 여행이나 즐기니 마음도 좋아지는 모양이다. 연락처는:
Ms. Shirley Perrett 5448 Beaton Rd Kamloops, BC V1S2A4 828 1169 pff.
Kamloops는 캐나다 Vancouver와 Banff 사이에 있는 인구 12만의 제법 큰 도시인데 Shirley의 딸은 Kamloops에서 제일 큰 Harley Davidson 모터사이클 대리점을 경영하고 있고 아들 Guy Perrett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stunt bike driver라고 한다. 여기서 bike는 모터사이클을 의미한다.
이곳 숙소는 방은 시원치 않으나 분위기는 만점이다. 밖에는 바람이 강하게 불고 매우 추운데 식당 안에는 난로를 피워놔서 훈훈하다. 여행객들이 모여 앉아서 불을 쪼고 있거나 카드놀이를 하거나 책을 읽는다. 오늘밤 잠자리는 꽤 추울 것 같다.
어제 밤 Periche에서 잠자리에 들기 전에 diamox 고소병 약을 먹어서 그런지 밤에 소변을 세 번이나 봤지만 호흡 문제는 전혀 없이 잘 잤다. Diamox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Periche에서 자는 두 번째 밤이라 그랬을까? 오늘 아침에 일어나니 몸 컨디션이 최고였다. 아침에 diamox를 또 한 알을 먹었다. 어제 의사가 얘기한대로 250mg diamox 약을 아침저녁으로 한 알씩 먹는다. 부작용은 거의 없다. 어제 밤 소변을 보통 때보다 더 자주 봤는데 diamox 부작용일 수도 있고 고도 때문 일수도 있단다. 아침에 세수할 때 손가락 끝이 새큰거렸는데 역시 diamox 부작용이라는데 기분 나쁠 정도도 아니다.
Dughla에 묵는 손님들 중에 인도 친구가 있는데 Kathmandu 비행기가 착륙하는 Lukla에서 이곳까지 3일에 왔단다 (나는 7일 걸렸는데). 자기는 인도 저지대에 살지만 아무리 높은 산에 올라가도 고소병 증세를 전혀 안 느낀다고 한다. 사실이라면 참 신기한 노릇이다.
이 친구는 한참동안 난로 옆에서 석고상처럼 조용히 앉아 있다가 호주 친구 Dave가 이 친구에게 다가가서 말을 붙인 다음부터는 토크쇼 호스트처럼 난로 옆에 앉아있는 사람들 한 사람 한 사람 돌려가며 말을 부쳐가면서 완전히 분위기를 독점한다. 어찌나 재미있게 얘기를 하는지 사람들이 너무나 웃는다. 특히 Dave 딸 Rachelle은 배꼽을 잡으며 웃는다. 이 친구의 인도 식 영어 악센트도 사람들 웃기는데 한몫 단단히 했다.
CBS Sports 재킷을 입은 친구가 헬리콥터에 다가가서 무언가 받는다
덩그러니 숙소 건물 하나뿐이 Dughla
숙소 뒷산을 배경으로
호주 부녀
2005년 4월 17일, 일요일, Lobuje (4,930m), Sherpa Lodge
(오늘의 경비 US $10: 숙박료 200, 아침 100, 점심 250, 저녁 100, 끊인 물 20, 환율 US $1 = 70 rupee)
아침에 호주 Dave 부녀와 사진을 찍고 헤졌다. Dave 부녀는 오늘 Lobuje를 지나서 Everest 베이스캠프 트레킹의 마지막 숙소가 있는 Gorak Shep까지 가겠단다. 왜들 그렇게 서두는지 모르겠다. 그저께는 Dughla를 지나서 Lobuje까지 간다는 Jo와 헤졌고 오늘은 Dave 부녀와 헤졌다. 캐나다 3인방은 (Rolly, Shirley, Liddy) 오늘 내가 가는 Lobuje까지 간다면서 나보고 먼저 가서 좋은 숙소를 잡아놓으란다. 다리를 저는 Rolly 때문에 빨리 갈 수 없기 때문이다.
오늘 트레킹도 2시간 반밖에 안 걸렸는데 처음 반은 경사가 심해서 좀 힘들었다. 고도는 약 300m 높아졌다. 고도 적응 훈련과 diamox 효과가 참 신기하다. 고산병에 관해서 잘 모르고 여행했던 티베트, 과테말라, 남미 때와는 전혀 다르다. 그때는 4,000m 정도에서는 정말 쩔쩔맸는데 지금은 거의 5,000m인데도 거의 정상 수준이다. 오늘 트레킹 처음 반은 경사가 심해서 힘들었지 고도가 높아서가 아니었다. Diamox 효과가 그중 얼마나 차지하는지 모르겠다. 다시 말해서 diamox를 먹지 않았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것인데 알 도리가 없다. 그저 diamox 덕이 컸다고 믿고 말자.
Lobuje에 도착해서 좋은 방을 찾느라고 숙소 세 군데를 다녀봤다. 가격은 100, 200, 400, 1,300 rupee 등 차이가 많다. 100 rupee 짜리 만 싱글이고 나머지는 모두 더블이다. 1,300 rupee 짜리는 고급인 모양인데 부산 산악회 Pumori 등반대가 최근에 자고 간 것 같다. 숙소 로비 벽에 등반대 깃발이 걸려있고 대원들의 사인이 있다. 결국 200 rupee 짜리 방에 들었다. 놀랍게도 내가 숙소 세 군데를 다녀보고 있는 중에 캐나다 3인방이 당도하여 벌써 Sherpa Lodge에 방을 잡아놓고 있었다. 다리가 불편한 Rolly, 67세 여자들 Shirley와 Liddy의 정력이 놀랍다.
Dave 부녀는 벌써 Lobuje를 지나갔는지 안 보인다. 이곳에서 만날 것 같은 미국 교포 Jo는 어떻게 되었는지 모습을 안 보인다. 외길이니 결국 만날 확률은 높다. 일본 여자가 한 명 숙소에 묵고 있었다. 영어를 잘 못하는데 그래도 몇 마디 말을 나누었다. Osaka에서 왔는데 한국 배우 배용준이 일본 여자들 사이에 인기가 높다고 한다. 지금 Sony 선전에도 나오고 있다고 한다.
오후 3시쯤 Jo가 숙소에 나타났다. 나를 보고 매우 반가워한다. 오늘 아침에 Everest 베이스캠프에 올라갔었다고 한다. 원래 이번 트레킹을 같이 시작했다가 감기 때문에 헤어졌던 캐나다 친구 Caroline을 다시 만났다며 나에게 소개한다. 두 처녀가 기침과 웃음을 섞어가며 떠들면서 청중을 매도한다. 내가 지난 며칠 동안에 여행객 세 사람에게 초대받은 얘기를 했더니 자기도 New York으로 나를 초대하겠다며 지금 Seattle에 살고 있는 자기 아버지와 만나도록 해주고 싶다고 한다. 내가 자기 이메일 주소를 안 물어 봐서 섭섭했었다며 적어준다 (joannKahn@yahoo.com).
Kathmandu에 빨리 가야한다며 내일 아침 일찍 떠나서 Namche까지 가야한다며 미리 작별 인사를 해두었다. 혹시 내가 일찍 Kathmandu에 오면 내가 묵었던 Hotel Red Planet에 머물 것이라며 자기를 찾아달란다. 저녁 식사를 같이 하자고 한다. 아주 적극적인 성격의 처녀다. 앞으로 여행이 끝나고 New York으로 옮기면 변호사로 출세를 많이 할 것 같다. 나도 하산할 때 몸 컨디션을 봐서 Jo처럼 3일 만에 Kathmandu 비행기를 타는 Lukla까지 내려갈 생각이다. 가이드 여러 명에게 물어보니 보통 5일에 내려가지만 3일에도 충분히 내려갈 수 있다고 한다.
캐나다 3인방도 내일 자기네도 일찍 떠나서 Gorak Shep에 간다면서 Kala Pattar Lodge에 머물 것이라며 거기서 다시 보자고 한다.
Lobuje 가는 길
Lobuje 가는 길
캐나다 3인방 중 67세의 Liddy와 풍을 맞아서 다리가 불편한 Rolly
다시 만난 미국 교포 Jo와 Jo의 친구 Caroline
Caroline과 Jo는 함께 Annapurna 트레킹을 할 예정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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