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설론 제3권
대법대론 중 인시설문 6(1)
총설(總說)을 게송으로 말하리라.
둘과 연(緣)과 저 2중(衆)의 출현과
명성이 삼천대천세계에 들리는 것이요
대자(大慈)ㆍ대비(大悲)의 두 가지 마음과
부사의[不思議]와 따르는 법[隨順法]이며
중생들의 차별하는 소행 가운데서와
상왕(象王)과 머무는 일과 지옥과 같은 것 등이다.
[문] 무슨 인연으로 부처님과 전륜왕의 [둘]은 모두 서른두 가지 대장부상(大丈夫相)을 갖추는가?
[둘이란] 하나는 여래ㆍ응공ㆍ정등정각을 말하는 것이요, 또 다른 하나는 전륜성왕을 말한다.
[답] 전륜성왕이 옛날 인(因)을 닦을 때에 그가 한 일이 넓고도 컸으니,
[이른바] 오랜 세월 동안 늘 생각하기를,
‘나는 마땅히 널리 보시를 행하여 모든 훌륭한 복[勝福]을 심고 온갖 중생들이 청정하게 지니는 계행(戒行)을 더욱 자라게 하며,
세간에 어리석고 어두운 이와 귀의할 데도 구해줄 이도 없는 이를 모두 구제하고 제도해야 한다고 하였다.
여래ㆍ응공ㆍ정등정각께서는 하시는 일 마다 온갖 착한 법으로써 세간의 중생들에게 널리 베풀고 큰 서원을 두루 일으켜 원하는 대로 해주셨으며, 집을 버리고 출가하여 등정각(等正覺)을 이루신 것이니,
이런 인연 때문에 전륜성왕과 여래ㆍ응공ㆍ정등정각은 모두 대장부의 상호를 갖추는 것이다.
[문] 무슨 인연으로 부처님과 연각(緣覺)은 한 시대에 서로 만나지 못하는가?
[답] 모든 연각들은 오랜 세월 동안에 연각의 법을 수행하여 그 뛰어나고 묘한 과보가 바로 눈앞에 완전히 성취되어 나타난 이이므로,
가장 으뜸 되는 법[最上法]에 대하여 원하거나 구하는 바도 없고 베푼 것도 없으며,
또한 여래를 친근히 하고 공경하고 사모하기를 바라는 마음도 없다.
이런 인연 때문에 부처님과 연각은 동시에 출현하지 않는다.
[문] 무슨 인연으로 두 전륜왕은 같은 때에 출현하지 않는가?
[답] 전륜성왕이 옛날 인을 닦을 적에 그가 한 일이 넓고도 컸으니,
이른바 오랜 세월 동안 모든 선(善)을 부지런히 닦아서 동일한 묘한 일산으로써 온갖 중생을 두루 덮었다.
한 분의 전륜왕이 출현한다 해도 중생들을 아들과 똑같은 생각으로 보며,
한 분의 전륜왕이 출현한다 해도 동일한 경계에서 존경과 공양을 받고 처소를 따라 마땅히 해야 하는 온갖 착한 업마다 뛰어난 서원과 과보가 바로 눈앞에 완전히 성취되어 나타난다.
이런 인연 때문에 두 전륜왕은 같은 때에 출현하지 않는다.
[문] 무슨 인연으로 두 분의 부처님으로서 여래ㆍ응공ㆍ정등정각께서는 같은 때에 출현하시지 않는 것인가?
[답] 보살이 옛날 인행(因行)을 닦을 때에 그가 한 일이 넓고도 크셨으니,
이른바 오랜 세월 동안에 오직 한 분 스승의 가르침과 한 가지만을 닦아 익혀서 모든 착한 법을 지었고,
그의 하는 일마다 동일한 해탈[同一解脫]과 오직 한 분의 존귀한 이[唯一所尊]와 오직 하나의 큰 지혜[唯一大智]만이 있어서 모든 착한 업을 지어 더욱 자라게 하고 성숙시켰으므로 같은 때에 두 개의 과보가 눈앞에 일어나는 일은 없다.
그것은 또 무엇을 뜻하는가?
두 가지가 나란히 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런 인연 때문에 같은 때에 두 분의 부처님으로서 여래ㆍ응공ㆍ정등정각께서는 함께 세간에 출현하지 않으신다.
[문] 무슨 인연으로 여인(女人)은 전륜성왕이 되지 못하고 제석(帝釋)도 되지 못하며, 범왕도 되지 못하고 마왕(魔王)도 되지 못하며, 연각(緣覺)의 보리(菩提)도 증득하지 못하고 무상정등의 보리도 증득하지 못하는가?
[답] 여인들은 선한 힘[善力]이 하열하고 미약하나,
남자는 훨씬 뛰어나서 요욕(樂欲)과 근력(根力)이 굳건하게 확립된 경우요,
지극히 선에 대하여 하고자 하는 마음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여인은 세력이 없고 그 모든 것은 남자의 선업(善業)의 인연으로 짓는 것이요,
또 여인은 근기가 영리한 이가 없고 오직 저 남자만의 선한 힘으로 이루어졌기 때문이며,
또 저 남자의 선한 힘이 더욱 지극해야 비로소 영리한 근기와 훌륭한 업을 얻게 된다.
이와 같은 인연 때문에 여인은 전륜성왕이 되지 못하고 제석도 되지 못하며, 범왕도 되지 못하고, 마왕도 되지 못하며 연각의 보리도 증득하지 못하고 무상정등 보리도 증득하지 못한다.
[문] 무슨 인연으로 불세존은 가없는 지(智)를 갖추시고 가없는 혜(慧)ㆍ가없는 말재주[辯才]를 갖추셨는가?
[답] 보살은 오랜 세월 동안 저 세 가지 지혜를 친근히 하고 닦아 익히며 널리 베풀었기 때문이다.
이른바 듣고서 이룬 지혜[聞所成慧]와 사유로써 이룬 지혜[思所成慧]와 닦아서 이룬 지혜[修所成慧]를 더욱 지극하게 늘리고 힘썼으니,
이와 같은 인연 때문에 불세존께서는 가없는 지혜와 가없는 변재를 갖추신 것이다.
[문] 무슨 인연으로 불세존은 청정하고 미묘한 음성을 내시어 삼천대천세계(三千大千世界)에 두루 들리게 하여 모두 다 환히 알도록 하셨는가?
[답] 불세존은 도를 이루신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에 범계(梵界)에 머물면서 두루 친근히 하여 해탈하는 게송[解脫頌句]을 듣게 되셨으니, 그 게송은 이러하다.
모든 부처님의 바른 가르침에 편히 머물러
정진을 일으켜 벗어나기를 구하면
나고 죽음[生死]의 큰 힘을 지닌 군사를 깨뜨림이
마치 미친 코끼리를 풀로 된 집에 있게 하는 것과 같으리라.
지금의 이 청정하고 바른 가르침과 계율은
방일하지 않은 마음으로 잘 행해야 하나니
곧 나고 죽음의 바퀴를 끊어 없애야
온갖 괴로움의 끝을 다하게 되느니라.
이와 같은 게송 구절을 낱낱 세계에 있는 낱낱 중생들이 두루 다 들을 수 있어서 분명히 알게 된 것이니, 이로써 바로 여래의 청정하고 묘한 음성이 삼천대천세계에 두루 들리게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