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치매 관련 카페를 찾다가 여기를 알게 되고 가입했습니다.
어릴 때 저희 친할머니께서도 치매로 고생하셔서 친척들이 모두 방치해서 저희집에서 모셨는데 3-4년간 어머니께서 간병하시다가 돌아가셨습니다. 그땐 치매에 대한 사회 전반의 이해가 너무 부족해서 가족 모두 너무 힘든 시간을 보냈고 돌아가신 후에도 거의 5년간 집안에 웃음이 없을정도로 가족 전체가 우울감이 빠져 살았습니다.
작년부터 외할머니께서도 몸이 안 좋아지셔서 저희집에 와 계십니다.
대구에서 이모네 부업을 도와주신다고 80대 중반의 나이인 할머니께서 쉬지도 않고 일하셨다고 하는데 그러고 나서 몸이 너무 안 좋아지셔서 부산에 있는 저희집에 오실 때는 거의 겨우 지팡이에 의지해 몇초에 한걸음 옮기실 정도였습니다. 그리고 새벽에 화장실을 자주 가시는데 새벽에 일어나는 게 너무 힘드실 정도였습니다. 소변도 가끔 지리시고요.
제가 식사도 안 드신다는 걸 억지로 권해서 세 끼 꼬박꼬박 드시고 몸이 조금 좋아지시는 걸 보고 걷는 데 도움이 될까 싶어서 집에 있는 자전거운동기구도 제일 약하게 해서 10분, 20분씩 타시게 하고 했습니다.
그러고 몸이 많이 좋아지셔서 혼자 간단히 산책을 하실 정도는 됐었는데...
어느날 밖을 나갔다 오셨는데 단어를 제대로 못 떠올리시고 숨 쉬는 걸 힘들어하셔서 무척 당황스러웠습니다. 알고 보니 밖에 뒤로 넘어지셔서 머리를 부딪히셨다고 합니다. (그게 작년5월쯤)마침 부모님이 그때 집에 안 계셔서 일단은 방에 눕혀드리고 안정을 취했는데 한숨 주무시고 나서 저녁때는 멀쩡하게 이야기를 하셔서 부모님께서는 그걸 보고 심각하게 여기지 않고 지나가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그 후로 한달정도 뒤 집안에서도 걷다가 전혀 뭔가를 잡지 못하고 넘어지시고 머리에 충격을 받으시는 일이 생겼고 직후에는 언어 쓰는 걸 힘들어 하시고 호흡이 힘들고 춥다는 말씀도 하시고 그런데 한숨 주무시고 나면 말하시는 건 거의 정상적으로 돌아오셨고 그런데 걷으실 때 점점 중심을 못 잡으셔서 제 어깨를 잡고 다니시게 되었습니다.
갑갑해서 정형외과에 가봤지만 허리통증이나 물리치료할 뿐 엑스레이상에 뼈에 문제가 생긴 건 아니라고 하셨고
제가 너무 답답해서
혹시 할머니가 대구에서 부산 오실 때부터 항상 걸을 때 어지러움도 있었기 때문에 그걸 고치면 좋아지지 않을까 해서 인터넷으로 어지러움에 대해 찾아보다가 할머니 어지러움 증세가 종합적으로 봐서 머리쪽보다 귀쪽인 것 같아 집 주변 큰 병원에 있는 이비인후과를 찾아가서 증세를 말하고 대구에서부터 2-3년간 처방받아서 꾸준히 아침저녁으로 먹는 약(보나링에이정, 근육이완제, 구토억제제, 소화제 2종류, 아스피린풍 예방약, 혈액순환개선제, 칼슘제, 신경안정제..등)을 말씀드렸더니 의사선생님이 너무 약을 많이 드시는 거 같다고 약을 줄여나가라고 하시고 '보나링에이정'은 일단 빼고 먹어보라고 하시고
일단은 신경과에서 뇌MRI부터 찍어보고 이상이 없으면 자신들이 검사를 해주겠다고 하시고 신경과로 연결시켜주셨습니다.
다음날 예약을 해서 신경과를 가서 증세를 다 말씀드렸더니 의사선생님께서 연세가 있으면 그냥 살다가 가는 거지 뭐 이런 데까지 오냐면서 별 이상없으면 먹던 약이나 계속 먹으라고 하시더군요. 그래도 제가 MRI를 찍었으면 좋겠다고 그래서 일주일 정도 뒤에 예약을 하고 MRI를 찍었습니다.
정말 신기했던 건 이비인후과 선생님 말씀대로 보나링에이정을 약에서 뺏고 먹었더니 그 다음날 오후부터 걸으면서 어지럽다는 말씀은 안 하시고 전혀 안 어지럽다고 하시더라고요. 걷는 거도 조금 더 좋아지는 거 같았습니다. 보나링에이정의 장기복용으로 인한 부작용이었던 것 같습니다. (지금도 그후로 걸으면서 어지러워하시는 않습니다.)
MRI결과가 나온 날 병원에 전화해보니 간호사가 보호자만 와서 듣고 가도 될 것 같다 하셔서 혼자 병원에 갔습니다. 신경과 의사분이 신경외과 의사분을 불렀는데 바빠서 못 오신다고 하니 그냥 저 보고 들어오라고 하시고 '할머니께서 나이가 있다보니 전반적으로 뇌가 줄어들었다고 하시더군요. 혈관도 많이 좁아져 있다고 하시고, 그리고 뇌가 줄어들어서 수두증일 가능성이 반 아닐 가능성이 반이라고 하셨는데 MRI로는 결과를 알 수 없다면서 말씀을 하셨습니다. 그러시면서 수두증은 검사를 하려면 대학병원 가서 복잡한 검사를 해야 하는데 노인이 견딜 수 없을 거라고 하시고 수두증은 요실금, 보행장애, 치매가 오니 이전에 대구에서 먹던 약에 치매약(카니틸 정)을 보태서 처방해주셨습니다.
제가 이전에 친할머니의 치매증세를 다 보았기 때문에 외할머니께서 그러한 증세를 평소 전혀 발견할 수 없어서 '치매'약을 처방해준다고 했을 때 깜짝 놀랐습니다. 그래서 제가 치매는 아닌 것 같다고 말씀드렸더니 (의사선생님도 이전에 할머니께서 오셨을 때 따로 문진을 하지 않으셨습니다.) 그런 하루 한 알 먹이라고 하시더군요.
참 슬펐습니다. 이미 친할머니께서 치매로 고생하다가 돌아가셨기 때문에 또 그런 일이 반복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어서...
집에 돌아와서 걱정이 되서 할머니께 이름과 오늘의 날짜(년 월 일)을 물었더니 이름은 거의 잘 기억하시는데 날짜는 잘 기억 못 하시더군요.(평소에 날짜에 관심도 없어시고) 그런데 다른 건 대화를 해봐도 너무 멀쩡하시니 치매검사를 하지 않고 약을 먹인다는 게 너무 망설여졌습니다.더구나 보나링에이정의 무서운 부작용을 경험하고 나니 함부로 약을 먹는다게 걱정스러웠습니다.
더구나 며칠 뒤 언니가 결혼을 해서 온가족이 서울에 올라가게 되서 할머니께서 대구 이모댁으로 가게 되었는데...제가 걱정이 되서 동행을 했는데 오랜시간 차를 타고 가다보니 대구 도착해서 할머니께서 이름을 잘 기억 못하고(의사소통은 잘 되지만) 좀 이상한 것 같아 카니틸 정 처방해주신 걸 아침에만 먹었습니다.(3일정도) 그리고 저는 언니 결혼식 때문에 서울로 가게 되었고 할머니께서는 작년 9월부터 쭉 대구에 계시다가
지난주 일요일에 다시 부산에 오시게 되었습니다. 대구에 있던 9개월동안 이모가 바쁘셔서 밥 먹을 때만 식탁에서 하고 아침부터 저녁까지 계속 소파에 누워서 TV만 보시다가 오셨다고 합니다. 그 사이에 다리힘이 너무 없어져서 제가 부축을 해서 자꾸 걷는 연습을 다시 하고 있습니다. 이모가 절대 치매가 아니라고 생각하셔서 제가 돌아간 후에는 카니틸 정을 빼고 이전에 먹던 약(소화제, 풍예방약, 은행나무 추출액으로 만든 혈액순환 개선제)만 드셨다고 하더군요. 말씀도 너무 또박또박 하시고 책도 잘 읽으시고 기억력도 좋으셔서 참 마음이 좋았습니다.
그런데 그저께 할머니께서 화장실 위치와 우리방 위치를 엉뚱하게 기억하시고 화장실에 가서 오늘 처음 와본 화장실이라고 말씀하셔서 무척 놀랐습니다. 그래서 제가 화장실 안까지 확인시켜드렸더니 낯이 익다고 하시면서 전에 다니던 곳에 맞는 것 같다고 하시고 우리가 자던 방도 더 켰던 것 같은데...하시면서 물건은 거의 낯이 익다면서도 뭔가 틀리다고 하셔서 방에 들어가서 이것저것 설명해드렸더니 맞는 것 같다면서 막 웃으시면 큰 일 났다고 이런 걸 기억 못 하니 어쩌냐면서 당황하시던데...
그 후에도 다른 건 대화를 나눠봐도 이상한 점은 전혀 없습니다. 방도 잘 기억하시고.. (단지 날짜는 말씀드려도 다음날 되면 기억 못 하시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아무래도 치매 초기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무척이나 더디게 진행되시는 거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아니면 대구에서도 중심을 잃고 머리를 부딪힌 일이 두번정도 있다고 하는데 그런 게 영향을 끼친 건지.... 검사를 해야 될 거 같은데 이젠 어딜 찾아가서 어떤 과(신경과를 가야할지 신경외과를 가야할지, 수등증을 보는 의사를 찾아가야 할지)를 찾아가야 할지도 판단이 안 섭니다.
할머니께서 다리를 못 쓰시다 보니 병원에 한번 가려면 큰 맘을 먹고 가야 되는데 작년에 병원 가서 고생하고 정확한 병명도 알 수 없었기 때문에 쉽게 쉽게 병원을 찾아갈 수도 없을 거 같습니다.
너무 막막해서 두서 없이 적다보니 글이 너무너무 길어졌네요.^^;; 이럴 때 어떻게 해야 할지 판단이 안 서네요. 정말 전문가의 조언이 절실합니다. 조언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가능하시다면 부산에 치매 관련 추천해주실 병원 있다면 추천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