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크홀
서울에서 힘들게 내 집 마련 꿈을 이뤄 너무 기쁩니다. 직장 동료들을 불러 집들이를 합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입니까? 집 전체가 500m 땅속으로 순식간에 떨어진 겁니다. 사람들은 공포 속에서 땅 밑에서 빠져나오려고 사투를 벌입니다. 우리나라 영화 '싱크홀'(2021)에 나오는 이야기인데요. 현실에서도 이렇게 느닷없이 땅이 푹 꺼질 수가 있습니다. 이런 현상이 바로 '싱크홀(sinkhole)'이지요.
지난 22년 8월 경기도 성남시 금곡나들목 부근에서 싱크홀이 발생했어요. 지름 6m, 깊이 1.6m 싱크홀에 버스 한 대가 빠져 탑승자 7명이 다쳤지요. 작년 12월 에콰도르에서 발생한 싱크홀은 최근 발생한 싱크홀 중 가장 규모가 큽니다. 당시 큰 소리와 함께 가옥 5채, 마을 회관, 성당, 체육관이 땅 밑으로 꺼져 들어갔는데요. 지름만 무려 150m가량 되는 대형 싱크홀이었답니다.
싱크홀은 왜 생기는 걸까요?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싱크홀은 주로 석회암 지역에서 만들어지는데요. 석회암의 주성분인 탄산칼슘이 빗물이나 지하수에 녹으면서 땅속에 동굴이 만들어져요. 이 동굴이 어떤 원인으로 무너지면 싱크홀이 되는 거예요.
사람 때문에 싱크홀이 만들어지기도 해요. 사람이 지하수를 너무 많이 뽑아 써서 땅 밑에 흐르는 지하 대수층(모래·자갈 등 입자 사이 공간에 지하수를 함유한 지층) 물이 사라질 때가 대표적입니다. 대수층에 있던 물이 사라지면 지하수가 받쳐주던 압력을 비어 있는 공간이 받게 되는데요. 땅속에서는 수직으로 2.5m 깊이만큼 들어갈 때마다 1기압씩 압력이 증가해요. 즉, 만약 100m 지하에서 이런 일이 일어난다면 40기압이라는 엄청난 압력을 받게 되는 거지요. 빈 공간이 압력을 견디지 못하면 무너지면서 싱크홀이 만들어져요. 또 지하철이나 지하 구조물을 만들다가 지하수 흐름을 바꾸면, 지반이 약해지면서 싱크홀이 발생할 수도 있답니다.
역사 속에는 싱크홀로 사라진 문명이 있는데요. 현재 아라비아반도 남쪽 국가 오만 지역에 있었던 고대 도시 우바르 문명이에요. 우바르 문명은 무역으로 크게 번성하다가 1세기쯤 갑자기 역사 속에서 사라졌어요. 이로부터 2000년쯤 흐른 후 고고학자였던 니컬러스 크라프는 미 항공우주국(NASA) 위성 자료를 분석해 모래에 묻혀 있는 우바르 문명의 흔적을 찾아냅니다.
과학자들은 우바르 문명이 세워진 땅 밑이 석회암 지대였다는 사실을 발견합니다. 1세기쯤 기후변화로 몬순대(계절에 따라 주기적으로 일정한 방향으로 부는 바람)가 북상하면서 이 지역에 비가 많이 내렸는데요. 비는 땅 밑 석회암 동굴을 침식시켰고, 침식된 동굴이 무너지면서 거대한 싱크홀이 만들어져 우바르 문명이 모래 속으로 사라졌다고 추정하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