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5월 17일 월요일(비가 내리다 게임)
피곤이 몰려왔다.
아이들에게 잠시만 쉴테니 사이좋게 지내라고 이야기 한 후 침대에
잠깐 누웠다.
눈을 감고 10분쯤 지났을까?
하나가 쪼르르 침대위로 올라왔다.
눈감고 있는 나를 잠시 살피는가 싶더니 햄토리 인형과 대화를 시작한다.
"야 너 몇살이야
다섯살? 나는 여섯살이야
왜 야라고 불러?
까불면 돼? 안돼?
너 나한테 혼나야겠어.
원 투 쓰리 원 투 쓰리..."하나가 두 주먹으로 햄토리를 권투하듯 때리는
모습을 실눈을 뜨고 쳐다보았다.
나는 웃음이 나는걸 간신히 참고 있었다.
지금 내가 웃으면 하나가 너무도 무안해 할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하나의 무서운 목소리는 갑자기 부드러운 음성으로 변했다.
"아퍼 어디 아퍼 언니가 호 해줄께
너는 동생이니까 언니가 항상 도와줄께.
그래그래 언니가 안아주니까 하나도 안 아프지?
자장 자장 우리 아가" 노래를 부르며 인형을 다독이는 모습이 들어온다.
시간이 조금 지난후 하나는 인형을 내 옆에 뉘여놓고 나갔다.
나의 피로는 사라졌다.
너무도 귀여운 아이의 모습이 나를 웃음짓게 한다.
그리고 쓴웃음이 이어졌다.
채영이에게 안좋다는 이유로 집안의 인형이란 인형은 모조리 버렸다.
하나가 좋아하는 것까지도..
우리 하나는 보채지 않았다.
언니 다 나으면 인형 사달라고 말했을 뿐이다.
한참 지나서 나는 많은 후회를 했다.
말도 안되는 이유로 인형을 다 버리다니 참 어리석다는 생각을 하면서
하나에게 너무도 미안했었다.
친구 남편이 뽑기해서 나온 햄토리 인형을 하나에게 선물했다.
내 허락을 받고서야 신나게 인형을 가지고 노는 하나를 보며 또 한번 미안하다.
우리 하나에게 동생으로 꾸중도 듣고 사랑도 받는 햄토리 인형이
참 귀엽다.
여동생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하나의 의견을 들어줄순 없지만 인형은
몇 개 사줄 생각이다.
사랑하는 하나야
엄마가 하나생각못하고 인형 다 버린것 정말 미안해.
앞으로 하나가 원하면 예쁜 인형 사 줄께.
사이좋게 지내렴.
너무 세게 때리지는 말고..
언니는 인형때문에 아픈것 아니니까 너무 염려하지 말고.
채영언니가 빨리 좋아지기를 함께 기도하자.
항상 우리언니 빨리 낫게 해달라고 기도하는 우리 하나의 고사리 손이
너무도 예쁘고 사랑스럽다.
하나가 기도하는 모습이 엄마에게 늘 힘이 된단다.
사랑해 아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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