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였다
꽃무더기였다
정상으로 가는 길
갑자기 만난 꽃사태에
나는 놀라 서 있다
친구들이 감탄을 자아내며
사진을 찍는 동안 나는
공동묘지에 와있는 기분이다
죽음을 예감한 꽃들이 예까지 걸어와
최후의 마지막 힘을 다해
꽃을 피워 놓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 여기서 점심을 먹는 게 어떠냐고 물었다.
죽음 직전 환한 저 생애의 절정 속에서
사람들은 즐겁게 떠들어대며 밥을 먹는다
한 친구는 내게 사진을 찍어준다며
꽃무더기 속으로 나를 밀어 넣었다
얼떨결에 나는 죽음 한가운데 서 있다.
영정 사진처럼 꽃잎에 파묻혀
나는 웃고 있다
첫댓글 음... 참 좋은데요..
흠... 난 뭔가.. 우울한데...쩝~ 내가 시에 좀 약해서 ㅎㅎ
'좋다'의 다중적 의미. ㅎ
죽음 한가운데... 맞네요. 활짝 핀 꽃들이 언제 그랬냐는듯, 떨어져 시든 모습을 보면 참 슬프던데, 환하게 피었을 때가 더 슬플 수 있겠어요. 수고했다. 말해주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