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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설법집경 제3권
[모든 바라밀과 상응하는 법집]
이때에 분신혜보살이 무소발 보살마하살에게 말하였다.
“선남자여, 그대는 마땅히 보살마하살이 모든 바라밀과 상응하는 법집을 말해야 하느니라.
무슨 까닭인가?
선남자여, 이것은 가장 뛰어나게 말할 법집이니, 이른바 모든 바라밀을 말해야 하느니라.
무엇이 바라밀이며, 무엇이 바라밀의 법집인가?”
이때에 무소발보살이 분신혜보살에게 말했다.
“선남자여, 모든 바라밀이라는 것은 단(檀)바라밀ㆍ시(尸)바라밀ㆍ찬제(羼提)바라밀ㆍ비리야(毘離耶)바라밀ㆍ선(禪)바라밀ㆍ반야(般若)바라밀ㆍ방편(方便)바라밀ㆍ원(願)바라밀ㆍ역(力)바라밀ㆍ지(智)바라밀을 말하느니라.
선남자여, 이것을 이름하여 모든 바라밀이라 하느니라.
무엇이 이 바라밀 법집인가?
보시함을 보이지 않으면 단바라밀이라 하지만 항상 안팎으로 물건을 희사하며,
지계함을 보이지 않으면 시바라밀이라 하지만 항상 모든 깨끗한 계율과 두타(頭陀)의 공덕 등을 닦아 지니느니라.
인욕함을 보이지 않으면 찬제바라밀이라 하지만 항상 인욕과 안락한 실천을 수행하며,
정진함을 보이지 않으면 비리야바라밀이라 하지만 항상 모든 선근을 닦고 익혀 쉼이 없느니라.
선정임을 보이지 않으면 선바라밀이라 하지만 항상 적정한 마음을 존중하며,
지혜임을 보이지 않으면 반야바라밀이라 하지만 항상 문혜(聞慧)의 법을 닦고 익히느니라.
방편임을 보이지 않으면 방편바라밀이라 하지만 항상 모든 외도와 같음을 나타내니 모든 중생이 생각하는 선근의 일을 일으키게 하느니라.
원함을 보이지 않으면 원바라밀이라 하지만 항상 모든 선근을 구하니 모든 중생과 함께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 회향하기 위함이며,
힘임을 보이지 않으면 역바라밀이라 하지만 항상 나라연(那羅延)의 몸인 금강역사(金剛力士)를 구하니 중생을 교화하고 교만을 항복시키기 위한 까닭이니라.
지(智)임을 보이지 않으면 지바라밀이라고 하지만 항상 공교한 기술과 5명(明) 따위를 수행하니,
선남자여, 이것을 이름하여 보살마하살의 바라밀과 상응하는 법집이라 하느니라.
또 선남자여, 보살은 모든 과보를 구하지 않지만 항상 베푸는 마음을 버리지 않고 어느 때든지 모든 일을 버리느니라.
지계(持戒)를 분별하지 않지만 몸과 목숨을 버리더라도 깨끗한 계율을 깨뜨리지 않느니라.
모든 법에 동요하지 않지만 항상 성냄과 해칠 마음을 멀리 여의느니라.
모든 법을 구하지 않지만 항상 모든 선근을 생각하며, 적정한 마음을 분별하지 않지만 항상 선정에서 신통과 삼매를 수행하느니라.
모든 법에 의심이 없지만 항상 문(聞)ㆍ사(思)ㆍ수(修)의 지혜를 구하며,
모든 법을 구하지 않지만 마음으로 항상 여러 가지 선근의 법을 생각하느니라.
항상 적정한 마음에 머물지만 항상 모든 원함을 수행하며,
모든 교만과 잘난 체하는 마음[高心]을 끊어 제거했지만 항상 견고한 금강(金剛)의 몸을 수행하여 성취하느니라.
모든 경론(經論)들을 잘 알지만 항상 모든 선지식을 존중하고 찾으니,
선남자여, 이것을 이름하여 보살마하살의 바라밀과 상응하는 법집이라고 하느니라.
다시 선남자여, 보살마하살은 마음으로 항상 단바라밀을 사랑하고 좋아하지만 소심하고 질투하는 중생을 수순함을 나타내며,
마음으로 항상 깨끗한 계율을 닦고 지니기를 사랑하고 좋아하지만 계율을 지키지 않는 중생들을 수순함을 나타내느니라.
마음으로 항상 인욕하는 일을 사랑하고 좋아하지만 인욕하지 않고 뒤바뀐 중생들을 수순함을 나타내며,
마음으로 항상 정진하는 실천을 사랑하고 좋아하지만 몹시 게으르고 느리며 뒤바뀐 중생들을 수순함을 나타내느니라.
마음으로 항상 선정삼매를 사랑하고 좋아하지만 많은 일로 산란하고 뒤바뀐 중생들을 수순함을 나타내며,
마음으로 항상반야의 묘한 지혜를 사랑하고 좋아하지만 좋지 아니한 곳에서 어리석고 벙어리인 중생을 믿고 수순함을 나타내느니라.
마음으로 항상 방편이 좋으며 공교함을 사랑하고 좋아하지만 모든 지은 일을 구하지 않음을 나타내며,
마음으로 항상 큰 서원과 선근을 사랑하고 좋아하지만 싫어하고 여읜 세간 중생들의 실천을 수순함을 나타내느니라.
마음으로 항상 힘이 있음을 사랑하고 좋아하지만 힘없는 중생들을 수순함을 나타내며,
마음으로 항상 뛰어난 지혜를 사랑하고 좋아하지만 지혜가 없는 중생들을 수순함을 나타내니,
선남자여, 이것을 이름하여 보살마하살의 모든 바라밀과 상응하는 법집이라 하느니라.
또 선남자여, 보살마하살이 단바라밀을 수행하는 것은 뜻대로 되는 보배 손과 허공으로 곳간 삼음을 얻기 때문이며,
시바라밀을 수행하는 것은 모든 나쁜 갈래[惡道]를 초월했지만 생사에 자재함과 유연한 마음과 마음을 따라 자재함을 얻기 때문이며,
찬제바라밀을 수행하는 것은 여래의 색신(色身)을 얻어 웅장하게 꾸미고 32상(相)과 80종호(種好)를 성취하여 보는 이가 싫어함이 없게 하기 때문이며,
비리야바라밀을 수행하는 것은 네 가지 두려움 없음과 네 가지 걸림 없음을 얻기 때문이며,
선바라밀을 수행하는 것은 모든 소리에서 자재함과 모든 짓는 것에서 자재함을 얻기 때문이며,
반야바라밀을 수행하는 것은 모든 법에서 막히거나 걸림이 없음을 얻기 때문이니,
이른바 모든 법과 보리가 평등하기 때문이니라.
방편바라밀을 수행하는 것은 지은 바 업이 자연스러움을 얻기 때문이니, 이른바 신(身)ㆍ구(口)ㆍ의(意)의 업을 얻음이 자연스럽기 때문이니라.
원바라밀을 수행하는 것은 모든 중생 중에서 숙명(宿命)이 자재함과 실천을 수순하고 지은 바의 일을 수순함을 얻기 때문이며,
역바라밀을 수행하는 것은 모든 번뇌와 모든 마군과 외도가 떠들썩하게 하거나 혼란스럽게 하지 못하기 때문이니,
곧 모든 세간에서 최고로 큰 몸을 얻었기 때문이니라.
지바라밀을 수행하는 것은 이른바 음사(陰死)와 번뇌와 하늘의 마군 따위를 초월하기 때문이니,
선남자여, 이것을 이름하여 보살마하살의 모든 바라밀과 상응하는 법집이라고 하느니라.
다시 선남자여, 보살마하살이 보시를 찬탄하지만 저 보시로써 맑고 깨끗해지는 것이 아니며,
지계ㆍ인욕ㆍ정진ㆍ선정ㆍ반야ㆍ방편ㆍ원ㆍ역을 찬탄하고 지(智) 등을 찬탄하지만 저들로써 맑고 깨끗해지는 것이 아니니라.
왜냐하면 비록 이와 같이 모든 법들을 닦지만 능히 버리기 때문이니라.
이 모든 법은 분별심 때문에 있으니 이런 까닭으로 분별심과 분별심으로 생긴 법은 모두 버리느니라.
이런 까닭으로 보살은 분별심과 모든 법을 분별함과 마음으로 생긴 법에는 함께 머물지 않느니라.
마음에서 생긴 것이 아니면 맑고 깨끗하다고 여기지만 이 보살은 이 같은 마음을 내느니라.
‘분별도 없고 희론(戱論)도 없는 경계를 알면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증득하느니라.’”
[보리법]
분신혜보살이 말하였다.
“선남자여, 보리라 말하는 것은 어떠한 법을 말하는가?”
무소발보살이 대답하였다.
“선남자여, 보리는 분별이 없고 희론이 없는 법을 말하느니라.
선남자여, 나[我]라고 보는 것을 희론이라 하며 이것은 보리가 아니니라.
나라고 보는 것을 멀리 여의면 희론이 없으니 보리라고 하느니라.
선남자여, 내 것[我所]이라는 것에 집착하는 것을 희론이라 하며
이것은 보리가 아니니라. 내 것이라는 것을 멀리 여의면 희론이 없으니 보리라고 하느니라.
늙고 병들고 죽음을 수순하는 것을 희론이라 하며, 이것은 보리가 아니니라.
늙고 병들고 죽음을 수순하지 않고 적정하면 희론이 없으니 보리라고 하느니라.
간탐ㆍ질투ㆍ파계ㆍ성냄ㆍ원한ㆍ게으름ㆍ산란ㆍ어리석음ㆍ지혜가 없음은 희론이지 이것은 보리가 아니니라.
보시ㆍ지계ㆍ인욕ㆍ정진ㆍ선정ㆍ지혜에는 희론법이 없으니 이것은 보리라 하며,
그릇된 견해ㆍ나쁜 각관[惡覺觀]ㆍ나쁜 서원[惡願]은 희론이라고 하니, 이것은 보리가 아니며,
공하여 상(相)이 없고 원이 없으면 희론법이 없으니 보리라고 하느니라.
또 선남자여, 또한 모든 법을 얻었다고 말해도 이것은 보리요,
또한 모든 법을 얻었다고 말해도 보리가 아니라고 하느니라.”
“무슨 뜻으로써 모든 법을 보리라 하기도 하고 보리가 아니라고도 하는가?”
“모든 법에서 나와 내 것에 집착하면 이것은 보리가 아니며,
모든 법이 평등함을 깨닫거나 모든 법이 진여임을 알면 보리라고 하느니라.
또 선남자여, 보리라고 말하는 것은 적정이라고 하며, 적정이란 것은 모든 법이 진여임을 말하느니라.”
[진여]
“선남자여, 진여라고 말한 진여라는 것은 어떠한 법을 말하는가?”
“선남자여, 진여라고 말한 진여라는 것은 공이라 하며, 저 공은 나지도 않고 없어지지도 않느니라.”
“만약 이와 같이 모든 법이 공하다면 이러한 이유로 모든 법이 나지도 않고 없어지지도 않는가?”
무소발보살이 대답하였다.
“그렇고 그렇다. 선남자여, 그대가 말한 것과 같이 모든 법은 나지도 않고 없어지지도 않느니라.”
“만약 이와 같다면 무슨 이유로 여래께서 ‘유위법(有爲法)은 모두 나고 사라진다’고 말씀하셨는가?
부처님께서 유위법은 모두 나고 사라진다고 말씀하신 것은 무엇을 말씀하신 것인가?”
무소발보살이 대답하였다.
“선남자여, 어리석은 범부는 생멸법에 집착하기 때문에 모든 부처님 여래께서 큰 자비로써 보호하여 놀라고 두렵게 하신 것이니라.
세상의 진리[世諦]를 수순하여 이와 같이 모든 법이 생멸함을 말씀하셨느니라. 그러나 모든 법은나지도 않고 없어지지도 않으니,
이런 까닭으로 선남자여, 보살마하살은 마땅히 모든 부처님을 알고, 모든 부처님의 법을 알고, 모든 중생을 알고, 모든 법을 알고 자신을 알고 마땅히 신법(身法)을 알아야 하느니라.”
[무소발 보살의 게송]
이때에 무소발 보살마하살이 거듭 이 뜻을 말하고자 게송으로 말했다.
부처님과 부처님께서 세상에 나신 것은
모든 불법의 실제 모습이니
보살도 저 법과 같이
방일하지 않으면 아느니라.
모든 선지식과 무루의 모임 중에
부처님 세존의 지혜가 가장 으뜸이로다
중생은 마음으로 의지해 성취하고
선(善)을 닦고 인연을 실천한다네.
이와 같이 능히 모든 법을 알고
이와 같이 능히 모든 법을 깨닫네
만약 능히 모든 부처님을 알면
이런 사람 모든 실천에 이른다네.
보리란 줄 사람도 없지만
또한 저것을 취할 사람도 없다네
진실로 스스로 법을 안다면
깨달은 각자(覺者)라 부른다네.
만약 자신을 알 수 있다면
오로지 상(相)은 실체가 없다네
이는 능히 부처님 같은 줄 알고
보리법도 알리라.
오로지 상에만 집착하는 중생은
허망하게 분별하여 말하나니
보살이 여실하게 알면
꿈이나 허깨비 같은 것이 상이라네.
망령된 각(覺)으로 진실한 각이라 하는 이들은
이 실천을 알 수 없다네
만약 모든 근(根)이 뛰놂을 잘 다스린다면
이것은 정(定)에 의지할 줄 아는 것이지.
이런 사람은 원수도 친한 이도 없으며
그 위에 지음과 지을 수 있는 것도 없으며
또한 취하고 버릴 법도 없으니
이것을 참된 법집(法集)이라 부른다네.
바르게 모든 법을 알면서
일부러 법집의 뜻을 말하네
바르지 못하게 모든 법을 알까 봐
이 때문에 나쁜 법도 말한 것이네.
법을 탐함과 탐을 여읨은
맑고 깨끗하며 평등한 견해에 의해서요
탐함과 어리석음을 보는 것 또한 그러하다면
이것을 참된 법집이라 부른다네.
모든 중생 이익을 위해
큰 자비심을 일으키거늘
중생을 보지 않고
진공(眞空)을 떠날 것 같은가.
만약 이와 같이 법을 알고
평등하여 때[垢]가 없는 곳
묘한 곳과 깨달음의 곳을 얻는다면
영리하고 민첩하게 정각(正覺) 이루리라.
세간은 요술쟁이 같은 것
마음을 내어 제도함도 요술쟁이
저것이 요술이라도 그 요술에 집착하지 않으면
처음 보는 일일 것을.
삼계가 허깨비인 줄 알면
큰 보리심 내어
모든 중생 제도하고
진실로 저 중생들을 알리라.
자신은 허공과 같고
중생의 자성도 허공이네
모든 처소에서 법을 본다면
무생법인 얻어서 뛰어난 처소에 머무느니라.
모든 법 수행하지 않고
또한 모든 법에 돌아오지 않네
실천하지 않고 돌아오지 않음으로써
맑고 깨끗한 곳에 머물고 묘한 처소에 감을 얻느니라.
만약 이와 같이 진실한 곳에 머물러
평등한 법계의 마음이 되면
즉시 모든 부처님께서 수기하시리니
반드시 큰 깨달음[大覺]을 이루리라.
자신의 부처도 또한 그러해야만
부처님께서 수기하심을 받게 되리라
저 법이 평등함을 본다면
즉시에 모든 부처님께서 수기하시리.
막히거나 걸림이 없는 곳에 이르면
적멸을 증득하여 세간에 유행하리
모든 처소에 지나침이 없으니
큰 자비로써 몸을 삼았기 때문일세.
만약 보살에게 지혜가 있다면
이와 같은 법집을 하고자 하리
이 법행을 수행하면
반드시 이 법집을 얻게 되리라.
무소발보살이 이 게송을 말했을 때에 6만 2천 보살이 무생법인을 얻었고 8천의 하늘 사람[天子]이 티끌을 멀리하고 때를 여의어 법의 눈[法眼]이 맑고 깨끗한 것을 얻었다.
[진실한 진리의 법집을 수행하는 것]
무소발보살이 분신혜보살에게 말하였다.
“선남자여, 보살은 마땅히 진실한 진리의 법집을 수행해야 하느니라. 왜냐하면 보살은 진실한 진리와 지혜로써 법집을 삼기 때문이니라.
선남자여, 무엇이 진실한 진리인가?
선남자여, 보살이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내고 더 나아가 목숨을 버린다 하더라도 저 마음을 버리지 않고 모든 중생을 버리지 않으니,
이것을 이름하여 보살마하살의 진실한 진리라 하느니라.
선남자여, 만약 보살이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내었다가 또 그때 낸 마음을 버리고 중생을 버리는 이와 같은 보살은 곧 꾸짖음을 받으며, 이 사람을 가장 윗길의 망어(妄語)를 한 이라고 하느니라.”
“무엇을 보살이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내었다가 다시 그 마음을 버리지 않고 중생을 버리지 않는 것이라 말하는가?”
“만약 보살이 고제ㆍ집제ㆍ멸제ㆍ도제를 알면 다시 저 마음을 버리지 않느니라.
왜냐하면 이런 보살은 진실한 진리를 알기 때문에 보리심에서 물러나지 않기 때문이니라.”
“어떠한 것이 괴로움이며, 무엇을 괴로움을 안다고 말하는가?”
“5음(陰) 중의 애(愛)와 불애(不愛)와 핍박과 번뇌, 이것을 괴로움이라고 하느니라.
보살이 저 괴로움과 공함과 목숨 없음과 나와 내 것이 없음은 오직 인연이 화합하여 생긴 줄을 알면, 이것을 괴로움을 안다고 하느니라.
보살이 저 괴로움은 오직 이 모임[集]이고 허망하며 견고하지 않고 목숨이 없는 줄로 보면 모임을 앎[知集]이라 하느니라.
보살이 저 괴로움이 근본[本際]을 좇아오는 것이 아니고, 미래제(未來際)에 이르지 않고, 현재제(現在際)에 있지도 않으며, 시작도 없고 끝남도 없어 자체적으로 본래 적멸하고, 자체적으로 공하고, 자체적으로 적정한 줄 알면, 이름하여 없어짐[滅]을 안다고 하느니라.”
“없어진다고 말한 것은 무슨 법을 말하는 것인가?”
“선남자여, 없어짐을 말한 것은 말할 수가 없느니라.”
“선남자여, 또 없어짐을 말한 것은 말할 수가 없다니 무슨 까닭으로 없어진다고 말했는가?”
“선남자여, 없어짐을 말한 것은 객번뇌(客煩惱)와 모든 막힘과 진실하지 못함과 허망함과 분별법을 말하니, 보살은 저 진실하지 못한 법은 분별하지도 않느니라.
이때라야 이름하여 없앨 것을 없앴다고 말하게 되지만 그러나 허망한 법은 본래 없앨 수 있는 법이 없느니라.
이러한 까닭으로 여래께서 모든 법은 본래 적멸하다고 말씀하신 것이니라.”
“선남자여, 여래께서 보살이 없어짐을 증득하지 못했다거나 만약 보살이 없어짐을 증득했다고 말씀하셨다면, 이 보살은 성문이나 벽지불의 지위에 떨어지거늘 여래께서 무슨 까닭으로 이와 같이 말씀하셨는가?”
“선남자여, 증득이라 말하는 것은 이름하여 현재에 보이는 것이라 하지만 그러나 없어지는 법은 현재 보이지 않으니 이런 까닭으로 여래께서 말씀하신 없어지는 법은 볼 수 없으며, 만약 법이 볼 수 없는 것이라면,저 법은 또한 증득할 것도 없는 것이니라.
이런 까닭으로 여래께서 보살은 없어짐을 보지도 못하고 없어짐을 증득하지도 못한다고 하신 것이니라.
이 뜻에 의지하기 때문에 여래께서는 보살은 없어짐을 증득하지 못하고 성문이 법의 상을 취하기 때문에 없어짐이 없음을 증득했다고 말씀하신 것이니라.
어떠한 생각과 어떠한 관과 어떠한 행으로써 이와 같이 알고 이와 같이 보고 이와 같이 결정하면, 이름하여 도를 안다고 하느니라.
다시 선남자여, 괴로움이라 말한 것은 나[我]라고 이름하고 저 나라는 상이 있으니
만약 이와 같이 모으면 이름하여 집[集]을 안다고 하며,
보살이 저 집을 보고 한 법도 능히 집임을 보지 않으니 이와 같이 알면, 이름하여 없어짐을 안다고 하느니라.
만약 이와 같이 보고, 이와 같이 구할 수 있다면, 도를 안다고 이름 하느니라.
다시 선남자여, 장소를 따르고 장소를 따르는 법이 마음을 위로하여 애착하면 이름하여 괴로움이라 하느니라.
무슨 까닭인가?
선남자여, 여래께서 언제나 장소에 따라 마음으로 애착함이 괴로움이 된다고 하시며, 장소를 따라 마음이 애착한 처소는 진실하지 못하다고 말씀하시니, 이런 까닭으로 마음의 애착을 따라 생기는 집을 이름하여 집이라 하느니라.
괴로워도 마음이 괴로움에 집착하지 않으면 이름하여 멸이라고 하느니라.
어떠한 지혜로써 저 지혜에 집착하지 않으면 이름하여 도를 안다고 하느니라.
선남자여, 나는 지금 진실한 진리[諦]의 지혜에 의지하여 말하는 것이니라. 모든 보살이 만약 한 겁(劫)이나 헤아릴 수 없는 겁을 말한다 하더라도 다 말할 수 없을 것이니라.”
이 진실한 진리의 지혜를 말할 때에 6만 보살이 진실한 진리에 의지하여 지혜를 수행[熏修]하여 물러나지 않는 지위를 얻었고, 허공 중의 헤아릴 수 없는 백천의 하늘 여자들이 모든 법에서 티끌을 멀리하고 때를 여의어 법의 눈이 깨끗함을 얻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