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에 데뷔한 김도향의 노래 중에 ‘벽오동 심은 뜻은’이라는 게 있다. “벽오동 심은 뜻은 봉황을 보잤더니, 어이타 봉황은 꿈이었다 안 오시뇨. 달맞이 가잔 뜻은 님을 모셔 가잠인데, 어이타 우리 님은 가고 아니 오시느뇨. 하늘아 무너져라 하하하하 와뜨뜨뜨뜨뜨뜨뜨뜨, 잔별아 쏟아져라 와뜨뜨뜨뜨뜨뜨뜨뜨”
암울한 시대 상황 속에서 聖天子(성천자)로 대변되는 鳳凰(봉황)의 출현을 기다리는 마음을 담고 있다. 봉황의 전반신은 기린, 후반신은 사슴, 목은 뱀, 꼬리는 물고기, 등은 거북, 턱은 제비, 부리는 닭의 모습이며, 깃털은 오색이고 소리는 오음에 맞는다고 한다. 또 봉황은 벽오동 가지에 둥지를 틀고 竹實(죽실)을 먹으며 영천(靈泉)의 물을 마신다고 한다. 김도향의 노래 가사는 다음 시조를 변용한 것이다.
벽오동 심은 뜻은 봉황을 보렸더니
내 심는 탓이런가 기다려도 아니 오고
밤중만 일편명월이 빈 가지에 걸렸어라 (작자 미상)
이 시조는 봉항이 깃들인다는 벽오동을 심어 놓고 봉황이 찾아오기를 기다렸지만, 내가 심은 까닭인지 아무리 기다려도 봉황은 오지 않고 밤중에 한 조각의 밝은 달만이 빈 가지에 걸려 있음을 한탄하고 있다. 여기에는 시적 자아의 자기 卑下感(비하감)이 바탕에 깔려 있다.
庭畔植此碧梧樹(정반식차벽오수)
뜰 안에 이 벽오동 나무를 심어 놓고
欲見鳳皇來過遊(욕견봉황내과유)
봉황이 와서 노는 것을 보려고 하네.
長待鳳皇終不至(장대봉황종부지)
오래 기다려도 봉황은 끝내 오지 않고
一片明月掛枝頭(일편명월괘지두)
한 조각 밝은 달만 가지 끝에 걸려 있네.
이 시는 조선 후기의 서예가 馬聖麟(마성린, 1727~1798)의 <短歌解(단가해)>에 실린 漢譯(한역)으로 시조의 내용을 재현하고 있다. 다만 시조 작가의 스스로에 대한 自嘲的(자조적) 語調(어조)는 제거하고 말았다. 성범중 울산대학교 국어국문학부 교수<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벽오동 심은 뜻은
벽오동 심은 뜻은 봉황을 보렸더니 내 심은 탓인지 봉황은 아니오고 밤중에 일편명월만 빈 가지에 걸렸어라
-조선후기 화원악보집 등재(작자미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