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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여름의 뒷자락을 채 감추지 못한, 조금은 무더운 초가을 안양 모락산에 다녀왔다. 작년 여름 답사 때 마주쳤던 모기를 걱정하며. 동행해 주신 분은 서종국씨다.
- 그의 프로필을 A4 한 장이 넘게 메모해왔지만 오늘 하고 싶은 이야기는 등반이 끝나고 그와 술잔을 기울이며 나누었던 담소들이다. 산행을 하면서 참 많은 사람들을 만난다. 그 맛은 참으로 묘하다. 전국을 다니며 산해진미를 맛보는 기분이라고 해야 할까?
근데 참으로 묘한 건 산에 다니는 사람들과 클라이밍 선수들이 아주 다른 향기를 품어낸다는 것이다. 산꾼들에게서 풀내음이 난다면 클라이머들은 타오르는 불꽃과도 같다. 서종국에게선 풋풋한 풀내음이 났다.
그는 동년배 클라이머에 비해 조금 늦게 산에 입문했다. 군 제대 후 PC동호회 산사랑산악회에 입회하여 워킹산행을 하다가 바위에 빠져 지금까지 바위에 미쳐 있다.
2002년 바위에 빠진 첫해에 선운산에 ‘안녕(5.13c)’이라는 코스에 도전했는데 크럭스에서 올라가지 못하고 계속 떨어졌다. 그때 그는 바위에 볼을 대고 속삭였단다. ‘난 널 이렇게 좋아하는데 넌 날 왜 자꾸 밀어내니?’ 그렇게 속삭이고 나니 그 길을 올라갈 수 있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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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왼쪽)아름다운 하얀 손./(오른쪽)바위를 가를 듯이...
- 그 말을 듣는 순간 ‘아~’ 하고 탄성이 터졌다. 우리 모두 자연과 교감을 한다고 하지만 과연 바위에 볼을 비빌 사람이 몇이나 될까?
시인들은 말한다. 시가 자기에게 다가왔다고. 그는 말한다. 산이 자기에게 다가왔다고. 어느 만큼의 느낌이어야 산이 나에게 다가왔다는 말을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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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신들의 트래버스'(V10)를 등반 중이다.
- 그는 또 말한다. “산에 다니는 사람들은 참 아이와 같다. 어떤 땐 이기적이기도 하고 산만하기도 하고 또한 순순하기도 하다. 그런 아이들을 항상 정화해 주는 게 산인 것 같다”고.
바다는 항상 같은 옷이지만 산은 갈 때마다 다른 옷을 갈아입는데, 그때마다 산이 다르게 그에게 다가온다고 한다. 아직도 산에 갈 때면 설레는 게 그다.
5.13d급 클라이머인 서종국씨는 외국의 스테판 글로바츠처럼 거벽에서 프리클라이밍을 꿈꾼다.
손정준씨와 호형호제하며 지내는 그는 손정준클라이밍연구소에서 기초를 아주 차근히 다치며 코치 및 트레이너로 활동했고, 광명 인공암벽시설 지도강사, 오투월드 암빙장팀 관리 및 트레이너로도 지냈으며, 현재 서울시연맹 등반경기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얼마 전부터는 영등포구 양평동에 위치한 서종국클라이밍센타를 운영하고 있다(다음카페 http://cafe.daum.net/seojongkukclimbing. 전화 011-9036-5140, 02-2676-1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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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채인'(V8)을 등반하는 모습이 마치 돌고래가 물 밖으로 뛰어 오르는 것 같다.
- 모락산 볼더링장
모락산 볼더링장은 자연볼더링의 활성화와 암벽등반의 다양화를 통한 등반인구의 저변확대 등 클라이머들의 친선교류와 등반능력향상을 위해 2005년 경기클라이밍센터에서 개척했다. 그 해 매드락대회과 함께 전국볼더링대회를 개최하는 등 대회 유치에도 힘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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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숲속의 타오르는 불꽃.
- 경기클라이밍센터의 자료에 의하면 구역이 A1~A15, B1, B5 등 20개군으로 나뉘고, 난이도는 제일 쉬운 A5군의 미목(V1)과, 트리플러그(V1)에서부터 A3군의 매드락(V11/V12)까지 다양하다.
접근로 경기도 모락산 기슭으로 오전동 성당 근처에 있다. 지하철 4호선 범계역 뉴코아아울렛에서 마을버스를 타고 라자로마을에서 하차.
- 승용차로 접근할 경우 판교~인천 고속도로 북수원 나들목 삼거리에서 우회전 의왕가구단지 입구로 들어가면 성원이화 1차 아파트단지가 나오고, 더 들어가면 지금 한창 공사 중인 모락산2초등학교가 보인다. 그 왼쪽으로 보이는 오솔길을 따르면 모락산 볼더링장에 닿는다
첫댓글 자료 찾아 올려 주니 고맙네...근데...맨 윗 사진은 어데서 막일 하는 사람같당...본판이 안되니..뽀샆좀 해주시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