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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한 주민센터에서 운영 중인 건강센터(헬스장)에서 장애인이용자와 가족, 활동보조인에게 각서를 받고 다른 시설 이용을 종용했다가 장애인당사자들의 항의를 받고 사과하는 일이 벌어졌다.
서울 성동구에 사는 김아무개 씨(지적장애 1급)는 평소 활동보조인과 함께 금호2,3가동 주민센터 지하에 있는 헬스장을 찾아 운동을 해왔다.
그런데 최근 헬스장에서 노인이 부주의로 사고를 당하는 일이 벌어지자, 헬스장 담당자는 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김 씨에게 사고 발생 시 본인이 모든 책임을 지겠다는 내용의 각서를 쓰도록 하고 김 씨의 누나와 활동보조인에게도 같은 내용의 각서를 쓰도록 했다.
이어 헬스장 담당자는 김 씨의 활동보조인을 통해 수차례 다른 시설을 이용할 것을 종용했으며, 헬스장 내부에 1~3급 장애인이 보호자 없이 이용할 때에는 이용등록을 취소하겠다는 내용의 안내문을 붙이기도 했다.
이에 성동장애인자립생활센터(소장 최진영, 아래 성동센터)와 성동센터 자조모임은 8일 늦은 2시 금호2,3가동 주민센터 동장실에서 동장, 주민자치위원장 등과 면담하고 사과 및 재발방지 대책 마련 등을 요구했다.
이날 면담에서 주민자치위원회 박철 위원장은 “주민자치위원회에서 헬스장을 위탁받아 직접 운영하고 있는데, 안전요원을 상시 배치할 여력이 되지 않아 몸이 불편한 경우 보호자와 오도록 안내한 것”이라면서 “각서의 경우에는 법률적으로는 아무런 효력이 없지만, 안전 문제에 대한 주의를 환기하기 위해 몸이 불편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받았다”라고 밝혔다.
금호2,3가동 이철우 동장은 “헬스장은 주민이라면 누구나 올 수 있는 곳이기에 김 씨가 이용할 수 있었던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비용 문제로 안전요원을 둘 수는 없는 형편이기에 관리차원에서 조치를 취한 것”이라고 밝혔다.
주민센터 측의 주장에 대해 김 씨의 활동보조인은 “옳지 않다는 것을 알면서도 김 씨의 시설 이용을 위해 각서를 쓸 수밖에 없었다”라면서 “주민센터에서는 장애인이용자의 안전을 생각해 취한 조치라고 주장하지만, 담당자가 일주일에 서너 번씩이나 다른 시설을 이용하는 것이 어떻겠냐고 이야기를 한 것은 분명히 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차별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성동센터 김영하 팀장은 “주민센터에서는 장애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사고 위험이 크다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 위험은 누구에게나 있는 것”이라면서 “분명히 장애인차별금지법을 위반한 사항이니만큼 동장과 담당자는 당사자에게 사과하고, 앞으로 이러한 차별 행위가 발생하지 않도록 장애인당사자들이 주민센터 직원 등을 대상으로 직접 교육할 수 있도록 해 달라”라고 요구했다.
성동센터 자조모임의 한 회원은 “지난 6일 김 씨의 집을 방문했을 때 김 씨는 다른 시설에 가기는 싫으며, 집 근처에 있는 주민센터 헬스장을 계속 다니고 싶다고 이야기했다”라면서 “최근의 사태로 김 씨가 불안 증세를 보이고 있는데, 주민센터의 조치가 한 사람의 인생을 바꿀 수도 있음을 알아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주민센터 측은 "몸이 불편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을 구분해 대할 의도는 절대 아니었다"라고 해명하고 이날 면담에 참석한 김 씨에게 직접 사과했다. 이어 김 씨가 쓴 각서를 그 자리에서 없애고 앞으로 장애인을 대상으로 각서를 받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아울러 장애인권교육을 실시하는 방안 및 일정은 논의를 거쳐 성동센터에 알려주기로 했으며, 헬스장 내부에 붙인 안내문은 성동센터와의 협의를 거쳐 처리키로 했다.
한편, 이번에 금호2,3가동 주민센터에서 김 씨 등 장애인에게 취한 조치는 장애인차별금지법에서 규정한 차별행위에 해당하며 자기결정권 및 선택권,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의 의무, 시설물 접근·이용의 차별금지, 체육활동의 차별금지 조항 등을 위반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