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5일, 오늘은 북경에서 한국 유학생들이 떼로 몰려 있다는 우다코에 놀러 가는 날이다.
선희 민박집 아줌마는 아침상을 차려 놓고 밥 먹으라 노래를 부른다.
좁쌀을 섞은 밥은 짤기가 살살 흐르고 반찬은 돼지고기 보쌈에 김치 등등이다.
야, 선희집 밥은 민박 최고의 수준이다.
밥 다 먹고 양치질하고 나갈 준비를 하고 있자니 아줌마 왈,
“커피 드릴가요?”
앵~커피 까지
웬만하면 거절을 잘 안하는 나는 이럴 때 잘 쓰는 말이 있다.
“주면 좋지요.”
이 “주면 좋지요” 라는 말은 여행 내내 남이 뭘 권할 때 거절하지 않고 받을 때 사용하는 유행어가 되었다.
한번은 이런 일이 있었다.
직장에서 어떤 동료가 식당에서 자기가 먹으려고 음료수를 한 잔 샀는데 내가 그 옆을 싸악 지나갔다.
"어이, 이선생님, 음료수 한잔 하실래요?"
"예, 고마워요."하고 살짝 가져갔다.
그 당시 그 사람은 밥먹고 자기가 먹으려고 하는데 내가 지나가서 그냥 인사말로 한 건데 내가 가져가 버렸단다.
그 이후로 진짜 줄거 아니면 나한테 음식이나 다른 물건 같은거 안 권한다.
어쨋든 그렇게 커피 한잔하고 가방 들고 집을 나섰다.
북경의 칼바람은 유명해서 목도리에 장갑, 아이들은 마스크까지 단단히 준비를 했다.
우리가 있는 민박집에서 우다코 까지 가는 방법은 버스나 택시로 지하철 13호선 왕징 서역까지 가서 지하철 타고 1호선인가 2호선인가 갈아타고 가면 된단다.
지하철역까지 걸어서 약 20분 정도 걸린다고 하니 버스 타는 것은 생략, 걸어서 가기로 낙찰 봤다.
그리고 시간이 바쁜 관계로 시장에서 귤 사는 것은 다음으로 미루기로 했다.
민박집 아파트는 단지가 커서 동,서,남,북 마다 문이 다 있는데 나서자마자 어느 쪽 문으로 나가야 할지를 모르겠다.
일단 나왔으니 다시 들어가 물어 보기도 그렇고 해서 그냥 가까운 문 쪽으로 갔다.
아파트 문에 서서 보니 버스 타는 곳이 어딘지 지하철 가는 방향은 어딘지 도통 모르겠다.
머리엔 또 스트레스가 가해져 온다.
길을 물어야 하는데 중국어가 안 되는 내가 어떻게 해야 하나.
머리속엔 벌써 지하철이 중국어로 뭐지? 하며 물어 보고 있다.
아내가 나를 관리실 쪽으로 자꾸 밀어 붙여서 나도 모르게 관리인 앞에 서게 되었다.
“에~ 지하철이 뭐지?, 그러니까 서버웨이, 웨얼 캔 아이 서브웨이 스테이션?”
영어도 잘 안 되는 내가 영어가 막 튀어 나온다.
중국에 와서 영어가 터지는가?
그러나 관리인은 이상한 눈으로 날 쳐다보며 “**&^%$#@”
누가 중국사람 영어 잘한다고 했지?
어디선가는 잘 모르겠지만 중국사람이 한국사람보다 영어 잘한다고 하는 글을 읽은 적이 있는데 이 젊은 관리인은 영어를 전혀 못하는 것 같았다.
이 젊은 관리인은 나이도 젊은데 길 묻는 영어 하나 제대로 못하냐?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현실은 내가 더 답답한거 아닌가?
그 때 혹시 바람이 많이 불어서 내가 하는 말을 잘 못 들었을까 하는 생각에 “써브웨이”를 크게 외쳐 댔다.
그래도 여전히 모르는 소리만 해댄다.
그림이라도 그려 볼까? 하며 노트에 볼펜을 꺼내려는 순간 옆에 있던 어떤 아저씨가 제법 유창한 한국말로 “한국 사람입니까?”하고 묻는 것이었다.
“뭐야, 한국말 할 줄 아는 사람이 있잖아. 바로 옆에 있으면서 왜 이제 나타난거야.”
하는 마음이 들었지만 표정관리는 해야겠기에 최대한 부드러운 표정을 짓고,
“아, 예, 한국인입니다. 혹시 지하철 역 아십니까?”
“예에, 띠띠에, 오른 쪽으로 약 20분 정도 아이들이 있으니 30분 쯤 걸립니다. 버스를 타고 가시죠?”
“고맙습니다. 걸어가겠습니다. 참 그런데 지하철이 뭐라고요?”
“띠띠에, 또는 청띠에라고 합니다.”
'청띠에'는 또 뭐야.
나는 “띠띠에, 청띠에”를 입에 중얼 거리며 아이들 손을 잡고 흙바람이 날리는 지하철 역 방향으로 사라져 갔다.
걸어가는 길은 몹시도 추웠다. 역까지 가는 길엔 주위에 공사가 한창이고 온통 흙바람으로 뿌였다.
“버스 타는 건데 시내 구경 가는 첫 날부터 뭔 고생이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아이들에겐 걸어야 건강해 진다는 걸 숙지시키고 바람에 날려 지하철 역까지 무사히 도착했다.
역내에 들어 서자 도 하나의 큰 난관이 기다리고 있었다.
승차권을 사는 것이다.
중국말을 해야 하는 일은 내게 너무 큰 숙제 였다.
그래도 어쩔건가?
승무원 앞에선 나는, “음 음~워먼 취 우다코우, 따런 량거, 하이즈 싼거, 그 다음은 뭐라고 해야 하나? 벋(but)” 막내 시경이를 가리키며 유아 임을 강조 했다.
승무원은 뭐라 뭐라 말을 많이 한다.
“앗따 말 좀 작게 해라. 중국 사람은 뭔 말이 이래 많노.”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 여 승무원의 처분을 기다릴 수밖에.
돈을 얼마 낼 지를 잘 몰랐으므로 100원짜리를 한 장 스윽 내 밀었다.(잔돈도 필요 했고...)
표 네 장과 거스럼 돈을 준다.
계산을 해 보니 이게 뭐야, 어른 표 네장 값을 받았잖아.
그러면 시경이는 공짜고 미주 미진이는 어른 표값을 내는건가?
어린이는 반 표 아닌가?
뭐 말이 되야 따지지.
그냥 어른 표 값 다 내고 갈 수 밖에.
입 맛을 쩍쩍 다지면서 표를 집어 들고 승강장에서 개찰을 하고 들어 갔다.
앗 눈 앞에 화장실이 보인다.
떡 본김에 제사 지낸다고.
참! 중국은 화장실도 돈내야 한다는데.
“얘들아, 우리 모두 볼 일 보고 가자.”
모두 화장실에서 ‘쉬’하고 우리가 가는 방향으로 지하철을 타러 올라갔다.
<지하철 안>
지하철이 종점에서 가가워서 그런지 모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앞, 옆에 앉은 사람들이 우리를 보고 쑥떡거리기도 하고 눈짓을 보내기도 한다.
나도 어색한 눈인사를 하긴 했지만 그 사람들의 말을 못 알아들으니 기분이 좀 이상하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우리가 아이를 셋이나 데리고 다니니 한 자녀 밖에 없는 중국인이 보기에는 좀 신기했고 또 외국인이다 보니 관심이 더 갔으리라.
드디어 우다코에 도착 했다.
우다코에는 어언대, 북경대, 청화대가 자리 잡고 있고 한국학생도 많다는데 여기서 펼쳐질 우리의 여행담.
기대하소서.
어언대학 게시판
북경 대학교 입구 바람에 자전거 넘어져 있다.
첫댓글 재미난 모험이셨네요 (물론 당시에는 황당 하셨겠지만 )
할수록 흥미진진
잘보구 있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