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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금 이야기를 하고 싶다. 나는 해변에서 자라지 않고 내륙지방에서 자랐다. 옛 어른들까지 갈 것 없이 내 아버님 말씀에도 제일 힘든 일이 소금 져다 먹는 이야기였다. 우리 고향은 바다가 먼 곳이었다. 바다가 멀어도 큰 강이 끼면 소금 배가 올라오지만 내 고향은 섬진강이 있어도 섬진강 상류라서 몇 몇 개의 여울을 거쳐야 한다. 여울이 있으면 배가 올라올 수가 없다. 우리 고향에서 소금배가 닿는 제일 가까운 곳이 순천이었다. 순창에서 순천까지 80리라고 한다. 80리면, 4km가 10리니 32km 정도 된다. 원래 재래시장은 물물교환 시대에 생긴 시장이라서 소금 사러 돈을 가지고 가지 않는다. 쌀을 지고 가야 한다. 갈 때도 짐 지고 가야 되고 올 때도 짐 지고 와야 한다. 논이 있는 부자들은 쌀로 품삯을 주고 소금을 사오기라도 하지만 가난한 사람들은 먹을 식량도 없으니 소금 사러 갈 생각조차 못하고 살았다. 옛 이야기에 소금장수 이야기가 자주 등장하는데, 소금을 지게에 지고 됫박으로 팔러 다닌다. 그도 역시 물물 교환이라서 콩이든 팥이든 좁쌀이든 닥치는 대로 주고받고 하는 상업이었다.
소금은 품삯을 소금으로 주는 곳도 있고 은혜를 갚을 때 소금으로도 갚기도 한다. 내가 사는 이곳 화천지역에서도 어른들께 자주 물어보았다. 이곳이 지금은 도로가 나 있으나 6·25이전까지는 도로가 없는 곳이었다. 어디서 오건 산길로 올라와야만 하는 곳이다. 제일 궁금한 것이 소금 문제였다. 물어보면 대충대충 얼버무리신다. 큰 부자 집에서는 쌀을 지고 가서 소금을 사올 수 있으나 여기는 큰 부자가 없었고, 논이 귀한 곳이라 역시 쌀 지고 소금 사러 갈 수가 없는 곳이었다. 아무튼 물어보면 철원에서 지고 왔다고도 하고 신포리에서 지고 왔다고도 한다. 신포리까지는 50리 길이고, 철원까지는 큰 고개를 넘어야 한다. 내가 어릴 적에는 열차가 다니고 짐차가 다닌 시절이라서 기차 길이 닿는 곳에서는 소금을 구하기가 쉬웠으나 내 살던 고향은 순창이라서 기차 길이 없어 역시 소금 값이 비싼 곳이었다. 그래도 다른 집에서는 소금을 말로 재서 파는 가게에서 사기도 했으나 우리 집에서는 식구가 많아 1가마니씩 사서 먹었다. 주로 김장 때 1가마, 간장 담을 때 1가마 정도, 1년에 2가마니씩 소비한 집에서 자랐다. 그 후로는 한평생 많은 식구들과 살기에 1~2가마 가지고는 생활을 할 수가 없고 이제는 된장, 간장 공장까지 하게 되니 소금이 1~2가마가 아니라 10∼20톤씩 사와야 된다. 이렇게 되면서 소금의 맛을 알게 되었다. 여태껏 소금이란 짜고 어느 곳이 싼 곳인지만 알려고 했지 소금의 질이나 맛을 알게 된 것은 20년 전부터였고 구체적으로는 10년 전 정도 되겠다. 1970년대 서울서 친구가 소금 공장을 했다. 소금 공장을 어떻게 하느냐 하면 수입 소금을 큰 솥에 물 붇고 끓인다. 무연탄을 한 번에 50장정도 넣고 하루 밤새 끓이면 제재염이 된다. 수입 소금의 쓴 맛이 다 없어지고 아주 미세한 분말이 거칠고 보송보송한 제재염이 된 것이다. 쓴 맛은 없고 색깔은 아주 하얀색이다. 그러나 소금만이 가지고 있는 그 맛은 없다. 원래 제재염이란 바닷물을 퍼서 끓이는 소금이다. 서울 시내까지 바닷물을 퍼올 수 없어도 수입 소금 끓이면 간단하다. 맛은 너무나 차이가 많다. 수입 소금이 제일 흔하고 값도 싼데 그 중에 맛없는 소금은 사해 소금이다. 소금 종류 중에 암염이라 해서 주로 남미 쪽 산에서 소금 바위를 부셔 가지고 수입을 하는데 이 수입상들의 선전에 의하면 이 소금이 제일 좋고 우리나라 소금은 나쁘다고 한다. 어떤 문헌에는 나쁘다는 이야기도 있다. 이밖에 호염, 목염, 수염, 금염, 토염, 기염, 약염, 죽염 등이 있다. 또 이왕이면 8월 소금이 제일 좋다고 한다. 꼭 달력 보고 8월 1일부터 31일이 아니고, 8월을 기해서 만든 소금이 만져보면 보송보송하다. 습기 많은 때 만든 소금은 아무리 햇빛에 말려도 다시 눅눅하다. 어떤 이는 볶은 소금공장을 한다고 소금에 상식이 없어 눅눅한 소금 사다가 많이 볶아 놓았으나 다시 눅어져 공장 운영하는데 큰 어려움이 있었다. 어떤 이는 된장, 간장 공장하는 데도 쓴맛 나는 소금 잘못 써서 5년간 고생했다고도 한다. 소금을 살 때도 잘 사야 되지만 사가지고 와서 간수가 잘 빠지지 않으면 소금의 쓴 맛이 그대로 유지된다. 지금은 중국산 소금이 대량으로 들어온다. 물론 천일염이 들어온다. 모양도 같다. 그러나 맛이 떨어진다. 소금 맛이 어떤 소금이고 모두가 짠맛이다. 그러나 그 짠맛도 짠맛 나름대로 맛이 있다. 간장 짠맛, 된장 짠맛 모두가 다르다. 젓갈도 젓갈 나름대로 맛이 다 다르다. 소금 맛도 다르나 표현할 수가 없으니 안타깝다. 어떤 책에 '너희는 세상의 소금이니 그 소금이 맛을 잃으면 무엇으로 짜게 하리요. 밖에 내다 버린다.'했다. 그 소금의 짠맛만 없어 밖에 버린 것이 아니다. 짠맛이 있어도 또 다른 맛이 없으면 짠맛만 있는 소금도 버리게 된다. 또 짠맛과 다른 떫은맛, 그 떫은맛도 맛있는 떫은맛이 있고 기분 나쁜 떫은맛이 있다. 떫은맛이 있는 소금은 버리게 되지만 또 떫은맛이 있는 소금이어야 맛이 있다. 소금에는 쓴맛도 있다. 이 쓴맛이 있으면 역시 버려야 하지만 또 쓴맛이 있는 소금이어야 한다. 소금에는 단맛도 있다. 어떻게 표현할 수 없는 미묘한 맛들을 지니고 있는 소금이 발효시킨 콩을 만나면 참 미묘한 맛을 만들어 내고 고추를 만나도 그렇고 채소를 만나면 또 다른 발효를 시키고 생선을 만나도 때때로 제각각 맛을 내기도 한다. 그때마다 맛은 다 다르다. 그러나 맛있다. 이렇게 신기한 소금을 가지고 무슨 분석기에 넣고 거기서 염화나트륨, 칼슘, 마그네슘, 칼륨, 아연, 철, 황 어쩌고 따지며 분석기에서 지금까지 20여종을 분석해 냈으나, 더 분석을 못해서 그렇지 몇 십, 몇 백가지를 더 분석해 낼 수 있을 것이다. 병원에 환자들에게 주사하는 주사약 맛을 보면 단맛과 약간 건건한 맛이 있다. 여러 가지 의약품들을 맛을 보면 그 양약들에게도 모두 간을 맞추어 놓았다. 어떤 약은 아주 짠맛만 있는 약도 있다. 눈병 나서 안약 사서 넣으면 그 안약이 소금물이다. 우리 선조들은 소금을 소독용으로 많이 사용했다. 또 기분 나쁜 사람 다녀가면 소금 뿌린다. 재수 없는 일 있어도 방패막이가 된다. 벼 종자 소독할 적에도 소금물에 담가 두었다가 심으면 깜부기가 없어진다. 깜부기병뿐이 아니다. 여러 가지 병충해를 예방할 수도 있다. 벼 종자뿐이 아니고 다른 종자들에게 적응시키면 좋을 것이다. 소금에 대해서 글을 쓰려고 컴퓨터에서 많은 검색을 해 보았다. 여기서 지금까지 써 있는 글은 컴퓨터에 없는 이야기들이다. 나는 컴퓨터를 사용할 줄 모른다. 그러나 이 글을 읽는 이들은 컴퓨터와 같이 산다. 컴퓨터에 입력되어 있는 글 다시 읽도록 한 번 더 옮기고 싶어서 본 것이 아니고 거기에 있는 말은 안 쓰고 없는 말만 쓰고자 확인해 본 것이다. 거기에 죽염의 효능, 볶은 소금의 좋은 점, 소금을 먹어야 건강하다, 절대로 먹지 말자는 의견들이 많이 나왔다. 또 더러는 상술적인 이야기들도 있다. 모두가 좋은 말이고 맞는 말이다. 그러나 소금을 꼭 먹어야 건강하다는 이야기와 절대로 먹어서는 안 된다는 이야기는 상반된 이야기라서 그냥 넘길 수 없다. 나 또한 같은 말을 반복하게 된다. 그러나 그 의견과는 다르다. 무조건 소금을 먹어야 건강할 수는 없다. 콩팥 기능이 다 된 사람은 소금 많이 먹으면 신장 투석 들어간다. 언제인지 정확히 모르지만 약 7년 전쯤 충청도에 갔다. 그이는 몸이 안 좋아서 금식을 하고 있었다. 장두석 선생이 쓴 「사람을 살리는 단식」이라는 책을 옆에 놓고 그 책대로 단식을 하고 있었다. 그 책에는 죽염은 단식 도중에 먹으라고 써 있다. 그 말씀은 맞는 말이다. 그러나 이 사람이 잘못 해석하고 있었다. 단식 도중 죽염은 먹어도 좋고 그 대신 물을 많이 마셔야 한다. 그런데 배가 고프고 유일하게 허용된 음식이 죽염뿐이니 많이 먹는다. 먹어도 너무 많이 먹는다. 아무리 옆에서 말려도 소용이 없다. 이 책에 있지 않느냐고 계속 먹어댄다. 그리고 단식 끝나고 나서 콩팥이 기능을 잃어 그대로 신장 투석을 하게 되었다. '장두석' 선생이 쓴 책을 읽고 신장 투석을 들어갔다. 투석도 그냥 투석이 아니고 장기적으로 투석해야 하는 '장 투석'을 하고 있다. 「사람을 살리는 단식」이라는 책을 읽고 어떤 이는 고칠 수 없는 병을 고치고, 말기 암을 고치는 이도 있고, 똑같은 책을 보고 건강하게 살던 이가 더 건강해지고파 단식하다가 신장 투석 들어가 한평생 기계에 의존하여 피를 정화시키고 있는 이도 있다. 그것은 소금을 잘못 사용하고 피해 입은 사례다. 간장을 담을 때 우리 선조들은 정월(正月)장이나 3월장을 담는다고 하신다. 나는 오기로 7월에 담아 보았다. 또 말(馬)날 담으면 맛있고 뱀날 담으면 맛이 없다고 해서 일부러 뱀날 골라서 담아 보았다. 그러나 맛은 있었다. 지금 지나서 생각해보니 7월에는 장마가 지고 벌레 많은 계절이었다. 정월에 담는 이유는 소금이 적게 든다고 하셨다. 내 생각은 햇볕이 뜨겁지 않으니 소금이 적게 들고 다음에 더 증발될 것이라는 생각만 하고 있었다. 그러나 알고 보니 그건 아니다. 잎이 피고 새싹이 나기 시작하면 모든 식물들이 염기가 필요해서 된장, 간장독 열어 놓으면 염기를 식물들에게 빼앗긴다는 것이다. 물론 해변에서는 모든 식물들이 바다에서 염기를 보충하겠으나 내륙지방에서는 다르다. 농장에서 기른 채소나 곡식은 밑거름으로 염화가리를 주어서 보충해 주지만 그 외에 식물들은 염기가 필요해서 된장, 간장독에서 뽑아 가는 것이다. 지금은 소금 값이 싸니까 좀 더 넣으면 되지만 옛날에는 그렇지 못했다. 옛 어른들은 잎이 피기 전에 담는다. 또 물도 얼었다 녹은 물이 더 좋다. 모든 식물, 동물이 염기가 필요하고 또 그 염기를 지니고 있는 식물을 먹고사는 동물도 그곳에서 염기를 보충하고 잘도 산다. 그러나 사람은 다르다. 모든 동물들은 땀이 잘 나지 않는다. 더욱이 털이 있는 짐승은 땀이 잘 안 난다. 또 땀나지 않을 만큼만 움직이고 산다. 그러나 사람이란 괴상한 동물은 땀을 많이 흘린다. 건강한 사람은 건강해서 땀을 흘리고 몸이 허약한 사람은 허약한 대로 허한을 흘린다. 역시 땀이 안 나도 병이요 땀이 많이 나도 병이다. 이 땀이 그냥 땀이 아니고 염분을 같이 가지고 동행해서 나간다. 이렇게 땀을 흘리는 인간이란 희귀한 동물들은 염분을 따로 보충해 주어야 한다. 그 염분을 아무렇게나 닥치는 대로 보충해 주어서는 안되고 독성이 없는 제대로 된 소금을 보충해 주어야 한다. 그 인간이란 동물을 두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땀을 흘리고 사는 인간이 있고 땀을 흘리지 않는 인간이 있다. 그 땀을 흘리는 인간은 염분을 많이 섭취해야 한다. 염분을 그냥 먹을 것이 아니라 콩이나 고추나 생선에 잘 발효시켜서 먹으면 더욱 좋다. 그 발효시킨 염분을 다른 채소와 버무려서 먹으면 더더욱 좋다. 이것을 사랑하는 사람들끼리 서로 만들어서 나누어 먹으면 더 더더욱 좋다. 여기서 염분을 땀과 함께 밖으로 내보내는 인간이란 동물도 두 가지로 분류한다. 생산을 위해서 필요한 땀을 흘리는 분류가 있고, 소비만 하면서 흘리고 있는 분류가 있다. 또 자기를 위해서 자기 가족을 위해서 염분을 밖으로 배출시키는 분류가 있고, 자기보다 힘없고 가난하고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서 염분을 밖으로 내보내는 그러한 동물도 있다. 이 동물이나 그 동물이나 염분이 필요한 동물들이다. 이제 전혀 염분을 밖으로 내보내기 싫어한 동물이 있다. 조금만 더워도 부채 챙기고 찬바람 나는 기계 돌리고 얼음물 먹고 얼음 보숭이 챙기는 참 이상한 동물이 있다. 조금만 염분이 밖으로 나와도 네모난 헝겊으로 닦아내고 혹시 온도 조절을 잘못해서 염분이 밖으로 나가면 금방 찬물로 씻어 내는 그 이상한 동물들은 염분을 섭취하면 안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