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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의태자, 무타나비 되다|
최두환
Ⅰ.
아! 빛나는 전통의 신라 천년의 끝에 사방의 땅들은 모두 남의 소유가 되고 나라는 쇠잔하여 고립되어 외로워지고 지킬 안보마저 기둥은 다 허물어져가다.
곡수류상曲水流觴의 즐거웠던 포석정 잔치 세월 좋다 노래하던 카불*에 견훤이 덮쳐오니 높으신 공경대부들 사방으로 다 흩어지고 잡혀가 노비되고 왕비들마저 몸 빼앗기다.
귀족들의 왕위쟁탈전은 격화되어가고 신검은 아비 견훤을 금산사에 가두고 아우 금강을 살해하며 자칭 대왕이라 마침내 견훤은 바닷길을 거쳐 고려에 가다.
지방의 호족들은 남몰래 키운 세력으로 중앙에 큰소리로 대항하며 지방분권 요구하고. 중앙정부의 통제력은 가뭄의 잔디처럼 약화되어 농민은 수탈강화에 저항이 들불처럼 거세지다.
Ⅱ.
짐이 보아하니 이 모든 형편은 통곡 자체요 외롭고 위태로움이 이보다 더할 수 없고 더 이상 강해질 수도 약해질 수도 없는데 죄없는 백성을 참혹히 죽게 할 수는 없노라.
승냥이 같고 늑대 같고 표범 같은 견훤 함께 눈물 흘릴 줄 아는 인정 많은 왕건 늘 위로하며 도와주는 덕망 있는 지도자 큰통의 리더십을 못 키운 경애왕 자결하다.
견훤이 세운 경순왕* 김부의 마지막 그 선택 새 왕조 고려 왕건에 항복한다는 말에 거친 삼베옷 입은 그 맏아들 마의태자* 천년신라를 하루아침에 버리다니요!
나라의 존망은 반드시 천명에 달려있고 충신 의사 민심을 모아 죽기로 싸워 지키다 힘이 다해 어쩔 수 없으면 그때 그만둘지언정 사지에서 살길을 구하면 할 수 있는 법이지요.
신라를 삼키는 왕궁의 통곡소리 소리 군사를 일으켜 고려와 싸울 건가? 중이 되어 산골에서 여생을 보낼 건가? 결연히 반대하며 사직을 위해 결심하노라.
Ⅲ.
통곡의 의미는 정녕 단념과 무력無力뿐이라 화려 금성에 입던 비단옷 밤길을 수놓으며 금강산 개골산으로 간 못된아비 되어 갈근초근목피의 여생을 마친 시인이었느니.
보리수 아래 선각자 되어 불국정토 만들면 모든 아픔은 사라지고 백성은 편안할까 싸울아비 되어 견훤 왕건 없애면 백성이 따를까 모두 해골로 쌓여진 킬링필드의 개골산 되랴.
남쪽에 천길 되는 절벽의 봉우리 인제군 한계산寒溪山 그 아래 맑은 샘물 부딪쳐 큼직한 못에 노는 미르도 나는 새도 건너지 못할 기괴한 천혜의 요충지라 룡문사 장안사 들리자 대륜법사의 만류도 많았지.
하늘에 해가 둘일 수 없고 땅에는 두 임금이 없는 법 백성이 감당할 수 있는 선택 은 하나.
Ⅳ.
시인은 말한다, 진실을. 항쟁을 단념하고 따라온 신하와 군사들을 해산하고서도 더욱 참을 수 없는 선택 은 하나.
울분의 분노는 뜨거운 사막을 녹일 듯 부왕의 명령에 끝내 거역하고 반대하며 따르는 무리를 이끌고 펼친 신라 회복 운동 결코 자취를 감출 수 없음이여! 마의태자.
충성을 으뜸으로 삼는 사군이충事君以忠의 나라에 싸움에서 물러날 줄 모르는 임전무퇴臨戰無退의 기상 살생을 가려서 하는 살생유택殺生有擇의 생명존중 효도하고 신뢰하는 인간관계의 신라를 복원할 꿈 꾸며.
귀족으로 남은 저항의 유랑 시인 무타나비 개골산으로 간 마의태자의 슬픈 마음 읽어보노라. 왕실에 복종하지 않았던 외로운 외침이 허공에 떠돌다 서로 만나 나누는 대화 천년사직 지킬 수 없었던 한 많음에 지친 울음이여!
Ⅴ.
무타나비*, 거짓 예언의 시인으로 이름난 선지자가 되려는 사람이라고도 하는 자칭 예언자의 폭동 행위에서 얻은 별명이여! 그토록 아랍을 사랑한 풍자시인 혁명가여라.
늘 과격한 정치 종교 운동을 한다고 빌미잡혀 덜미 씌워져 감옥에 갇히기 일쑤였다, 왜. 사라센의 시리아 이라크 이집트 궁정을 드나들며 강력하고도 깊은 암유와 은유로써 고발하다, 왜.
카스피해 흑해 지중해 남쪽의 넓디넓은 대지까지 펼쳐진 사만왕조 사파리왕조 살라리왕조 비잔틴왕조 함단왕조 부와이왕조 파티마왕조들의 사라센 제국이여! 어디로. 함단왕조를 찬양한 노래도 박달산의 번영을 위함이었지.
비범한 기억력으로 시를 짓는 재주 있어 아랍민족의 우월성에 강한 자부심으로 호족들을 위한 카시다qasidah*를 지어주며 파란 많은 유랑의 세월을 거듭 보냈지.
Ⅵ.
사막은 나를 잘 알고 있다. 야음과 말등에 탄 군인들, 전투의 승리와 살륙, 종이와 글월도.* 내가 세상의 중심이고 아랍 세계가 태양임을 외치던 사나이 왕실에 무조건적 충성을 하지 않다 끝내 티그리스 강변을 여행하다 도둑떼에게 살해되다.
당신이 나으면 영광과 명예가 함께 회복하고 당신의 고통은 적들에게 옮겨지리라. 태양에서 떠났던 광명은 마치 몸속에서 메스꺼운 듯이 다시 돌아왔다. 혈통으로는 세상에 가장 우수한 아랍인이니 이방인들도 아랍의 착한 마음과 함께 하리라.*
나의 시는 너무나 강력해서 장님까지 읽을 수 있고, 나의 말은 너무나 의미가 깊어 귀머거리까지 들을 수 있다는 페르시아 시인이 탄 말이나 낙타, 사막의 동물들, 사막에서 일어나는 사건의 장면들이 담긴 송시頌詩 조각들 바람에 날려 아시아의 맨 끝 해뜨는 나라에 들리다 속삭여주는 이야기에 아라비안나이트 돌아오다.
Ⅶ.
키탄[契丹: 거란]이 바친 낙타에* 몸을 싣고 신라의 북쪽 땅 거대한 사막을 지나며 죽음이 따라오는 길바닥에서 회상은 차라리 사치라 눈물마저 흐를 여유조차 없는 마음을 열어 휘날려 숨길을 가로막는 모래가루로 달랜다.
봄날 사방엔 누런 안개 자욱해 보이질 않고 회오리바람 따라 흙비마저 쏟아져 내려 굶주림에 지친 백성 떼지어 절동浙東까지 구걸가고 서남쪽 도적은 벌떼처럼 일어나 지옥같은 세상이라. 지진마저 하늘이 돕지 않음이여! 나라의 운수 다함이런가.
영광 누린 왕건도 어차피 한 세상을 마치며 덧없는 인생이라 옛날부터 있어온 말 되뇌어도 거침없이 가는 고려의 앞길을 막을 수 없음도 한번 지나간 세월을 결코 되돌릴 수 없음이여! 한 많은 왕족의 몸부림이 서해 지중해로 잦아들다.
가고 아니 오는 영광도 없지는 않겠지만 번화했던 거리에 널브러진 만리 사막이 놀고 사막메뚜기 누리 떼 입에 넣는 벌판 만리 위에 포도 안식향 자단향 백단향 흑단향 야자수 아래 악어 실눈 같이 바라본들 민심마저 되돌릴 수 없어라.
Ⅷ.
개골산에서 여생을 마감하려던 마의태자 신라 재건의 염원을 담아 담아 기도하며 덕주사에서 일생을 한으로 마친 덕주공주 신라 최후의 지사 남매의 분노 서리 서리 좁은 산골에서 뛰쳐나온 넓은 세상을 보라!
신라는 경주로 이름이 바뀌어 작아 작아지고 그 식읍에서 정승공正承公이 된 아비의 눈에 가시 마의태자는 하나 둘 지지하는 사람들 늘자 무리지어 신라 재건 회복 운동에 운명처럼 나서며 아득히 멀고 넓은 강주康州 무주武州 라주羅州의 백제 땅 걷다.
나모 라뜨나 뜨라야야[namo ratnatrāyaya] 따르겠나이다, 삼보께. 나막 알야바로기제 새바라야[namah Aryāvalokitesvaraya] 따르리라, 세상을 내려다보는 아리안의 지배자님께요. 바라하목카 싱하목카야[varahamukha simhamukhaya] 멧돼지얼굴과 사자얼굴을 한 님을 위해서요. 성스러운 관세음보살님이시여! 알야바로기제 새바라야.
온몸에 가득 메워진 탐진치를 끊으려고 마음속의 무게를 비워보려 기도하는 마음 한 떨기 부용 만다라화 잎새 끝의 이슬처럼 떨어지고야 말 목숨일진대 버릴 수 없음이여! 한번쯤 저승에서 북지왕 류심劉諶*을 만나나볼까.
Ⅸ.
이젠 어리석다 한탄하는 말도 더 어리석기에 국가지도자가 국가를 위해 죽어야 하는 의리를 꼭꼭 가슴에 새기고 산넘고 물건너 가는 길에 외어깨에 얹힌 가사쯤이야 벗어놓고 삿갓 쓴 유랑 가리라든 길 위에 오글거리는 풀벌레 소리에 잠들다.
저항하는 말들은 오직 조국 부흥의 노래요 하층민들 고뇌를 대변하는 미래지도자의 꿈을 실어 곳곳의 여러 궁정을 다니며 지어보는 은유시를 과격한 폭동이라며 정체모를 복면극에 살해된 무타나비 바그다드 티그리스 강변에 도시 이름으로 잠들다.
비운의 왕자와 호탕한 귀족 시인 사이에 못된아비 신라회복 운동과 거짓예언의 저항활동의 중심에 신라 사로 사라 사라센 아라 아라비아 아라비 아랍 신라와 아랍 그리고 사라 라 아라 와〜, 사다새 기름으로 먹은 귀를 뚫어나 볼까.
외치는 주문 하나 페르시아 사라센의 말 얄리 얄리 얄라셩 얄라리 얄라* : 굳세고 굳세어라. 오 신이시여! 유쾌하게 세월을 보내고저. 오, 신이시여! 이 기도가 하늘에 닿으면 그때 말해주소서.
* 카불 :지금의 아프가니스탄 수도 Cabul/Kabul. 옛날에 高附(고부)라 했음.『삼국유사』에 “高鬱府”(고울부)라고 적힌 이름이 있다. * 경순왕(敬順王: 927-935) : 김부(金傅: 897-978)이며,『경주김씨족보』(김태훈 편저, 평안북도 용천, 1934)에는 슬하에 아들 일(鎰/溢) 황(鍠/湟) 종(鐘)이 있다. 신라 마지막 임금. 후백제의 공격을 받았고, 왕건(王建)이 세운 고려가 강대해지자, “이처럼 외롭고 위태로운 형세로는 도저히 나라를 보전하지 못한다. 이미 강하지도 못하고, 또 약해지지도 못하여 죄없는 백성만 무참히 죽게 하는 것이니, 나로서는 차마 할 수 없다.”고 하고는 드디어 시랑 김봉체(金封体)를 시켜 고려에 신라왕의 항복문서가 전달되었다. * 마의태자(麻衣太子) : 김부의 맏아들 김해군왕(金海君王) 김일(金鎰).『삼성연원보』(김경대 편저, 평안북도 의주, 1934)에는 슬하에 아들 선웅(善雄) 순웅(順雄)이 있다. 16살 되는 927년(경순왕1) 11월에 태자 김일은 김유렴(金裕廉)의 딸 영란(英蘭)과 혼인하였으니, 911년생이 된다. 그 아버지 김부는 14살에 낳은 셈이다. “나라의 존망은 반드시 천명에 달린 것이니, 마땅히 충신 의사와 함께 민심을 수습하여 죽을 각오로 스스로 지키며 힘을 다할 뿐입니다. 어찌 천년사직을 하루아침에 가벼이 남에게 준단 말입니까?”라는 왕자의 말이 유명하다. * 무타나비(Mutanabbi/Motanabbi : 915-965) : ‘무탄압비’로도 표기되며, 본디 이름은 ‘아부 앗 타이브 아흐마드 이븐 후사인 알 무타나비’라고 함. 페르시아 쿠페에서 출생한 시인. 그의 아버지는 귀족이라고도 하고, 물장수였다고도 하며, 시적 재능 때문에 교육을 받을 수 있었다고 함. 900년대에 페르시아 지역에 장사꾼 “물 장사”를 하면서 저항시인이라는 근본 행동이 궁금하다. * 카시다 : 영어로는 Kasida로 표기함. 페르시아에서 60-100行으로 된 송시. * 이 련의 영문으로 된 시 : The desert knows me well, the night and the mounted men, the battle and the sword, the paper and the pen. * 이 련의 영문으로 된 시 : Glory and honour were healed when you were healed, and your pain passed on to your enemies. Lights, that had left the sun, as if it was sick in its body, came back to it. By race, the Arabs are supreme in the world, but a foreigner will take part with the Arabs of good hearts. *『고려사』세가1에는 922년에 거란이 낙타를 보내왔고, 942년에는 낙타 50마리를 보내왔다. 신라 그 땅인 고려에는 낙타가 필요한 곳이었다. * 류심 : 촉한(蜀漢)을 세운 소열(昭烈)황제 류비(劉備)의 손자. 그 아비 류선(劉禪)이 사마소(司馬昭)가 좌지우지하는 위(魏)나라에 항복하려고 하자, 북지왕(北地王)이었던 그가 “마땅히 아비와 자식과 여러 신하들이 성을 등지고 한번 싸우다가 사직을 위해 같이 죽어야 할 것인데, 어찌 항복한단 말입니까?”라고 간해도 부왕 류선이 들어주지 않자, 자결하였다. * 얄 : ye․lam > yl [yal]. 우승자. 영웅. 용감한 사람. * 얄리 : ye․lam․ye > yli [yali]. 용맹. 용기. 굳셈. * 얄라 : ye․lam․lam․alef > ylla [yalla]. ya-allah![오, 신이시여]의 줄임꼴. * 얄라리 : ye․lam․lam․ye > ylli [yalali]. 게으르고 태만한 날을 보내다. * 셩 : shin․nun․gaf > shng [shang/sheng]. 명랑한. 유쾌한. 예쁜.
*(생활문학에 올린 최두환 시인의 글을 옮겼습니다. 양찰하심을...엮은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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