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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만에 타미야 빈티지 키트 시리즈를 이어갑니다.
타미야의 정말 오래 된 키트 중에 하나가 바로 위에 보시는 M60A1 미육군 탱크 키트입니다. 왜 불쑥 이 탱크 키트를 들고 나왔느냐하면 제게는 오랫동안 언젠가는 한번 만들어보고 싶다는 마음을 갖게 했던 추억의 키트기 때문입니다.
아마 1973년으로 기억합니다. 제가 살던 성북구 돈암동 근처에 "삼원과학교재사"라는 아주 조그만 가게가 있었습니다. 바로 그 근처에 "학생백화점"이라는 이름의 1층 짜리 쇼핑 매장에 입점해있던 꽤 큰 규모의 과학교재사가 입점해 있어서 그에 비하면 구멍가게 규모에 지나지 않는 이 가게는 주로 프라모델보다는 무선/유선 조종 비행기 판매에 더 신경을 쓰는 가게였습니다..... 어쨌든 각설하고 당시 초등학생 3학년이었던 저는 우연히 동네 근처에 이가게에서 파는 몇 안되는 일제 프라모델 키트들을 바라보면서 얼마나 마음 설레였던지 모릅니다. 부모님이 사주시지도 않을테지만 그냥 학교 끝나면 거의 매일같이 그곳에 가서 주인 아저씨 옆에 서서 그양반이 만드시는 각종 목재 모형 비행기(당시 무선조정을 R/C라고 불렀고, 유선조종을 U/C라고 불렀던 기억이 납니다.)와 간혹 진열대를 채우기 위해서 만드시는 프라모델들을 바라보면 마냥 신기해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리고 얼마 안되어서 마포구 쪽으로 이사를 가게 된 후에 제법 잘사는 병원집 아들을 전학 간 학교에서 사귀게 되었고 녀석의 집에 놀러갔을 때 저는 바로 위에 M60A1 키트를 보게 됩니다. 녀석은 그런 쪽에 별로 흥미가 없어서 미쳐 조립도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방치되어 있었는데 이사 오기 전에 동네 과학교재사 선반위에도 올라와있던 이 키트를 다시 보게 되어 얼마나 흥분되던지......
하지만 사귄지 얼마 안된 녀석에게 함께 조립을 끝내자고 말하는 것이 왠지 자존심이 꿀리는 듯하여 그냥 힐끔 힐끔 박스만 바라보다 집에 왔습니다. 그리고 40년 가까운 세월이 지난 지금 이베이를 통해서 구입한 동일 키트는 빈티지 키트치고는 꽤 비싼 가격에 거래되고 있었습니다만 어쨌든 구입하여 일단 가조립을 끝내놨습니다.
위에 키트 사진은 제가 찍은 것이 아니라 이베이 판매자가 자신이 올려놓은 키트를 찍은 사진입니다. 어쨌든 제가 구입한 키트와 동일하므로 참고용으로 사용합니다. 어찌된 이유인지는 몰라도 초등학교 시절에 한국에서 팔리던 타미야 탱크 키트들은 몇몇 예외는 있어도(영국 마틸다 전차) 거의 대부분의 키트들이 모터로 구동하는 식이었습니다. 하지만 제가 살고있는 미국에서 판매되는 타미야 키트들은 대부분 모터가 포함되지 않은 상태로 판매되고 있습니다. 뭐 그건 중요한 것은 아니지만 왜 미국내에서 판매되는 키트에는 모터와 기어 박스가 빠져있고, 사용 설명서에서도 모터 없는 조건으로 조립하는 식으로 설명되어 있는지 모르겠더군요.
그러나 여전히 전투기 조종사와 같은 다소 크고 둥근 헬멧을 쓴 기갑병의 인형과 넉넉하게 커다란 포탑에 장착된 대형 주포의 모습이 시원 시원하게 느껴지는 이 탱크 키트는 그때나 지금이나 제게 가장 매력적인 탱크들 중에 하나로 보였습니다.
다만 박스 아트에도 나와있듯이 주포와 포탑의 연결부를 덮은 방수포는 키트에는 반영되어있지 않아서 퍼티를 사용해서 만들어야 합니다. 또한 포탑에 부착된 커다란 전방 감시등과 포탑 내부로 연결되는 전원 케이블 역시 전기선을 사용해서 자작해야 할 정도로 디테일에는 좀 떨어지는 면이 있습니다.
데칼도 박스 아트와 비교하여 노랑색이 거의 오렌지 색에 가까울 정도로 바뀌어서 좀 의아하기도 하지만 어쨌든 이 "잘 빠진" 디자인의 M60A1은 조립을 마치고 저희 집 진열장 안에서 도색을 대기하고 있는 탱크들 중에 하나입니다.
자! 키트 소개는 뭐 이정도로 하고 실제 이 탱크 이야기를 좀 하려고 합니다.
실제 M60A1 시리즈는 최근까지 이라크등 미군 파병 국가에서 사용되어 왔습니다. 실제로 미 해병들은 아직까지도 방탄 판넬을 덕지 덕지 붙혀서 철갑을 보강하여 사용하고 있지만 사실상 미육군 주력 탱크인 M1 시리즈에 비하면 거의 할아버지 뻘 되는 모델임에는 어쩔 수 없습니다.
모양 역시 피탄 부위를 최소화하려는 M1이나 영국 챌린저 신형과 같이 납작하게 만들기 보다는 1950년대 개발된 M41 워커불독이라든가 M48 패튼 탱크 쪽에 가까울 정도로 "넉넉하게"(?) 높은 포탑이 현대적인 디자인과는 거리가 먼 탱크입니다. 그러면 도대체 이 탱크의 탄생 배경은 무엇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도 전장에서 사라지지 않고 꿋꿋하게 버티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중간 계투요원 탱크라 할 수 있는 M47탱크에 이어서 아직까지도 많은 나라에서 사용중인 M48 패튼 탱크가 탄생하게되고, M48 탱크는 그이전에 퍼싱,셔먼이나 M46,M47과 확실히 차별화되는 좀더 현대화된 탱크라 할 수 있습니다.
타미야 뿐만 아니라 아카데미에서도 발매한 모델입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만
그런 것이 아니라 미군도 해병대는 좀 구식 탱크를 꽤 오래도록 사용하는 것이 추세인가 보더군요.
어쨌든 이 키트도 현재 가조립해놓고 진열장에서 도색 대기 중입니다.)
(M60에 화염 방사기를 장착한 M67은 M60 시리즈 중에서 유일하게 베트남 전쟁에 참전하여
전투에 투입됩니다.)
(1970년대에 이집트 군에 의해서 포획된 이스라엘 군 M60 탱크. 주포가 밑으로 주욱 쳐진 모습이
고질적인 문제점을 그대로 보여주는 듯 합니다.)
결국 이런 불완전한 성능과 결함으로 인해서 1960년대부터 70년대까지 이어진 지루한 베트남 전쟁에서 M60A1은 제대로 참전해서 전과다운 전과를 올려보지 못하고 그보다 구형 탱크인 M48에게 기회를 내주게 됩니다. 도리어 이전 글에서 소개드렸던 대공포 장착 탱크인 M42 더스터와 같은 탱크는 전혀 개발 동기와도 맞지 앉지만 정글에 숨어있는 베트콩들을 섬멸하는 효과적인 살인 무기로 활용되었지만 그보다 훨씬 현대적인 기술과 장비가 투입된 M60A1은 미군 전사에 기록될 전공 대신에 미국이 이 탱크를 지원한 이스라엘이 시나이와 골란 고원에서 벌어진 사막의 전차전에서 적국의 전차들을 격파하며 전과를 올리게 됩니다.
-M60A2: 152mm 이중 용도 주포 장착 (미사일 발사 및 포 발사 목적) -> "스타쉽"이라는 별명이 붙은 SF 영화를 연상시키는 디자인의 주포와 셰리단과 같이 주포에서 미사일도 발사하겠다는 아이디어로 152mm 주포로 바뀌게 됩니다.
-M60A3: M60A1에 첨단 장비 추가 장착하면서 1991년 걸프전에 참전하였지만 이미 1980년 초반에 등장한 M1 에이브럼스 탱크가 종횡무진 활약하는 전쟁터에서 단순 순찰 업무 정도를 M551 셰리단과 함께 도는 늙은이 취급을 받게 됩니다. 이것이 미군이 운용한 M60 시리즈의 마지막 전투였고 현재는 미군에서 퇴역한 상태입니다.
하지만 터어키를 포함해서 수많은 나라들이 아직도 M60A3를 사용하고 있다고 하니 미국이 우방국이라는 명목으로 많은 후진국들에게 이 골치 덩어리 탱크를 얼마나 많이 팔아먹었니 짐작할 수 있을 것입니다.
(현재 M60 탱크를 운용 중인 국가들의 현황입니다.-위키피디아)
2007년 터어키 방산무기 전시회에서는 M60A3 전차의 포탑에 방호장갑을 두텁게 각이져있는 모습으로 덧대어 개조한 SABRA 전차라는 이름으로 이스라엘과 합작생산한 전차를 선보이기도 했었고, 그 다음으로 많은댓수를 운용하는 나라는 대만 육군인데 과거부터 중국본토와 대치된 상황에서의 방위무기체계는 미제무기 일색이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을 것입니다.
M42 더스터 대공자주포 부터 M-41,M-47, M48,CM-11,M60A1,등 대만 육군은 가히 한세대전 미군무기의 전시장이라 할만큼 아직도 많은 미군전차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베트남 전쟁에 배치되어 작전 중인 M48 패튼)
한국의 경우는 좀 다른 배경이 있어서 M60A1과는 인연이 없게 됩니다. 1970년대부터 M48A5K1 으로 알려져있는 M48 전차에 105mm 포를 장착한 개량된전차를 써오다가 육군전차 현대화계획에 따라 M-1 에이브럼스 전차를 수입하여 쓰게 되는데 M1 전차를 토대로 K-1 전차라는 이름으로 라이센스생산을 하게되었고 이후 한층더 업그레이드된 흑표 전차까지 양산시키는 단계에 이르게됩니다.
하지만 한때 약삭빠른 미국의 국방부관계자들은 한국에게 시대에 뒤쳐졌던 이 M60A3 전차를 한국군의 주력탱크로 결정하게 만들려고 M1의 수출을 보류한 적이 있습니다. 불과 M60A3 전차가 나온 1978년이후 2년후에 탄생된 미군의 신형전차 M-1 탱크였기에 1980년대 중반에 대한민국 국방부의 요청과 대통령에 의한 친미외교의 정치력이 없었으면 M-1의 수입과 그에 바탕을 둔 한국형전차의 개발은 더 늦어졌을것입니다.
다행히도 한국은 M60A1 전차와 M60A3 전차를 수입하지 않았고, 미국의 우방인 터어키, 타이완 ,그리스.스페인 ,이스라엘, 브라질,사우디 아라비아 등의 나라들은 M-48 패튼탱크를 사용하다가 꼭 다음번 전차인 M60A1전차를 수입하여 사용하였는데 한국은 그 단계를 뛰어넘게 된 것은 정말 다행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직도 대만에 가면 현용 탱크로써 눈에 띄는 M41 워커불독 탱크, 이미 미국에서는 박물관에나 가야
볼 수 있는 고철 덩어리입니다.)
이는 한국이 원래 베트남전에 참전하면서 미국에게 원조 받았던 90mm 포가 장착되었던 M-48 전차를 오래전부터 사용해왔기때문이며 그 이후로 계속 M-48 전차의 성능을 단계별로 업그레이드시켜가며 국산화한 다음에 대량생산을했기 때문이었습니다. 당시 북한이 소련제 T-62를 도입하게 됨으로 인해서 미국이 1960년대 초기에 T-62 때문에 M60 개발을 서두를 수 밖에 없었던 것과 똑같은 입장이 당시 우리 국군의 상황이었습니다.
하지만 다행히 90mm포 장착모델에서 105mm포를 장착한 모델까지 M-48전차는 근 30 여년동안 우리나라를 지켜왔던 것이고, 대우중공업에서 생산했던 M48A5K1형 전차는 자국산 105mm포를 장착하여 화력 또한 한단계높혔기 때문에 거의 M60A3전차의 수준에 근접했던 입장이었습니다. 그리고 삼성정밀에서 생산한 내부의 IC 신형조준시스템과 야전에서 속도를 높이고 연료소모를 줄이는 단순부품이지만 캐터필러 바깥쪽 중앙부분의 부착핀을 개발하는등 미국의 M60A3 전차수준과 다소성능차이가 나더라도 어쩔수없이 국산화된 전차를 사용해야 되었기에 혁신적인 성능으로 큰 차이가 없는한 어쩔수없이 M48A5K1전차를 사용해왔었던것입니다. 그러한 연유로 굳이 M60A3 전차를 수입할 필요성이 없었던것입니다.
(우리 국군이 운용중인 M48A3K, 1989년 팀스피리트 훈련 중)
즉 미국으로부터 수입한 탱크를 놓고 국산화 부품과 성능 개조 노력을 부단히 했던 우리나라의 경우 이후 미국과의 탱크 도입 협상에서 유리한 입장에서 M1 에이브럼스 수입을 이끌 수 있었던 것입니다. 하지만 다른 개발도상국들의 경우 미국에게 끌려가는 입장이었고 M60A3가 좋다 나쁘다 따지기 이전에 어쩔 수 없이 울며 겨자 먹기로 수입해야 하는 한심한 입장이 되었던 것입니다.
* 이번 글의 내용 중에 일부는 "슈트름게슈쯔의 밀리터리와 병기" 사이트의 글을 참고하였으며, 또 일부는 조선일보 유용원의 군사세계 사이트에 "batman44"란 필명으로 7년 전에 제가 올렸든 글에서 발췌하였습니다.
첫댓글 운영자님! 게시판 선택을 하려고 했더니 예전에 이 시리즈를 올렸던 게시판이 선택 항목에 없어서 그냥 종합장 게시판에 올렸습니다.
현재 콤프레써가 고장이 나서 그동안 질렀던 키트들 오픈해서 가조립만 해놓고 있습니다. (사실 이건 핑계이고, 요즘에 장사하느라 마음에 여유가 없는 것이 실제 이유겠지요....) 그런 탓에 도색 안된 탱크들이 15개가 넘게 그득하니 집에 진열장 속에 들어있습니다. 이것들을 하나 둘씩 제작기를 만들어가면서 완성할 그날이 언제인지 모르겠지만 꼭 활발한 활동을 하고 싶습니다. 연말 결산 게시판에서 김진형님이 1년간 제작하신 21개의 탱크들이 올라온 감동적인 글을 보면서 저도 그런 열정을 갖고 어서 도색을 시작해야 할텐데 하는 마음입니다....
음.. 이건 밀리터리 도감에나 등장할 법한 내용이네요. 좋다. 좋아...
절 공부시켜 주시네요. AFV를 전혀 모르는 저로서는 아주 누워서 받아 먹는 감입니다. 감사합니당. ^^
아.. 그리고 돈암동에 있던 그 과학교재사가 지금은 없어졌나요? 과거형으로 쓰시는 걸로 보아 없어진 모양이네요.
아마 건물 자체가 헐리고 가게도 없어졌을겁니다. 주인 아저씨 한 40대 중반으로 기억되는데 40년 가까이 세월이 흘렀으니.....어쨌든 제글에 관심 감사합니다.
어렸을 적에 32번인지 32-1번인지 기억은 가물가물하지만 버스 타고 다니면서 자주 보던 낡은 그 가게를 저도 기억합니다. 비슷한 지역에 사셨었군요.
아 그러세요? 전 성북구 안암동에 살았었습니다. 돈암동 옆이 안암동이지요.
재미있는 리뷰정말 잘봤습니다. 두고두고볼 내용입니다.^^
감사합니다. 틈 나는대로 제가 조립 끝낸 15개 탱크들 이야기 한번 느긋하게 풀어보겠습니다.
선 댓글 후 감상, 기다리던 시리즈가 올라 왔군요. 시간 두고 꼼꼼히 읽어보렵니다.^^
감사합니다. 이런 분들 많으시면 글 쓰는 입장에서는 아무리 먹고 살기 바빠도 글 올립니다!
킷트와 더불어서 이런 해박한 전사나 장비의 역사를 재밌게 쓰기도 상당히 어렵습니다. 킷의 제작기나 완성작이 없다뿐이지 김준만님도 한필체 하십니다. 이정도 되면 거의 좋은 '자료' 수준이 된답니다.
감사합니다.
m1 전차가 한국에 수입되었었나요? 지금 주력 k1보다 덩치 큰 전차인데 말입니다.
제가 전차병일때는 강원도 산골에 m47,m48a5k 가 대부분이었습니다.(노후 전차라서 엔진 트러블등이 많아서 짧게 움직인후 주포만 보이게 산악지형 벙커에 넣었다는....)
경기도 맹호부대(수기사).. 기준으로 남쪽 평야지대에는 기동성이 좋은 k1이었습니다.
강원도 근무를 하는 저를 비롯 우리 부대원들이 부러운 눈으로..가끔 합동훈련중 출현하는 k1 타고 싶어했어요~*
구식이라..훈련중 시내 주행하다가 엔진 퍼져서....대형 공구들고 낑낑거리며 정비병이 되버리는 일이 허다했습니다 ㅡㅡ;;
기갑부대 출신이신가보네요? 전 행정병 출신이라 이런 분들 경험담을 들을 때마다 엄청 대단한 경험을 하셨다는 생각을 합니다. 패튼 전차를 직접 운전하신 분이 우리 카페에 계시다니!
실례지만, 초등학교 4학년때 년도가...헉@@
김준만형님~부끄럽습니다....대단한 군생활을 한것도 아니고요. 그래도 가끔 중장비 차량이 보일때면,생각나곤 합니다.
어유 아니에요~~~ 엄청난 경험 하신겁니다.
추억의M60A1탱크네요 **
개인적으로도,좋아하는탱크중에하나입니다,예전에,만들어서굴리고놀던때가엇그제같은데,40년이훌쩍,지나갓습니다 ***
이제는정말추억의탱크가되엇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