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방광여래비밀장경 하권
[무량지장엄왕보살이 부처님께 공양하다]
그때 무량지장엄왕보살은 이 여래비밀장의 법을 듣자마자 곧 이렇게 생각하였다.
‘나는 이제 어떤 공양구로 여래ㆍ응공ㆍ정변각께 공양을 해야 할까?’
또 이렇게 생각하였다.
‘밖의 물건이야 버리기 쉽지만 안의 일은 버리기 어렵다. 나는 이제 나 자신을 여래ㆍ세존께 받들어 공양하리라.’
곧 허공으로 올라가서 게송으로 말하였다.
저는 이제 독각(獨覺)을 받들고
저 자신을 공양하옵니다.
이 위없는 보시로서
도사와 같게 되기 원하옵니다.
재물을 이족존(二足尊:兩足尊)께 공양하는 것
그런 일은 어렵지 않습니다.
어떻게 해야 회유하다 할까?
이른바 자신을 공양하는 것입니다.
저는 이제 무등(無等)께 공양하오니
제 몸으로 변안(遍眼)을 받드옵고
세상의 인간과 하늘 위해 공양하옵니다.
큰 지혜 사자와 같은 분께.
그때 무량지장엄왕보살은 곧 몸을 버려 여래 위에 던졌다.
바로 그때 부처님의 신력으로 전에 없었던 아주 산뜻하고 깨끗하며 극히 미묘하고 단엄하며 기이한 빛깔의 기이한 꽃들이 여래 위에 뿌려졌고, 그 보살의 몸은 또 땅에 떨어지지도 않고 공중에도 보이지 않았다.
이 여러 꽃들은 부처님 몸에 닿았다가 곧 다시 용솟음쳐 허공에서 큰 꽃 일산이 되어 4천하를 덮었으며, 이 꽃 일산에 드리운 꽃다발에서는 큰 광명이 뿜어 나왔다. 그 광명 속에서 묘한 연꽃이 나타났으며, 그 연꽃 위에는 보살이 앉았는데 무량지장엄왕보살과 같았다.
이 보살들은 연꽃 대(臺)에서 일어나 부처님 발에 머리 조아려 예배하고 한목소리로 청하였다.
“원하오니 세존이시여, 여래비밀장의 법을 설하시어 끊어짐이 없게 하시며, 여래비밀장의 권속을 보호하소서.”
[마하가섭이 다시 법을 청하다]
그때 마하가섭이 희유하다는 마음을 내어 일찍이 없던 일을 찬탄하였다.
“세존이시여, 이 무량지장엄왕보살이 몸의 장엄으로 여래께 공양하였고, 몸을 여래께 공양하고 나자 이 보살의 모든 장엄한 일이 나타났습니다.
세존이시여, 일체 중생이 이와 같은 장엄한 몸을 얻게 하시길 원하며, 여래께서 영원히 살며 세상에 머물기를 원합니다.
세존이시여, 저희들은 이제 큰 이익을 쾌히 얻었으며, 이 훌륭한 대장부를 보고 그 설법을 듣게 되었습니다.”
그때 부처님께서 마하가섭에게 말씀하셨다.
“네가 이제 이 무량지장엄왕보살을 보았느냐?”
“보았습니다. 세존이시여.”
“가섭아, 이 선남자는 항하의 모래처럼 많은 부처님 처소에서 항상 이와 같은 여래비밀장의 법을 여쭙고 청하였으며, 현겁(賢劫)의 모든 부처님 처소에서도 이와 같은 여래비밀장의 법을 청하며 물을 것이다.”
그때 대덕 마하가섭이 다시 부처님께 여쭈었다.
“훌륭하십니다. 세존이시여, 원하오니 이 보살이 물었던 것과 같은 여래비밀장의 법을 자세히 연설해 주십시오.”
그때 부처님께서 대가섭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이제 여래비밀장법의 작은 부분이나마 잘 들어라.
무엇 때문인가?
설령 1겁 동안 이 법을 연설한다고 해도 다할 수 없기 때문이다.”
가섭이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세존이시여.”
그때 가섭과 대중들은 분부대로 듣고 있었다.
[보살의 공덕 때문에 중생이 나쁜 세계에 떨어지지 않는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가섭아, 너는 어떻게 생각하느냐?
내가 보살의 도를 행하던 때 버린 손ㆍ발ㆍ머리ㆍ눈ㆍ귀ㆍ코ㆍ피부ㆍ살ㆍ뼈ㆍ골수와 처자며, 간략히 말해서 일체 재물에 이르기까지를 네가 말해 보아라.
곳곳에서 두루 보살을 괴롭혔던 자들, 그 중생들은 지옥ㆍ축생ㆍ아귀와 여러 나쁜 세계에 떨어지지 않았다.
왜냐하면 본래 보살이었을 적에 뜻이 깨끗했던 까닭이며,
큰 서원과 청정한 계율이 모였던 까닭이며,
여러 중생들에 대한 대비(大悲)가 순수하고 지극하였으며 인욕이 견고했던 까닭이며,
크게 인자했던 까닭이며,
큰 공덕의 법인 까닭이며,
굳고 강한 정진과 선정으로 대승을 향했던 까닭이며,
스스로의 마음이 깨끗했던 까닭이며,
큰 원이 넉넉했던 까닭이며,
자신의 즐거움을 기뻐하지 않았던 까닭이다.
그 어떤 중생이 보살을 침범하고 헐뜯고 꾸짖은 자라 할지라도 보살의 공덕 때문에 나쁜 세계에 떨어지지 않았다.
[의원의 약의 비유]
가섭아, 내가 이제 비유를 들어 이 이치를 밝히리라.
가섭아, 마치 병든 사람에게 훌륭한 의원이 약을 주는데, 그 병든 사람이 이 약과 어진 의원을 먼저 헐뜯고 꾸짖은 뒤에 그 약을 먹는 것과 같은 것이다.
가섭아, 어떻게 생각하느냐? 약이 욕 때문에 약이 되지 않고 병이 낫지 않겠느냐?”
“그렇지 않습니다. 세존이시여, 비록 헐뜯고 꾸짖더라도 약효가 없어지는 것이 아니고, 병을 낫게 합니다.”
“그와 같다. 가섭아, 보살도 그 약과 좋은 의원과 같아서 비록 공경하지 않고 갖가지로 침범하고 괴롭힌다 하더라도 그 보살은 순수하고 깨끗하여 뜻에 결함이 없다.
[큰 보배 구슬의 비유]
가섭아, 온갖 덕으로 이루어진 큰 보배 구슬은 그 성품이 순수하고 깨끗하며 모든 흠과 더러움이 없는 것과 같다.
만일 어떤 사람이나 하늘이 이 보배를 헐뜯고 꾸짖으며 공경하지 않는다면, 가섭아, 어떻게 생각하느냐?
이 큰 보배 구슬이 헐뜯고 꾸짖음을 두려워하기 때문에 보배로서의 효력을 잃겠느냐?”
“잃지 않습니다. 세존이시여.”
[큰 기름 등불의 비유]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가섭아, 이 깨끗한 보배 구슬은 마치 그 보살의 뜻이 청정한 것과 같다.
일체 중생이 비록 공경하지 않더라도 거기에 있는 공덕은 깎이거나 줄어듦이 없다.
가섭아, 큰 기름 등불과 같으니, 가령 인간이나 하늘이 그것을 헐뜯고 꾸짖는다면, 꾸짖고 헐뜯기 때문에 곧 캄캄해지겠느냐?”
“그렇지 않습니다. 세존이시여.”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가섭아, 보살의 뜻이 순수하고 깨끗함이 그와 같으니, 비록 또 침범하고 괴롭히더라도 그 성품을 잃지 않는다.
가섭아, 그러므로 마땅히 알아야 한다. 중생이 비록 보살을 침범하고 괴롭히는 일이 있더라도 나쁜 세계에는 떨어지지 않는다. 왜냐하면 이 보살은 본래 서원이 깨끗하므로 소원을 모두 이루기 때문이다.”
[여래를 믿는다면 나쁜 세계를 벗어난다]
그때 대덕 마하가섭이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제가 부처님의 말씀하신 뜻을 이해하기로는 설령 여래께 착하지 않는 업을 일으켰더라도 그 중생들은 또한 나쁜 세계에 떨어질까 두려워하지 않아도 됩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렇다. 가섭아, 만일 어떤 중생이 대비하신 여래에게 믿고 공경하는 마음을 일으켜 이해하고 나아간다면,
부처님이 살아 계시거나 열반에 드신 후에 만일 여래와 탑에 받들어 보시한 당기ㆍ번기ㆍ일산ㆍ꽃다발, 바르는 향이나 가루 향, 보배나 옷이나 온갖 음식 등이 있을 때, 있는 대로 갖가지 물건을 만약 가지거나 먹고, 자신이 직접 가지거나 남들에게 가지게 한다면,
가섭아, 나는 이런 사람도 범한 것이 없다고 말하리라.
가섭아, 가난이 가장 큰 고통이다.
공경하지 않기 때문에, 겁탈을 저지르기 때문에,
두려움이 없기 때문에, 믿고 공경하지 않기 때문에,
업보를 알지 못하기 때문에, 과보를 생각지 않기 때문에,
탐하여 구하기 때문에, 조복하기 어렵기 때문에,
탐내고 성내고 어리석기 때문에, 부끄러움이 없기 때문에,
흉악하기 때문에
여래에게 대자비가 있다는 것을 생각지 않고,
여래는 중생에게 많은 이익을 준다는 것을 믿지 않으며
여래의 탑에 바친 물건과 나아가 실오라기 하나라도 가져간다면,
스스로 가져가거나 남에게 가져가게 한다면,
나는 이런 사람이야말로 작은 범죄가 아니라고 말하며,
나는 그가 나쁜 세계에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가섭아, 만일 어떤 중생이 여래의 물건이나 불탑의 물건을 스스로 가지거나 남들에게 가지게 한다면,
여래는 지금 이 자리에서 그 사람들을 모두 알고, 그 사람들이 나쁜 세계에 떨어지리라는 것을 모두 본다.
또 이 인연으로 번뇌를 끊게 될 것이니, 왜냐하면 이 사람의 마음과 행은 부처님 보호를 받기 때문이다.
가섭아, 만일 여래나 여래의 탑에 마음을 내어 생각하고 내지 조금의 뉘우치는 마음이라도 일으킨다면,
가섭아, 이런 중생은 마음으로 스스로 뉘우치게 될 것이며,
여래를 반연하여 뉘우치는 마음을 내었기 때문에 생사와 일체의 죄를 버리고 결사(結使)가 미미하고 느슨해질 것이다.
가섭아, 만일 땅에 떨어진 사람이나 하늘이 있다면, 땅에 떨어진 뒤에는 도리어 땅을 의지해야 일어나 설 수 있다.
그와 같아서 가섭아, 이 중생들은 여래의 처소에서 착하지 못한 짓을 했기 때문에 나쁜 세계에 떨어지고, 나쁜 세계에 떨어진 뒤에는 도리어 여래를 반연하여 빨리 벗어나게 된다.
어떤 것을 여래를 반연하는 것이라 하는가?
여래의 처소에서 은근하고 존중하는 마음을 내는 것이다.”
그때 대덕 가섭이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나쁜 도둑놈 심보를 가진 사람이더라도 만일 마음을 내어 여래를 반연하고 생각한다면 오히려 큰 이익을 얻는데, 하물며 깨끗한 마음이겠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가섭아, 네가 한 말과 같다. 만일 어떤 중생이 여래에 대해 생각을 일으키거나, 여래를 기억하고 생각하거나, 여래를 대상으로 관찰한다면, 이들은 모두 다 열반의 과증(果證)을 얻게 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