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도집경_보시_9. 보시가 중생을 제도하고 여러 성에서 구슬을 얻다
예전에 보살이 사성(四姓)에서 났는데, 땅에 떨어지자 곧 말하였다.
“중생의 만 가지 화(禍)를 내가 마땅히 건지리라.
부처님의 위의를 보지 못하고 밝은 법을 듣지 못하니, 내가 마땅히 그들의 이목을 열어서 눈멀고 귀먹음을 제거하여 위없는 바르고 참된, 성인들의 왕이며 밝은 법의 근원을 보고 듣게 하리니, 보시하고 권유하면 복종하지 않음이 없으리라.”
구친(九親)이 모두 놀라 말하였다.
“예로부터 갓난아이가 이런 말을 했다는 것을 듣지 못하였는데, 이것이 하늘인지 용인지 귀신의 영인지 점이라도 처 봐야겠다.”
곧 어버이에게 대답하였다.
“저는 높은 성인이 화한 바라, 넓은 지혜를 품어서 저절로 그런 것이요,
저 뭇 요귀가 아니니 의심하지 마옵소서.”
그리고는 입을 다물었다.
어버이가 말하였다.
“아이에게 하늘 땅을 널리 윤택하게 할 뜻이 있으니 범부가 아니로다.”
그리고는 아이의 이름을 보시(普施)라 하였다.
나이 열 살에 부처님의 모든 전적(典籍)과 세속에 유행하는 여러 가지 술법을 통달하지 않은 것이 없었다.
어버이에게 사퇴하고 대중을 구제하여 가난한 이에게 보시하겠다고 하니, 어버이가 말하였다.
“나를 가장 유명한 부자라고 한다. 너는 마음대로 여러 가난한 이들에게 보시할 수 있다.”
“그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원컨대 사문이 되겠사오니 제게 법복과 응기(應器)와 책장(策杖)을 주옵소서. 이로써 중생을 제도함이 저의 평생의 원이옵니다.”
어버이가 아이의 처음 낳을 때 서원을 생각하고 막을 수 없다 하여, 곧 그 원대로 좇아 들어 주어서 사문이 되었다.
두루 돌면서 교화하여 한 큰 나라를 지나가게 되었다.
그 나라에 어떤 호성(豪姓)이 또 여러 가지 글에 밝았는데, 보시의 거동과 용모가 당당하고 빛나며, 그의 성품이 담박하여 조촐하기가 천금(天金)과 같고, 높은 성인의 표가 있어서 장차 세상의 어른[世雄]이 될 것을 보고, 보시에게 말하였다.
“하고 싶은 것이 있으면 말하시오. 성인에게 만족하게 하기를 원하노라. 내게 못난 딸이 있는데 원컨대 주겠으니, 키질과 쓰레질을 시키라.”
“대단히 좋습니다. 내가 돌아오기를 기다리십시오.”
[은성에서 구슬을 얻다]
계속 길을 나아가 해변에 이르러서 배를 타고 바다를 건너 언덕에 올라 산에 들어가 사람이 없는 곳에 이르렀다.
멀리서 은성(銀城)을 보았는데 궁전은 밝고 좋았다.
그때 독사가 그 성을 일곱 번 감고 있었는데 몸통의 크기가 백 아름은 되었다.
보시가 온 것을 보더니 머리를 높이 쳐들었다.
보시가 생각하였다.
‘이런 독을 품은 종류는 반드시 해칠 마음을 가지고 있다.
내가 마땅히 무개(無蓋)의 자비를 일으켜서 저 독을 없게 하리라.
대체로 흉악한 것은 불이요, 자비한 것은 물이니, 물로써 불을 멸한다면 어찌 아니 없어지랴.’
곧 앉아서 자비의 정(定)을 일으켜 중생들로 하여금 빨리 8난(難)을 여의고, 마음에 악념(惡念)을 제거하며 부처님을 만나고 법을 보며, 사문과 모여서 위없는 바르고 참되고 밝은 도를 듣고 마음이 열리며, 때가 없어져서 자신의 소견과 같게 되기를 원하였다.
이 자비의 정(定)을 일으키매 뱀의 독이 곧 소멸되어서 머리를 숙이고 잠들었다.
보시가 그 머리에 올라서 성에 들어가니, 성중에 천신(天神)이 있다가 보시가 온 것을 보고 기뻐서 말하였다.
“오래 성덕(聖德)에 감복하였더니 이제 여기에 오시니 나의 본마음을 이루었습니다. 원컨대 한 때인 90일 동안만 머무르십시오.”
보시가 그렇게 허락하였다.
천왕이 곧 정사(政事)를 측근의 신하에게 맡기고, 몸소 음식을 올리고 조석으로 엄숙하게 받들었다. 그리하여 모든 부처님의 무상[非常]ㆍ고(苦)ㆍ공(空)ㆍ무아(無我)의 높은 수행과 중생을 건지는 밝은 법을 배웠다.
시일이 지나 휴양을 마치고 보시는 또 길을 떠났는데, 천왕이 명월진주(明月眞珠) 한 개를 주면서 말하였다.
“이 구슬에 저절로 따르는 광명이 40리에 뻗칩니다.”
곧 뜻과 원을 발하였다.
“여러 가지 보배가 만족될 겁니다. 만일 뒤에 부처님이 되시면 제자가 되어서 친히 곁에서 모시겠습니다.”
보시가 좋다고 하였다.
[황금성에서 구슬을 얻다]
곧 또 앞으로 나가다가 보니 황금성이 있는데, 장엄하게 꾸민 것이 은성에 댈 바가 아니었다.
거기에도 독사가 있는데 성을 에우기 14겹이요, 몸뚱이의 크기도 앞의 것의 배나 되는 것이 머리를 수 길이나 쳐들고 있었다.
보시가 다시 자비를 넓히는 정(定)을 생각하니, 뱀의 독이 곧 없어지면서 머리를 숙이고 잠이 들었다.
뱀에 올라 들어가니 하늘 사람이 있다가 보시를 보고 기뻐서 말하였다.
“오랫동안 신령하고 밝음에 감복하였더니, 여기 오시니 매우 좋습니다. 원컨대 두 때인 180일만 머무르십시오. 제가 힘을 다하여 공양하겠으니, 오직 위신(威神)을 머물러 주십시오.”
곧 그렇게 허락하고 머물러서 위없는 밝은 행을 설법하다가 마치고, 곧 사퇴하니 하늘 사람이 다시 신비한 구슬 한 개를 주면서 말하였다.
“밝은 빛이 80리를 비추는데, 마음에 원하는 뭇 보배가 그 이수(里數)에 가득하게 될 것입니다. 만약 당신이 도를 얻으면, 원컨대 제자가 되어서 위없는 신통(神通)을 얻게 하소서.’
[유리성에서에서 구슬을 얻다]
그 신비한 구슬을 받고 곧 또 나아가서 유리성을 보았다.
앞의 것보다도 더욱 빛났는데, 또 큰 독사가 있어서 성을 21겹이나 두르고 머리를 들고 성난 눈으로 성문에 당하여 있었다.
다시 앉아서 넓은 자비의 정을 깊이 생각하면서 중생을 건질 것을 서원하니, 독이 가라앉고 머리를 숙였다.
올라가서 성안으로 들어가니 역시 하늘 사람이 있어서 기뻐하는 것이 앞에서와 같았고, 세 때[三時]를 머물도록 청하면서 공양하기를 원하였다.
기간을 마치고 사퇴하니,
또 신비한 구슬 한 개를 주면서 말하였다.
“광명이 160리를 비추고, 그 구슬이 있는 곳에 많은 보배가 그 광명 안에 가득하여 구하고자 하는 것을 못 얻을 것이 없을 겁니다.
당신이 만약 위없는 바르고 참된 깨달음의 도를 얻으면, 제가 제자가 되어서 가장 밝은 지혜를 지니길 원합니다.”
또 말하였다.
“반드시 그대는 원을 이루리라.”
보시가 구슬을 가지고 생각하기를,
‘이것으로 족히 중생의 곤핍을 건질 수 있을 것이다’ 하고,
그 옛 집으로 돌아갔다.
[바다의 용신들에게 구슬을 빼앗기지만 되찾다]
바다의 모든 용신들이 모두 모여서 의논하였다.
“우리들의 이 큰 바다에서 오직 이 세 구슬이 우리의 영화가 되었는데, 저 도사가 모두 가져 가니 우리가 어떻게 번영하랴.
차라리 모든 보배를 온통 없애더라도 이 구슬만은 잃어서는 안 된다.”
그리고는 해신(海神)이 평범한 사람으로 화하여 보시 앞에 서서 말하였다.
“내가 들으니 인자(仁者)가 세상의 상보(上寶)를 얻었다니 볼 수 있는가?”
곧 보이니 해신이 그의 머리를 때리고는 구슬을 탈취하였다.
보시가 생각하였다.
‘내가 험한 곳을 지나고 큰 바다를 건너서 이 보배를 얻은 것은 중생들의 곤핍을 구제하고자 함이러니, 도리어 이 신에게 빼앗겼구나.’
곧 해신에게 말하였다.
“너는 내 구슬을 돌려주어라. 그렇지 않으면 내가 네 바다를 말리리라.”
해신이 말하였다.
“너는 왜 그 헛된 말을 하느냐? 이 큰 바다가 얼마나 깊고 넓은데 누가 능히 말리겠느냐? 하늘의 해는 떨어뜨릴 수가 있고, 큰 바람도 멎게 할 수 있지만 바다는 말리기 어려우니, 마치 허공을 부술 수 없는 것과 같으니라.”
“내가 예전 정광부처님 앞에서 도력을 얻어서 바다를 뒤집어엎고 손가락으로 수미산을 뽑아서 천지를 진동시키며, 또 모든 세계를 옮길 수 있도록 원하였더니, 부처님께서 내 뜻과 원을 좇아 주셨으므로 이제 그러한 힘을 얻었다.
너희들 귀신의 실오라기와 터럭만한 사특한 힘이 어찌 능히 나의 바르고 참된 힘을 막겠느냐?”
곧 경을 설하였다.
“내가 무수겁(無數劫) 이래로 어머니의 젖을 먹었으며, 흘린 눈물과 몸이 죽어서 흐른 피는 바다가 수용할 수 있는 것이 아니로다.
은혜와 애정을 끊기 어렵고 나는 것과 죽는 것을 그치기 어려우나, 나는 오히려 은애(恩愛)의 근본을 끊고 생사(生死)의 신(神)을 막으려 하노라.
이 생(生)에 퍼서 못다 한다면 세세생생(世世生生)에 퍼내겠노라.”
곧 두 발을 모으고 표주박으로 바닷물을 퍼서 철위산 밖에 던졌다.
변정천(遍淨天)이 멀리 듣고 깊이 혼자 생각하였다.
‘예전에 내가 정광부처님 앞에서 이 사람이 그 원하는 것을 얻었다고 들었더니, 반드시 세존이 되어서 우리 중생들을 제도할 것이다.’
그리고는 내려와서 그 물을 푸는 것을 도우니 10분의 8이 없어졌다.
해신이 뉘우치고 떨면서 말하였다.
“이게 어떠한 사람이기에 이러한 무극(無極)의 신령함이 있느냐?
이 물이 다 없어지면 나의 거처가 무너지는 것이다.”
곧 모든 보물을 꺼내어 창고들을 비우고 보시에게 주니 보시가 받지않고 말하였다.
“오직 내 구슬만 찾고자 한다.”
모든 신들은 그 구슬을 돌려주었고, 보시는 그 물을 돌려주었다.
그리고 본토로 돌아오면서 길에서도 보시하니, 지나오는 나라마다 빈민이 없었고, 곳곳의 모든 나라가 품행[操]을 고치지 아니함이 없었다.
5계(戒)와 10선(善)으로 국정(國政)을 삼고 옥을 열어서 크게 사면하니 윤택이 중생에 미쳤고, 드디어 부처를 얻음에 이르렀다.
부처님께서 모든 사문에게 말씀하셨다.
“보시라는 자는 나였고, 아버지는 백정왕이었으며, 어머니는 곧 나의 어머니 사묘(舍妙)였다.
도사의 딸은 지금의 구이(俱夷)였으며,
은성 중의 하늘이란 자는 지금의 이 아난이었고,
금성 중의 하늘이란 자는 목련이었으며,
유리성 중의 하늘이란 자는 사리불이었으니,
보살이 여러 겁을 부지런히 4은(恩)을 행하고 서원하여 부처를 구하며, 중생을 건진다.”
보살은 자비로운 은혜로 저 언덕에 이르렀으니, 보시를 행함이 이와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