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사람이 내가 쓴 글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댓글을 달면서 '문슬림'이라는 용어를 사용했다.
문슬림.
'문재인+무슬림'이라는 용어를 결합해 만들어낸 신조어가 맞겠다.
문슬림이라는 용어가 페이스북에서 돌아다니는 것을 몇 번 보기는 했으나 내가 들으니 엄청 새롭게,
아니 무섭게 확 다가온다.
하루 종일 이 용어가 맴돌았다. 문슬림... 문슬림... 글의 내용보다 이 단어에서 탁 걸려
나는 대답할 말을 잃었다.
문슬림이라는 신조어는 분명 좋은 어감이 아니다.
문대통령을 지지하는 사람들 중에서 가장 격렬한 지지자들을 가리킬 터인데,
앞뒤 안 가리고 폭력적인 경향을 보인다는 뜻으로 사용할 것이다.
물론 폭력의 형태는 집단 문자 폭탄이나 반대 의견에 대한 격렬한 다구리 정도.
어쨌든 어감에는 ‘격렬’ ‘앞뒤 안 가림’ ‘무대뽀’ ‘폭력적’ ‘무조건’ ‘무작정’ 같은
부정적인 이미지가 들어 있다.
문빠라는 용어보다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된 게 아닌가 싶기도 하고.
어느 집단이 그렇게 규정된 데 대해서는, 그 규정에 동의하든 않든 일단 수긍은 함.
특정 집단에 특정 이름을 붙여 부르는 것도 부르는 이들의 자유.
한편, 누구를 어떤 식으로 지지하든 그 지지 방식 또한 개인의 선택이니,
그 선택에 대해서도 비난할 생각이 별로... 그게 문제가 되면
법적으로든 도의적으로든 책임을 지게 하면 되는 거고.
그런데 문빠는 그렇다 쳐도, ‘문슬림’이라는 용어는, 내가 직접 들으니 참 불편하다.
내가 문슬림이 아니라서 그런 건 아니고.
왜 ‘슬림’? 날씬하다는 뜻은 백퍼 아니니, 무슬림에서 나온 게 확실하다.
특정 종교를 가진 이들에게 '격렬' '앞뒤 안 가림' ‘무대뽀’ ‘폭력적’ ‘무조건’
‘무작정’ ‘빠’ ‘다구리’ 같은 이미지를 들씌우는 게 아닌가.
문슬림에 대해 내가 갖는 불편함은 바로 이것이다.
그렇게 무슬림 이미지를 간단 무식하게 사용하는 당신들도 진짜 무슬림에 대해서는
당신들 의미로 ‘무슬림’ 아님?
구글에서 얻어온 이미지.
이것은 명백한 인종 차별이자 종교 차별이다.
무슬림이라는 집단에 앞뒤 안 가리는 폭력적인 이미지가 있다는 전제하에
‘문슬림’이라는 용어를 만들고 유통하니 말이다.
아무리 좋은 뜻으로 비판해도, 문슬림이라는 용어를 쓰는 순간 그 비판의 본래 의미는 사라진다.
은연중에 특정한 사람들과 그들의 종교를 비하하면서 하는 비판이 제대로 된 비판이겠냐고.
문슬림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사람들, 딱 한 번만 생각하시라.
폭력을 비난하는 당신, 또 다른 폭력을 행사중이라고요.
문슬림.
이 단어 하나만으로도 당신들은 이미 폭력적임.
나는 토론토에서 매일 무슬림을 만난다.
한국에도 요즘은 무슬림이 적지 않을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