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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질의 추억입니다.
얼마전 MBN의 "생활의 재발견"이란 프로그램에서 "냉동 초밥의 꼼수"편이 방송됐었죠.
거기서 저는 제작진들과 함께 모 프랜차이즈 초밥의 충격적인 판매 실태를 알리고자 촬영을 진행하였습니다.
제작진들은 제 블로그 컨텐츠를 전적으로 이용하겠다며 방송분량을 촬영했었고, 저는 "냉동 초밥 재료"에 대해 가감없는 인터뷰를 하였습니다.
하지만 방송 분량에선 제가 졸지에 '시민 제보자'가 되버렸지요. 출연자에겐 한 마디의 동의도 구하지 않은 채 MBN측에서 일방적으로 결정했었고, 전국의
TV로 전파를 탔습니다. 제가 쓴 컨텐츠가 저렴하게 이용당하는건 상관이 없는데 기대를 하고 보셨던 많은 분들에게는 실망을 금치 못했을 듯 싶군요.
방송 프로덕션은 블로그의 컨텐츠를 전적으로 배끼고 인용하면서 여기에 대한 공신력은 인정하기 싫은가 봅니다.
대신 설명이 불충분했던 어느 횟집 종사자의 인터뷰가 제 인터뷰 대신 방송을 탔습니다.
각설하고 오늘은 그러한 인터뷰 내용 중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알아보고, 현재 프랜차이즈나 뷔페에서 사용하고 있는 "냉동 초밥 재료"의 정체가 무엇인지,
또 거기에 무엇을 뿌리는지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아마 이 글을 보시면 "이 정도로 무개념이였나?" 하는 생각이 드실 겁니다.
그들의 비상식적인 판매 행위는 소비자의 알 권리을 위해 반드시 뿌리 뽑아야 할 문제입니다.
■ 우리가 먹는 냉동초밥, 어떤 재료를 사용할까? |
서울의 모 프랜차이즈 음식점
촬영은 몰래카메라 형식이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카메라를 지참하지 않았습니다.
사진은 전부 휴대폰으로 찍었기 때문에 화질이 안좋아도 양해 바랄께요.
이 날 저는 제작진들과 함께 유명 프랜차이즈 한 곳을 들렀습니다.
이 프랜차이즈는 돈까스 우동 전문점이지만 초밥과 롤 메뉴도 한 페이지를 차지 할 정도로 비중이 높습니다.
여기서 저는 2인분 짜리 초밥(13,000원)과 1인분 초밥(7,500원)을 주문했는데요. 여기서 어떤 초밥이 나오는지 한번 살펴보겠습니다.
그 전에 한 가지 알아두셔야 할 게 있습니다. 이미 지난 시간을 통해 몇 번 언급했지만 제 블로그를 처음 찾아주시는 분들을 위해 쉽게 설명하겠습니다.
#. 허름한 법을 틈 탄 우리네 먹거리의 함정
원래 뷔페나 프랜차이즈에서 사용되는 초밥 재료는 대부분 "냉동"입니다.
수입처는 주로 동남아, 칠레, 그 외 원양산 수산물이 주류를 이루는데, 어차피 초밥 전문점이 아니기 때문에 조리사는 이것을 해동시켜 밥에 얹어 내는
간편한 레시피로서 손님상에 내게 됩니다. 활어를 쓰기 위해선 수조가 필요한데다 취급이 어렵고 단가가 비싸기 때문에 냉동을 사용할 수 밖에 없는건
이해를 하겠는데, 문제는 이들 어종에 대한 표기도 맞지도 않을 뿐더러 원산지 표기 조차도 제대로 되어 있지 않는 곳이 허다하다는 사실입니다.
그러니 자신이 먹는 초밥이 무엇인지 알고 먹는 소비자는 열에 한 명 있을까 말까, 대부분 모르고 먹는 게 소비자의 현실입니다.
현재 시행되고 있는 수산물 원산지 표기는 "모든 활어와 미꾸라지, 낙지, 넙치(광어), 뱀장어, 참돔, 조피볼락(우럭)"등 단 6개의 품목에 한해서만 입니다.
그외 우리가 흔히 먹는 냉동 수산물은 아이러니하게도 원산지 표기 의무에 해당되지가 않습니다.
업소들은 이러한 법적 맹점을 이용해 저렴한 재료를 가져다 쓰면서 어종과 원산지 표기는 엉터리로 해 놓고 폭리를 취하고 있습니다.
어떤 재료를 사용해도 이를 알고 먹는 소비자는 거의 없기 때문인데요. 이렇듯 프랜차이즈와 뷔페 업소들은 허름한 법을 틈타 출처가 불투명한 재료를
사용하고 그것도 모잘라 잘 안팔리는 초밥의 유통기한을 연장시키기 위해 인체에 해로운 약품까지 처리하면서 소비자를 기만하고 있었습니다.
상황이 이런데도 소비자의 먹거리를 지켜주는 법적 제도 장치는 어디에도 찾아 볼 수 없는 현실, 참 개탄스럽습니다.
초밥 2인분(13,000원)
이번엔 2인분짜리 초밥이 나왔는데요. 1인분 짜리에 비해 구성이 좀 다르죠? 한번 살펴보겠습니다.
1) 문어
이따금 좀 아신다는 분은 저것을 "주꾸미"라 말하는데요. 주꾸미가 아니고 동남아산 문어 히라끼라 하는데 우리가 먹는 참문어니 돌문어니 하는 것과는
종이 다르며 크기가 매우 작습니다.
2) 초새우
역시 동남아산 새우로 베트남산을 많이 들여놓는데 삶은 새우를 가공한 다음, 냉동시킨 제품을 해동해서 사용합니다.
3) 북방대합조개
주로 캐나다산이 많은데 북방조개도 몇 종류가 있습니다.
우리가 초밥용으로 먹는 건 찬물에 서식하는 북방대합으로 별 맛은 안나며 대신 매우 질긴 식감을 가지고 있지요.
4) 틸라피아(역돔)
몸 생김새가 돔 처럼 넓직하고 측편형이여서 우리나라에선 '역돔'이라 불리지만, 이건 말장난이죠.
원래는 아프리카 중남부가 원산지인 민물고기지만 지금은 중국과 대만에서 전량 양식으로 수입되며 주로 냉동 필렛(포를 뜬 상태)으로 들어옵니다.
우리가 먹는 저가형 뷔페, 프랜차이즈 초밥, 그리고 일부 부도덕한 횟집과 일식집에선 "도미"회로 둔갑시켜 팔고 있는 저렴한 식재료이기도 합니다.
5) 초연어
칠레산, 노르웨이산이 많으며 초밥용으로 가공한 연어를 말하는데 사실 선도는 많이 떨어집니다. 저렴한 가격에 먹는거라면 상관없슴.
6) 초한치
한치 몸통을 슬라이스한 제품으로 주로 태국과 같은 동남아산이 주류입니다.
동남아산이라고 무조건 안좋은건 아니지요. 어느 나라 수산물이든 유통할 수 있는 범위내에서 적정 선도를 지킨다면 좋은 물건이 될 수 있습니다.
문제는 가공과 냉동을 거쳐 해동하는 과정에서 맛의 변질이 생기며, 또 한국으로 건너온 물건들은 유통기한을 연장시키기 위해 인체에 해로울 수 있는
약품을 처리한다는 것이겠지요.
위 사진은 도미초밥이 아니고 민물고기인 틸라피아(역돔) 초밥이다.
4)번 틸라피아에 대해 보충 설명을 하자면, 생긴게 방추형의 돔 모양이라 한국에선 "역돔"이라 불리는데 이것을 "도미"라고 팔면 위법입니다.
그렇다면 도미는 정확히 어떤 어종인지가 문제인데요. 사실 "도미"라는 어종은 표준명상 존재하지가 않습니다.
어류분류학상 "도미과"라는 말은 있어도 "도미"라는 어종은 없어요. 다만 "돔"어종이 고급 어종으로 인식되고 있으며, 그것들을 "도미"라 통칭하기도 하지만,
사실 "돔"어종은 그 종류가 무수히 많습니다. 그래서 혼동을 빚어질 수가 있는데 이 장에서는 "도미'라는 어종에 대해 정의를 내리려 보도록 하겠습니다.
※ 도미란? 농어목 도미과 어종을 통칭하는 표현으로 여기에 해당되는 어종은 감성돔, 참돔, 황돔, 붉돔이 있다.
사실 도미란 말은 '돔'어종을 일컫는 말이지만 우리가 일식집, 횟집, 수산시장 등지에서 통상적으로 '도미'라고 부르는 어종은 90% 이상 '참돔'을 말한다.
틸라피아(역돔)는 "참돔이나 감성돔"에 비해 단가가 무려 10배 가까이 저렴한 식재료입니다.
저렴한 재료를 사용하는 건 문제가 아닌데 여기에 가격 논리가 개입되면 어종 표기를 정확히 해줘야 할 의무가 따르는 법입니다.
이는 제품의 품질과 소비자 가격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므로 틸라피아(역돔)을 도미로 표기하는건 엄연한 위법이 됩니다.
그렇다면 해당 프랜차이즈 업소에서는 틸라피아(역돔) 초밥에 대해 어떻게 표기를 해놨을까요?
■ 어종을 허위표시한 건 명백한 위법, 이에 책임을 전가하는 본사 |
"지금 OO점 프랜차이즈에서 역돔을 참돔으로, 초우럭을 조피볼락으로 표기하고 있는데 어떻게 된 건가요?"
"초우럭은 우럭에 식초를 가미한 것이고, 참돔은 틸라피아있죠? 그거 사용한거구요."
"그런데 참돔과 틸라피아는 전혀 다른 어종인데 이것을 참돔으로 표기해도 됩니까?"
"전에 원산지 표기와 관련하여 식약청 직원이 검사를 나왔는데 그때는 참돔으로 표기해도 된다는 말에 그리 표기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원산지 표기 담당은 농림수산식품부가 담당하는 걸로 압니다. 그런데 식약청이 참돔 표기를 허가했다는 이야기는 생전 처음 듣는 얘기.
저는 각 초밥 재료의 원산지를 담당자로부터 재확인한 뒤 다시 물었습니다.
"초밥 재료는 전량 본사에서 보내주고 있습니까?"
"아닙니다. 약 70% 정도만 본사에서 제공하며 수산물(초밥재료)에 한해선 각 매장이 따로 구입(?) 하는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상식적으로 프랜차이즈란 게 모든 재료를 본사에서 조달받는 것을 기본으로 아는데 수산물은 따로 구매한다니 선뜻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다시 해당 매장의 매니저에게 초밥 재료는 어디서 받고 있느냐고 물었습니다.
그랬더니 '본사'에서 받고 있다는 답변을 들었습니다. 서로 말이 다른 것입니다.
식약청과의 통화에서
저는 본사의 답변대로 참돔과 같은 원산지 표기를 식약청에서 허가했는지 확인하기 위해 전화를 걸었습니다.
그러나 날아오는 답변은 예상대로 였습니다. "어종과 원산지 표기는 우리 담당이 아니고 농림수산식품부에서 하고 있다"는 대답입니다.
저는 농림수산식품부에 전화를 걸어 자초지종을 물었습니다.
"지금 모 매장에서는 역돔 초밥을 내 놓으면서 이것을 참돔으로 표기하는데 옳은 것입니까?"
"역돔을 참돔으로 표기한다고요? 도대체 어느 매장에서 그런답니까?"
"지금 모 매장에서 초밥 샘플을 확인해 본 결과 역돔의 사용이 분명했고, 우럭이라고 말한 초밥은 생선 우럭이 아닌 조갯살로 보여지는데 원산지 표기엔
각각 참돔(중국산), 조피볼락(중국산)으로 표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역돔을 참돔으로 표기한 건 명백한 위법입니다. 단속대상이예요."
"그리고 지금 원산지 표기 법상 (낙지, 도미, 조피볼락, 넙치, 미꾸라지, 뱀장어) 6종에 한해서만 표기 의무가 시행되고 있는데, 어째서 국민들이 자주 먹는
냉동 수산물은 표기 의무가 되지 않고 있습니까?"
"일단 품목이 너무 많아 이것들을 일일이 관리 하기 어렵고, 감시 인력과 예산도 부족합니다. 하지만 앞으로 차즘차즘 품목을 늘려 확대해 나갈 방침입니다"
대략 이 정도 선에서 통화를 하였습니다.
지금도 초밥 재료를 취급하는 쇼핑몰에선 틸라피아(역돔)을 도미라는 이름으로 판매하고 있어 이에 대한 시정이 시급해 보인다
지금도 "틸라피아(역돔)"이라고 검색어를 치면 냉동 초밥 재료를 취급하는 쇼핑몰들이 무수히 많이 나옵니다.
그런데 몇 몇 쇼핑몰에선 이들 틸라피아를 "도미살"라는 이름으로 팔고 있습니다. 물론 참돔에 준하는 가격을 받는다면 그건 사기에 해당되므로 법적인
책임을 물을 수 있지만 이들이 판매하고 있는 틸라피아는 냉동 가공품으로 200g에 5천원선이니 표기상 문제를 제외하곤 별 하자는 없습니다.
하지만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틸라피아와 도미(참돔)은 민물생선과 바다생선만큼이나 차이가 큰 어종입니다.
단가 차이도 10배 가까이 되며, 무엇보다 소비자들이 도미를 "고급어종"으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업소에서는 표기를 분명히 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 틸라피아(역돔)과 참돔(도미)의 차이에 대해 |
민물고기인 틸라피아(역돔)
작년 봄에 한 차례 설명했지만 처음 오시는 분들을 위해 다시 보충 설명을 드리습니다.
틸라피아는 농어목 시클리드과의 어종으로 아프리카 동남부가 원산지인 민물고기입니다.
번식력이 강하고 성장속도가 빨라 전 세계적으로 양식어로 각광받고 있지요. 여기에 더러운 물에서도 곧 잘 적응하니 수온만 맞으면 폐사의 위험도
매우 적습니다. 보시다시피 생김새가 "돔"과 비슷합니다. 그래서 한국에선 "역돔"이란 이름으로 불리는데요. 이러한 명칭을 이용해 은근슬쩍 '도미'라며
진짜 도미대신 역돔을 팔기도 하며, 지금도 일부 비 양심적인 곳에선 도미대신 틸라피아를 내 놓고 많은 마진을 보고 있습니다.
원래 틸라피아(역돔)은 식용어로 인기가 많은 어종입니다. 북미 대륙(미국, 캐나다)의 마트에 가보면 '도미'라는 이름으로 팔리는데 그래서 잘 모르시는
분들은 그냥 '도미'인 줄로만 알고 드시지요.
이게 식용어로 인기가 많은 이유는 어디까지나 튀김, 스테이크등 가열된 요리로 한정했을 때 얘기입니다. 다시말해 살에 탄력도가 떨어지기 때문에
열을 가하면 살이 매우 부드러워져요. 그래서 '피쉬 앤 칩스' 같은 재료로는 손색이 없습니다. 하지만 횟감용으로는 글쎄입니다.
일단 횟감이란 '생식'을 의미하는데 이는 양식장 위생과 연결짓지 않을 수 없는 문제입니다. 북미대륙으로 수출하는 틸라피아는 어느 수입처인지
정확히 모르지만 적어도 한국으로 수출되는 제품은 '중국'아니면 '대만산'이 대부분이지요. 그런데 이들 양식장 환경이 위생상 검증되었다는 보장은
어디에서도 찾아 볼 수가 없습니다. 현지인으로부터 간간히 들리는 소문도 그리 좋지가 않아요.
이렇게 수입하는 양식어종에 대해선 양식장 위생과 사료, 그리고 항생제 및 기타 약품처리에 대해 조사해 볼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농어목 도미과에 속하는 참돔
반면, 우리가 흔히들 도미라 부르는 참돔은 대표적인 바닷고기로 일식에서 고급 횟감으로 쓰입니다.
사실 이보다 더 좋은 고급 횟감은 얼마든지 많습니다. 그런데 참돔이 인기가 좋은 이유는 역시 성장 속도가 빠르고 양식도 잘 되며, 맛까지 좋기 때문에
일식에선 빼 놓을 수 없는 재료이기도 합니다. 참돔은 현재 국내에서 양식이 되고 있고 중국, 일본에서 수입하고 있습니다.
단가로만 따지자면 여타 고급어종은 돌돔, 능성어엔 한 수 아래지만 틸라피아와 비교해 보면 무려 10배 가까이 비싼 재료입니다.
틸라피아 초밥(좌), 도미초밥(우)
틸라피아와 참돔 초밥을 비교한 사진인데요. 틸라피아는 민물생선이고 참돔은 바다생선이지만 속살만 놓고 본다면 별 차이가 없습니다.
이는 틸라피아가 참돔으로 둔갑할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한데요. 여러분들이 보셔도 차이점을 발견해 내기가 쉽지 않을겁니다.
저 역시 이렇게 사진으로만 봐서는 확실하게 가려낼 수 없습니다. 제 아무리 생선회 전문가라 할지라도 사진으로 구분할 수 있는 사람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나마 현장에서 수조를 보고, 업소의 여러 정황을 살펴 본 뒤에서야 나온 횟감에 보고 판별하는데요.
혈합육, 근육의 결, 힘줄의 분포, 색감을 따지고, 거기서 손으로 잡아 당겨보고 맛을 보면서 오감을 발휘해야만 감별해 낼 수 있는 매우 어려운 일이기
때문에(이 또한 제대로 할 수 있는 이들이 얼마나 있을까 모르겠네요) 단순히 눈으로 보고 알아맞춘다는 건 어불성설입니다.
얼마전에 방영한 MBN 생활의 재발견 <냉동 초밥의 꼼수>편에선 어느 초밥집 종사자를 통해 틸라피아와 참돔의 차이점을 인터뷰 하였습니다.
여기에 대해 해당 인터뷰를 하신 분은..
"틸라피아는 색깔이 탁하고 무늬의 붉은색 선명도가 조금 다르다, 반면 참돔은 붉은색이 선명한 편이다"라며 색깔로 밖에는 구분할 수 밖에
없다는 의견을 내 놓았습니다. 이 얘기가 틀린 말은 아니나 설명이 충분하다고 보기도 어렵습니다.
얼마전 제가 쓴 "저급 생선회에 숨겨진 비밀, 구별법 공개"에서 밝혔듯, 이 두 어종의 구별법은 육색으로만 확인하기엔 한계가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힘줄의 분포도와 여타 환경적인 요인까지 들먹이며 구별법을 제시하였지요.
사실 색깔만으로 어종을 구분한다는 건 굉장히 위험한 발상입니다. 인터뷰 내용대로라면 "틸라피아는 색깔이 탁하고 붉은색 선명도가 참돔에 비해 흐리다"
라는 얘긴데요. 아래 사진을 보고도 그런 말을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왼쪽이 참돔, 오른쪽이 틸라피아(역돔)
인터뷰에선 "참돔의 붉은색이 틸라피아보다 선명하다"라고 하였지만 그것은 틸라피아의 해동상태와 조명에 따라 얼마든지 바뀔 수가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어종을 구분할 땐 색깔만으로 불충분하다는 이야기를 한 거예요.
어육의 색은 똑같은 어종이라도 상황에 따라 다를 수 있습니다.
- 양식어냐 자연산이냐
- 큰 사이즈냐 작은 사이즈냐
- 활어였을 때냐 숙성을 했을 때냐
여기에 따라 또 달라집니다. 위 사진의 틸라피아는 어느 퓨전 선술집에서 나온 건데 보시다시피 붉은색이 굉장히 붉죠?
표면에 수분이 차 있고 손으로 만져보면 매우 차갑습니다. 이는 냉동된 제품을 완전하게 해동시켜 썰어 낸 게 아니라 손님상에서 해동이 되고 있기 때문에
저러한 현상이 생긴건데요. 다시말해 같은 틸라피아라 하더라도 냉동상태와 완전 해동된 상태에 따라 육색의 차이가 달라질 수 있고, 가장 큰 문제는
주변 조명에 따라 받아들이는 색감이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에 인터뷰 내용만으로는 이 두 어종의 차이를 설명하는 게 충분치가 않습니다.
제가 제작진들에게 "횟집 종사자들이라고 해서 무조건 회에 대한 전문가는 아니다" 라고 얘기를 드렸는데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더군요.
횟집 조리사들은 기본적으로 음식을 만들어 파는 사람이지 어종을 구분하고 생선회 종류를 판별하는데는 대부분 관심이 없습니다.
오히려 횟집 종사자들이 어종 구분을 못할 때가 많아요. 그리고 횟집과 일식집에서는 어종을 표기하는데 있어 표준명 사용도 잘 안합니다.
그렇다고 방언을 사용하는게 잘못됐다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게중엔 불러선 안 될 잘못된 명칭을 그대로 사용하는 업소가 전국적으로 허다합니다.
이에 대해 정보를 바로 잡아주는 사람들은 어류 학자와 생선회 전문가이지 결코 횟집 종사자들이 아니예요.
물론 게 중엔 진짜 전문가도 있습니다. 수년간 새벽 시장에 나와 직접 경매를 하고 물건을 고르는 사람들입니다.
그들은 생선을 보는 안목이 탁월하며 어지간한 어종은 전부 식별해 냅니다. 그런데 특별히 관심을 가진 분들이 아닌 한 우리가 알고 있는 횟집, 일식집
조리사들은 어디까지나 자신이 다뤄왔던 횟감에 한해서만 전문가지 자신이 다루지 않은 식재료까지는 폭넓게 알지 못합니다.
그럼에도 방송 관계자들과 일반 사람들은 횟집 종사자라면 무조건 전문가로 여기는 경향이 있는데요.
제가 틀린말을 했는지 아닌지는 이 글을 읽고 있는 횟집, 일식집 종사자 분들이 더 잘 알고 계실꺼라 생각합니다.
■ 뷔페 음식도 문제가 있다 |
저가 뷔페에서 본 홍어무침
이곳은 1인당 2만원을 넘지 않는 저가형 초밥 뷔페입니다.
이곳에서 팔고 있는 홍어회가 진짜 홍어일리는 만무하고 90%이상은 가오리를 쓰고 있을텐데요.
얼마전 TV에서 이 문제에 대해 다뤘지만 여전히 뷔페에선 표기를 정확히 하지 않고 있었습니다.
대만산 농어라 밝히고 있는 초밥
사진은 대만산 농어인데요. 제가 아는 농어 살과는 다소 차이가 있는데 어쨌든 농어랍니다.
진짜 농어를 쓴 건지는 알 수가 없지요. 농어목에 속하는 바닷물고기만도 수천 어종에 이르는데.. 단지 농어랑 유사하다는 이유만으로 유사어종을 사용
했을 수도 있으니 이는 알 수가 없습니다.
또한 이런 곳에서 사용하고 있는 광어 초밥은 러시아 산이 대부분입니다.
러시아산 광어는 우리나라 연근해에서 올라오는 광어와 종이 틀립니다. 크기가 2m에 이르는 북태평양산 거대넙치(Pacific Halibut)의 일종을 가져다
쓰기도 해(이미 일본에선 사용했다가 잠정 중단된 상태) 의혹이 들고 있을 뿐입니다.
또 최근에는 이러한 냉동 초밥 재료에 상하지 말라고 방부제 스프레이를 뿌린 사실도 확인되었습니다.
그 성분을 과도하게 사용하면 자칫 인체에 해로울 수도 있습니다.
유통기한을 늘리기 위해 자신의 가족들에겐 먹일 수 없는 초밥 재료를 사용한다는 건 분명 문제입니다.
어차피 저가형 초밥에 저가형 재료를 사용한다는 건 문제삼을 수 없습니다. 업소로썬 단가를 줄이기 위해 취할 수 있는 조치입니다.
하지만 제도의 헛점을 이용해 원산지 표기를 제대로 안하고, 심지어 허위표시를 함으로서 소비자들에게 혼동을 줄 수 있다는 건 문제가 커 보입니다.
앞서 방문한 유명 프랜차이즈의 경우 "어종을 허위로 표기"했으므로 위법에 해당되며 경찰에 고소하면 충분히 단속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틸라피아(역돔)의 사용이 문제가 아니라, 이를 가지고 "참돔이나 도미"로 표기해 소비자들로 하여금 혼란을 주고, 거기에 따른 차익까지 발생시킨다면
수산물에 대한 불신은 커져만 갈 것이고 양심적으로 운영해 온 사람들에게도 괜한 피해가 갈 수 있습니다.
똑같은 틸라피아 초밥을 사용하더라도 이것에 대한 표기를 제대로 했다면 오히려 소비자들은 이를 신뢰할 것입니다.
"소비자의 알 권리는 사용된 재료의 투명성에서 나옵니다"
올바른 먹거리 문화를 만들어 가기 위해선 이러한 꼼수들을 집중 단속하고 시정 조취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며, 냉동 수산물에 대해서도 적극적인 표기가
이행되어야 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앞으로 냉동 초밥 재료를 사용하는 뷔페, 프랜차이즈, 쇼핑몰에 식재료 표기와 관련하여 긍정적인 변화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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