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요무형문화재 제13호 강릉단오제
음력 5월 5일 ‘높은 날’, ‘신 날’이라는 뜻인 ‘수릿날’이라고도 불린 ‘단오’는 일 년 중 양기(陽氣)가 가장 왕성한 날이라 하여 예부터 큰 명절로 여겨왔으며 중종 13년(1518)에는 설날, 추석과 함께 ‘삼대명절’로 정해지기도 했다. 모내기를 끝내고 풍년을 기원하며 한바탕 놀며 쉬는 명절로서 농경사회의 풍농 기원제 성격을 지닌 단오는 지금까지도 전국 각지에서 단오제를 포함한 1,200개에 가까운 다양한 축제가 행해지고 있다. 이 중 대표 격인 축제로 ‘강릉단오제’를 들 수 있다.
강릉단오제는 단오를 중심으로 열리는 강원도 강릉지방의 전통축제로 예부터 이 지역주민들은 단오에 대관령 국사성황과 대관령 국사여성황, 대관령 산신을 신앙대상으로 하고 유교식 제례, 무당굿, 탈놀음, 단오민속 놀이와 난장 등 다채로운 단오명절을 즐기면서 공동체의식을 강화해 왔다. 마을사람들은 단오제를 드리지 않으면 마을에 큰 재앙이 온다고 믿어 대관령 서낭당에서 서낭신을 모셔와 강릉시내의 여서낭신과 함께 제사를 드리는데, 대관령 산신은 김유신 장군으로 전해지며, 단오제에서 주체가 되는 서낭신은 신라 말 굴산사를 창건한 범일국사, 여서낭신은 강릉의 정씨처녀로 전해지고 있다.
강릉단오제는 음력 4월 5일 신주를 빚으면서 시작된다. 조선조 관청이었던 칠사당에서 신주를 빚고 과거 강릉부사가 쌀과 누룩을 하사했다는 전설에 따라 강릉시장이 신주 빚을 쌀과 누룩을 바치는 행사를 재연하며, 무당은 부정굿을 하고 정성껏 맛있는 술을 빚을 수 있도록 축원을 한다. 음력 4월 15일에는 대관령 산신당에서 제사를 올리고 신성시하는 나무를 모시고 내려와 국사성황당에 거쳐 홍제동에 있는 국사여성황당에 모시고 두 분을 합사하는 굿을 한다.
음력 5월 3일 저녁 영신제를 지내고 제사를 마치면 두 분의 신위와 신목을 남대천 백사장에 마련된 제단에 옮겨 모신다. 이로써 본격적인 강릉단오제의 서막이 오른다. 단오장에서는 5일간 아침, 저녁으로 제를 올리고 굿을 하며 농사의 번영과 마을의 평안을 기원한다.
강릉단오제는 유교식 의례와 무당들의 굿이 함께 거행되는 동해안에서 가장 규모가 큰 축제로 난장이 크게 벌어지며, 특히 관노가면극이 유명하다. 올해 6월 20일에서 27일까지 강릉 남대천 단오장 및 지정 행사장에서 열리는 강릉단오제는 모두 10개 분야 72개 프로그램이 운영되며, 구산서낭제, 학산서낭제, 조전제, 관노가면극 등과 단오의 대표적인 풍습인 창포머리감기, 신주마시기, 수리취떡 만들기 등을 체험할 수 있으며, 씨름대회, 그네대회, 줄다리기 대회 등도 열린다.
강릉단오제는 정확하게 언제부터 시작되었는지는 알 수는 없다. 매년 3, 4, 5월 중 무당들이 산신에게 제사를 지내고 3일 동안 굿을 벌였다는 남효온(南孝溫)의 문집《추강냉화(秋江冷話)》 기록과, 선조 36년(1603)에 강릉단오제를 구경하였다는 허균(許筠)의 문집《성소부부고(惺所覆瓿藁)》 등의 기록에서 그 이전에 이미 단오제가 거행되어 온 것을 알 수 있다. 강릉에서는 일제강점기에도 단오제는 열렸고, 한국전쟁 중에도 단오제가 거행됐다. 노인들과 무녀들은 시기적으로 어려울 때는 압박의 눈을 피해 소규모로 나마 단오를 치러와 그 명맥을 유지할 수 있었고, 고증을 통해 원형 복원이 가능했다. 덕분에 1967년 중요무형문화재 제13호로 지정되면서 우리민족 전통 민속축제의 원형성을 간직한 단오축제로서 고유의 가치를 획득했고 그 문화적 독창성과 뛰어난 예술성을 인정받아 2005년 11월에는 유네스코 인류구전 및 무형유산걸작으로 등재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