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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등 열대바다에서 흔하게 발견되는 복어의 모습이다. 애완견 같이 귀여운 모습이지만 몸에는 강력한 독을 지니고 있다. |
- 덩치에 비해 작은 지느러미 때문에 도망치기 힘들어 몸에 독 품고 다녀
- 체중의 배 이상 물 마셔 몸 부풀리기도
- 주로 난소에 축적 산란기에 독성 최고
- 중독 땐 위장세척 외엔 해독방법 없어
봄에서 여름에 이르는 요즘. 산란기를 맞은 복어에 독이 잔뜩 올랐다. 이들이 가진 독은 해독제조차 없다 보니 사람들에게 늘 두려움의 대상이 되어왔다. 물론 그 두려움이란 게 복어를 가까이하지 않으면 해결되겠지만 한 번 맛 들이고 나면 벗어날 수가 없는 게 복어이다 보니 복어는 늘 세간의 관심거리가 되어왔다. 오죽하면 중국 북송 시대의 시인 소동파는 복어를 두고 "사람이 한 번 죽는 것과 맞먹는 맛"이라 극찬했을까? 복어는 맛이나 독이나 중독성이 강한 것만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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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어는 왜 몸에다 독을 지니고 다닐까?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자신을 지키기 위함이다. 위협을 느꼈을 때 다른 어류들이야 빠르게 도망갈 수 있지만 복어는 신체 구조상 빠르게 달아날 수 없다. 사람들은 물고기들이 지느러미를 움직이면서 이동하는 것으로 알고 있으나 지느러미는 보조 역할에 불과하다. 대개 물고기들은 척추를 구부리는 파상운동을 통해 물을 옆으로 밀고 그 반작용으로 앞으로 진행한다. 그런데 몸이 뭉텅한 복어는 파상운동으로는 추진력을 얻기 힘들다 보니 움직임의 대부분을 지느러미 운동에만 의존해야 한다. 위기를 맞은 복어는 덩치에 비해 상대적으로 작은 가슴지느러미와 꼬리지느러미를 열심히 파닥거려 보지만 지느러미에서 만들어내는 추진력만으로는 위기를 벗어날 수가 없다. 복어는 도망치는 것 말고 다른 방어수단을 찾아야 했다. 위기탈출을 위해 복어가 가지게 된 행동은 물을 빨아들여 몸을 서너 배까지 부풀리는 방식이다. 복어는 입으로 들이마신 물을 위장 아랫부분에 있는 '확장낭'이라는 신축성 있는 주머니에 채운 후 식도의 근육을 축소해 빠져나가지 않도록 하여 몸을 부풀린다. 낚시에 걸려 물 밖으로 나왔을 경우에는 아가미구멍을 통해 공기를 들이마셔 확장낭을 채운다. 들이마시는 물의 양은 체중의 배 이상도 가능하다. 복어를 영어로 '퍼퍼(Puffer)'라 부르는 것은 물과 공기를 빨아들이면 '펍'하고 부풀러 오르는 데서 유래했다. 대개 복어를 쫓던 포식자는 돌변한 기세에 주춤거린다. 만약 이러한 경고에도 이들을 잡아먹을 경우 복어는 자기 몸에 축적해둔 맹독으로 포식자에게 치명상을 입힌다. 복어의 독은 주로 난소나 간에 있지만 위와 장, 껍질, 정소에 포함된 종도 있다. 종족 보존의 본능으로 복어의 독성은 난소가 커지는 봄에서 여름에 이르는 산란기 즈음이 가장 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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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공격하는 복어, 휴식하는 복어, 노래하는 복어 |
복어는 반드시 전문가가 조리한 것만 먹어야 하는데 난소와 알, 간, 내장, 껍질 등 독성이 있는 부위를 완전히 제거하고 물로 깨끗이 씻어내야 한다. 혹시 남아 있을지 모를 독을 씻어내기 위해 물을 많이 사용하다 보니 '복어 한 마리에 물 서 말'이라는 속담이 생겨났을 정도다. 테트로도톡신이라 불리는 복어 독은 해독제가 없다 보니 중독되면 인공호흡기로 호흡을 유지하면서 다량의 물을 투입하여 위장을 씻어내는 것 말고는 치료법이 없다. 중독되면 입술 주위나 혀끝이 마비되면서 손끝이 저리고 구토를 한 뒤 몸 전체가 경직되며 결국 호흡곤란으로 사망하게 된다. 이러한 증상은 30분 이내에 시작되어 한 시간 반에서 여덟 시간 만에 치사율이 40~80%에 이른다. 중독 시 생사는 초기대응을 얼마나 잘했느냐에 달려 있다. 일단 중독되면 몸이 마비되어 스스로 숨을 쉴 수 없으니 병원으로 이송하는 동안 반드시 인공호흡을 통해 호흡을 유지해야 한다. 작년 봄 복어 독에 중독되었다가 구사일생으로 살아난 방송인 현석씨도 빠르게 병원을 찾았기에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현석씨의 이야기에 의하면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는 다 들리는 등 의식은 있는데 몸이 마비되어 전혀 움직일 수 없다 보니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더 컸다고 한다.
# 복어는 어떻게 독을 만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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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기가 작아 졸복이라는 사투리로 더 잘 알려져 있는 복섬은 맹독을 지니고 있으며 주로 연안에서 서식해 낚시에 잘 걸려든다. |
복어 독은 오래전부터 연구 대상이었다. 혹자는 유전적으로 독을 가지고 있다고 말하기도 하지만, 일본 나가사키 대학의 아라카와 오사무 해양생물학과 교수는 복어에게 고등어 등 무독성 먹이만 먹여 양식했는데, 이렇게 수년 동안 양식된 복어에게서는 독 성분이 조금도 검출되지 않았다고 한다. 결국, 복어는 불가사리와 갑각류, 납작벌레 등 자체에 독이 있는 먹이를 먹기 때문에 몸에서 독이 만들어진다는 사실이 입증된 것이다. 독이 없는 복어를 양식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본격적으로 유통되기는 어렵다. 독이 없는 양식 복어와 독이 있는 자연산 복어의 겉모습이 똑같아 자연산 복어를 독이 없는 양식 복어로 착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 몸에 가시를 가진 복어
현존하는 120~130종의 모든 복어가 독을 가지는 것은 아니다. 황복, 자주복, 까치복, 검복, 복섬은 독성이 강하고 가시복(사진), 거북복의 독성은 약하다. 그럼 움직임이 느린데다 독성이 약한 복어는 어떻게 자신을 지켜낼까? 독이 없는 가시복어는 비늘이 변형된 긴 가시를 지니고 있다가 포식자에게 쫓기면 몸을 부풀리는데, 이때 몸이 팽창하면서 평상시 옆으로 누워 있던 가시들이 꼿꼿하게 곧추선다. 이쯤 되면 가시복어를 쫓던 포식자가 놀랄 수밖에 없다. 몸이 부풀러 커진데다 가시까지 돋아 있으니 한입에 삼킬 수도, 물어뜯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또한 가시복어에게는 튼튼한 이가 있어 포식자의 기가 꺾이면 바로 반격에 나설 수 있다. 거북복의 피부는 비늘이 변형된 딱딱한 갑옷처럼 되어 있어 포식자가 이빨로 뚫을 수가 없다.
공동기획 : 국제신문, 국립 한국해양대학교, 국토해양부 영남씨그랜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