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의 달 5월을 보낼 즈음 나는 새로운 경험을 시작했다. 평범한 한 가정의 가장으로 별 문제의식 없이 남편과 아버지로서 그런대로 괜찮은 사람이라고 평소 생각해 왔지만 두란노 아버지학교 대전41기 과정을 경험하면서 새로운 고민과 도전 의식을 갖게 되었다. 아버지학교 하면 왠지 문제가 있고 교육이 필요한 사람들이 가는 곳이라 생각하기 쉽고 인생의 후반부를 살아가야 하는 젊은 청장년들이 많이 모일 것이라 생각했지만 막상 신청하고 대한 사람들은 인생 황혼기의 노인으로부터 갓 결혼한 젊은 아버지까지 폭넓은 연령층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내가 여기 있기까지 물려받은 아버지로부터의 영향력과 내가 또한 자녀들에게 비춰진 아버지로서의 영향력은 어떠한가? 하는 질문에 있어 팔십 중반이신 부모님을 다시 한번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다. 특히 가정에서 나는 어떠한 남편과 아버지로서 살아 왔는지 많은 것을 느끼며 반성하고 결심하는 기회를 얻었다. 과정 중 기억에 남는 것이 우리는 본 직업이 아버지이고, 사업장은 가족의 생계를 유지하기 위한 부수적 직업이란 말에 감동을 받았다.
흔히 우리들은 직장과 사업일 때문에 가정은 뒤로 미뤄지기 쉬운데 이것이 오늘날 가정이 겪는 가장 큰 문제의 원인이라는 말에 공감한다. 대화가 없는 가정, 아버지의 잘못 된 영향력으로 우리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간에 나를 넘어 자녀들의 삶 깊은 곳에 부정적 영향을 준다고 생각할 때 정말로 노력하지 않을 수가 없는 것이다.
현재 일하고 있는 사회연대은행도 저소득 소외계층을 지원하는 단체로 대부분이 한부모 가정의 여성 가장들이 자녀와 함께 힘들게 살아가는 가정들이다. 좀 더 일찍 우리 사회의 가장인 남편과 아버지들이 하나님이 주신 본래 직업인 가정에 충실하였다면 폭력남편, 가출청소년, 이혼가정 등 가정 해체의 문제가 심각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한 때 가정에 무관심하고 등졌던 가장이 아버지 학교를 통해 잘못된 삶을 청산하고 눈물로 지난날을 고백하는 간증을 들으면서 함께 울지 않을 수 없었다. 요즈음은 뜻하지 않은 숙제로 많은 고민과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
군복무 이후 아버지에게 제대로 써보지도 못했던 사랑의 편지를 쓰면서 눈물 글썽였던 일, 매일 부부간에 애정어린 사랑의 허깅과 자녀들을 축복하는 기도, 사랑의 표현, 사랑하는 아내에게 라는 표현이 어색하지만 가장의 가장 든든한 후원자로 묵묵히 내조해 주는 아내에게 사랑의 편지를 쓰는 일은 체면 때문에 평소 다투고서도 내색하지 못했던 마음의 이야기들을 진솔하게 밝힐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
또한 아내가 사랑스러운 20가지 이유에 대해 써오라고 할 때는 왜 그리 부담스럽고 도저히 써지지가 않을 것 같았으나 막상 마음속 깊은 속에서 하나 하나 내용들을 끄집어내니 금새 사랑스러운 이유 20가지가 정리되었다. 정리하면서 나도 평소 발견하지 못했던 아내의 고마움에 눈시울이 날 정도였다.
이제는 아내와 데이트의 시간을 가질 것과 아이들에게 보내는 사랑의 편지, 자녀가 사랑스러운 20가지 이유에 대해 또 “써 오란다” 귀찮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자세히 생각해 보면 내가 언제 아이들에게 사랑 고백의 편지를 썼던가? 오히려 이 편지를 받아 본 아이들의 모습이 기대가 된다 아빠가 자신들을 얼마나 사랑하고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고 있는지… “주님! 제가 아버지입니다”라는 고백속에는 하나님이 우리에게 허락하신 가정속에서 아버지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새삼 느끼게 하는 감동의 외침이다. 이혼율 47%, 세계 3위의 이혼 대국이 되어버린 오늘의 현실을 보면서 남편과 아버지로서의 역할을 우리 모두 심각히 생각해 보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