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 작 시 특 집
차 한 수
서포(西浦)에서 외 4편
가을비가 내립니다
작은 어선들이 머리 숙이고 앉아 꿈꾼다
젖은 갈대 잎도 오후의 어깨 어루만지며
철석이는 바다의 눈빛 바라본다
벌거벗은 개펄의 몸부림에
바다는 자꾸만 뒤로 물러서고
안개를 비비는 비
작은 섬 허리 가리고 내리는 데
젖은 차일 너머로 봉우재 저녁종이 은은하다
지리산에서
끝순이는 머리를 빗지 않았다
발가락 만지며 흐르는 도랑물
마시고 구름처럼 날아다니는
끝순이는 잠을 자지도 않았다
봄이 지글거리는 대낮을 훌훌 마시고
참꽃 덤불이 되어 활짝 핀
끝순이는 슬픔을 몰랐다
비가 오고 눈발 날리는
몽돌 밭 밟으며 노래를 불렀다
별자리
초여드레 달빛이
옷섶을 가늘게 흔들고 있네
갈대 잎도 겨울을 흔들고 있네
바람이 된 그대 생각에
무덤이 떠 있는 해변을 바라보면
전생의 그리움이
저 바다에 반짝이고 있네
뒤
길을 걷다가 뒬 돌아보니 뒤가 뜨겁다 뜨거운 뒤가 멀다
먼 뒤를 두고 빠른 걸음으로 서둘러도 뒤는 여유 있게 뒤에
있다 오늘은 뒤를 앞세우고 걸었다 뒤가 앞이 되고 앞이 뒤
가 되었을 뿐 뒤는 언제나 뒤다
불타는 해변
썰물로
허벅살을 드러낸 개펄엔
흩어진 칼자국 뿐
죽은 새의 울음이
하늘에서 빤짝이다
불이 붙은 해변을 업은
아이는
부시는 눈으로
그림을 그렸다
* 차 한 수
· 통영 출생. 「현대시학」등단(1977)
· 시 집:『뜨거운 달> 『날아다니는 나무』외 10권
· 시선집:『새떼, 날아오르다』『집의 고향』 편운문학상 봉 생문화상 윤동주
· 문학상 황조근정훈장 부산시문화상외
· 한국시인협회 자문위원 동아대 명예교수.
신 작 시 특 집
홍 문 표
홍 문 표
별 이야기 외 4편
밤마다
별들이 멀려온다
요란한 대낮엔
햇살 겨드랑이에 숨었다가
밤이면 쏟아지는 꽃비
별들은
어둠을 더욱 사랑한다
달마저 없는 그믐밤이면
신명나는 축제
밤새워 속삭이는
달콤한 밀어
폭풍에 시달리는
칠흑의 밤이면
별들은 수부들의 남십자성이 되고
여인들의 가슴에
빛나는 새벽별
이승을 떠나는 영혼들의 날개
나는 밤마다
별이 된다
견우가 되었다가는
북두성이 되고
비오는 밤이면
희미하게 타는 촛불이 된다.
고향에 와서
추석날 고향에 와서
보름달을 본다
그처럼 오랜 세월
바람처럼 스치는 발길에서도
지워지지 않는 햇쌀 밥 냄새
남루하던 일정 때 태어나
꽁보리밥 된장국으로
배를 앓던
우리 다섯 남매가
그렇게도 부러웠던 식욕이다
검정 쟁반에 다소곳이 누운
백목처럼 순한
충청도 송편
그 풍만한 살결엔
가을의 윤기가 흐르고
만지는 엄마의 젖무덤처럼
보드라운 숨결이 파닥인다
달빛 유혹
해마다 이맘때면
열병처럼 설레이는 달빛 유혹
파도처럼 밀려오는
초록빛 유년의 순수
비가 오는 날이면
내 영혼은 언제나
코스모스 한들대는 강둑에 오른다
낙화암 발치로
흐느끼는 강물은 아직도
외로운 바람 되어 부는데
온몸을 적시던 달빛만이
별빛 초롱한 구룡포
그 비옥한 밀실에 누워
새로운 아침을 잉태한다
밤바다
밤바다는 한 마리 순한 양이란다
인정 많은 동물원의
대양을 달리던 혈기가
열풍에 시달려
피로한 모양이다
치켜뜨던 눈매도
호령하던 기세도
그냥 다소곳이 누워있는
편안한 얼굴이다
별이 빛나고
바닷가 가로등에 ‘
불꽃들이 넘실대는 시각이면
여인들은 화장을 한다
달이 뜨는 허전한 밤이면
바다는 하늘과 동침을 한다
이렇게 요염한 밤이면
발정을 하는가 보다
꿈 속이다.
이글대는 태양과
적도에 몰려온 태풍과
번뎍스려운 구름을 새김질하면서
밤바다는
오늘밤은 또 다른 태양의 산고를
연습한다
서귀포 가는 길
아직도 태초의 열기가
돌작밭 사이를 서성이고 있는데
노오란 유채꽃
한라산 넘어
서귀포꽃밭에는
그 원색의 욕망이
수줍게 흔들리는 아침이다
아무리 달려도
바닷가에 머무는 거리
우직한 바다는
오늘도
한 아름 육지를 휘감아
짙은 정사를 벌린다.
적도의 열풍과
어족들의 밀어와
온종일 쏟아지는 빛살의
끈적거리는 외로움도
이제는 시들한 놀음이고
그 깊은 심연을 헤치고
이글이글 온몸을 사르며
자유를 절규하던
그 날의 항거는
끝내 일그러진 얼굴이 되어
투명한 하늘만을 본다
그날 이후
그들은 말이 없다
파도가 잔등을 때려도
바람이 석달 열흘 불어도
그날의 절망은
앙다문 하르방이다
낙엽을 밟으며
더러는 바람에 시달려
일찍이 망각의 강물로
침몰하지만
대개는 국화꽃이 활짝 피고
첫서리가 내리는 아침
넘실대는 햇살의 의미를 씹으며
변신을 결심한다
지금은 북한산 중턱쯤에서
타는 불길이거나
변두리 아스칼트 길에서
흩어지는 분신이지만
당신과의 언약이 너무나도 소중하기에
순종의 나래를 접는다
한때의 무성한 손짓들도
사실은 꽃들의 그림자
마지막 절정을 예비하는 등불
가을엔 덩그런 과일만이
확실한 언어가 된다
낙엽을 밟으며
침묵하는 잎들의 껍질ㅇ르 벗겨 본다
겹겹이 쓰여진 이력들과
다가오는 겨울의 일정들이
기억의 갈피에서 파닥인다
어느 틈엔가
가을빛으로 물들어버린
내 영혼의 가지 끝에서도
새록새록
낙엽 지는 소리가 들린다
신 작 시 특 집
김 지 원
겨울일기 외 4편
한 겨울 벌거벗은 빈 가지에
새 한 마리 매달려있고
나는 종일토록
시의 가지에 매달려있다
아무도 깨트릴 수 없는
한 겨울의 적막
피 묻은 부리 몇 개
바람에 나는.
은혜의 바다
낮은 곳으로 가라
그리하면 시내를 만나리라
더 낮은 곳으로 가면
강물을 만나게 되고
그 보다 더 낮은 곳으로 가면
마침내 대양을 만나리라
몸을 낮추고
버리는 자가 만나는
은혜의 바다.
새
불 밝히고 앉아
새 우는 소리 듣는다
이 야심한 오밤중에
눈물 아직 마르지 않은
저 새털 같은 쓸쓸함 뒤에도
숨어있는 그림자
입춘지나 붉게 언 강물 다 풀리는데
아스라이 손에 잡힐 듯 아른대는 슬픔
다 날지 못해
뒤척이는 새
메리 크리스마스
신음 소리 같이
짧은 진동음이 한 번 울리더니
휴대폰이 부르르 온 몸을 떨었다
메리 크리스마스!
액정 화면이 한 번 환하게 밝아지더니
이내 꺼졌다
잠깐, 지극히 잠깐 동안의
성탄이 찾아오더니 이내 사라졌다
이미 익숙해진 습관처럼.
녹
사용하라
사용하지 않으므로 생긴 녹이
강철을 녹이고
그보다 완강한 것도 무너트리니
봉사의 손길이 멈추는 시간부터 생기는
은밀한 녹
스스로를 함몰시키는
붉고 푸른색 곰팡이
슬프다!
그것은 네 영혼을 병들게 하는
사탄의 바이러스.
* 김 지 원
· 「현대시학」등단, 시집: 『다시 시작하는 나라>등8권
· 산문집: 빗줄기의 리듬』영역시집『함몰된 것들의 평화
/The peace for the collapsed』경희대 원응순역
· 합동시집: 12시인 지음 『외투 한 벌』『새 예루살렘의 노래』등
· 한국크리스천문학가협회장 역임
· 기독교문화예술대상, 창조문예문학상 등 수상,
· 현재 서울중앙교회목사
· 서울시 서대문구 충정로7길30 현대아파트 101-206호 (010-8758-2350)
신 작 시 특 집
이 영 지
7월 바다로 왜 달려갈까 외 4편
7월
바다로 가 나도 웃으리 웃으리라 하하하
바다로 달려가 웃으리라
바다 해(海)
하늘에서 해가 나야 해 하
둥근 입가에 둥근 웃음에 수염 난 웃음이
울렁울렁 파도
하늘 해
바다 해
7월 바다
웃으로로 든다 훌러덩 벗어던지고
헤헤 입이 벌어지며 뛰어들어
해
좋아라 입이 헤
받아봐
바다 봐 해
바다는 웃을 줄 밖에 몰라
도랑물 웃으리로
개울물 웃으리로
시냇물 웃으리로
강물 웃으리로
웃으리로 모이어
큰바다 해
흰 바다 해
하얀 바다 해
미친듯이
바다로 해 해
하늘에서 해가 웃고 있다
바다 해가 웃고 있다
우리민족은 마고문명을 가지면서 웃으리라는 말을 사용했다. 이 말은 하, 바다 해, 태양 해 모두 증명되는 어원이다. 옥스포드 사전(220페이지)에 우리 보래의 언어임이 증명됨 따라서 우리언어는 곤륜산 아래 천손민족 곧 한국민족이 살면서 쓰던 언어이고 우리민족의 광대한 역사가 증명되는 어원이다
오월의 햇살
오월의
햇살이 내리는
안방마루에
30대 엄마가
아가에게
젖을
물린다
젖
꼭지에
붙은 햇살이
아가의
입속으로
쏘옥쏘옥
들어간다
9월의 사랑채는 바빠바빠
하늘의
하
늘
만큼 햇볕을 높여놓고
그 빈틈 사이에서 바람을 느끼느라
사랑채 햇빛당기기 해바라기 바라기
햇볕에 코스모스 허리도 동여 놓고
금송화 금 쪽만큼 노랗게 꼬리표도
채송화 앉은 바닥도 노랑빨강 짜매기
물이라 물소리라 햇볕이 살랑살랑
찰라앙 돌 장난을 하느라 머스메들
사내의 사랑채에선 바빠바빠 해시계
두 손 번쩍
푸르름 그대로로 나그네 길에 들어 잎들이 바람타고 활시위 당기노라 하늘이 두 날개 펴고 두 손 번쩍 들었다
지혜 있는 자
아늑한 산 아래서 아라리 아라리요
알알이 익어갈 때 알약이 되리라고
바람이 잘 불어오면 바람바람 옹알이
비 오네 보슬보슬 햇빛랑 보들보들
그리운 바람 따라 날개를 접어든 너
오 너라 날개펴라 펴 방울방울 오로라 - 엡 5:15-21
* 「시조문학」(79) 시조등단 「창조문학」시 등단
· 경북 영주 부석 출생: · 시집: 『하오의 벨소리』『행복의 순위』『행복행내님네」『일곱 금촛대 위에 행복』『행복보라』『두 천년을 사는 행복』『하나님의 행복한 연출』『행복의 물을 먹으며, 사랑으로』『사랑이랑행복이랑』『사랑비비행복』『알았아와요 이브』『장미와 앵두』
· 전자시집: 『행복함에 든 사랑받으세요』행복코를 맞대고 사랑우산 을 쓰면』『행복잔찰랑사랑찰랑』『햇살보쌈』『사랑너는』『사랑비비』『첫사랑이』『알았아와요 이브』『사랑사과』『사랑일기 포오란 사랑두께』
신 작 시 특 집
박 재 천
설렘의 나날 외 4편
나날이 설레이는 마음으로
사는 이에게는 샘솟는 기쁨
있음이라
님의 향기 꽃다발 보다 더하리니
장미 화원보다 더 진하리니
천군 천사 화답하듯 지상의
울림이요 명랑한 메아리라
칠년이 하루 같고 하루가 칠년 같은
설레임의 나날이어라
주님 만난 순간부터 순간순간
나날이 옛 나날이 아니니
참으로 놀라운 은총의 세월이요
잔치의 세월이라
새로운 삶을 사는 자 복락 누리는
나날이어늘
뉘라 그 희열 막으리요 그 강같은
즐거움 막으리요
곤고의 짐지고 가는 인생에게 참된
안식과 평안 주시는 님의 존재
생각할수록 설렘이요 희락이라
날이 가고 달이 가고 계절이 가도
더더욱 일렁이는 설렘이여
첫 눈 위의 첫걸음처럼 신비롭고
새로운 순간들
꿈꾸듯 달콤한 하루 하루 나날들
설레는 삶 결코 짧은 세월이 아니라
근심과 갈등의 세월로 지나기에
아깝고 안타까우니
스스로 깨달음이 있든가 찾든가
구하여 참 존재의 설렘 그 무한의
기쁨 자유 누리리 향유하리
진리의 빛이 비치는 설렘의 나날 세월의 강물
금빛 은빛 물결 끝이 없어라
행복
하늘 향하여 고요히 웃을
자유로움이여
아침 묵상의 깊음에 빠져서 흐르는
세월 느끼지 않으니
한 낮의 고운 날에 안기어 날 마시듯
여유로우이
가만히 자아의 문 열고 부끄러운
얼굴보아도 그냥 그대로 족하니
지상에서 보는 금빛 사닥다리
푸르른 창공에 닿으니라
꽃 피다 지나 아예 안 피는 곳에서도
스스로 자신이 작은 꽃임을 깨닫는
이의 마음이라
다 세월에 묻어가거나 실려가는
생보다 크로노스에 맞서 도전하는
카이로스의 삶
늘 마음에 얼굴에 미소로 환하고
그 안에 기쁨의 샘 흐르니라
무소유
인생이란 나면서 움켜쥐고 사는날
쥐고 펴다가 떠나는 날 빈손으로
가니라
살아가는 현존의 모든 존재는 이미
소유라
몸과 마음의 소유이니 존재하니
무소유아님이어늘
빈손이라도 손의 실존 이미
소유니라
그러니 사나가나 감격이요 감사라
명예나 물질이나 권세 다 잃어버린
이라도 몸 마음의 소유이니
가진 것 없다고 빈손이라고 불평
원망하는 어리디 어린 어리석음
던져 버리어라
빈손 무소유없으니 나날이
감격이로라
깨알같이 작은 소유라도 늘 깊은
감사니라
하 하 하 하
여름여름 지난 여름 백년만의
무더위
하 하하하
십년만의 친구만나 대화하다 웃음꽃
만발
하하 하하
더욱 낮은대로 임하리 힘써
섬기리라
하하하 하
샘물이 흘러 흘러 낮은 곳으로
노래하며 흐르니
하 하 하 하
겸손한 사람의 마음 곱고
아름다우니
하 하하하
새 날 새 벽
날이면 날마다 오는 날이라 쉬이
보이는 새날인가
언젠가 날이 칼날처럼 날선 날이
오면 어이하리
그래 새날 귀히 여기라 안컸능교
그자
세상 떠나며 후회 일호가
허송시간이니 새벽 놓치지 말리라
백해무익 걱정 버리고 마음 비워
심중에 각인하라
사랑 참사랑 시간사랑 순간을
사랑으로 빛내어라
새벽의 약속 언약의 말씀 오늘의
진리로 깨닫고 사랑 심기
사랑의 한 마디말 가슴 후련하게 하고
십년 체증 내리리
자신에게 주는 안위의 한마디
새벽을 울리니
그래 괜찮아 잘될거야
새날이 데리고온 새벽 오늘의
절반이상 소중한 시간이라
새벽의 묵상과 기도가 오늘을
깨우니라 자아를 일으키니라
새벽이 새벽을 품고 새아침
맞이하듯 자아를 품고 모든 이를
사랑의 눈으로 보리라
새벽의 새날 더욱 아름다워라
* 문예사조」(90) 신인상 당선 등단
· 국제 펜 한국이사
· 미국Fuller 신학교 목회학박사
· 시집『존재의 빛』외 저서 20권
· 한국목양문학상·한국기독교 출판문화 최우수상 수상 ▪한국가정사역학회장
· 이메일: gajeonghyo@hanmail.net
신 작 시 특 집
신 영 미
크고 좋은 소식을 외 4편
크고 좋은 소식을
혼자만 알고 있지 않습니까
내가 받은 구원
내가 받은 은혜
내가 받은 용서
내가 받은 사랑
내가 받은 영원한 생명은
주께서 값없이 주셨으니
이 사랑을
나도 다른 사람들에게 마땅히 전해야 하네
빚진 자의 심정으로
산을 넘고 바다를 건너
이 복된 소식을
널리 널리 전파해야 하네
이 은혜를 먼저 받은 것은
나로 하여금
그 기쁜 소식을
강같이 흘려보내라는
주님의 명령임을 잊지 말아야 하네
수가 성의 여인처럼
크고 좋은 소식을
내가 만나는 모든 이들에게
힘을 다해 외쳐야 하네
신부가 신랑을 기다리듯
다시 오실 주님을 간절히 기다리며
머뭇거리지 말고
힘을 다해
믿음으로
오직 믿음으로
이 길을 가야 하네
그 안에 계시기에
그리스도인은 말과 행동에
의롭고 정직한 모습으로 살아갑니다
썩고 냄새 나는 부패한 마음을 가진
옛사람을 벗어버리고
심령이 새롭게 된
새사람을 입었기에
하나님의 성실하심과 인자하심을 따라
신실하게 살아갑니다
빛 되신 예수님이 그 안에 계시고
거룩하신 성령님이 그 안에 거하시기에
이제 다시는 어둠 속에 홀로 있지 않습니다
거짓된 삶을 청산하고
더 이상 죄의 종노릇 하지 않습니다
빛과 어둠은 함께할 수 없듯이
주님이 가는 곳마다 악한 영들이 쫓겨갑니다
예수님 안에 있는 자
성령님이 그 안에 거하는 자는
항상 빛 가운데 정결하게 살아갑니다
새사람으로 옷 입으라
옛사람을 벗어버리고
새사람으로 옷 입게 하소서
옛사람의 성품인
교만, 탐욕, 분노, 거짓, 두려움,
비판, 방탕, 시기심, 미움을
벗어버리고
새사람의 성품인
사랑, 겸손, 감사, 거룩함, 화평,
친절, 긍휼, 인내, 절제로
옷 입게 하소서
언제 어디서나
주님의 마음으로 생각하고
주님의 마음으로 행동하고
주님의 마음으로
내가 만나는 모든 사람을
섬기게 하소서
주님이라면 어떻게 하실까를
먼저 생각하고
낮은 자리로 내려가
주님과 동행하게 하소서
주님은
고통과 치욕의 십자가 위에서
영원한 하나님 나라를 세우셨습니다
그 은혜와 사랑을
단 한시도 잊지 않고
나도 그 길을 가게 하소서
예수님과 하나되어
Ⅰ
예수님과 하나되어
사탄 마귀가 건들이지 못하는
존귀한 자녀 되었고
예수님과 하나되어
이 세상에서도
아름다운 천국을 누리며 살아갑니다
그러므로 당당히 걸으십시오
가진 것이 없다고
남이 모르는 말 못할 고민으로
밤새워 괴로워하지 마십시오
자신을 들여다보며
실망하지 않을 사람이
누가 있겠습니까
사탄 마귀의 참소를 이기십시오
이 세상은
내가 가진 것으로 나를 평가하고
끊임없이 다른 이들과 비교하며
마음을 주눅 들게 하고
열등감에 빠지게 하지만
하나님 나라 백성은
이 땅의 가치관을 배설물로 여기고
천국 백성답게
하나님의 자녀답게
당당하게 살아갑니다
Ⅱ
악한 영들은 오늘도
나를 정죄하며 죄책감을 갖게 하고
보이는 세상이 전부인 양
나를 죄 가운데로 유혹하고
새로운 문제를 주어
내 걸음을 실족시키려 하지만
예수님과 하나되면
이젠 그 누구도 나를 어쩌지 못합니다
나는 한 점 먼지와도 같으니
하나님이 만드신 시공간 속에
잠시 잠깐 머물다 가는
아침안개와도 같음을
한시도 잊지 말아야 합니다
하나님이 오라 하시면
다 내려놓고
곧바로
그분 앞에 서야 될 존재가
바로 나입니다
더 이상 메마름이 없는 곳
그 풍성한 하늘나라를 준비하며
사는 곳이 이 땅의 삶이니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무서워하지 마십시오
성령님이 항상 우리와 함께하셔서
새 노래를 부르며
끝까지
이 길을 달려가게 하실 것입니다
주는 나의 노래
주
는
나의 기쁨
주는 나의 소망
주는 나의 모든 것
주는 나의 비밀한 정원
주는 내 영원한 노래
주는 나의
끝없는
사
랑
* 신 영 미
· 1997년 창조문학을 통해 등단하여
현재, 비존재 동인으로 활동 중이며,
시집으로는
『들풀의 노래』『작은 들꽃 하나가』『꿈꾸는 하늘』이 있다.
· ‘창조문학대상’ 수상
신 작 시 특 집
유 태 영
아침 산책길 외 4편
뻐꾹새 소리가 창문을 두드린다
초록 잎새 반짝이는
반듯한 거목 사이로
상큼한 촉수되어
분주한 일상을 콕콕 쪼아댄다
가슴 깊이 접어 둔 화선지에
새 삶의 밑그림을 그려본다
여기에 두시려고
그토록 걸죽한 진흙탕 속을
울퉁불퉁한 자갈밭 길을
맨 발로 걸어오게 하시었던가
이제는 반질한 발바닥으로
어디를 가나 무엇을 밟으나
아파하지 않고 웃으며
무딘 것 같으나 예민하게
낡은 것 같으나 새롭게
어색함 없는 어울림으로
살아갈 마음을 빚어본다
생수 같은 바람 한 모금 들이키고
향긋한 풀냄새 곱씹으며
화사한 장미 꽃길
사박사박 걸어본다
새벽종소리
태고적 신비의 소리
고요함 가르는 생명의 소리
돌고 돌아 달려 온
숨가뿐 세월 속에
가슴 깊이 묻어 둔
추억의 종소리
산등성 넘어
새벽이슬 맞으며
꿈속에 들려오던
투명한 울림이
소녀의 귓전을 스쳐
바람에 실려 갔건만
세월 지나
햇살처럼 번져오는
엄숙한 떨림은
아직도 부끄러운 내 마음을
선한 가시 되어 콕콕 찌른다
뎅그렁 땡
뎅그렁 때~~~~앵
난 울었다
난 울었다
스멀스멀 끓어오르는
쓰디 쓴 오물을 쏟아내며
뜨거운 눈물 소낙비처럼 쏟았다
달콤한 유혹이
보암직하고 먹음직스러워
아삭아삭 삼켜버린 죄악 덩어리들을
토해내지 않고는 견딜 수 없어
몸부림치며 목 놓아 울었다
단단한 자아의 열매
반질한 교만과 아집의 뿌리들을
송두리째 뽑아 던지고
비늘 벗어진 눈으로 세상 바라보니
꽃이 꽃으로 보이고
풀이 풀처럼 아름다워
견딜 수 없는 행복에 겨워
난 또 펑펑 울고 말았다
그대를 사랑하련다
하늘이 잿빛이도록
눈앞이 깜깜하도록
나를 찔러대던 날카로운 가시들
세월이 흐르고 있는지
시간이 멈추어 나동그라져 있는지
감각조차 잃고 살아 온 순간들
선인지 악인지 분간도 못한 채
바람처럼 흘러 온 아픈 세월
지금은 비록 무뎌진 가시요
진액 빠진 기둥이건만
모난 돌맹이 같은 나를
동글동글 다듬어준
미워할 수 없는 인연이기에
그래도 그대를 사랑하련다
이 고운 계절엔
이 고운 계절엔
비에 젖은 낙엽마져 아름답다
오색 찬란한 잎새들
갈바람 지휘봉따라 공연 중이다
이 고운 계절엔
밟히는 낙엽조차 사랑스럽다
그리움 담긴 사랑의 쪽지들
거리마다 차곡이 쌓인다
이 고운 계절엔
구르는 낙엽도 멋진 작품이다
기다림도 설레임도 나풀거리는
곱상한 계절
* 유 태 영
· 충남 계룡 출생 · 명지대 사회교육원 문창과
· 창조 문학 시 부문 신인상 등단(2000)
· 전국 주부 편지쓰기 대회 장려상 수상
· 크리스천 문학 백일장 시 부문 최우수상
· 성남시 주부백일장 시 부문 최우수상
· 공저: 『꿈꾸는 심장』『당신의 사랑이 그러하듯이』
· 시집: 『 네 잎 크로바의 비밀』
· 현재: 여의도순복음교회 오산리 기도원 근무
신 작 시 특 집
김 계 식
밖과 안 새로이 다지며 외 4편
외곬으로
으스대다
뭉개어진 칼날임을 새로이 깨닫는
값진 벼름의 장
삿갓 김병연의 과거보았던 사연이듯
짓눌린 자임이 분명한데
짓누른 자의 편에 서서
날뛰던 무지를 일깨우는 순간
2F(forgive-용서, forget-잊어버림)의
상징이나 되는 듯
그럴싸하게 거들먹이던 허울을
나 스스로 홀라당 벗을 수 있는 순간
이렇게 시인으로 출산한
‘창조문학’의 품에 안겨
초심을 찾을 수 있게 되었으니
이보다 더한 값짐 어디 있으랴
땅속 깊이 묻혔다 어렵게 움트는
쓰린 백제 혼의 한 촉 싹이 되리라는 다짐처럼
진솔을 밝히는 굳센 용사로
‘용서’하고 말끔히 ‘잊으며’ 살아
어두운 세상 밝히는 한 촉
하나님 자녀의 본보기로
하늘 우러러 한 점 부끄러움 없는
삶을 살려니
어머니의 정과 사랑으로
더 밝히 지켜보소서.
도처에 도사린 기쁨
어둑새벽
또릿또릿 들려주는 천상의 목소리
놓침 없이 받아 적는
큰 기쁨은 말할 것 없거니와
구름 몰고 가는 바람소리
손장단으로 갈래 타며 귀에 담고
남은 빛 빠끔거리며 나누어 먹는
밤하늘 별들의 입놀림 지켜보는 재미
긴 문장을 대신하고도 남을
잘 어울리는 이모티콘 하나 찾아 보내고
입 꼬리에 걸린 미소의
각도를 재는 재미
자판기에 종이돈 넣고 나서
캔 굴러 떨어지는 둔탁한 소리보다
더 똑똑 야물게 쏟아지는 동전 소리가 좋아
나의 가짐을 소진하는 재미
만남이 그저 좋은 이들과 커피숍에 앉아
전신에 배어드는 커피 향 속
삶의 윤활유 될 재미있는 이야기 떠올리느라
묵정밭을 샅샅이 뒤지는 재미
생략된 주어의 자리에
빠르게 새로운 단어를 대입해보며
시간을 재거나
시의 행간을 더 넓히고
자신이 통째 빠져 허우적대는 재미
그러고도 마음의 빈공간이 남았다싶으면
T V 속 <세계여행>의 아름다운 풍광을 짚으며
저 젊은 시절 가보았던 곳 바로 거기라고
알뜰한 착각에 흠뻑 빠짐으로
추억의 고샅길을 더듬어가는 재미
이런 헤아릴 수 없는 소소한 것들이
내 영혼을 살찌우고 있는지라
한시반시도
심심할 시간이 없답니다.
궁남지에서 다지는 약속
‘이년 저년 별 년이 다 피었다’
‘이 연, 저 연, 별 연이 다 피었다’를
그렇게 발음하면 어찌하나
궁남지 연지蓮池 주변에
연꽃 닮은
웃음꽃이 활짝 피었다
너털웃음 한바탕에 흐르는 눈물로
세속의 오염을 씻고
잔잔히 가르치는 연의 갖가지 가르침
하나하나 마음 깊이 새김에
새로운 힘을 얻은 우리의 다짐
김부식의 삼국사기로
일연의 삼국유사로
한 술 더 뜬 왜놈들의 백제 역사 말살로
더욱이 뭣도 모르면서 부화뇌동하는 후손으로
황당하게 날조 당한 백제의 아픈 역사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본연의 사실 그대로 굳건히 재정립하자고
다지고 또 다지는 약속
저만큼
‘평제탑’ 아닌 ‘정림사지오층석탑’이
백제의 찬란한 역사와 문화
꽃 피고 열매 맺음을 보고 듣는 그날까지
이어나가자고
서로서로 사발통문의 한 머리 되어
밝은 내일을 이루기 위한 방향을 향해
힘찬 발걸음을 내디뎠다.
무언의 기도
낮밤을 가리지 않고
푹푹 찌는 열기의 무더위 속에서도
태상왕※ 그 명칭 걸맞게 지켜내려고
토실토실 몸피 불리고 있는 대추
세차게 몰아온다는 태풍 ‘솔릭’쯤
한 판 너울춤으로 거뜬히 이겨내라고
꼭지 하나하나에 질김을 얹는
무언의 기도
언제 그랬었냐는 듯 시치미 뚝 뗀
높고 푸른 가을 하늘 아래
곱게 익은 갖가지 과일들
계절의 완숙을 전 벌일 때
조율이시棗栗梨柿 순서의 사연※ 잘 어울리게
왕의 자리 굳건히 지키는 대추를 필두로
그 뒤 따르는 오곡백과
어려움 이겨낸 보상까지 가산점 되기를
소리 없이 빌고 있었다.
※ 태상왕 : 대추의 종류 중 가장 크고 맛있는 품종 이름.
※ 솔릭 : 2018. 8월 우리나라에 불어온 태풍 이름.
※ 棗栗梨柿 순서의 사연 : 제사상의 과일 진설 때,
<대추, 밤, 배, 감>의 순서로 놓는 것은, 그 품은 씨의 숫자가
1(왕), 3(삼정승), 6(육조판서) 8(팔도관찰사)이기 때문이라 함.
빈 하늘 바라보며
- ‘하숙생’ 가수 최희준의 별세에 부쳐
“인생은 나그네 길
어디서 왔다가 어디로 가는가?“
한 많은 이 민족의 가슴 가슴에
짙은 정 새김으로
골수에 맺힌 아픔을 어르고 달래더니
“구름이 흘러가듯
정처 없이 흘러서 간다.“는 구절
그대로 한 번 해본 것입니까
아니지요
그냥 ‘정처 없이 흘러서 간’ 게 아니라
‘어디로 가는’ 것인가를
분명히 알고 싶어 떠나신 것이지요
앞 틈 둑 아지랑이처럼
시냇물에 피어나는 물안개처럼
부드러이 감싸는 저음을 통해
삶의 의미를 가장 짧고 쉽게 풀이하더니
구툰 재물 쌓은 명예 고스란히 챙겨들고
밀린 하숙비 내려고 떠나셨나요
당신의 떼는 걸음 바름바름 따라가면
우리도 무거운 짐 내려놓을 수 있을까요
*김계식
· 전주교육청 교육장 역임
· 2003 시집 『사랑이 강물되어』 출간으로 등단
· 시집 : 『자화상』등 총 19집
· 창조문학대상, 전북PEN문학상, 전북문학상 수상.
· 55348 전북 완주군 소양면 송광새터길 16-16
· 전화 : 063- 901- 2727 010-9774-2727
신 작 시 특 집
박 복 수
그대로였으면 좋겠습니다 외 4편
청명한 하늘같이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사치스러운 화사함보다
구김 없는 맑은 하늘처럼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따사로운 햇살같이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욕심 가득한 마음보다
청순한 마음 가을 햇살처럼
그렇게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목적을 향하여
성큼성큼 뛰어 가는 토끼보다
한 발자국 한 발자국 가는 거북이처럼
정말 그렇게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세파가 휘몰아쳐도
고운 얼굴 예쁜 마음
변함없이
그저 그대로였으면 좋겠습니다.
아내의 따뜻한 말
남편이 힘들 땐
아내의 따뜻한 말
남편에겐 용기를 줍니다.
남편의 사랑이 식어갈 땐
아내의 따뜻한 말
가정에 훈풍이 됩니다.
산다는 것은
마냥 기쁨만 있지 않아요.
때로는 열병처럼 와
눈물 흘릴 때도 있고
생각지 않는 일에 상심할 때도 있지요.
남편이 힘들어 찾아오면
아내의 따뜻한 한마디 말
새로운 힘을 줍니다.
아내의 따뜻한 한마디 말
남편의 큰사랑입니다.
중년에 돌아보는 삶에
함께 가야할 길이기에
함께 있어야할 시간이기에
시작도 끝도 함께 해야 하지만
때로는 울기도
때로는 웃기도 하지요.
함께 가져야할 꿈
함께 나누어야 사랑
시작도 끝도 함께 해야 하지만
때로는 비바람에 놀랐고
때로는 귀인(貴人) 만남에 반갑지요.
이제는 중년
점점 무거워 지는 나이만큼
함께 있어야할 소중한 시간
소박한 행복을 만들어
네가 웃으면 나도 웃지요.
중년에 돌아보는 내 삶에
이런 여인 보았나요.
소박하고 내 세울 것 없지만
조용하고 얌전한 이런 여인을 본 적 있나요.
유별나지 않고
늘 숙맥(菽麥)같이 어리숙하여
있는지 없는지
쉽게 구별이 안 되는 소박한 여인
난생 처음 보는 그 무엇!
아니 말할 수 없는 그 무엇에
내가 나에게
그가 정말 여자인가? 의아해 했답니다.
요즘 세상에 이런 사람이 있다는 것에
저절로 고개가 숙여집니다.
이보시오
혹시 길가다가 이런 여인 있다면
한번이라도 손잡고 칭찬 해 주세요.
사람 속에 참 사람이 있답니다.
돈 때문에
내가 아동(兒童)일 때
세상에서 가장 갖고 싶은 것
사람들
돈이라 했다.
그래서 나는
눈뜨면 돈 잠자도 돈
돈을 음식이라 생각하고
한평생을 돈 때문
비굴하게 살아왔다.
다 써보지도 못하고 가는 삶인 줄 모르고
* 박 복 수
·『말씀과 문학』신인상 수상
·『좋은 문학』동시부문 신인상 수상 등단
· 좋은 문학 동인회 작가이사 ·창조문학회원
· 한국문인협회·영덕문인협회 회원
· 이메일: pbs9710@hanmail.net
· 시집:「행복합니다」
· 주소: 강동구 동남로 82길 139번지 3층 다사랑교회
· E - mail: pbs9710 @ hanmail.net
신 작 시 특 집
한 룡 무
왜? 외 4편
왜 하필
나였는가
왜
나라는
사람이었던가
태어난
나는
부모를 선택할 수 없다
왜 태어난 나는
죽 살아 왔는가
나는 무엇 때문에
살고 있는가
사나이로 태어난 나는
무엇을 위하여 살아가야 하는가
66살이 되었지만
자기의 생각 정리 되지 않는구나
그다지 길지 않는 인생
젊을 때 시인이 되겠다고 맹세한 나
46년이 되었건만
이렇다 할 시작품
아직은 창작하지 못했다
재능과 재주
재치와 재간이 없는 탓인가
노력이 부족해서 인가
평범한 사람이라서
좋은 시를 못 쓰고 있는가
시 하나 쓰게 해 주십시오
무서운 고독감
몇 명 사람이 서로 어울려
식사한다 술을 마신다 하면
재미 있는지 모른다
그러나 저는 지금 혼자이다
벗들은 떠나고
전화와 문자도 통하지 않는다
집에 있을 때도
아들들과 시간이 맞지 않아
천천히 이야기할 시간도 없다
아내도 마찬가지다
무서운 고독감이
저를 휩쓸고 잇다
아침 눈이 깨면
아직은 살아 있구나
생각이 난다
해야 할 일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간다
하는 일이 있는 것이
잡념이 나지 않아
좋을 상 싶다
가련한 민족
오래 민족학교의
교원 교장을 역임한
한 교포가 85살을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경상남도 남해가 고향인 그이
40년을 민족학교
교편을 잡아
‘우리 민족은 갈라지고 있기에
가련한 민족이다‘고
만날 때마다 말하고 있었던 그이
남북이 교류를 하기 시작한 올해
안타깝게도 세상을 떠났다
한 번 밖에 없는 일생을
후대들의 교육에 고스란히 바친 그이
그는 남해의
아ㅓ지의 유골을 찾기 위해
몇 번이나 고국 땅에 갔다 왔건만
아버지의 산소는 찾지 못했다
아버지의 산소 자체가 없는 것이다
이것이 한이었어라
남해의 파도는 높다
슬픔과 한을 품고 기슭을 친다
고 김달룡씨여 고이 주무십시오
형광등
형광등을 바꾼다
끊어진 4층의 형광등
그 아래는 짐이 수두룩
짐을 옆에 옮겨
걸상을 놓고
ㅎ여광등 두께를 열고
끊어진 형광등을 바꾼다
사방은 밝아졌다
불편한 살림이었던 형광등
형광등 켜니
이제는 마음도 밝아진다
쇼핑하러 가다
아내를 대신해서
쇼핑하러 갔다
슈퍼마켓트에 가서
빵 사고 우유사고
쌀을 사고…
야채를 사고
도마도랑 바나나도 산다
쇼핑은 날마다의
식량조달이 틀림없구나
쌀이 가장 귀한데
5키로그람씩 사니
꽤 무겁기도 한다
날마다의 쇼핑
아내를 대신해서
무거운 짐이 있을수록
내가 쇼핑하러 간다
* 한 룡 무
․도쿄 출생
․「창조문학」시 등단(2006)
․조선대학교 문학부 졸업
․조선작가동맹 신인상 수상(1980)
․시집『별』외
․저서『한글상용회화사전』『한글기본회화』외 다수
신 작 시 특 집
박 상 진
수양버들 외 4편
하루의 무게에
늘어진 버들가지
거꾸로 매달려
바람에 일렁인다
바람아
부질없이
버들가지 흔들지 마라
부러지지 않으려
휘청거릴지언정
오르고 말겠다는
곧은 뜻까지 굽힐 수 있나
밤낮 흔들어
가지 끝은 땅을 향할지라도
줄기는 하늘로 자란다
왜가리
배고픈 설움
뼈저리게 겪었는지
아침 다 가도록
물지겁* 들어선 긴 모가지
잡고야 말겠다는
절박한 눈초리
찰나적인 기습 위해
한 치 흐트러짐 없는 집중이라
내리꽂는 순간을 놓칠까봐
눈 땔 수 없는
시간이 멈춘 듯한 날 선 긴장감
나는 지금껏 어떤 일에
한 번 이라도
저런 신중함 있었던가
*물지겁; 물의 가장자리.
듣고도 몰라
갯바위 선잠 깨우는
맑고 고운 저 새소리
아침을 찬양하는 노래일까
두려웠던 지난 밤 안부 묻는 것일까
알아듣지 못하는 새소리야
그렇다 쳐도
주고받는 대화는
그대로 믿고 싶을 뿐인데
누가 봐도 가까운 사이지만
예삿말 건네도 돌아오는 건
송곳 같은 혀끝으로
내 가슴 찌르며 트집부터 잡는
그대 말뜻은 도대체 무슨 색깔인지
살다보니
삼복더위 해거름에
먹다 남은
얼음덩이 담은 박바가지
열기 품은 장독대 올려두고
아침을 기다리며 잠들던
유리 같은 어리석음이
돌부리에 차이고
나뭇가지에 긁히며
험한 산길 오르내리다보니
그러려니 하면서도
새소리 바람소리 되씹고
나뭇잎에 반짝이는 햇살도
보고 또 다시 보는 것은
찌들어 멍든 마음 탓인지
썩은 낙엽냄새 향기처럼 풍기는
산길 탓인지
벤치에서
첫째는 능력 탓이고
둘째는 운 없고
셋째는 뒷배도 없으니
땀방울 튀는
참 살이 경기장을 바라볼 뿐
들이대면 되겠지
허구한 날 용 써도
기회는 물론
방향조차 모르니
눈앞에 펼쳐진
푸른 잔디 박차고
훨훨 날고 싶은 운동장엔
어느새 해가 저문다
* 박 상 진
· 경남 통영 출생(사량도)
· 『부산시인』신인상 당선
· 시집:『다 쓴 공책』『사량도 아리랑』
부산문인협회 부산시인협회 회원, 사하문인협회원
· 주소: 부산시 사하구 비봉로 42
202동 2502호(신평 한신아파트)
· h.p: 010-3840-5378
· mail: sj6327@hanmail.net
정 연 홍
신 작 시 특 집
예수가 詩 외 4편
내 사랑이 녹여 낸 시는
예수의 붉은 핏물
내 마음이 절여낸 시는
예수의 푸른 말씀
내 영혼이 달려낸 시는
예수의 진한 눈물
-종려나무 가지를 가지고 맞으러 나가 외치되 호산나 찬송하리로다
주의 이름으로 오시는 이 곧 이스라엘의 왕이시여 하더라-(요12:13)
목마르지 않는 시
육신의 장막을 벗어나려는
두려운 죽음의 문턱에서도
당신을 노래하고 싶습니다
나의 수의는 당신의 옷자락으로 입혀주시고
나의 관은 당신의 긍휼로 덮어주시어
나의 무덤은 당신의 시집으로 펼쳐주시사
갈피마다 생명을 전하게 하소서
지나는 사람마다 목마르지 않게 하소서
-내가 주는 물을 마시는 자는 영원히 목마르지 아니하리니
내가 주는 물은 그 속에서 영생하도록 솟아나는 샘물이 되리라-(요4:14)
성서
한평생 품었던
당신의 말씀
심장에 꽂혔던
당신의 혈서
온몸을 적셨던
당신의 노래
한생이 숨쉬던
당신의 생명
-태초에 말씀이 계시니라 이 말씀이 하나님과 함께 계셨으니 이 말씀은 곧 하나님이시니라-(요1:1)
사탄의 꼼수
남 유다는 국가적 위기를 당할 때마다
보이지 않는 하나님을 구하기 보다는
보이는 강대국의 그늘을 찾아 헤맸다
이스라엘의 위협을 받을 때에는
아람으로부터 도움을 청하였고
아람에게서 공격이 왔을 때에는
앗수르와 동맹관계를 맺었으며
앗수르의 군대가 침입 하였을 때는
애굽의 그림자로 겉옷을 삼으려고
나귀와 낙타에 재물과 보물을 싣고 내려갔으나
애굽은 유다에게 수치와 모욕을 줄 뿐이었으니
강대국을 피난처로 생각하는 것은
하나님보다 군사력을 믿는 것이라
하나님을 떠난 정치는 지혜롭게 보여도
역사는 어리석은 것이라고 증언한다
만세반석인 정의의 하나님을 거역하는
상한 갈대인 불의의 독재자가 내민 손은
피가 돌지 않는 사탄의 꼼수가 아니겠는가
-여호와께서 이르시되 패역한 자식들은 화 있을진저 그들이 계교를 베푸 나 나로 말미암지 아니하며 맹약을 맺으나 나의 영으로 말미암지 아니하 고 죄에 죄를 더하도다-(사30:1)
손해 보는 흥정
유다의 악한 왕들 중에서도
아하스는 첫 머리를 장식한다
그는 두엄더미 같은 우상을 위하여
자기의 어떤 아들은 불에 태우고
어떤 아들은 불꽃을 통과하게 했다
그는 이방신들이 자신을 도우리라고 생각했으나
그 신이 아하스와 온 이스라엘을 망하게 하였다
자식을 잃고 무엇을 얻으랴
아하스는 아람왕과 이스라엘 왕의 침공으로
자신과 민족을 앗수르 왕에게 맡김으로써
강대국의 속국이 되어 주권을 잃었고
성전과 왕궁곳간의 보화는 예물로 털렸다
악인의 제사는 하나님께 가증한 것이나
동족 사랑은 그분이 받으시는 예배이다
하나님을 잃고 무엇을 얻으랴
-자기를 친 다메섹 신들에게 제사하여 이르되 아람왕들의 신들이 그들을
도왔으니 나도 그 신에게 제사하여 나를 돕게 하리라 하였으나
그 신이 아하스와 온 이스라엘을 망하게 하였더라-(대하28:23)
* 정연홍
· 한국외국어대학 불어과에서 불문학을 전공했고
한국외국어대학대학원 정치학과에서 정치학을 전공했으며
연세대학교행정대학원에서 행정학을 전공했음
· 말씀과 문학 등단, 제20회 창조문학대상
· 시집: 『수진원의 시편들』『하늘이 주신 땅』『님』『녹시』 『아버지의 원대로』『사랑은 생명』
· 이메일: somoon@jeongsomoon.com
· 주소: 서울 중랑구 동일로 130길 71(중화동)
신 작 시 특 집
김 용 국
침묵 외 4편
아무런 말도 못하고
굳게 닫힌 입술만 깨물었다
그렇게 가슴 저렸던 시간
속앓이 꽤나 했다
세월이 약 이런가
불끈 쥔 돌주먹 스스로 풀어지고
터질 듯 뭉친 가슴 휑하니 뚫렸다
아픔 쥐어짜던 암울한 골방
많은 것을 억눌렀던 질곡의 나날
상처 부여잡고 달래던 그 시간
얼른 내던지고 나니
언제 아픔이 있었는지
하얗게 사라진 평온의 텃밭
참아내길 잘했다
침묵하길 잘했다
우리가 몰랐던 것
메마른 땅에 덩그마니 심어진 나무 한 그루
무모한 짓이란 쓴 소리 아랑곳 않고
거친 숨 가다듬어 제 몸 추슬렀다
척박한 땅에 기대어
스스로 뿌리 내린 몸뚱이
억척스럽게 땡볕 버텨내며
알량한 이파리 몇 잎 달았다
차가운 바람에 부대끼던 이파리
흩날리며 사라지고
헐벗은 가지 끝에 겨울 내렸다
윙윙 울어대는 통곡 뒤에
애기같이 매달린 영롱한 이슬
망울 하나 호호 불어보니 웅크린 잎새에서
톡- 터져 나오는 여린 숨결
우리들은 몰랐다
메마른 땅에도 고운 숨결이 있다는 것을
바다의 아침
갯내음 삼켜버린 안개
화사한 일출 아침 깨울 채비에 머물고
갈매기 울음소리
뱃고동 사이 넘나들 때
파도에 찢기고 할퀴어진 허름한 배 한 척
몇 날 며칠 이곳 향해 달려왔을 화물선
두리번두리번 이곳이 낯설다
가물가물 배 뒷전에서 분주한 선원들
바람 일어 나부끼는 이름 모를 깃발 너머
그들의 향수가 어린다
언제나 그랬듯이 떠나갈 그들
그들과 마주해 친해지고 싶다
별안간 저들이 울컥 내 형제처럼
정겨워지는 바다의 아침
점점 멀어져 거는 뒤태
그 뒤태 희미해질 때까지
아쉬움 씹는다
무 서리
산마루 아랫길 비스듬한
드넓고 푸르른 채소밭엔
농부의 정성담긴
무배추가 건강하다
멀고 먼 등하굣길
처음에는 어린 소채이던 것이
어느 새 성큼 자라
제법 밑둥이 밀고 올라와
먹음직스런 무 되었다
눈독들여 놓은 어느 날
책가방 풀섶에 내던져놓고
두손으로 무청 잡아당기니
쑤-욱쑥 뽑혀지는 탐스런 무
이빨로 대충 껍질만 벗겨
아삭아삭 매콤달콤 신나는 무 서리
그때 저만치 땡볕 속에서
지게 진 농부의 땅 꺼지는
한숨소리 들렸다
무겁게 내려앉는 양심
서리하던 녀석들 쫓아오진 못하고
고래고래 고함지르던 안쓰런 농부
그후론 그곳에 가지 않았다
5흰 눈이 그토록 내리는 것은
검은 하늘 뚫고
흰눈이 그토록 내리는 것은
아직은 미덥지 못한
우리네 마음 속에 내리는 선물입니다
그런 눈이 밤새도록 내리는 것은
하얀 이불 덮어주고
허물을 가려주어
평안히 잠들게 하려는 것입니다
눈송이처럼 두런두런 쌓여가는 넋두리를
어루만져 달래주어
하얀 밤 포근히 하려는 것입니다
흰눈이 그토록 내리는 것은
누구에게나 기대고 싶은
연약하고 외로운 마음이
우리네 가슴 속으로 다가오고 있는 것입니다
* 김용국
· 1948년 인천 출생
· 1970년 단편소설 차석상 수상(경기문인협회)
· 2011년 교원 정년퇴임(김포교육청 교육장)
· 2016년 창조문학 신인문학상 수상(시 부문 등단)
· 수필 흐르는 강물처럼
· 동화 흰구름 속의 얘기
· 주소: 인천광역시 남동구 도림로8 106동 1003호(도림동, 벽산 블루밍아파트)
· 전화 010-3156-9038
한 봉 균
신 작 시 특 집
사무침 외 4편
때때로
아주 가까이
내 가슴속에 머무신다.
여든여섯의 해를 사시고
혼신의 힘 다해
키운 5남매 식솔 떠나
다섯 해 앞서가신 아버님 뒤 따라
거처를
하늘나라로 옮기신 지 스물여섯 해,
근래엔
더 자주 그리워진다.
급보(急報)에 먼 거리 달려가
손잡은 아들에게 마지막 남기신 속삭임.
“나무꾼꼴꾼으로 키웠더라면,
내 곁에 있어…”
지금도
뇌리(腦裏)에 아로새겨져 있다.
*나무꾼꼴꾼 : 농사짓는 이를 의미하는 강원 영동지방의 농촌 사람들이 쓰던 말
삼복더위와 매미들의 합창
무더운 삼복중(三伏中)의 수리산 등산로
매미들의 합창이
숲속 분위기를 압도한다
이따금씩 까투리를 부르는
장끼의 꺽꺽거리는 소리도,
향수(鄕愁)를 불러일으키는
뻐꾸기 울음소리도,
이 불볕더위 속에서는 저만치 밀려난다
칠팔월 삼복더위를
매미는 하루 종일 목청껏 노래한다
목이 터져라 애타게 부르짖는다
강변에서도
심산유곡(深山幽谷)에서도
삭막한 도심에서도
어디서든지 나무숲에서
무더위를 놓칠세라 극성스레 노래한다
이른 새벽에도
한낮에도
늦은 저녁에도
한밤중에도
아랑곳없이 노래한다
누가 귀기울여 주거나 말거나
사람들이 헉헉대는 복중더위 속에서
매미는 온 힘 다해 애끓는 듯 노래한다
아-,
이렇게 노래하다가
한여름 가고 처서(處暑)가 지나면
매미의 소리는
또
여름을 아쉬워하는 듯 애잔하게 들려지리라
삶의 현장
헌 가전제품 삽니다 ㅡ
지금 바로
전화
공일공 육사삼칠 공공공공으로
연락주세요
소음을 일으켜서 죄송합니다
자리 잡은 가게가 따로 없다
확성기 달고
서서히 이동하는
소형 타이탄 트럭이 밑천의 전부다
동네 골목골목이
시장이고 영업구역이다
내일은 또 옆 동네로 간다
도시 전체가
시장이고 사업장이다
확성기로 안내 방송하니
온 우주가 시장이다
하루만 서는 장(場)이 아니고
허구한 날 여는 장터다
고객도 제한이 없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삼월(三月)
엊그제
경칩(驚蟄)이 지난
수리산등산로,
풋풋한 봄 흙 내음
콧속에 스며든다
아직도
차가운 바람
귓전을 시리게 스쳐가는데
길섶 밑에서는
가지가지 생명들이 새 삶을 준비한다
겨우내
땅속의 온기(溫氣) 받아
뿌리로
혹은 씨앗으로
견뎌온 한해살이풀들,
따스한 봄날 햇살 그리며
새싹 움틔워
흙더미 헤치고
바깥세상으로 밀어낸다
어느새
새 움 돋고
파릇파릇 자라
훈풍에 꽃 피우고
소슬바람에 열매 맺는
한 해를 살아갈 희망에 부푼다
달력
하루,
한 주일,
한 달,
한 해,
일 년 치의 열두 장
이전에는
그저 세월의 흐름을 한눈에 보여주는
예정표로만 보아왔더니
아이고,
이제는
그런 것만이 아닌 것을 알게되네!
시간의 귀중함을 가르쳐주는
위대한 선생으로 보이니
책상 위에 지켜서서
훈육주임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네요.
* 한 봉 균
· 강원 삼척 출생
· 연세대학교 상학과 졸업
· 한국은행 창원지점장
· 강원은행 상무이사
· (주)대양상호신용금고 상임감사
· 창조문학 수필부문 등단 (제 89회 2013.겨울 호)
오 동 춘
신 작 시 조 특 집
청산과 아침 해 외 4편
저 동녘 새파란 산은
젊고 예쁜 엄마입니다
아침마다 방글방글
아가 하나 낳아 줍니다
귀엽게 웃는 아가 얼굴빛
온누리를 비춥니다
꽃구름 손짓 따라
넓은 운동장 걷는 아가
아장아장 어여쁘게
방긋방긋 웃고 갑니다
아가를 보는 청산 엄마
웃음 가득 봅니다
영생의 삶길
쏜살 세월 수레 타고 여든 고개 넘은 나
뒤 보면 정든 임들 늘비하게 멀리 가고
외로움 감도는 오늘 서러움에 젖는다
오면 가는 이치 그 진리 누가 막으랴
얼굴에 주름 강물 날마다 더 세차고
날로 더 쌓을 빛삶이 이룰 시간 급하다
인간 시계 멀리 하고 십자가 잡고 서면
영생 깃발 펄럭이고 영생 기쁨 넘쳐 온다
세월 침 물리칠 삶길 십자가밖에 전혀 없다
사람과 살빛깔
고속터미널 에스컬레이터
오르는 검은 여자 하나
살빛깔로 당한 설움
그 얼마나 클것인가
저 비록 살갗 검대도
마음만은 하얄테지
우쭐 고개 높은 흰둥이들
어디까지 잘나 뽐내는가
희고 검고 노란 살빛깔
그분 앞에 같은 사람
한 사람 그 존재 가치
천하보다 더 귀하다
지구촌 수십억 가족
사랑 가득 한 식구다
빛깔 구별 차별 말고
그분 품에 하나 되어
다같이 평화꽃 피워
정도 깊게 잘 살아가자
더 사시지 왜 떠나시오
-2018.8.30.강석호 장로 소천 서러워하며-
지리산 정기 받은
하동출신 강석호 장로님
오늘 같은 장수시대
조금은 더 사시지
갑자기 왜 떠나십니까
우리 눈물 줄줄 납니다
섬진강 푸른 물결처럼
여든 둘 한평생 수필가로
수필문학 발행인으로
보람찬 빛삶 엮은
강장로 남긴 자취가
샛별처럼 빛납니다
모범 신앙인으로 충성 봉사
잘 하시던 강장로시여!
이제는 근심 고통 없는
하늘 나라 주님 품 안에
부활로 우리 다시 만날 그날까지
부디 편히 쉬소서
2호선 아침전철을 타고
한강 건너 가는 전철 창밖 하늘엔
붉은 노을이 곱게 한강에 꽃핀다
흐르는 인생 나그네들 늘비하게 앉아 있다
아침 길손 그 모두 어디메로 가는걸까
졸거나 손전화에 미쳐 서고 앉고 해도
내릴 곳 먼 종착역이 기다리고 있다
인생은 지구촌 하숙생 구름 같은 나그네다
아직은 이 전철 젊은 꽃밭 내려 다오
전철은 아랑곳 없이 힘차게 내닫고 있다
* 오 동 춘
· 화성교회 원로장로,문학박사,국문학자,한글운동가,시조시인
· 부산날개문학동인<1958>.시조집 <짚신사랑>으로 등단<1972>
· 국제펜 한국본부,한국문인협회,한국장로문인회,한국기독시인협회
· 한국현대시인협회 등 고문,짚신문학회 회장,한국통일문인협회 상임이사 · 제2회 흙의 문학상,15회 노산문학상,27회 외솔상,한글공로 국무총리 표창 2회 등 받음 저서:짚신인생 나라사랑, 한글나무,동해 해 뜨는 나라 등 18권 있음 수필집:한알의 밀알이 되어 등 5권 있음
정 광 옥
신 작 시 조 특 집
아버지(1) 외 4편
뜨락에
외줄꽃대
손 흔드는
코스모스
길 가던
행인들도
눈 여겨
보게 한다
가뭄에
살아온 그는
어두움의 빛 같다.
아버지의 가죽가방
허리를
구부리고
빛바랜
가죽으로
딸에게 줄
품위보다
덕석 같은
가죽가방
속울음
밀려서
오는 아버지의
빈자리
아버지의 그림자
노을 타는
갈증처럼
절망은
번지고
참았던
아픔들을
토해 낸
시 서 화
달밤에
울고 간 기러기
그림자로
달려본다.
아버지의 삶
이마에
주름살이
잔물결처럼
출렁이고
땀방울
골을 타고
이마에서
흐르며
지게 끈
질질 끌리며
모퉁이를
돌아간다.
녹슨 숟가락
무거운
세월
허리 끈 꼭꼭
여 매고
까마귀
한 마리
앉아다가
가버리면
땡볕에
가난을
태워
그늘에
맡겨간다.
* 정 광 옥
· 정광옥 · 010-2339-4179 · 창조문학 시조(2016) 등단 신인상
· 강원시조문학회원, 춘천여성문학회원, 춘천수향시회원
· (사)강원여성서예협회 이사장
· 춘천시민상 /신사임당상 수상
· 춘천시 방송길70.103동1101호(온의 롯데캐슬 스카이클래스)
· 이메일:cko1023@hanmail.net
신 작 시 조 특 집
조 하 식
말의 씨 외 4편
1
태초의 삼라만상 일컬은 자유의지
개념에 젖어들어 음운을 구현하니
자모의 형태소들이 발아하는 진풍경
2
마음의 아지랑이 신경에 피어나듯
오감을 매만지는 지각이 속속들이
기나긴 골수를 향해 넘나드는 조감도
3
말씀에 상말이란 어긋난 한끝이라
처음은 하나로되 바벨로 어수선한
글말이 언문일치를 가다듬는 간이화
4
지난한 과거사는 입말로 현주소를
가까운 미래사에 시제를 아우르며
뇌관을 유영하다가 발붙이는 정신사
꺾인 날개
지킬 걸 지키는 자 보수의 보루이고
바꿀 걸 바꾸는 게 진보의 진로라면
보수는 자취도 없고 진보랄 건 있으랴.
지킬 게 마뜩찮아 버릴 걸 못 버리니
오밤중 등대처럼 가치를 지키는 이
나라와 겨레를 잇는 지름길을 내주길…
공통점
곰탕과 칼국수는 닮은 게 없다카고
붕어와 붕어빵은 모양이 닮았다면
영재는 영재학교를 다녀야만 하능겨?
곰탕에 곰이 없고 국수에 칼이 없어
붕어를 틀에 넣고 꾹 눌러 찍어 주니
입맛을 베리부렀다 화를 벌컥 내더군!
훈민정음
닿소리 홀소리가 말처럼 부드럽다
원나라 파스파를 퉁치듯 들였다면
밑바탕 삼년을 헤쳐 알아낼 수 있으랴
집현전 학사들이 집처럼 이루었다
글자를 왕명으로 열치듯 지었다면
세종의 앞서간 식견 녹여낼 수 있으랴
타고난 통찰력은 눈처럼 눈부셨다
깊다란 음운학을 스치듯 새겼다면
오백년 괄시를 딛고 살아낼 수 있으랴
미투(me-too)
술처럼 미혹하다
꿀처럼 매혹한다
장밋빛 유혹이든
회색빛 의혹이든
걸려든 자유의지다
유투와는 서로다
덤처럼 미동하다
덫처럼 발동한다
본능의 박동이건
본색의 요동이건
걸러진 통과의례다
위드유는 하나다
* 조하식(趙河植) * 주소: 경기도 평택시 이충로 72, 102동 503호 (LIG아파트, 이충동) * <창조문학> 2016.6월 시조, 2017.12월 시 신인상, <한맥문학> 2001년 수필 등단
* 신앙산문집 <주님과 동행한 오솔길> <생각만큼 보이는 세상> * 시조집 <손기척 knock> *시편집 <축복송>
* 기행집 <글로 남긴 지구촌 기행 1, 2>
* 수필집 <수필은 나의 벗><글로 낚은 보람>
* <블로그> http://blog.naver.com/johash
* 현재 한광고등학교 국어교사로 재직
* '평택자치신문'에 "세상사는 이야기" 9년째 연재 중
겨울 시단
· 金 亭 子
· 『월간문학』에 평론부문(1990)으로 등단
· 부산시 문화상 · 일맥문화대상 수상
· 한국여성문학상 수상 · 『창조문학』에 시 등단
· 저서:『한국근대소설의 문체론적 연구』및 다수
· 시집:『모짜르트를 들을 수 없는 날들』외 5권
· 장편소설: 『내 시간의 푸른 현(鉉)』외
· 에세이집 :『내 생에 아다지오 논 몰토』외
· 현: 부산대학교 인문대학 명예 교수
김 정 자
이 찬란한 대낮 외 1편
-광교의 맑고 푸른 날에
아, 얼마만인고
봄 하늘에 수정이 쏟아지는 날
푸른 비단은 몇 길이나 되려는지
들꽃 망울들 눈웃음 치고
오월 바람 뺨을 간질여
어깨춤 추며
콧노래 부르며 나는
신명난 아이같이
들길을 걷는다
해맑고 푸르른 날
아득한 날의 순정한 청년을 그리며
이 오랜만의 찬란한 오월 대낮에 취하여
아픈 팔 치켜들고
마냥 몸 흔들며 나는
푸른 숲길을 걷고 있다
-2018. 5.19. 팔 통깁스를 하고
생명 보험을 들며
살아서 누구에겐들
폐를 끼치랴
아무에게도 짐 되지 않아야 한다고
이것저것 생명을 껴안아 준다는
보험을 들고
안도의 긴 한숨을 내쉬는
나는 이제 어디까지 늙었는가
깊은 사유의 우물을 퍼 담으며
한숨 쉬는 나의 심장에
연민은 깃털처럼 날아 와
고요히 웃음 흘려 보낸다
생명이여
잔병치레 없이
아름답게 살다 가길
무성히 푸른 수풀 울울한
산의 위용 우러르며
생이란 얼마나 존귀한 것인가
나는 얼마나 미미한 우주의
입자인가
새삼 깊은 깨달음이
가슴을 친다
겨울 시단
· 허의행
· 시인· 1994년 현대시학 등단
· 주소: 380-779 충북 충주시 금봉대로 397.
101동 306호 (안림동. 안림LG 아파트)
·전화: 043-844-3120 HP 010-3786-3129
· heh3120@hanmail.net
허 의 행
(갑)질의 맛 외 1편
(갑)은 (갑)질할 약한(을)을 선택의 원칙으로 삼는다 권력의 배경이 전연 없는 놈, 학연 지연 인맥이 없는 놈, 찌르면 반항할 힘이 없어 순순히 무릎 꿇고 살려 달라고 애걸하는 놈을 선택의 우선으로 택한다
(갑)은 자기의 권력의 힘을 과시함을 일상의 정당한 자랑으로 안다 두려움 없이 때와 장소에 상관없이 (을)을 묘하게 인간 이하로 이용 하며 인간으로 존중하는 척 한다 약한 놈만 골라 무자비하게 짓이기며 (갑)질의 맛을 느낀다 쾌락의 중독을 즐기고 행복함을 최상의 낙으로 여긴다
가장 맛있는 것(깊은 중독)
버려진 담배꽁초를
슬쩍 주어서 타인이 빨았던
입술과 묻은 흙을 슬쩍 털어버리고 아무도
없는 조용한 구석에서 떨리는 손으로 슬쩍
붙을 붙이고 메마른 입술로 한 모금 또 한
모금을 있는 힘껏 깊숙이 빨아들였다 길게
내 뿜는 꽁초의 맛! 그 자극의 맛!
버려진 꽁초의 재활용의 맛!
돈이 없었다!
겨울 시단
* 임용식 · 사비문학 시 부문 신인상 등단
· 농민문학 시 부문 신인상 등단
· 시집:『사랑에 칸타빌레』』『사랑에 아리아』
· 한울문학, 국보문학, 한국자유문학세대, 부여문학
사비문학 등 수십 편 발표| 해병신문 월 15회 발표, 부여신문 50회 발표
· 궁남지 연꽃 시연회 3회 참가
· 수상: 한국문학정신 문학상, 시와 수상문학 시인상
· 이메일: iys2356@hanmail.net
임 용 식
부부 시처럼 살라고요 외 1편
숨소리 긁으며 살아온 날들
소용돌이 속에 가슴 알니 그리움이
시가 되어 꽃바람 속으로
아내와 시련 자국어 사랑이란 시어로
가시처럼 가슴 찔러도 주마등처럼
웃다
부부
시처럼 살라고요
꽃처럼 살라고요
붉은 심장을 하얗게 불태우며
꾀꼬리처럼 노래 부르다
뜸부기처럼 울다
부부로 한 편의 시 속에
기러기처럼 짝지어 살다
원앙처럼 춤추다
토끼들과 긁던 여정의 바가지 소리도
인생도 영혼도 향기로운
꽃무지개로
부부 시처럼 살라고요
꽃은
꽃은∼
웃기 위해 꽃을 피우는 데요
사람도 웃기 위해 삶을 사는 데요
죄와 새벽이슬은 울기 위해 피나요
겨울 시단
․ 전홍섭
․ 충남 아산 출생. 호 석포(石浦)
․ 시인, 교육칼럼니스트 ․ 계간『창조문학』등단 (2002)
․ 시집『닭의 머리 전설』
․ 교육칼럼집『학교여, 종을 울려라』외
․ 이메일: jhs10111@hanmail.net
전 홍 섭
경춘선 숲길에서 외 1편
저녁놀이 내려앉은
경춘선 숲길을 걷노라면
내 마음은 어느 새
아련한 추억 속으로 접어든다.
새 학기가 시작되면
수련회를 떠나던 들뜬 기분들,
기차표는 구하지 못했어도
검은 연기를 내뿜는
증기 기관차의 난간을 부여잡고
몸은 반쯤이나 허공을 매단 채
바람을 가르며 장발을 휘날렸다.
서울의 마지막 간이역을 지나면서
산과 강물은 가슴 속을 적시고
낭만을 부르던 기적소리가
아직도 내 귓전을 울리고 있다.
사색의 길
근심을 잊게 하는 망우산 언덕에는
한강수 굽이돌아 흰 물결 피어나고
한 조각 붉은 구름이 내 가슴을 훔치네.
길가의 표지석은 나라의 기둥이고
자연과 인생 엮은 겨레의 위인들이
숲속의 사잇길에서 친한 벗이 되었다네.
셋이서 함께 가면 스승이 있다는데
겨레의 가르침을 스스로 일러주는
십여 리 사색의 길엔 인문 꽃이 피었네.
겨울 시단
·「창조문학」48호로 시 등단
·공주대학 사회교육원 문창과 수료
·한국창조문학가협회 회원
·백강문학 (부여문인회) 회원·대전 시인협회 회원
·시집 : 『그리움으로 익어가는 사랑』
『그대로 나무이고 싶다 』
·이메일: yangcoffee@hanmail.net
양 복 순
선유도의 갯바람 외 1편
이렇게
봄비가 오는 날이면
잿빛 하늘에 수평선은 노래한다
퍼런 바다는
이별을 씻으며 그리움을 낳고
넓은 맘으로
잔잔한 바다는
울컥울컥 편지를 쓴다!
확 트인
너처럼 살고 싶어
보이지 않는 수평선에
외로움을 곱씹으며
안개에 묻혀 버리고 싶어
하얀 겨울
산
나무 가득
피어났구나!
고이 가꾼 꿈들이
새색시 예쁜 맘으로
언 돌에 다칠세라
거친 세파의 칼바람 피하기를
행여 넘어질까
고이품은 오랜 꿈을
보얀 면사포의
금빛사랑을
내 발자욱 티 없이
뽀드득
뽀드득
곱게 엮으리라
겨울 시단
· 아호 매양(梅陽)․전남 광양 출생
·명지대 사회교육원문예창작 전문과정 졸업
·문예 창작 지도자 자격증 취득
·창조문학 문학대상 수상
·동인지: 『하늘 산새』 『여의도 문학』 외 다수
·시집:『내 사랑 영원히』『분홍방울 달고』
·E-mail: kiimbak9@naver.com
박 기 임
낙엽 외 1편
푸르름은 떠나고
화려한 잎새들
한 잎 두 잎 떨어져
당 바닥에 뒹굴며
굴러가는데
애처러움과 서글픔이
소복이 쌓인 낙엽
가슴에 소리없이
울어대는
먼 발취에서
사각거리는 소리
하늘 씨앗
하늘 씨앗이
엄마 품에 안겨
가슴을 파고 들어
뿌리가 깊게 넓게 퍼져나
하늘 사랑을 먹고
푸르고 푸른 푸르름
너울거리는 잎새
무럭무럭 자라
새해 맞기 하기를 십 삼년
하늘에 무지개 떠오르고
기쁨과 감사 흘러넘쳐
봄 언덕을 지나
초여름 햇볕에
눈이 부시도록 푸르름
향기 품은 허브향
아름다운 꽃과 같은 마음
멀리 멀리 퍼져 나가고
튼튼한 잣나무
열매가 주렁주렁 열려
창고에 가득차
사랑과 나눔이 넘쳐난다
겨울 시단
· 창조문학 시, 수필 등단
· 성균관대학교 영어영문학과 졸업
· 한세대학교 대학원 졸업 문학석사
· 시집 : 『사랑이 흐르는 빛』『꿈꾸는 날개』
『바람 속의 하얀 그리움-韓英대역』
『불꽃 축제』
맹 숙 영
고독한 사랑 외 1편
살아있는 것에의 경외감으로
생명을 존귀히 여겼네
인류를 품에 안고 가던 날들은
이제 백년의 고독한
사랑이 되어버렸네
지난날의 의지를 잃어버린
낡은 시선으로
다시 못 올 그날을 그리워하며
아름다운 세상을 바라보네
성애 낀 시야 너머로
낯선 머언 세상을 바라보네
땅의 부활
동토의 땅에도 봄은 다시 오네
온 겨우내 메마른 흙의 이불 덮고
냉기에 얼어붙어 숨이 멎었던 땅
미풍이 살그머니 다가와
어루만지고 달래니
땅의 숨길이 열리네
죽은 듯이 파묻혀 있던 땅 속에선
생명의 실핏줄 돌기를 시작
깊고 깊은 잠에 들었던 생명체들
찬 이불 걷어내고 기지개 펴는 소리
희미하게 움직이네
어둠 속에서도 봄 오는 소리 들렸을까
봄비에 젖어 굳어버린 땅이 실눈 뜨고
벌어진 세포 사이사이에서 나오는
흙의 구수한 내음새에 묻혀
묵은 가지에서 연한 새순이 돋네
임 형 선
· 임형선 · 충남 금산 출생(1947)
· 중앙대학교 사범대학 가정교육과 졸업
· 문예창작교육: 대전 동구문화원 수강(강사: 빈명숙)
· 한남대 평생교육원 수강(강사: 손미)
· 한밭 문학아카데미 동인
· 이메일: limh4747@hanmail.net
· 34424 대전시 대덕구 한밭대로 1297번길 339
· 전화: 010-2311-8251
겨울 시단
그 다리 밑의 여름 외 1편
도심을 가로지르는 유등천 변
흐르는 물줄기를 잡아 놓고
동네 어르신 장기 두는 곳
눈치 떼 모여와 더위를 식히며 훈수 두는 곳
세월을 묶어 넣고
세상 근심 걱정 솔바람이 씻어주는 곳
누가 놓고 간 평상인가
여름은 교량 위에 떼어 놓고
흰 구름을 분무하니 에어콘이 무색한지
더위는 저 멀리서 눈치를 본다
마흔여덟 쪽 병풍 손놀림
즐거움이 오고가고
동네 소식 나랏일 혼담도 오고가고
대화의 꽃이 만발하는 인생복덕방
그림자도 쉬어서 고단함을 달래고
가던 길을 멈춰 선 자전거도
이들의 친구가 된다
지나가던 자동차
부러운 듯 힐끔 거리고
이 거리 저 거리를 잇는 다리
그 다리 밑
사람과 사람을 잇는
마음의 교량이 있다
채무자
그녀는 당당하게 그에게 요구했다
날짜를 어기면 투덜댄다
그는 어쩔 수 없다고 변명하며 사정도 한다
그러나 이자는 받지 않았다
시도 때도 없는 변제 요구
그는 빚을 갚기 위해
어두움이 끝날 때부터 어두움이 시작될 때까지
세상이 움트기 전부터 낙엽 질 때까지
분주히 흑인이 되어 버린 얼굴로
굵은 마디 손가락 부어오르는 관절
열심을 다 하지만
턱 없이 부족한 갚음에 허리를 펴지 못한다
언젠가 부터는 현물상환도 한다
고춧가루 메주 참기름 잡곡 조미료까지
그 빚이 얼마인지
늙고 병든 채무자 일모도원(日暮道遠)하나
손들고 병석에 눕고 말았다
그제야 깨닫는 안타까움
그녀가 채무자인 것을
과잉 지급한 사랑
갚으려 하나 기다려 주지 않고
시든 눈빛으로 사그라지는 마지막 인생
우리 아버지---
채권과 채무
우리 아버지의 아버지로부터 내려오는
사랑의 빚인가
채 영 선
겨울 시단
· 채영선 · 서울대학교. 감리교신학대학원졸업
· 미주문학 시 등단. 창조문학 수필 등단
· 미주문학신인상. 창조문학대상 시부문 수상
· 시 집:『사랑한다면』『미안해』『향연』
· 수필집:『영혼의 닻』『Anchor of Soul』
· 전자북:『내속에서 익어가는 것』『온유하게 하는 약』
작은 꽃에게 외 1편
며칠이 되었을까
네가 피고 있던 날
몽우리가 열리는 기척도 작아서
기다리지도 않는다
피어 있는 것만 보이는 세상에서
피고 있는 것은 피지 않는 것과 같다
바구니는 핀 꽃을 위하여 매어달리고
매어달린 목숨은 찡그린 채로
여전히 매어달려 있다
파도 위에 서있는 조각배처럼
벼랑 끝에 매어달린 산 사람처럼
모든 태양은 지고 있는 것이다
매어달린 등어리
기댈 곳 없는 등어리에서 하루는 잠이 든다
매어달린 우체통이 손짓을 한다
자 나를 두드려봐
두드리는 자에게 열릴 것이다
뜨개질 사랑
팽팽해서도 안 되고
느슨해서도 안돼요
아무리 오래 밀고 당겨도
아프지 않아야 해요
뾰족한 입술로 콕—
찌르지 않고 빗겨가는 시선이
마르지 않는 여운을 만들어주니까요
만날 수 없다고 슬퍼말아요
강물처럼 일렁이는 언어로
주고 받은 속삭임이 얼마인가요
추억의 무늬를 만들고 싶다면
엇박으로 시작해보세요
두 발을 모두고 작은 언덕을 넘어가세요
반짝이는 명주실이 아니라고
힘겨운 낙심 하지 말아요
누군가의 매듭으로 만난 우리는
행운의 언저리에서 다시 만날테니까요
겨울 시단
* 박수만 ․한국문인협회 회원
․부여 시 낭송회 회원
․지방 신문 다수 연재 ․참샘 산딸기 농장 운영
․충남 부여군 규암면 반산 1리 132번지 충절로
2350-7-11
박 수 만
코스모스
가을햇살 찌르는
코스모스 밭
알몸으로 딩굴어
향내나는 이불속에
눕고 싶다
찬 기운 서린
이불 속에
꽃밭을 만들고 싶다
찬 가슴가진 이들에게
날아가고 싶다
달덩이 같은
마음들을 갖게 하고 싶다
햇살담아
보듬어
추운 겨울에
구들장 아랫목에 깔아
님과 함께
딩굴고 싶다
겨울 시단
* 임병천 ․출생지: 충남 부여군 초촌면 추양리
․ 1946년 6월 10일생 ․ 논산대건 고등학교 졸업
․ 공주 교육대학 졸업
․ 충남당진군 송악면 전대 초교 초임근무(1970. 3. 1)
․ 전남 진도군 초도 초교 근무(2000. 9. 1)
․ 충남 부여군 부여읍 백제 초교 퇴임(2011. 8. 31)
․ 현주소: 339-014 충남 세종시 한솔동
나리1로 15 306동 407호 ․lbc490@hanmail.net
․ 전화번호: 010-2327-4154
임 병 천
용파리
눈길 한 번에
칭찬 한 번하니
날개가 달린듯
어깨가 으쓱하고
눈길 두 번에
칭찬을 두 번하니
용파리로 태어나서
청룡을 닮으려한다
연꽃을 사랑하는
용파리는 태어난다
따뜻한 눈길에
궁남지에서도 태어난다
☆용파리(dragonfly;잠자리)
최 규 학
겨울 시단
· 최규학「창조문학」시 등단 · 부여고등학교 교장
· 공주사대 겸임교수
· 서천신문, 21c 부여신문, 공주금강뉴스 칼럼위원
· 사비시낭송회회장 · 010-2747-4209
· cforest@hanmail.net
가을들판
가을 들판을 거닐다 보면
갓 구운 빵 냄새가 난다
눌눌하게 익는 모습 꽃보다 아름답다
코스모스 꽃잎으로 고명을 올리고
들국화도 뿌려 놓았다
이슬로 적시고 빗물로 닦아서
볕으로 익히고 빛으로 식히며
눌눌하게 구워내는
솜씨 놀랍다
이 넓은 빵 틀에 불도 없이 익게 하고
샛소도 없이 물들게 하다니
네 사랑 솜씨 같구나
황새도 놀라운 듯 긴 목 빼고 바라본다
겨울 시단
· 流雲 강순구 · 목사 시인 · 휴스턴신학대학원 목회 학 석사 · ICC대학교 문학박사
· 한국 국보문인협회 시 부문 등단 · 한국 아동문학회 아동문학 등단 · 짚신문학상 신문고문학상 청계문학상
· 한국문인협회 서정문학 연구위원 · NCM 방송 문 학회 사무총장 · 계간 상록수 문학회 총괄본부장
· 한국 다선문인협회 부회장 · 한국 아동문학회 안성 지부 부회장 · 이메일 jeja3927@hanmail.net
강 순 구
가을 수채화 외 1편
오색으로 물드는
가을의 시작
하루가 달리
곱게 곱게 가을로
채색이 되어 간다
어느 한군데 어색함 없이
주님이 그려 나가는
한폭의 명품 수채화다
향긋한 커피향이 짙게
피어오르는 찻잔속에
가을이 곱게 곱게 그려진다
찻잔속에
새소리가 들려오니
숲속을 조용히 거닐어 본다
찻잔속에
푸른하늘이 보이니
밝은 햇살의 온기를
따사로이 느껴본다
찻잔속에
파도소리가 들려오니
은빛 백사장을 거닐어 본다
찻잔속에
그려진 구름이 보이니
지나온 인생을 돌아본다
내 속에
비도 내리고
눈도 내리고
비바람이 불기도
때론 눈보라가 몰아쳤다
그래도 한발자욱씩
걸었고 뛰었고 때로는
숨을 몰아쉬면서 달려왔다
크지도 넓지도 깊지도 않은
작은 인생의 공간에
한폭의 수채화로 그려 나왔더니
알록달록 곱게 물들어 가는
가을인생 수채화다
거기에는
행복도 있고
감동도 있고
웃음도 넘쳐나는
소중한 인생이다
오늘도 곱게 그려지는
가을의 아름다움처럼
나의 가을인생을
멋진 수채화로
그려 나갑니다
기러기
날개를
훨훨치며
공중에 떼를지어
날아가는 기러기들
찬바람 헤쳐가며
서러운
세상슬픔을
가슴속에 담았네
끝없는
하늘허공
삭히지 못한아픔
눈물을 흘러가며
가슴속 나직나직
혼잣말
중얼거리며
허공위에 토해낸다
겨울 시단
※ 강병철
· 현, 거제도 남부면 가라산 관음사 주지.
· 1984년 해인총림 해인사 승가대학 대교과 졸업.
· 1993년 동국대학교 불교대학원 불교학과 수료.
· 2015년 등단(창조문학).
· 2015년 시집 「즐거운 공(空)놀이」 출간.
· 2016년 ‘창조문학’ 96회 시(詩) 부문 신인문학상 수상.
· 2016년 제11회 코리아 파워 리더 대상(불교문화진흥 부문) 수상. 현재, 거제도 남부면 가라산 관음사 주지
강 병 철
비 내리는 왕망령(王莽岭)마루에서 외 1편
한(漢)나라 이름을
신(新)으로 고쳐
스스로 왕이 되었네.
일백일 영화는
어제인 듯
한만을 남겼으니
갈 곳이 어디던가
천하절경 이곳이로다.
왕망령 마루에서
천하를 굽어보니
천계산(天界山)은 발 아래요
그대의
몸을 던져 얻은 이름
참으로 천하제일경일세.
석자(釋子)님들 입을 모아
이리도 찬탄하니
그대의 환희인가
애달픈 눈물인가
소식 없던 가을비가
하염없이 내리니
그 이름 아는 이가
시 한 수로 달래본다.
여섯 문이 열리던 날
나그네여, 나그네여
가지마소, 가지마소
세상은 칠흑 삼경인데
어디를 가려하오
아직 여섯 성문 닫혔거늘
어디를 가려하오.
편안한 마음으로 성 안을 단속하고
그때가 되기를 기다려보오
새벽 닭 울면
자연히 여섯 문이 열리리니
급하지 않은 걸음으로 지나가소.
여섯 문을 나서거든
동서를 돌아보며
여섯 갈래 길을 찾아보소
문문마다에 여섯 길이 있거든
머물지 말고 걸어가소.
흐르는 길을 만나거든 깃들고
서늘한 길이거나, 따스한 길이거나
다시 엉켜지는 길을 만날지라도
인연 따라 시원하게
집착 없는 마음으로
바람처럼 훠이훠이 걸어가소.
겨울 시단
※ 유화선
· 97회 창조문학 등단
· 건국대 화학과
· 총신대신대원
· 말씀교회 담임(현)
유 화 선
꽃씨 외 1편
편지 한 통 없는
나무 편지함에
어디서 왔는지
깨알 같은 꽃씨 하나
사뿐히 자리 잡았다
그 많던 씨는 어디로 보내고
홀씨 하나
조각풍선구름 머리에 이고
바람타고 올라와
편지함에 좌정했다
몸 둘 곳 없는
콘크리트뿐인 삭막한 거리에
희망의 꽃을 피우겠노라고
미소지으며 존재를 과시한다
사랑이 메마른 도시의 거리에
비집고 들어가 뿌리를 내리고 꽃을 피워
사람들의 가슴에 희망의 꽃을 피우겠단다
편지함에 앉은 꽃씨는
하늘에서 보내 온 씨앗
오늘 내일 겨울이 지나 봄이 오면
내 속에도 피어나리
영혼의 꽃은 피어나리
달팽이의 금언
겨울 추위에서 보호하려고
욕실에 모아두었던 화분에
달팽이 한 마리가 덤으로 들어왔다
교회에서 돌아오면
달팽이는 욕실벽을
점액을 분비하면서
굼벵이처럼 다닌다
아무리 기어도
거기가 거긴데
달팽이는 변치않고
이끝에서 저끝까지
느릿느릿 움직인다
하루 종일 걸어도
몇 발자국인 것을
달팽이는 애오라지
점액길로 이동한다
두 깨의 촉각과 그 끝에 눈이 있어도
겨우 어둠과 밝음만 식별할 수 있어
손으로 더듬는 눈 뜬 식각장애인이라도
무릎으로 기어가며
기도따라 진군하면
천국문에 이르리라
달팽이는 가르친다
(주)국어사전: 달팽이는 두 개의 촉각이 있고 그 끝에 명암만 판별하는 눈 이 있음
겨울 시단
※ 구연민 · · 호: 월산 · 국립공주사대 졸업
· 건국대학교 행정대학원 석사
· 전 문교부 장학사 · 대한노인회강남지회이사
· 한국창조문학가협회 운영이사
· 인생3모작 컨설턴트 · 창조문학에 시로 등단
· 문학바탕에 수필 등단
· 체험수상집 “나는 돌뱅이다”출간함.
· 시와 에세이 동회회에서 작품 활동
· 010-3368-0035 · kosan415@naver.com
구 연 민
사모곡 외 1편
양지바른 흙 담 벽 아래
복실 강아지 졸고
누나 품에 머리 박고 울음 그친 5살 동생
아낌없이 내려 주는 처서의 햇살
엄마생각을 간절하게
남매 등에 쏟아준다
아빠는 원양어선 타고
엄마는 돈 벌어 온다고
서울로 갔는데
자전거 탄 우체부 아저씨
어재도 오늘도 기다린다.
배가 고파도 기쁜 소식 올 거라 고.
누나가 있으니 울지 말고
내 손잡고 학교에 가자
2학년 선생님엄마 기다리신다.
고독(孤獨)
추석연휴가 시작하는 날
모두가 떠나간
도심 속 해도 가버린 늦은 시간
담장 밑
에어컨 실외기위에
앉아있는 독신 들 고양이
길목을 힘주어 보고 있다
쾌속으로 달리는
자동차 소음도 뜸하다
가고픈 마음
기다리는 마음
속절없이 부는 바람 코끝을 스치고
핏기 죽은 하얀 얼굴
힘 빠진 눈동자
하염없이 달빛에 빠지고
날마다 죽순처럼 돋아나는
믿음하나
동공은 하늘 끝자락
그 아스라한 유혹의 언저리에 머문다.
겨울 동시단
· 김사빈 ·「동시와 동화 나라」「문예 창조」동시등단
· 시집:『내안에 자리 잡은 사랑』『그 고운 이슬이 맺 히던 날』· 동화집:『하늘로 간 동수』
· 수필집:『행복은 별건가요』『그대는 뒤를 돌아 보는가』
· 주소: 47-757 HUI KELU ST,#801
KANEOHE, Hawaii 96744 (C)(808) 990-1365)
· 현, 하와이 문인협회 회원
· 하와이 한인기독교회 한글학교 교장
· 해외 이민 43년
김 사 빈
원두막 외 1편
산들 바람
네 활개 펴고 자는
참외밭 원두막으로
맴맴 자장가를 부른다.
가만히 숨어 들어온
조무래기기 아이들
참외 한 아름 훔쳐가다가
뒤 쫒아 온 주인
아이들 두 손 들고
나란히, 나란히 벌을 선다.
서산으로 넘어 가던 해님
빙그레 웃고 있다
흑석 동 골목집
흑석동 내 집은 옆 골목엔
연탄 집 아저씨
연탄 지게는
모로 걸어서 아침이 오고요
새우 젖 장수
수건 쓴 아주머니
광주리 세워서 이고 한낮이 가지요
술 취한 동수 아버지
앵두나무 우물가 동네 처녀가
동네방네 울려 퍼지면 별이 따라옵니다.
삐 ― 호루라기 소리
후다닥 달아나는 발자국 소리
오늘 밤도 누군가 쫓기고요
찹쌀 떡 사려
메밀 묵 사려
입가에 군침이 모이면
우리 집에 행복을 만들고 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