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설화수경 제2권
9. 여래력품(如來力品)
[발심즉전법륜보살의 신통]
그때에 대목건련(大目犍連)이 자리에서 일어나 오른 어깨를 드러내고 합장하고 부처님께 여쭈었다.
“전에 없던 일이옵니다. 이 발심즉전법륜보살이 큰 신통의 힘이 있어서 이 사바세계와 부처님까지를 모셔다가 다른 세계의 중간에 두었나이다.
부처님이시여, 저를 저곳으로 데려갔다가 이곳으로 도로 오게 하였나이다. 저는 그때에 신(神)도 없었거든 어찌 통(通)이 있었겠습니까?
저는 다시 생각하나이다.
지금 이 보살이 큰 신통을 갖추어 저를 데리고 갔다 왔다 하였지만, 더디고 빠르고 멀고 가까운 것을 도무지 알지 못하였습니다.
저는 또 이런 생각이 드나이다.
지금 이 보살이 아직 성불을 못하였는데도 이런 신통의 힘이 있거든, 하물며 부처를 이룬 뒤의 일이겠습니까?”
부처님께서 대목건련(大目犍連)에게 말씀하셨다.
“그대는 아마 이 발심즉전법륜보살이 부처님을 능히 모시고 갔다 왔다 한 일이 있었다고 말하지마는, 그런 생각을 하지 말라.
왜냐하면 나는 어떤 사문ㆍ바라문이나 아라한ㆍ벽지불과 나머지 중생 천ㆍ용ㆍ야차ㆍ건달바ㆍ아수라ㆍ가루라ㆍ긴나라ㆍ마후라가ㆍ사람인 듯 아닌 듯한 무리들이 여래의 옷자락 한 귀퉁이를 능히 움직인 이를 보지 못하였거늘, 어찌 몰아 들어서 나머지 세계에 이르렀다가 또다시 도로 가져다 여기에 두었다는 것이랴?
이런 일은 없었느니라.
대목건련(大目犍連)아, 이 세간에 온갖 천ㆍ인을 두고,
만일 이 삼천대천세계에 살고 있는 중생, 빛이 있거나 빛이 없거나, 생각[想]이 있거나 생각이 없거나, 생각 있는 것이 아니거나 생각 없는 것이 아니거나, 혹은 볼 만하거나 볼 만하지 않거나 간에,
가령 한꺼번에 모두 사람의 몸을 얻게 하여 믿음으로써 출가하여 아라한을 얻어 여섯 가지 신통을 갖추되 모두 목건련과 같다고 하면 어떻게 생각하겠느냐?
이들이 가진 신통과 지혜의 힘이 얼마나 크겠느냐?”
“매우 크겠습니다, 부처님이시여.”
부처님께서 목건련에게 말씀하셨다.
“이 여러 나한(羅漢)은 손에 삼천대천세계를 잡아 쥐고 시방세계에 있는 항하의 모래 수처럼 많은 국토에 노닐 적에 여래께서 겨자씨 한 개를 공중에 두었다 하자.
이 큰 신통의 무리인 나한은 오히려 터럭 끝만큼도 능히 움직이지 못하느니라.
목건련아, 또한 이 큰 신통의 무리는 차치해 두고,
가령 한 사람이 큰 신통의 힘이 있는데,
부처님께서 이 사람을 허락해 주시어, 능히 입으로 한 번 불어서 대천세계를 모두 흩어 헐어지게 하고,
여러 작은 티끌로 하여금 한량없는 세계에 두루 흩어지게 하고,
또 한 번 불어서 여러 작은 티끌로 하여금 도로 삼천대천세계가 되게 하였다 하면,
그대는 어떻게 생각하겠느냐? 이 사람이 큰 신통의 힘을 갖추었다 하겠느냐?”
“매우 크겠습니다, 부처님이시여.”
“목건련아, 가령 어떤 사람이 이와 같은 큰 신통의 힘을 모두 얻어서 이 삼천대천세계에 가득 채우기를 마치 감자ㆍ벼ㆍ삼대ㆍ숲과 같이 한다면,
모두 똑같이 한마음으로 모조리 신통의 힘을 낸다 하더라도 오히려 능히 여래의 옷 한 귀퉁이를 움직일 수 없겠거늘,
하물며 부처님을 들어서 나머지 세계에 모셔 두었다가 다시 돌아왔겠느냐?
[부처님의 신통의 힘]
목건련아, 나는 이 자리에 앉아서 동쪽의 한량없고 가없고 가히 말할 수 없는 아승기 세계를 움직여도 그 가운데 사는 중생들은 도무지 오가는 생각을 스스로 깨닫지 못하고,
이 여러 중생은 세간이 이루어지고 무너지는 것과 흩어져 없어진 것을 도무지 스스로 깨닫지 못하느니라.
목건련아, 마땅히 알아 두어라. 부처님의 나타내시는 신통의 힘은 중생의 응하는 데 따라 법을 설하시느니라.
혹은 어떤 중생이 부처님의 몸을 보고 제도를 받으려는 이가 있거나,
혹은 어떤 중생이 하늘 사람의 몸을 보고 제도를 받으려는 이가 있거나,
혹은 어떤 중생이 용(龍)의 몸을 보고 제도를 받으려는 이가 있거나,
혹은 어떤 중생이 야차ㆍ건달바ㆍ아수라ㆍ가루라ㆍ긴나라ㆍ마후라가의 몸을 보고 제도를 받으려는 이가 있거나,
혹은 어떤 중생이 남자의 몸이나 여자의 몸을 보고 제도를 받으려는 이가 있거나,
혹은 어떤 중생이 큰 몸과 작은 몸을 보고 제도를 받으려는 이가 있으면,
부처님께서 가지신 힘ㆍ두려움 없음ㆍ자재하신 신통은 모조리 이 경 가운데에 거두어져 있느니라. 남쪽ㆍ서쪽ㆍ북쪽과 네 간방과 위아래도 모조리 이와 같으니라.
목건련아, 네가 만일 부처님의 행하시는 것과 큰 신통의 힘을 볼 수 있으면 그대는 곧 묻거나 답할 수 없으리라.
내가 아난에게 다라니문을 가르치기 위하여 12부경의 수다라(修多羅)ㆍ기야(祗夜)ㆍ사가라나(闍伽羅那)ㆍ가타(伽陀)ㆍ우타나(優陀那)ㆍ니타나(尼陀那)ㆍ아파타나(阿波陀那)ㆍ이제목다가(伊帝目多伽)ㆍ사다가(闍多伽)ㆍ광경(廣經)ㆍ미증유경(未曾有經)ㆍ우바제사(優婆提舍)를 받아 가지게 하여 잊지 말도록 하였다.
하지만 아난도 오히려 부처님의 신통의 힘은 알지 못하느니라.
왜냐하면 부처님의 한 말씀과 한 글자와 한 글귀로써는 온갖 성문과 벽지불은 한 겁 동안, 백천만 겁 나아가 한량없는 아승기겁 동안에 있어서 오히려 모두 외우고 받아 지니고 생각하고 연설할 수 없거든,
하물며 여래가 하시는 큰 신통의 힘을 능히 알겠느냐? 그럴 리가 없느니라.
목건련아, 부처님께서 하시는 가지가지 인연, 가지가지 위의, 가지가지 도의 문[道門]은 중생을 교화하고 법을 연설하시느니라.
다만 옷을 입으실 때에 온갖 성문과 벽지불은 그 가운데 이익되는 것이 얼마인 것과 중생이 어떻게 법을 말할까를 오히려 알지 못하거든,
어찌 여래의 행하신 것과 여래의 신통과 지혜를 능히 알겠는가? 그럴 리가 없느니라.”
[여래의 법장과 여래의행]
그때에 부처님께서 발심즉전법륜보살로부터 연꽃을 받고 나서 발타바라보살ㆍ보적(寶積)보살ㆍ도사(導師)보살ㆍ성득(星得)보살ㆍ나라달(那羅達)보살ㆍ제득(帝得)보살ㆍ수천(水天)보살ㆍ선력(善力)보살에게 말씀하셨다.
“이러한 사람은 후세에서 법장(法藏)을 능히 옹호할 것이니라.
선남자들이여, 그대들은 여래의 법장을 능히 옹호하며, 여래가 행하신 것을 잘 믿고 이해하여 연설할 수 있겠는가?”
“그러하나이다, 부처님이시여, 저희들은 모두 하겠나이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대들은 지금부터 만일 말할 것이 있으면 먼저 여래가 행한 뜻[意趣]과 들어갈 법문을 관하고, 그런 뒤에 곧 설하여라.
만일 어떤 사람이
‘무엇이 부처님의 지혜를 갖춘 것이냐’고 말하거든
그대들은 마땅히 이러한 경전에서 여래의 행을 관찰한 연후에 곧 답하여라.
여러 가지 설한 문을 듣고 마땅히 여래의 의행(意行)을 관찰하고 이 일을 위한 까닭에 이러한 법을 설하여라.
그대들이 만일 중생의 행하는 것을 보고 또한 마땅히 여래의 법장을 관찰하여라.
이른바 여러 중생이 이와 같은 행이 있으면 부처님께서는 이 행으로써 이와 같이 제거해 버릴 것이니라.
[중생의 행, 근기]
중생의 행이라 함은 무릇 9만 9천의 여러 근기가 있다.
부처님께서는 모두 그것을 아시느니라.
탐욕이 많은 이는 이와 같은 근(根)이 있고,
성냄이 많은 이는 이와 같은 근이 있고,
어리석음이 많은 이는 이와 같은 근이 있으며,
욕심이 많은 듯한 이는 이와 같은 근이 있고,
진심이 많은 듯한 이는 이와 같은 근이 있고,
어리석음이 많은 듯한 이는 이와 같은 근이 있으며,
탐심과 진심이 많은 듯한 이는 이와 같은 근이 있고,
탐심과 어리석음이 많은 듯한 이는 이와 같은 근이 있고,
진심과 어리석음이 많은 듯한 이는 이와 같은 근이 있고, 탐
심ㆍ진심ㆍ어리석은 마음이 많은 듯한 이는 이와 같은 근이 있느니라.
이와 같은 여러 근은 도를 능히 청정하게 하고 여러 가지 일을 일으키느니라.
이와 같은 여러 근은 근본과 인연으로부터 좇아 나서, 익힌 행으로 좇아 얻느니라.
지은 업의 근이 있으므로 이것으로부터 검은 업[黑業]을 일으키고, 이것으로부터 흰 업[白業]을 일으키고, 검고 흰 업을 일으키느니라.
이 근은 도에 순응하고,
이 근은 정(定)에 순응하고,
이 근은 혜(慧)에 순응하고,
이 근은 아는 지혜[盡智]에 순응하며,
죽살이 없는 지혜[無生智]에 순응하고
이 근은 아는 지혜ㆍ죽살이 없는 지혜[盡無生智]에 순응하고,
이 근은 진리[諦]에 순응하느니라.
여러 선남자여, 이 가운데 2만의 여러 근이 있어 지난 세상 인연의 힘이 화합한 까닭에 여러 업을 능히 일으키니느라.
혹 검거나 희거나 간에 이 업연(業緣)으로써 가지가지 빛을 얻으리니,
검거나 희거나 검지 않거나 희지 않거나, 혹 위[上]이거나 여의거나 간에 이와 같은 빛은 2만의 근이 있어 여러 가지 몸을 내느니라.
혹 길거나 짧거나 머트럽거나 가늘거나 중용 등이니라.
20만의 근이 있어 안의 모양을 능히 표현하나니,
만일 눈ㆍ귀ㆍ코ㆍ혀ㆍ몸 가운데 있어서 이 사람의 탐심, 이 사람의 화내는 마음, 이 사람의 어리석은 마음, 이 사람의 탐심을 여읜 것, 이 사람의 화내는 마음을 여읜 것, 이 사람의 어리석음을 여읜 마음을 알고, 3만의 근이 있어 업보를 차별하느니라.
사람이 죽을 때에 정식(情識)이 아득하고 답답하며, 모양과 빛이 변하여 달라지고, 손발이 오그라들고, 모든 기관[根]이 얽히고 어지러워지며, 손발의 마디가 서로 어긋나면, 숨을 내쉴 때에 임하여
여러 가지 근은 마땅히 지옥에 들어가며,
이와 같은 여러 근은 마땅히 축생(畜生)에 떨어지며,
이와 같은 여러 근은 마땅히 아귀(餓鬼)에 날 것을 알며,
이 근은 마땅히 천상이나 인간에 날 것이니라.
이 근은 마땅히 다른 곳의 부처님 국토에 나서 여러 부처님을 얻어 뵙고 이 근은 마땅히 나고 죽음이 서로 있음을 능히 끊고 뒤의 몸을 받지 않느니라.
7만의 근은 믿고 이해하는 힘으로써 선의 근본[善本]을 능히 거두어 잡고,
2만의 여러 근은 착하지 못한 법[不善法]을 거두어 잡는데, 죽을 때에 알 수 있느니라.
여러 선남자여, 이 이름이 부처님의 힘이며, 여래의 행하심이며, 여래의 법의 갈무리[法藏]라고 이름한다.
여래께서 머무르시어 여러 법을 능히 연설하시는데, 더하지도 않고 덜하지도 않느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