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르른 날 바다에 잠긴 남해는 봄이다 따뜻하고 빛난다 동네 한 바퀴 거닐면 바다에도 꽃이 피어난다 하얀 거품 꽃을 누른바람 꽃물 들여놓은 가슴 드러내자 봄바람 머금은 꽃나무 가지마다 만개한 꽃들이 입안으로 몰려간다.
붉은 벽돌집 거기
권 규 림(옥희)
태극기 한 장 심장에 꽂았다
붉은 벽돌이 가슴을 감싸며 수감된 역사의 페이지를 넘기는 거기 힘없는 뿌리로 빼앗긴 봄날을 어찌 견뎠나 발아되는 꽃눈을 단 채 나무는 붉은 담벼락을 넘어가는 꿈을 꾸고 숱한 사람들이 뚫지 못한 바깥 세계를 향해 해바라기 사랑을 피웠던 거기 나라 잃은 아픔을 꾹꾹 눌러 담은 봄날이 서럽게 늙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