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우경 제2권
9. 금재인연품(金財因緣品)
나는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의 기수급고독원에서 큰 제자 1천 2백50인과 함께 계셨다.
그때 그 성 안에 큰 장자가 있었고, 그 부인은 아이를 낳아 그 이름을 금재(金財)라 하였다. 그 아이는 단정하고 뛰어나 세상에 짝할 이가 없었다.
그 아이는 태어날 때에 주먹을 쥐고 났었다. 부모는 놀라고 괴상히 여겨 상서롭지 못한 일이라 생각하고 손금을 보려고 아이의 두 주먹을 폈다가 돈 두 닢이 있는 것을 보았다. 부모는 기뻐하여 그것을 거두어 가졌다. 거두어 가지면 그 자리에서 돈이 다시 생기고 그것을 가지면 다시 생기곤 하였다. 이렇게 부지런히 취하여 돈은 창고에 가득 찼지마는 아이 손에서는 다하는 일이 없었다.
아이는 장성하자 부모에게 아뢰어 출가하기를 청하였다. 부모는 망설이지 않고 허락하였다.
그때 금재는 부처님께 나아가 땅에 엎드려 예배하고 아뢰었다.
“원컨대 세존께서는 저를 가엾이 여겨 제가 출가하여 도에 들어가기를 허락하소서.”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너의 출가를 허락한다.”
금재는 부처님의 허락을 받아 수염과 머리를 깎고 가사를 입고 사미(沙彌)가 되었다.
나이가 차서 큰 계를 받게 되자, 여러 스님들을 모으고 구족계를 받게 하였다.
그는 단(壇)에 나아가 여러 스님들에게 차례로 예배하였다.
예배할 때에 두 손을 땅에 짚으면 손을 짚은 곳에는 돈 두 닢이 있었다.
이렇게 차례로 전부에게 예배하면 예배하는 곳에는 모두 돈이 있었다.
계율을 받고는 부지런히 공부하여 아라한을 얻었다.
아난은 부처님께 아뢰었다.
“알 수 없습니다. 세존이시여, 이 금재(金財) 비구는 본래 어떤 복을 지었기에 나면서부터 손에 돈을 쥐었습니까. 원컨대 세존께서는 말씀하여 주소서.”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너는 잘 기억하라. 내가 지금 설명하리라.
아난이 대답하였다.
“예, 잘 듣도록 하겠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먼 옛날 91겁(劫)에 비바시(毘婆尸)라는 부처님이 세상에 나타나 바른 법으로 교화하여 헤아릴 수 없는 중생을 제도하셨다.
그 부처님이 스님들을 데리고 나라 안으로 들어가시면 여러 귀족들과 장자들은 음식을 마련하여 부처님과 제자들을 공양하였다.
그때 어떤 가난한 사람은 재물이 없어 항상 들에 나가 나무를 해다 팔았는데, 마침 나무를 팔아 돈 두 닢을 받았다.
그는 부처님과 스님들이 왕의 초청을 받는 것을 보고, 기쁘고 공경하는 마음으로 곧 그 돈 두 닢을 부처님과 스님들에게 보시하였다. 부처님께서는 그를 가엾이 여겨 그것을 받아 주셨느니라.”
부처님께서는 이어 말씀하셨다.
“그때의 그 가난한 사람은 돈 두 닢을 부처님과 스님들에게 보시하였기 때문에 91겁 동안 항상 돈을 쥐어 마음대로 재물을 쓰되, 다하는 일이 없었다.
그때의 그 가난한 사람이 바로 그 금재 비구였다. 비록 그가 도를 얻지 못하였더라도 미래의 과보는 한량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아난아, 일체 중생은 모두 부지런히 보시하는 것으로 업을 삼아야 하느니라.”
그때 아난과 대중들은 부처님 말씀을 듣고, 모두 믿고 이해하였다.
그래서 수다원과(須陁洹果)를 얻는 이도 있었고, 사다함(斯陁含)ㆍ아나함(阿那含)ㆍ아라한(阿羅漢)을 얻는 이도 있었으며, 위없는 바르고 참된 도로 향하는 마음을 내는 이도 있었고, 물러나지 않는 자리에 머무르게 된 이도 있었다.
모든 대중들은 부처님 말씀을 듣고, 받들어 행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