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충기 수필>
소갈비와 깍쟁이
강릉지방에서는 소나무의 잎이 떨어져 마른 것을 ‘소갈비’ 또는 ‘솔갈비’, 혹은 그냥 ‘갈비’라고 한다. 표준말을 쓰는 사람들은 음식점에서 먹는 ‘소의 갈비’와 혼동하게 되는데 왜 그렇게 부르게 되었는지 모르겠다.
소갈비 / 삼태기와 깍쟁이 / 지게와 바수가리 / 아궁지
또 ‘깍쟁이’는 낙엽이나 땅바닥에 흩어진 것을 긁어모으는 도구로 보통 대나무를 가늘고 길게 쪼개어 끝부분을 불에 달구어 둥글게 구부린 다음 묶어서 자루를 매단 것으로 갈퀴를 일컫는 강릉말이다. 그러나 표준어로서의 깍쟁이는 사전적인 의미로 ‘인색하고 얄미운 행동을 일삼는 사람’이라 되어 있지만 원래는 서울 청계천과 마포 등지에 살며 구걸을 하며 무덤을 옮겨주기(移葬) 상여(喪輿)를 메는 일 등을 하고, 싸움질을 일삼던 무뢰배를 일컫던 ‘깍정이’ 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잡목이 섞이지 않은 소나무 밭에는 나무 밑에 노란 솔잎이 떨어져 켜켜로 쌓이게 되는데 깍쟁이로 살살 긁어모으면 서로 엉기며 찰지게 달라붙는다. 이 소갈비로 아궁지(아궁이)에 불을 피우면 송진 끼가 있어 불도 잘 붙을뿐더러 화력도 제법 세고 오래 타서 불쏘시개나 끓고 난 밥을 한 소큼 중불에서 잦힐 때 아주 그만이다. 그렇지만 가랑잎이라도 섞이면 후루루 쉬 타버리고 말아 그만 못하다.
마을 근처에 가산(家山-사유지 산)이 있는 집은 행여 누가 소갈비를 긁어갈까 무시로 들락거리며 지키기도 한다. 또 먼 산의 국유림에 소나무 밭을 보아 두었다가 불쏘시개로 소갈비를 긁으러 가는 사람은 가랑잎이 많이 섞인 소갈비라도 아주 귀하게 여겼다. 잡티가 섞이지 않은 노란 찰소갈비는 싸리가지를 베어 깔고 그 위에다 소갈비를 쟁여쌓은 다음 둘둘 말아 꼭꼭 누르며 양쪽을 바초래기로 묶고 마구리부분을 깍쟁이로 착착 두들겨서 지게에 덜렁 지고 나서면 그렇게 모양이 날렵하고 보기 좋을 수가 없었다.
우리 어머이는 '하이구야... 니는 갈비짐이 우떠 그러 이쁘나...' 하셨는데... ㅎㅎ
여자가 조금 모자라거나 푼수 끼가 있으면 우리 동네에서는 ‘매깨’라고 하였다. 우리 동네에도 30대 중반 쯤 이었다고 생각되는 그런 아주머니가 한 분 있었는데 혼자 살았다.
옷차림이라든지 체신은 말이 아니었지만 제법 속살이 희고 얼굴도 해끔하였던 것 같다. 동네 총각 녀석들이나 남정네들은 매깨를 두고 실없는 농담들을 하긴 했지만 설마하니 누가 건드리라고는 생각을 안 하였던 것 같다.
그런데 어느 해 매깨가 동네 뒤편 남의 집 가산(家山)에서 찰진 소갈비를 깍쟁이로 싹싹 긁는 것을 산주인 여자가 발견하였다.
‘야, 이년아 어디서 남의 가산에서 소갈비를 긁어!“
‘그 집 신랑이 한번 자고 갈 때마다 한 소쿠리씩 긁어가라고 했단 말이여~.’
그런 이야기로 한동안 동네의 우임(웃음)꺼리가 되었던 일이 생각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