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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옥 시집 해설>2011.5.5
자연친화적 생활의 기쁨과 즐거움
박 영 교
(시인 ․ 전 한국 시조시인협회 수석부이사장)
자연친화적 생활 속에서 살아온 강릉의 김기옥 시인이 시집을 묶겠다고 원고를 보내왔다. 그는 항상 긍정적인 시를 쓰면서 자연과 생활하는 삶의 지혜를 넓혀가는 아주 밝고 명랑한 시인이며 긍정적인 대답만을 고집하는 시인이기도 하다. 그의 작품 속에는 가족과 함께하면서 밝고 온화한 삶이 그대로 녹아있을 뿐만 아니라 그런 삶을 바탕으로 한 맑고 즐거운 세계가 함께 존재해 있으면서 자신의 시 속에서 타인의 길을 모색하고 찾아내는 지혜도 발견하게 된다.
김기옥 시인은 그의 시집『바다로 가는 것은』속에 작품을 5부로 나누고 있다. 제1부: “사는 이유” 는 ‘겨울편지’ 외 19편, 제2부: “바다로 가는 것은” 에는 ‘바다로 가는 것은’ 외19편, 제3부: “내 마음의 산책”은 ‘광한루’ 외19편, 제4부: “행복채널”은 ‘구절리 가는 길’ 외19편, 제5부 “물망초”는 ‘가을동화’ 외19편 등 총 100 여 편의 작품을 싣고 있다.
김기옥 시인의 작품 속에는 봄엔 눈 많이 내리고, 바람 많이 불고, 비가 많이 오는 곳이기도 하며, 푸른 하늘과 늘 푸른 솔숲이 바닷바람을 안고 항시 울어대는 해송의 도시 강릉에 대한 사랑이 함께 가득 들어있는 작품이 많으며, 할머니가 된 시인의 시 속에는 감사하는 마음이 가득 넘쳐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혹한의 바람 안고 생태공원 순천에서
새해인사 묵은 안부 새길 위에 띄웁니다.
할머니 이름 달아준 축하인사 받으며
첫 만남 아름다운 인연의 향기 속에
소중하고 그 어여쁜 탯줄로 이어진 끈
숭고한 순명의 약속 기쁨으로 안으며
늘 살아 수런대는 생명의 늪 순천만엔
하늘 땅 비상하고 직립하는 갈대밭 철새
동안거 침묵을 풀어 꿈을 여는 하얀 편지.-----------< 겨울 편지> 전문
사람 사는 일이라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닌 것이다. <겨울 편지>를 통해 우리가 느끼고 보고 듣고 하는 것들이 인간의 삶 그자체이라면 우리라는 존재의 의미는 무엇이며 무엇을 위해 살며 달려가고 있는 것인가? 혹한의 1월에 결혼한 자녀의 손주 탄생의 기쁜 소식을 받고 ‘할머니’라는 이름표를 붙여준 축하인사, 인생에 있어서 첫 만남, 인연, 향기. 순명의 약속과 기쁨, 수런대는 순천만 갈대 숲, 갈대밭 철새, 동안거, 침묵을 풀어 꿈을 여는 하얀 편지 속에는 시인 할머니의 깊고 숭고한 삶의 뜻이 함께 가득 담겨 갔으리라.
누구의 주제 런가 누구의 과제인가
구구만년 전설 같던 신비의 금강산이
반백 년 남북의 벽을 이어주고 있구나
온정리 길 다정하게 관음연봉 굽어보며
문주담 고운 물빛 육화폭포에 세워놓고
만물상 일만 이천 풍경이 꿈결처럼 반기는가.
옥류동 물굽이로 내 혼돈 걸러내고
물 메아리 바람 소리 물음일까 대답일까
아직도 먼 그리움에 찬 내 어머니 그 고향산.
-----------------------------------<금강산을 생각하며> 전문
시인 김기옥은 <금강산을 생각하며> 를 통해 어머니의 지난 날 아픈 과거를 말하고 있다. 금강산으로 하여금“그리움에 찬 내 어머니 그 고향산”이라고 표출하고 있다. 첫째 수에서 금강산은 반 백 년을 남북관계를 이어주고 있는 산으로 표현 했고, 둘째 수에서는 북한의 모든 산천들 이를테면 온정리 길,관음 연봉, 문주단, 육화폭포, 만물상 일만 이천 풍경 등을 노래했으며, 셋째 수에서는 옥류동 물굽이로 혼돈을 걸러내고 먼 그리움에 찬 내 어머니의 그 고향 산으로 나타내고 있다.
연분홍 천진함의 꽃비가 나를 잡고
숨겨둔 나래짓을 향기에 풀어놓고
수많은
삶의 이야기
나비되어 따라간다
아직도 버리지 못한 꿈들이 노래하며
황홀한 꽃길위로 화사한 봄의 절정
꽃잎이
뺨을 스치며
봄을 안고 함께 가잖다.-----------김기옥 <벚꽃나무 아래서>전문
김기옥의 작품 <벚꽃나무 아래서>를 읽어보면 우리들의 삶의 일상들이 함께 있어 편안하게 읽을 수 있다.
작품을 구상하거나 창작할 때 시인의 아픔과 상처, 삶에 있어서의 인내, 어떤 새 세상에 대한 즐거움이나 아린 면을 나타내거나 그것에 대한 공감을 작품화 한다거나 하는 것이 보통이다. 김기옥의 작품 속에는 너무나 자연스러움을 함께 나타내면서 즐길 수 있는 것들이 대부분이어서 부담감을 느낄 수 없어 독자들이 편안하게 작품을 대할 수 있어 좋다. 벚꽃나무 아래서 그냥 봄 향기를 맡아가며 삶의 이야기를 나누면서 걸어가고 있음을 표출하고 있으며 가지 하나를 휘어잡아서 화사한 봄날의 황홀한 꽃길을 걸어가면서 꽃잎을 뺨에 대고 향기를 맡으면서 봄을 보내는 삶을 그려놓은 작품이다. 이제는 좀 더 삶의 아픈 면도 함께 그려낼 수도 있어야 할 것으로 본다. 시적 연륜도 높고 인생의 경험도 많은 나이인데 그냥 캠퍼스에 풍경화를 그리고 있는 화가의 한 장면만을 나타낼 수 있어서는 불가함으로 인생의 쓴 맛도 작품에 함께 그려낼 수 있는 작품을 쓰려고 노력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맑고 깊은 오대산 눈길 따라 상원사 가는 길
맨 몸의 나무들도 하얀 눈꽃 머리에 이고
물소리
하얗게 얼어
동안거 중이였다.-------------김기옥 <상원사 가는 길 ․ 4> 첫수
작품 <상원사 가는 길 ․ 4> 첫수이다. 부제<―겨울>가 붙어있다. 상원사는 오대산 월정사를 지나 좀 더 높이 올라가서 위치한 명사찰로서 6 ․ 25당시 방한암 선사의 살신성인(殺身成仁)으로 그 고풍의 멋을 지금까지 지니게 된 절이다. 시인이 초, 중장보다 종장처리를 멋있게 한 점을 높이 샀다. ‘물소리/ 하얗게 얼어/ 동안거 중이였다.’ 산곡에 흐르는 물소리를 ‘하얗게 얼어’와 ‘동안거 중’ 이라는 표현기교 등이 그것이다.
<상원사 가는 길>의 봄, 여름, 가을, 겨울을 만나면 겨울은 사람의 마음을 변하지 않게 만들고 봄은 모든 생물의 근원을 함께 자라게 만든다는 시인의 마음을 읽을 수 있어서 더욱 좋다.
한 바가지 물 그대는 소중한 생명의 끈
펌프 안에 어울려 깊은 사랑 불어넣어
밖으로
뽑아 올리는 힘
기적의 박수소리
삐거덕 삐걱삐걱 목 타는 갈증을 보며
땅속 깊은 물을 불러 청간수 끌어올리는
당신은
행복한 비밀
믿음 소망 맞이하는. ----------------------<마중 물> 전문
여름의 경포 늪엔 초록융단 바람 싣고
물속에 생명들이 또박또박 여름일기
동그란
파문으로 적어
갈대숲에 저장 하네
메꽃의 고운 악보 산책 나온 오리가족
꼬물꼬물 우렁 각시 춤추는 소금쟁이
수련의
수줍은 미소
여름날이 흥겹다. --------------------- <경포 습지> 전문
작품 <마중 물>, <경포 습지>를 읽어보면 눈으로 보는듯한 선명함이 머릿속에 그려진다. 마치 김광균의 모더니즘(modernism) 시와 흡사한 느낌을 주는 듯하다.
작품 <마중 물>은 아직도 우리의 땅이 오염되지 아니한 상황 속에서 펌프를 박아 땅 속 깊은 곳에서 맑고 깨끗한 지하수를 얻는데, 그 펌프 물을 끌어올리기 위해 한 바가지 물을 먼저 부어서 땅 밑 물을 끌어 올리는 작업에 필요한 물이다. 땅속 깊은 물을 불러올리는 작업, 그 ‘마중물’로 인해 땅속 깊은 행복한 비밀스런 기쁨을 주는 그것, 모든 사람들에게 사랑을 가져다주면서 우리들에게는 기쁨도 함께 안겨다주며 소중한 생명의 끈이 되는 것이라고 김 시인은 노래하고 있다.
후자의 작품 <경포 습지>를 읽어보면 여름 경포 늪에 초록 융단을 깔아 놓은 것처럼 푸른 늪지의 생물들이 살고 있을 뿐만 아니라 물속에는 모든 생명들이 뽀글뽀글 살아있음이 동그란 파문(波紋)으로 갈대숲이 자라고 있는 호수 가(邊)에까지 퍼져 나아가는 것을 시인은 여름 일기를 ‘동그란/ 파문으로 적어/ 갈대숲에 저장 하네’ 라고 아주 신선하게 표현하고 있다.
메꽃, 오리가족, 우렁 각시, 소금쟁이 등, 이를테면 꼭 여기에 등장한 동물만이 아니라 이것들은 대표적인 것이므로 다양한 동물들이 이 호수에서 살아가고 있음을 표출하고 있는 작품이다. 거기에 수련의 미소까지 등장시키고 있음을 볼 수 있다.
눈이 부신 오월 초당 허난설헌 생가 뜨락
고운 햇살 아른대고 꽃잎 눈 날리던 날
백련차
찻잔 속에서
꽃 그림자 유영을 보네
작은 찻잔 꽃잎 배 내 마음도 요정이 되어
아롱이는 햇살타고 한참을 맴 돌았네
그림자
그 어여쁜 춤사위
고운 봄날을 안고 왔네.-----------------<찻잔속 꽃 그림자>전문
허난설헌의 고장 강릉 사람들은 행복하다. 작품 <찻잔속 꽃 그림자>를 보아도 그렇고 앞에서 언급한 작품 <경포 습지>도 마찬가지이다. 사람이 살아가는 데에는 환경이 정말 중요하다고 느껴진다. 허난설헌의 생가를 구경하자면 태백산, 백두대간을 넘어 기차로 4시간을 가서야 찾아볼 수 있는 곳인데도 김기옥 시인은 가만히 앉아서 백련차를 함께 마시면서, 허난설헌과 함께 같이 앉아서 시를 감상하거나 봄꽃의 향기를 맡을 수 있는 것이 얼마나 좋은 일인가?
백련차는 여러 사람이 둘러 앉아 차를 음미하면서 먹는 것이다. 큰 푼주에 백련을 띄워서 그 향기를 음미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전체 분위기가 더 중요한 몫을 차지하는 것이 특징이다. 두 수로 구성된 작품으로 각종장처리가 일품으로 남는다.
시집 2부는 <바다로 가는 것은>10편과 <바다의 소네트>10편 20편의 작품을 싣고 있다.
파도속 빛과 바람
그 틈새를 비집고 나온
억압 없는 관계와 실상
자유로 한가함이
무거운
세상의 티끌
헹궈주기 때문이다.
춤추는 갈매기와
설교하는 일출 꿈꾸는 섬
낚싯대의 요동과
하이얀 물 두루마리
아픔을
통과하지 않은
메아리가 귀 열기 때문이다.---------<바다로 가는 것은 1> 전문
시인은 <바다로 가는 것은 1>을 통해 무엇을 말 하려고 하는가? 우리는 여기에서 바다의 속성을 먼저 알아야 해결의 실마리가 된다고 하겠다. ‘바다’하면 머리에 제일 먼저 떠올려지는 것은 시원함일 게다. 다음은 바람과 푸른 물빛들, 모래알 갈매기, 일출, 꿈꾸는 섬, 낚싯대, 하이얀 파도, 등 많은 것들이 떠 올려 질 것이다.
<바다로 가는 것은 1>에서 시인은 억압당하고 있는 실상의 관계에서 자유로움과 한가로움을 먼저 말하고 세상의 모든 더러운 티끌을 헹궈주는 상황의식(狀況意識), 둘째 수는 낚싯대의 요동과 하얀 물 두루마리, 아픔을 통과하지 않은 메아리, 그것이 귀를 열어주기 때문이라고 했다.
사랑하는 나의 딸들아
세상의 바다에는
모두가 모험이다
어지러운 해무와 바람
첫 항해
출발부터 준비까지
지혜와 슬기 용기이다
때로는 거센 파도
어느 구비엔 삶의 지표
흔들리고 구겨지고
세상은 냉정 하단다
인생길
사랑과 이해
용서하고 봉사하기. ----------<바다로 가는 것은 10> 전문
작품 <바다로 가는 것은 10>에서는 김기옥 시인이 모든 사람, 특히 딸들에게 던져주는 깊은 메시지가 담겨있다. 어떻게 보면 ‘나의 딸’에 대한 애정 어린 눈으로 보는 이 험난한 세상살이를 말하는 것 같으나 시인은 모든 세상의 딸들에게 던지는 폭넓은 메시지이며 세상 살아나가는 지혜와 슬기를 말해주고 있는 시이기도 하다.
사랑하는 딸들에게 “세상의 바다는 모두가 모험이다”라고 경고하고 있다. 특히 결혼을 해서 첫 출항을 하는 부부들에게 귀감이 되는 시이다. 둘째 수에서는 거센 파도, 어느 굽이에서는 삶의 지표가 흔들릴 때가 있으며 그런 것을 잘 참고 고비를 넘겨야한다는 것(흔들리고 구겨지고 세상은 냉정하다) 을 잘 말해주고 있다.
마지막으로 시인은 그들에게 “인생길은 사랑과 이해, 서로 용서하고 봉사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언급하고 있다.
출렁이는 물여울이 해무에 가리어져
바람도 찾지 못해 한 나절 헤매이다
너 향해
부르는 소리
철석이며 듣는다
목까지 올라오는 짙푸른 아우성들
파도 타는 젊음의 질주 산다는 것 즐긴다는 것
사람들
소금물에서
한 여름을 헹군다. ------------- <바다의 소네트 1> 전문
시인은 작품 <바다의 소네트 1>에서는 삶이란 무엇이며 어떻게 하고 살아야 한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출렁이는 물여울, 그것들의 출렁임과 파도소리, 푸른 물결 그것들의 아우성들, 파도 타는 젊음의 질주, 산다는 것은 즐긴다는 것을, 종장처리가 좋다.“사람들은 소금물에서 한 여름을 헹군다.” 더위를 식히기 위해 해수욕을 하며 살아가는 것을 시인은 ‘한여름을 소금물에 헹군다.’ 로 표현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파도소리 정적을 풀어 검은 주단 걷어 올리며
하이얀 파도 자락이 거친 영혼 곱게 일어
말갛게
헹구는 소리
불면으로 뒤척이고
바다에 빠진 달은 물결에 멀미를 하고
마주보는 구름자락 바람 따라 아득한데
집어등
눈부신 어화
궁전처럼 아름답다.------------------<바다의 소네트 10> 전문
작품 <바다의 소네트 10>에서는 밤바다의 광경을 그리고 있다. 밤바다는 주단 필을 걷어 올리는 것과 같은 느낌을 주게 된다는 것, 하얀 파도자락이 밤새도록 말갛게 헹구면서 밤잠을 자지 않고 지새우고 있는 것을 시인은 듣고 있다. 둘째 수에 와서는 달빛이 바다 물결에 실리며 출렁거림을 멀미로 보면서 바다 위의 구름자락이 바람에 따라 달라지고 있으며, 오징어 잡이의 집어등 배의 밝은 불빛이 아름다움을 수놓고 있음을 시인은 헤아리고 있다.
꽃잎 타고 온 남도의 봄길 만덕산 굽어 올라
하늘이 보이지 않는 나무 숲속 아흔 두개 돌계단 밟아
힘겨워 땀을 훔치며 툇마루에 앉았네
민족의 대실학자 강직함을 말해주듯
하늘 찌르는 대숲과 적송 세상 거꾸로 보길 가르쳤던
민로들 넋이 살아 있듯 거칠게 뒤틀린 고목들
유배생활 십년동안 모든 서책 집대성한
*다산 다경에 남긴 자취 진보적 사회적 모순타파
뜨락엔 차나무 향과 고운 새소리 청명함으로 가득했다.
------------------------------------- <다산 초당에서> 전문
*다산다경 :다산의 손길이 베어있는 유적지
김기옥 시인은 많은 곳을 보고, 듣고, 경험을 한 시인이다. 우리나라 명소 및 관광지에 따른 작품들이 많은 것으로 미루어보아 그것을 추측하게 된다.
먼저 작품<다산 초당에서>는 다산이 다산으로 있기 위해서는 오랜 유배생활을 하면서 자신의 생각과 사상, 그리고 그가 관리로서 소신을 가지고 생활할 수 있는 생활과 철학, 국록을 받는 선비로서의 일체를 정리할 수 있는 시간(유배생활)이 없었더라면 지금의 다산이 없었다고 감히 말하고 싶다.
시인은 그것을 이 작품 속에서 언급하였고 그것이 얼마나 귀중 했던가 도 함께 이야길 하고 있는 것이다.
가을 길 굽이굽이 마타리 벌개미취
손 흔드는 억새꽃 구름 속으로 달려간
정상엔
우릴 반기며
자릴 터는 흰 구름
“공산당이 싫어요” 사십 년 전 어린 이승복
잔인했던 공비 행각들 증인하듯 바람 메아리
한 맺힌
위안 길에서
당귀차한잔 위안 삼네.---------------<운두령을 넘으며> 전문
시인은 운두령 고갯길을 넘으며 “나는 공산당이 싫어요” 라고 외쳤던 사십 년 전 어린 이승복 군의 목소리가 메아리 져 오는 고갯길에 서는 것이다. 얼마나 위대한 부르짖음이며 얼마나 용감했던 그의 표상을 생각할 수 있겠는가? 억새꽃 구름 속에 손 흔들고 선 정상, 그 사십 년의 긴 세월동안 아직도 통일은 요원한 전 세계에서 단 한 곳뿐인 우리니라, 한 맺힌 위안의 길에서 마음을 녹일 것은 따끈한 당귀차 한 잔, 이라고 했을 뿐이다.
어딘지도 모르던 길 정선 오지 탄광지대
웰빙 문화 들여와서 레일바이크 타고 간다
신나는
가족 나들이길
손 흔드는 마타리 꽃
아우라지 뱃사공이 옛이야기 되었구려
푸른 물 빛 산위로 올려 인공폭포 걸어놓고
신천지
명소가 되어
줄을 서는 사람들.------------------------<구절리 가는 길> 전문
김기옥 시인은 작품 <구절리 가는 길>을 통해 새로운 시대가 열리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강원도 정선 그 오지에서 석탄만 캐다가 늙어 죽은 사람들도 있겠지만 이젠 그 곳은 레일바이크 타고 웰 빙 문화를 즐기면서 살아갈 수 있는 현실을 작품을 통해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산 위에서 내리 쏟는 푸른 물 흰 폭포를 만들어서 내리 쏟고 시원한 물줄기를 만들고 있으며 아우라지 옛 뱃사공의 노래 소리 들어볼 수 없는 현실을 시인은 노래하고 있다.
봄바람 앞세우고 백두대간 두타 청옥산
바위협곡 신선 길로 무릉도원 찾아 가는 길
그 이름 바위들의 걸작 감탄사 연발하며
무릉을 인도하는 삼화사 맑은 화엄
부처님께 경배하고 너럭 바위 물길 밟아
학소대 병풍바위 쌍폭포 절경 사이로 새 소리
용추폭포 신선되어 하늘 문 열고 올랐더니
층층 돌탑들 군중처럼 앉아있고 계곡엔
복수초 노랗게 피어 봄소식을 전합니다.
태백준령 장엄함이 두타산성 조망하고
산죽 흔드는 소슬바람 마음을 씻어주네
관음암 삼척 부사의 불심 두꺼비바위 현신일까.
---------------------------------- <두타산을 오르며> 전문
우리가 태백산맥 백두대간을 넘어보면 그 유명한 산, 청옥산, 두타산을 모르고는 산을 말할 수 없고, 계곡 중에 무릉계곡을 모르고는 관동을 논하지 말라고 했다. 무릉도원의 길을 찾아가는 길에 기암괴석(奇巖怪石)이 눈앞에 다가와 선다. 바위들의 생김생김이 인간의 손때가 묻지 아니한 모습으로 나타나고 너럭바위 등에서 옛 선인들의 글귀를 읽어볼 때 우리는 인생의 덧 없음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학소대 병풍바위 쌍폭포 절경이 펼쳐지고 그사이로 나는 새소리 요란하게 소리치고 있다. 용추폭포 를 보며 선녀탕 푸른 물굽이 돌아 층층 돌탑들 군중처럼 앉아있는 곳, 복수초 노랗게 피어 봄을 알리고 있다. 이제 태백준령의 장엄함과 두타산성을 조망하면서 내려오는 일정을 4수 연시조로 구성하고 있다.
무릉계곡의 봄바람을 안고 하루를 구경하는 시인의 마음에는 봄부터 겨울까지 모든 환경변화를 맛볼 수 있을 것이며 그것을 통해 자연의 영원성과 아름다움, 인생의 유한성을 깊이 느낄 수 있었다고 하겠다.
백령도 서쪽 해안수비 해군초계함정 천안함
의문의 광풍으로 두 동강나 좌초 됐네.
어쩌나 그 아수라장속 사라져간 마흔여섯 영혼들
해병은 복귀하라 명령도 길을 잃고
모순을 입에 넣고 잠글 수 없는 아픔을 올려
죽어도 죽지 못하는 조국의 부름인가
당당했던 우리해병 어쩔 수 없는 마법인가
사랑하는 아들들아 봄꽃으로 환생 했더냐
모두의 가슴에 다시 살아 조국평화에 초석되리.
---------------------------------<그 봄날은 잔인 했네>전문
김기옥 시인은 2010년 3월 26일 천안함 침몰사건을 눈여겨보고 있었다. 우리나라 국민이면 그 사실을 다 알고 있는 오늘, 북한은 그 많은 꽃다운 아들들을 침몰시키고도 아직도 긍정의 손길을 내밀지 아니하는 북한정권에 무엇이라고 말해야하는가?
살아생전에 조국통일을 못보고 간 우리 젊은 병사들의 혼(魂)을 위로해 줄 길은 어떤 것들인가? 평화통일을 갈망하지만 할 수 없는 방법적인 상황 속에서 우리는 어떻게 살아서 그들을 위로해야할 것인가? 의문만이 가득히 남아있을 뿐이다. “그 봄날은 잔인 했네” 정말 잔인한 날이었다.
이상에서 김기옥 시인의 작품을 읽어보고 그가 자연을 얼마나 좋아하고 아끼고 사랑하는가에 대해 독자들이 먼저 알고 있을 것 같다. 김 시인의 작품 속에는 친환경적인 것이 아닌 작품이 거의 없을 정도로 작품 속에 자연이 살아있음을 느낄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어머니의 고향인 북쪽 하늘을 바라보며 어머니의 아픔을 함께하는 효성이 짙은 시인이기도 하며 가족을 떠나서는 생각할 수 없는 매우 가정적인 시인이기도 하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사회봉사하는 마음과 봉사활동으로 살아가는 김기옥 시인의 모습이 시인의 눈으로 볼 때에도 저렇게 아름다울 수밖에 없는데 일반 독자들이 읽고 느낄 때에는 더욱 좋은 반응을 가질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시를 쓴다고 다 시인이 아니며 말을 한다고 다 옳은 말이 아니듯이 일상생활에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가 중요한 것이다. 좋은 고장에서 살아가면서 선인들이 남겨놓은 유산을 어떻게 잘 쓸 수 있을까 하는 생각뿐만 아니라 그것을 잘 활용하여서 후대의 후손들에게 어떤 값어치를 채워줄 수가 있는가도 생각해 볼 때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김기옥 시인이 봉사활동 하는 것 중 동화 구연 활동으로 글을 읽어주고 함께 공감을 받을 수 있는 좋은 활동을 한다는 것도 잘 알고 있는데 앞으로 자라나는 어린이들에게 모범이 되고 훌륭한 시인으로 추앙받을 수 있는 문인이 되기를 바라면서 앞으로 더욱 좋은 시를 써서 독자들에게 봉사해 나가기를 바라는 마음이 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