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류 시인 / 정동윤
몇 해 째
읽히지 않는 시 농사 지어보지만
곳간엔
허기조차 달랠 길 없는
쭉정이만 넘친다
고르고 골라
장마당에 내어보지만
사는 사람보다 파는 사람이 많다
시전 거두어
돌아오는 밤길에
평생 팔리지 않아도 은은한
초승달이 부럽다.
지는 해 바라보며 / 정동윤
부러워하지 않기로 했다
참 잘 된 이도
멀찍이 바라보기로 했다
소중한 하루
값을 매길 수 없는 들꽃처럼
햇살을 받기로 했다
명예를 향한 노력이나
인정 받으려는 발품에서
자유롭기로 했다
우쭐 되거나 비굴하지 않게
무엇보다 윤슬의 그림자에는
눈길 보내기로 했다
가을 날의 고백 / 정동윤
시로
아이들 붕어빵 하나
사 준 적이 없었고
시로
아내 생일에
가락지 하나 끼워준 적 없었고
시로
친구와 만나
막걸리 한 병 사 준 적도 없었다
그런데
시집조차 낸 적 없는 나를
시인이라 부른다
평생
시로 생계유지 못할지라도
시를 쓰고 있음은 시인하겠다
떠오른 영감
글로 모아두는 작은 가슴 지녔기에
부끄럽지만 시인하겠다
물질적 부유보다
정신의 세계가 자유롭냐 물으면
기꺼이 시인하겠지만
훈장처럼
나를 드러내는 알량한 자랑질했다면
시인하고 용서 빌겠다.
카페 게시글
중구문학제15호 원고 모음방
정동윤 (삼류 시인/지는 해 바라보며/가을 날의 고백)
정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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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10.23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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