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지춘향'이가 아니고 '억지춘양'이다.
조선일보 월간 山 2001년 9월호 기사 / 필자 박재곤(우촌미디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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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지춘양’이라는 말이 있다. ‘억지춘향(春香)’이 아니고 ‘억지춘양(春陽)’이다.
춘양은 도립공원 청량산의 소재지 경북 봉화군에 있는 춘양면을 두고 한 말이다.
순리를 벗어나서 무리한 생각이나 행동을 고집한다는 말에 ‘춘양’이 붙은 것은
그만한 사연이 있어서다.
못할 짓이 없다는 무소불위를 믿었던 자유당 국회의 실세(?) 봉화군 출신 정문흠
(鄭文欽) 의원은 영주에서 철암까지 이어지는 철도의 개설작업이 90% 이상이나
진척된 상황에서 설계를 변경토록 했다. 자신의 고향인 춘양면 서벽리쪽으로 기
찻길이 돌아가도록 했던 것이다.
이러한 설계변경으로 지금의 기찻길을 보면 법전역에서 녹동역까지 일직선으로
가깝게 갈 수 있는 노선을 두고 먼 길을 돌게 하여 역 U자형의 기형적인 철로를
낳게 하고 춘양역을 만들었다.
이 ‘억지’ 때문에 영동선 철도공사 중 영주-철암 간 영암선에는 법전면 소지리와
춘양면 의양리를 잇는 약 300m의 809터널 공사를 해야만 했고, 당시로서는 어렵
고 힘들었던 높이 30.7m, 길이 60m 정도의 철구조빔 다리를 놓아야만 했다.
역천(逆天)의 대명사 같은 말 ‘억지춘양’은 이렇게 해서 생겨났는데, 수십 년이
지난 지금 춘양역을 이용하는 승객수는 고작 하루 평균 200여 명 정도이고 그렇
게도 기세가 당당하던 자유당도 4.19의 젊은 정의 앞에는 무너지고 말았다.
‘순천자(順天者)는 흥(興)하고 역천자(逆天者)는 망(亡)한다’는 말씀이 만고의
진리임을 새삼 깨닫토록 하는 대목이다.
첫댓글 2013년4월 현재 춘양역을 이용하는 여객 숫자는 하루에 10여 명이라니,
이런 것을 두고 '어처구니가 없다고 하지요.
그나마 지금 춘양역은 여객들이 이용하는 역만이 아니라, 새로운 다른
역활을 하고 있다니 다행스럽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잘 보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