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낭 메고 세상 속으로>
아프리카의 보석(寶石) 모로코(Morocco)<6>
5. 사막의 도시 메르주가(Merzouga)
거기에서 사하라사막 사파리가 시작되는 지점인 알제리 접경의 작은 마을 메르주가(Merzouga)까지는 다시 5시간 정도 황야(荒野)를 달려야 한다.
아틀라스산맥을 뒤로하고 황야에 들어서면 그야말로 황량(荒涼)하다는 표현밖에는 할 말이 없다.
메마른 붉은 황토, 자라는 식물이라야 이따금 나타나는 선인장과 용설란류의 식물들이 전부이고 물이 흐른 흔적이 있기는 한데 이런 곳에 과연 비가 오기는 하는지... 그래도 오래되어 갈라지기는 했지만, 시멘트 포장이 되어있다.
포장길로 차가 달리는데 갑자기 조금씩 부슬비가 차창을 때리기 시작한다. 잔뜩 찌푸린 날씨였는데 갑자기 번쩍~ 번개가 치는 느낌이 있어 차 뒤를 바라보니 검붉은 황토 흙먼지가 커다란 장막처럼 드리워져 우리를 뒤따라오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리고 그 흙먼지 속에서 번개가 연이어 번쩍이고 있었다.
모두 조마조마 맘을 졸이는데 황토 장막이 점점 차에 가까이 다가오더니 삽시간에 휘이익~~ 우리 차를 뒤덮고 앞서나간다. 우리 차는 황토 장막 속에 갇힌 꼴로 앞도 잘 보이지 않는데 황토 장막 속은 무시무시하게 엄청난 폭우가 쏟아지고 있어서 시뻘건 흙탕물 빗방울이 유리창을 후려치는 통에 차가 달릴 수가 없다.
삽시간에 도로는 시뻘건 흙탕물로 뒤덮이고 차는 엉금엉금 굼벵이 걸음을 한다.
조금 지나자 흙바람은 저만치 앞서가서 조금 시야가 트이는데 조금 구릉진 곳에 이르자 흙탕물이 도로를 넘쳐 흘러 차들이 멈추어 서서 지켜보고 있다. 다른 승용차들은 엄두도 내지 못하는데 우리 차는 승합차라 차대가 조금 높아서 우리 기사가 비집고 나서더니 용감하게 물을 건넌다.
모두 조마조마 쳐다보다가 무사히 도랑을 건너자 우리는 일제히 박수를 터뜨리며 환호성을 올렸다. 다른 차들은 감히 건널 엄두를 내지 못하고 서 있는데 우리 차는 건너자마자 신나게 쌩~~ 달린다.
작은 마을을 지나다 보니 마을 골목마다 흙탕물이 도랑물처럼 쏟아져 나오고 아이들은 좋아서 이리저리 건너뛰고 있었다. 이 사막 지역에서 폭우(暴雨)라니.... 정말, 상상도 못할 일이었다.
저녁 어스름 녘에야 알제리 접경마을 메르주가(Merzouga)에 도착했는데 마을에서 숙박하지 않고 곧바로 사막에 세워놓은 텐트촌으로 데려간다. 이곳은 알제리와 국경인 사하라사막의 끄트머리이다.
사막에서 쏟아지는 밤하늘의 별 보기를 기대했었는데 아직도 가랑비가 부슬거리고 텐트 안 침대 모서리로 물방울이 똑똑 떨어지니 몹시 아쉽다. 그러나 얼마 지나자 구름 사이로 달빛이 비치며 별들도 보이기 시작한다.
둥그렇게 10여 개의 텐트를 둘러친 가운데에 원래는 모닥불을 피우고 전통 민속공연도 있을 예정이었다지만 밤이 너무 늦어 공연이 취소되었다면서 화톳불을 피워준다.
우리는 웅기중기, 화톳불 둘레에 모여서서 젖은 옷들을 말리고 있는데 미안한지 가이드 영감이 빈 플라스틱 통을 들고나와 막대기로 요란하게 리듬을 연주하며 흥을 돋운다.
그리고 노래를 할 사람은 불러 보라고 부추긴다.
사하라사막 낙타 사파리 / 별로 크지 않은 낙타 / 사막의 캠프파이어
내가 성당 성가대에서 노래하는 것을 아는 임교장이 느닷없이 나를 가운데로 밀어내며,
‘He is a famous Korean singer....(이분은 한국의 유명한 가수랍니다.)’
나는 손을 저으며... ‘No no...(아니요 , 아니요)’ 그런데 박수가 멈추지 않는다.
나는 할 수 없이 ‘No, I'm not a singer, but OK, I'll sing a Korean farmer's song....
(나는 가수가 아닙니다. 그러나 좋아요, 제가 한국 농부가(農夫歌)를 불러 보지요)’
몇 년 전 인천 미추홀 합창단 멤버로 서울 장충동 국립극장에서 이희조 편곡의 ‘농부가’를 공연한 적이 있는데 그때 솔로 부분을 무대 앞으로 나가 내가 불렀었고, 그 대회에서 금상으로 상금 500만 원을 탔었다.
‘에~~ 헤~~ 에 에헤~ 에~ 상~ 사~ 뒤야, 어~ 럴럴럴~ 상사뒤야. 여보시오. 농부님네~~ 이내말 을 들어 보소’
기왕 하는 김에 목청껏 소리를 질러 노래를 했더니 임교장은 옆에 나와 덩실덩실 춤을 춘다.
<우리 여행객들은 놀란 눈으로 쳐다보며 일동 박수>
그러더니 임교장이 다시 앞으로 나서면서 자기도 한 곡 부르겠다고... 그러더니 목청을 가다듬고 남진의 ‘미워도 다시 한번’을 구성지게 부른다. ‘이 생명 다 바쳐서 죽도록 사랑했고~’
내가 냉큼 옆으로 나가서 ‘I love you with all my heart’(가사 번역) 했더니...
임교장 머리를 긁으며 나를 쳐다보더니 그다음 가사가 생각나지 않는다고....
내가 성큼 나서서 ‘He forget the next word....(가사를 까먹었다네요)’
모두를 박장대소하며 손뼉을 친다. 그런데 이것이 두고두고 나를 괴롭힐 줄이야... ㅎ
사파리 멤버들 / 새벽을 여는 캐러번 행렬 / 이태리 친구의 핸폰 사진
▶ 사하라(Sahara)사막 사파리(Safari)
다음날, 꼭두새벽에 일어나라고 재촉을 하여 서둘러 아침을 먹고 어스름 녘에 낙타를 타고 1시간 동안 사파리(Safari)를 하더니만 곧바로 차에 태우고 몇 군데 들르기는 했지만, 마라케시로 되돌아오는데 꼭 12시간이 걸린다.
황량한 모래사막을 낙타를 타고 걸어갔던 추억도 영원히 기억 속에서 사라지지 않으리...
사막 사파리가 끝나고 돌아오는 차 안에서 이태리 남부 해안 도시 소렌토(Sorrento)가 고향이라는 젊은 녀석은 계속 나보고 노래를 하라고 성화다.
‘No, I can't...(싫어) ’, ‘Please....(제발)’, ‘No!’(싫어), ‘Please....(제발)’ 결국, 내가 졌다.
내가 사람들을 둘러보며, ‘OK, Then do you ever heard about Korean folk song Arirang?’
(좋아요 , 혹시 한국민요 아리랑을 들어보셨나요?) 관광 동료들은 일제히 ‘No.(아니요)’
‘Aren't you? Well, Arirang is a famous Korean traditional folk song. And there are many Differrent kind of Arirangs in Korea. For example Seoul Arirang is...... like this,’
(그래요? 아리랑은 한국의 유명한 전통민요랍니다. 그런데 다양한 아리랑이 있어요. 서울 아리랑은 이렇지요.)
- 경기 아리랑 두 소절 부름.
‘And southern part of Korean Arirang is..... like this.’(그리고 남부 아리랑은 이렇답니다.)
- 진도아리랑 두 소절 부름.
‘And northern part of Korean Arirang is..... like this.’(그리고 북부 아리랑은 이렇답니다.)
- 정선아리랑 두 소절 부름. <모두 박수 >
졸지에 본의 아니게 아리랑 강의가 돼 버렸다. 이태리 녀석 좋다고 펄쩍펄쩍 뛴다.
이것까지는 참겠는데, 요 이태리 소렌토 젊은 녀석은 점심 먹고 난 후 또 노래하라고 성화다.
그리하여 이태리 가곡 ‘돌아오라 쏘렌토로....’를 이태리어로 불렀다.
‘Hey! this is your song!!’(어이 , 이건 네 노래야) 일행 웃으며 박수...
그 밖에도 일부만 불렀지만 이태리 원어로 이태리 가곡 ‘O sole mio’(오 나의 태양), ‘Caro mio Ben(나의 사랑하는 벤)’.... 암튼 이태리 녀석 때문에 혼났다.
너도 너의 나라 이태리 가곡을 한번 불러 보라고 했더니 자기는 노래를 못한다고 꽁무니를 뺀다.
웃기는 녀석, 이태리 가곡은 세계적으로 얼마나 유명한데...
처음 출발지인 마라케시에 도착하니 어두워졌다. 마라케시의 올드 메디나는 미로(迷路)의 연속으로 숙소 찾아가기가 너무 힘들다. 분명 엊그제 아침에 출발했는데 다시 찾아가기가 이렇게 힘들 줄이야... 가까스로 숙소를 찾아 뜨거운 물로 샤워를 하고 2박 3일의 힘든 사하라 사파리의 여독(旅毒)을 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