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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설보살본행경 중권
8-2. 부처님과 전륜성왕
비사리의 인민들은 염병으로 죽는 자가 매우 많았다.
비사리의 왕이, 마갈국에서는 부처님께서 거기에 계시면서 악룡을 항복받고 염병을 소멸시키셨다는 말을 듣고 곧 사신을 부처님 처소로 보내었다.
이에 사신이 부처님 처소에 이르러서 부처님 발에 머리를 조아려 예배하고 꿇어앉아서 부처님께 아뢰었다.
“왕이 일부러 저를 보내어서 와서 머리를 조아려 문안을 여쭈도록 하셨습니다.
여래 대성(大聖)이시여, 저희 나라에는 병으로 죽는 자가 매우 많습니다.
오직 세존께서 큰 자비로 가엾게 여기시어 저희 나라로 오셔서 위광(威光)을 드리우셔서 모두 제도해 주십시오.”
비사리국은 마갈국과 본래 원한과 혐오함이 있었는데, 아사세왕이 비사리국에 염병이 유행한다는 말을 듣고 대단히 기뻐하였다.
그때 세존께서 비사리의 사신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먼저 아사세왕으로부터 90일 동안의 청을 받아서 아직 끝나지 않았으니, 네가 아사세왕에게 가서 말하여 보아라.”
사신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두 나라 간에는 전부터 원한과 혐오함이 있으니 제가 이제 가면 반드시 죽음을 당할 것입니다.”
부처님께서 사신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다만 부처님의 사신이 되어라. 마침내 능히 너를 죽일 자가 없으리라.”
부처님께서 거듭 사신에게 말씀하셨다.
“아사세왕에게 아버지를 살해한 악한 반역의 죄를 여래를 향해 고치고 뉘우쳤기 때문에 지옥 속에서 마땅히 받아야 할 세간의 5백 일 죄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고 말하라.”
사신이 가르침을 받고 왕궁의 문에 나아가니
왕과 여러 신하들이 비사리의 사신이 문 밖에 와 있다는 것을 듣고 모두 성내어서 의논하였다.
“마땅히 그 머리를 자르고 그 귀와 코를 끊으며, 그 몸뚱이 뼈를 짓이겨서 밀가루 반죽처럼 해야 한다.”
사신이 들어와서 궁전 앞에서 큰 소리로 말하였다.
“세존께서 나를 보내셔서 대왕님 곁에 왔습니다.”
부처님의 사신이라는 것을 듣고는 다 기뻐하였다.
왕이 사신에게 물었다.
“부처님께서 너를 보내셔서 왔다면 무엇을 신칙하라고 하시더냐?”
사신이 대답하였다.
“부처님께서, 대왕이 지은 아버지를 살해한 악한 반역의 죄를 여래를 향하여 참회하였기 때문에 지옥에서 마땅히 받아야 할 세간의 5백 일 죄에서 벗어날 수 있었으니,
오직 마땅히 스스로 꾸짖어 과거를 회개하고 미래를 닦을지언정 근심하지 말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왕이 이 말을 듣고 기뻐 뛰면서 어쩔 줄을 몰라 하였다.
“내가 반역죄를 지어서 지옥에 있을 것인데 벗어남을 얻었구나.”
곧 멀리 부처님을 향하여 머리를 조아려 절을 하였다.
왕이 사신에게 말하였다.
“네가 나를 위하여서 이 소식을 가져왔으니 기쁘기 말할 수 없구나.
무슨 소원이든 구하려고 한다면 마땅히 네게 주리라.”
사신이 왕에게 말하였다.
“비사리국에 염병이 유행하는데, 부처님을 청하여서 저희 나라에 광림(光臨)하사 모두 제도시켜 주기를 원하니, 오직 대왕께서는 부처님께서 가실 수 있도록 허락해 주십시오.”
왕이 곧 좋다고 하고 사신에게 일렀다.
“너의 대왕에게 말하여라.
나는 성문에서 항하 가에 이르도록 길을 닦고 꽃으로 땅에 펴고 깃발을 나열하여 항하수 가에 이르게 하고 온 나라의 군사들을 동원하여 세존을 모시고 항하수 가에까지 갈 것이니,
너희도 마땅히 비사리성으로부터 길을 평탄하게 닦고 꽃과 향을 뿌리고 깃발을 나열하여 항하수 가에 이르게 하고 비사리의 신하와 백성과 군사들이 빠짐없이 항하 가에까지 와서 부처님을 맞이하도록 하여라.
만약 능히 그렇게 한다면 부처님을 모셔 가도록 허락하겠지만 그렇게 하지 않으면 가시게 할 수 없다고 하여라.”
비사리의 사신이, 왕이 시키는 바를 듣고 기뻐 뛰면서 곧 하직하고 부처님의 처소에 이르러 머리를 조아려 부처님께 절하고 이와 같이 아뢰니, 부처님께서 좋다고 하셨다.
사신이 다시 부처님께 하직하여 절하고 비사리로 돌아가서 왕에게 이와 같이 말하였다.
왕이 말한 바를 듣고 크게 기뻐하면서
“우리 나라에서도 복을 심게 되었다”라고 하고,
곧 영을 내려 길을 닦아서 성문에서부터 항하 가에 이르도록 모두 청정하게 하고, 여러 가지 꽃을 깔고 훌륭한 향을 피우고 모든 깃발을 세웠으며,
비사리 왕이 온 나라의 신하와 백성들을 거느리고 종을 치고 북을 울려서 여러 가지 기악을 지으면서 항하 가에 이르러서 불ㆍ세존을 맞이하는데 5백 개의 보배 일산을 세존께 올리기로 하였다.
마갈국 왕도 역시 영을 내리어 길을 닦아서 모두 청정하게 하고 꽃과 향을 펴서 뿌리고 온갖 깃발을 세워 항하 가에까지 이르게 하고,
모든 신하와 백성들과 온 나라의 군사들을 거느리고 종을 치고 북을 울려서 여러 가지 기악을 지으니 천지가 진동하였다.
세존을 항하 가에까지 배웅하고 5백 개의 보배 일산을 세존께 받들어 올리었다.
사천왕과 도리천왕(忉利天王)과 위로 화응성천왕(化應聲天王)에 이르기까지 각각 모두 헤아릴 수 없는 하늘들을 데리고 천상의 이상하고 묘하고 진기한 여러 가지 꽃과 향과 약간의 기악을 갖추고 5백 개의 보배 일산을 가지고 와서 세존께 바쳤다.
제7 범천왕과 위로 수타회천(首陀會天)에 이르기까지의 모든 천왕들도 각각 헤아릴 수 없는 모든 천자들을 데리고 천상의 여러 가지 묘한 향과 꽃과 약간의 기악을 갖추고 5백 개의 보배 일산을 세존께 바쳤으며,
비마(毘摩)ㆍ비라(毘羅)ㆍ아수륜(阿須倫) 왕도 헤아릴 수 없는 아수륜 백성을 데리고 여러 가지 보배와 꽃과 향과 약간의 기악과 5백 개의 보배 일산을 가지고 와서 부처님께 바쳤다.
사갈(沙竭)용왕이 헤아릴 수 없는 모든 용의 권속들을 데리고 약간의 향과 온갖 기악과 5백 개의 보배 일산을 가지고 와서 세존께 바치니, 일산이 모두 합하여서 3천이었는데 오직 한 개의 일산만 남기고 나머지는 다 받으셨다. 한 개의 일산을 남긴 것은 뒤에 따르는 모든 제자들을 덮어서 보호하는 데 공양하게 한 것이었다.
그때 모든 하늘과 인민과 용과 아수륜들이 헤아릴 수 없이 부처님의 처소에 이르렀다.
비사리 왕과 모든 신하와 백성들이 모두 말하였다.
“지금 부처님께서 항하를 건너시는데 우리들이 마땅히 함께 5백 개의 배를 만들어서 부처님께서 물을 건너시도록 하자.”
마갈국 왕과 모든 신하와 백성들이 또 말하였다.
“오늘 부처님께서 물을 건너시는데 우리들이 마땅히 5백 척의 배를 만들어서 부처님께서 물을 건너시도록 하여 드리자.”
모든 하늘들이 또한 각각 5백 척의 보선(寶船)을 만들었고, 모든 아수륜도 함께 5백 척의 보선을 만들었으니, 이때 모든 용들은 함께 몸을 엮어서 5백 개의 다리를 만들어서 세존께서 그 위를 밟고 건너가시게 하려고 하였다.
그때 세존께서 모든 하늘과 일체 인민과 용과 아수륜이 각각 기뻐하면서 공경심이 있는 것을 보시고 중생들로 하여금 두루 그 복을 얻게 하시려고 곧 몸을 변화하여 모든 배 위에 두루 있게 하니,
모든 하늘과 인민과 용과 아수륜에게 다 각각 여래 세존께서 자신의 배에만 계시고 다른 배에는 안 계신 것처럼 보이게 하셨다.
이에 여래께서 물을 건너기를 마치시니 헤아릴 수 없는 하늘들이 허공에 꽉 차서 여러 가지 유명한 꽃을 뿌리고 기이하고 묘한 향을 사르고 여러 가지 기악을 지었으며,
사람과 용과 아수륜들도 모두 이와 같이 여러 가지 유명한 꽃을 뿌리고 여러 가지 향을 사르고 모든 기악을 지어서 세존을 즐겁게 해 드리니 기쁨이 한량없었다.
이때 여래께서 삼계의 모든 하늘과 인민들이 마음에 기쁨을 품고 뛰면서 여래께 한량없이 공양함을 보셨다.
세존께서 장차 전세의 본래 보살도(菩薩道)를 수행하시던 일을 말씀하고자 하실 때,
문득 미소지으시니 5색의 광명이 입에서 나오는데
빛이 다섯으로 나뉘어서 낱낱의 빛 끝에서 무수한 밝음이 나왔고,
낱낱의 빛 끝에 보배 연꽃이 있었으며, 낱낱의 꽃 위에 모두 화신불이 있었다.
한 갈래의 광명은 위로 욕계(欲界)ㆍ색계(色界)ㆍ무색계(無色界)를 비추니, 3계(界)의 모든 하늘이 그 광명을 보고, 또 화신불을 보고 다 모두 기뻐서 각각 욕락(欲樂)을 여의고서 화신불의 처소에 나아가서 경법을 설하시는 것을 들었다.
한량없는 모든 하늘들이 경법을 설하시는 것을 듣고 기뻐하면서 뛰었다. 모두 각각 도적(道迹)ㆍ왕래(往來)ㆍ불환(不還)ㆍ무착(無著)의 증득을 얻었으며, 큰 도의 뜻을 발하여 불퇴전에 들어가는 자도 있었다.
한 갈래의 광명은 삼천대천세계의 인도(人道)에 있는 자를 두루 비추니,
광명과 화신불이 세계에 가득하였는데 일체의 인민들이 그 광명을 보고 또 그 화신불을 보고
성내는 것이 심했던 자는 분한 뜻이 소멸되고 다 자비로운 마음을 발하였으며,
음욕이 불처럼 치성했던 자는 그 욕심이 없어져서 그 더러움을 보았고,
어리석음과 어둠에서 모두 다 깨어나서 네 가지의 항상하지 않음[非常]을 알았으며,
옥에 매여 갇혔던 것들이 모두 풀려 나왔고,
눈먼 자가 보게 되었고, 귀먹은 자가 듣게 되었고, 벙어리가 능히 말을 하며, 곰배팔이와 앉은뱅이가 손과 발을 얻었고 파리하고 쇠잔한 온갖 병이 모두 다 없어져 나았으니,
일체 인민들이 모두 기뻐하면서 각기 욕락을 떠나서 부처님 처소로 왔다.
그때 모든 화신불이 각각 법을 설하여 마음과 뜻이 열리어서
혹 도적(道迹)ㆍ왕래(往來)ㆍ불환(不還)ㆍ무착(無著)의 과보를 얻기도 하였고,
위없이 바르고 참된 도의 뜻을 일으키기도 하였으며,
대승(大乘)에 굳게 머물러서 물러서지 않는 자도 헤아릴 수 없이 많았다.
한 갈래의 광명은 일체의 아귀의 경계를 비추니,
광명과 화신불이 모두 아귀들의 경계에 두루하여서 모든 아귀들이 부처님과 광명을 보고 저절로 배가 불러서 굶주림과 갈증이 없어지고 몸과 마음이 청정하여서 모든 열뇌(熱惱)가 없었으며,
법을 설함을 듣고 모두 다 기뻐하고 인색함과 번뇌[垢]가 소멸되었으며 목숨이 다한 뒤에는 모두 하늘에 태어났다.
한 갈래의 광명은 대천세계의 축생의 경계를 비추니,
일체의 금수들이 부처님과 광명을 보고 모두 다 기뻐하였고 선한 마음이 저절로 생기면서 호랑이ㆍ사자ㆍ용ㆍ뱀 따위의 악독한 마음이 모두 다 없어졌으며,
자비로운 마음으로 서로 향하여서 서로 상해하지 않다가 목숨을 마친 뒤에는 모두 천상에 태어났다.
한 갈래의 광명은 대천세계의 지옥에 두루 비치어서 철위산 사이의 깊고 어두운 곳이 밝게 사무치지 않음이 없었으니,
일체 지옥의 중생들이 그 광명을 보고 또 화신불을 보고 기뻐 뛰었으며,
불은 꺼지고 끓는 물은 식고 고문하여 다스리던 혹독한 것이 다 사라졌으며,
얼어 붙었던 지옥은 저절로 따뜻하여지니,
지옥의 중생들이 이미 휴식을 얻어 기뻐 뛰었다.
모든 화신불이 각각 법을 설하니 마음이 열리고 뜻이 풀렸으며, 목숨을 마치는 즉시 다 하늘에 태어났다.
이때 광명과 화신불이 삼천대천세계에 가득히 차서 이와 같이 5도(道)의 중생들이 다 제도되어 해탈하였다.
대체로 여래의 광명은 들어가는 곳마다 각각 응하는 바가 있으니,
지옥의 일을 말하면 광명이 발 밑으로 들어가고,
축생의 일을 말하면 광명이 발 위로 들어가고,
아귀의 일을 말하면 광명이 정강이와 복사뼈로 들어가고,
인도(人道)의 일을 말하면 광명이 밥통으로 들어가며,
전륜성왕의 일을 말하면 광명이 배꼽으로 들어가고,
나한의 일을 말하면 광명이 입으로 들어가며,
벽지불의 일을 말하면 광명이 미간(眉間)으로 들어가고,
보살의 일을 말하면 광명이 정수리로 들어가며,
과거의 일을 말하려 하면 광명이 뒤로 들어가고,
미래와 지금 현재의 일을 말하려 하면 광명이 앞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그때 세존께서 큰 변화를 나타내시니 광명이 널리 시방세계에 비치었고, 대천세계에 여러 가지 하늘 꽃이 내렸으며, 한량없는 기악이 치지 않아도 저절로 울리니,
모든 하늘과 일체의 대중들이 기뻐하지 아니함이 없어서 배나 더 뛰었다.
이에 세존께서 신족(神足)을 다시 거두시니 광명이 문득 돌아와서 부처님 주위를 세 번 돌고서 뒤로 들어갔다.
한량없는 모든 하늘과 일체의 대중들이 이구동성으로 여래를 찬탄하였다.
“공덕도 높고 높으시어 헤아릴 수 없고 알 수 없음이 이와 같으실까?”
이에 아난이 무릎을 꿇고 합장한 채 부처님께 아뢰었다.
“부처님께서는 함부로 웃지 않으시니, 웃으시는 데는 반드시 까닭이 있습니다.
오늘 세존께서 기쁘게 웃으심이 이와 같으시니, 장차 지난 세상의 과거의 수행[宿行]을 말씀하여 주시려 합니까?”
부처님께서 아난과 모든 대중들에게 말씀하셨다.
“예전에 오랜 과거 한량없고 헤아릴 수 없는 세상에 이 염부제에 전륜왕이 있었는데, 이름은 수타리선녕(修陀梨鄯寧)이었다. 사천하를 다스렸는데, 이 염부제의 8만 4천 성에 8만 4천 작은 왕이 예속되었다.
왕에게 일곱 가지 보배가 있었으니,
첫째는 금륜보(金輪寶)인데, 바퀴에 천 폭이 있고 세로와 가로가 40리며, 둘레가 1백20리였다. 왕이 다니고자 할 때는 금륜이 앞에서 인도하는데 엎드리지 않는 자가 있으면 금륜이 자연히 그 머리 위에서 돌았고, 그러면 군사를 쓰지 않아도 저절로 항복하였다.
둘째는 마니주보(摩尼珠寶)인데, 깃대의 머리에 붙여 두면 밤낮으로 항상 1천6백 리를 비추었다.
셋째는 백상보(白象寶)인데, 그 코끼리의 몸이 우수하고 아름다웠으며, 희기가 눈빛 같았다. 왕이 그 위에 타면 자연히 날아다니는데 한 식경이면 사천하를 돌 수 있었다.
넷째는 감마보(紺馬寶)인데, 머리와 꼬리가 붉은 빛이었다. 왕이 그 위에 타면 한 식경에 사천하를 두루 돌 수 있었다.
다섯째는 전병신(典兵臣)인데, 왕이 얻고자 하면 백천만의 군사들이 저절로 이르렀다.
여섯째는 전장신(典藏臣)인데, 왕이 마음으로 금ㆍ은ㆍ7보ㆍ의복ㆍ음식이 필요하다고 여겨서 그 두 손을 펴기만 하면 7보의 재산과 일체의 필수품이 뜻대로 요구대로 그 손 가운데서 얼마든지 나왔다.
일곱째는 옥녀보(玉女寶)인데 단정함이 비할 데 없고, 마치 천녀와 같아서 여인으로서 티끌만큼도 더러움이 없으니, 그 몸의 향기롭고 깨끗함이 마치 우발화(優鉢花)와 같았다.
왕이 시원함을 얻고자 할 때에는 몸이 저절로 서늘하게 되었고, 따뜻함을 얻고자 할 때에는 몸이 저절로 따뜻하게 되었으며, 소리는 범천의 소리와 같아서 항상 왕으로 하여금 기뻐서 뛰게 하였으니, 그래서 옥녀보라고 이름하였다.
왕에게 천 명의 아들이 있었으니 용맹이 비할 데 없었다.
왕이 나아가고자 할 때면 7보의 큰 일산이 항상 그 머리 위에 있었고, 7보가 따랐으며,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여러 신하들이 앞뒤로 따르면서 인도하였고 백천 기악이 그 소리가 조화롭고 청아했으며 높고도 당당함이 헤아릴 수 없이 많았다.
왕의 천 명의 아들 가운데 가장 어린 자가 왕의 이와 같음을 보고 그 어머니에게 물었다.
‘저분이 어느 나라의 임금이기에 저렇게 훌륭하십니까?’
그 어머니가 대답하였다.
‘저분이 바로 수타리선녕 대전륜왕으로서 사천하를 다스리며, 너의 아버지임을 알지 못하느냐?’
태자가 대답하였다.
‘나는 어느 때에 왕이 될 수 있습니까?’
어머니가 또 대답하였다.
‘왕에게 천 명의 아들이 있는데 네가 제일 어리니 왕이 될 수 없으리라.’
태자가 또 말하였다.
‘만약 왕이 될 수 없다면 어찌 집에 있으면서 속인[白衣]이 되겠습니까?’
곧 꿇어앉아서 그 어머니에게 여쭈었다.
‘부디 출가하여 사문이 되어서 산택(山澤)으로 가서 거기서 선도(仙道)를 배우도록 허락해 주십시오.’
어머니가 곧 허락하면서 타일렀다.
‘만약 네가 사유(思惟)하여 지혜를 얻거든 반드시 돌아와서 나에게 말해야 한다.’
아들이 응낙하였다.
곧 머리를 깎고 가사를 입고 산택(山澤)으로 가서 좌선하여 정진하고 지혜를 사유해서 안으로 5음(陰)을 알고 밖으로 만물이 모두 다 항상하지 않음을 알았다.
‘모든 몸을 받는 것이 온갖 고통의 그릇이라,
전륜성왕도 호귀한 세상의 임금도 삼계에서 존귀함과 영화로움도 마치 허깨비[幻化]와 같아 공하여 나라는 것이 없는데
인연이 모인즉 있고, 인연이 떠난즉 없어지는 것이다.
모두 어리석음과 애착을 따라서 모든 행(行)이 있고, 모든 행이 있기 때문에 일체의 몸을 받아서 5도(道)로 나뉘면서 여러 가지 고통이 있는 것이니,
만약 어리석음과 애착이 없으면 모든 행이 없고,
모든 행이 없으면 5도가 없고,
5도가 없으면 몸을 받지 않고,
몸이 없으면 여러 가지 고통이 문득 없어지는 것이다.’
이와 같이 사유하고는 확연히 마음이 풀리어서 벽지불을 이루어 날아올라서 변화하니, 6신통이 맑게 사무쳐서 걸리는 바가 없었다.
그 본래의 서원과 같이 곧 돌아와서 어머니를 뵙고 그 신족을 나타내었다. 몸이 허공으로 올라가서 지나다니고 앉고 누우며 몸 위에서 물을 내고 몸 밑에서 불을 내는가 하면, 몸 위에서 불을 내고 몸 밑에서 물을 내기도 하며, 한 몸뚱이를 나눠서 백이 되고 천이 되고 만이 되고 헤아릴 수 없이 되었다가 다시 합하여서 하나가 되었다.
그 어머니가 이를 보고 기뻐하며 뛰다가 절을 하고 물었다.
‘어디에서 음식을 얻는가?’
대답하였다.
‘구걸하여서 스스로 살아갑니다.’
어머니가 또 말하였다.
‘다시는 걸식을 하지 말고 마땅히 나의 청을 받으시오.
지금부터는 이 동산에서 살면서 날마다 나의 음식을 받아서 또한 마땅히 나로 하여금 복덕을 얻게 하시오.’
그때 벽지불이 어머니의 청을 받아서 그 동산에 머무르니 어머니가 날마다 스스로 가서 음식을 주었다.
그 동산 가운데에서 수년을 지내다가
‘몸은 더럽고 부정하며 몸은 고통의 그릇이니, 이것을 무엇에 쓰랴’라고 사유하고서
문득 신명(身命)을 버리고 니원에 들어가서 반니원(般泥洹)하였다.
그 어머니가 곧 화장[耶旬]을 하여 탑을 세우고 꽃과 향으로 공양하였다.
왕이 다른 때에 이 동산에 이르러서 이 탑을 보고 곧 좌우에 있는 사람들에게 물었다.
‘이 동산 안에 본래 탑이 없었는데 누가 이 탑을 세웠느냐?’
벽지불의 어머니가 말하였다.
‘이것은 왕의 태자 가운데 제일 어린 자가 왕이 나가실 때에 보고
왕을 저에게 저분은 어느 대왕인데 저렇게 높으시냐고 물었습니다.
제가 곧 수타리선녕 전륜선왕으로서 너의 아버지라고 대답하였더니,
또 저에게 자기는 어떤 때에 왕이 될 수 있냐고 물었습니다.
제가 너는 천 명의 아들 중에 제일 어려서 왕이 될 수 없다고 말했더니,
아들이 만약 왕이 될 수 없다면 어찌 집에 있으면서 속인이 되겠느냐고 말하고서 제게 하직하고 출가하여 도를 배우겠다고 하였습니다.
제가 허락하고 부탁하기를 만약 도를 얻거든 반드시 돌아와서 나를 보라고 하였습니다.
머리를 깎고 가사를 입고 산택 속으로 들어가서 좌선에 정진하여 벽지불의 도를 이루고 그 맹세한 대로 돌아와서 저를 보았습니다.
제가 청하여서 이 동산에 있게 하고 날마다 음식과 필요한 것을 공양하였는데, 수년이 지나서 반니원하였습니다.
여기 화장하여 탑묘를 세웠는데, 이것이 그 탑입니다.’
왕이 이 말을 듣고 한편으로는 슬퍼하고 한편으로는 기뻐하면서 부인에게 말하였다.
‘어찌하여 나에게 말하지 않았소.
내가 곧 마땅히 전륜왕위를 주었을 것인데, 내가 듣지 못하였기 때문에 크게 잘못됨이 있었구려. 이제 비록 죽었더라도 내가 이 왕위를 주어야겠소.’
곧 천관(天冠)과 7보로 된 불식(拂飾)과 왕의 위복(威服)을 벗어서 탑 위에 놓고 왕이 큰 7보 일산으로 탑 위를 덮고 머리를 조아려 절하였으며, 꽃과 향으로 공양하고 기악으로 즐겁게 하였다.”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옛날 그때 수타리선녕 전륜왕이었던 자가 지금 나이다.
내가 그때 벽지불을 이룬 내 아들의 탑에 공양하고 왕위를 주고 큰 7보 일산으로 탑 위를 덮은 공덕으로 헤아릴 수 없는 겁 동안 전륜왕이 되어서 사천하를 다스렸고 7보가 따랐으며, 항상 3천의 7보 일산이 저절로 이르렀다.
헤아릴 수 없는 겁 동안 혹 천제(天帝)가 되기도 하였고, 혹 범왕이 되기도 하였던 것인데, 오늘에 이르러서도 만약 내가 부처를 취하지 않았다면 3천의 보배 일산이 항상 저절로 이르러서 다함이 없었을 것이다.
한 벽지불의 탑에 공양하여도 그 공덕을 받음이 다함이 없거늘, 어찌 하물며 여래의 색신(色身)에 공양하거나 멸도(滅度)한 뒤에 사리탑을 세우고 부처님의 형상을 만들어서 공양하는 것이랴.
그 공덕을 헤아리자면 저것보다 나음이 백천억 갑절이나 되고, 헤아릴 수 없는 갑절이나 되어서 비유할 수 없느니라.”
이때 대중이 모두 크게 기뻐하였고 마음이 밝아지고 뜻이 풀려 수다원ㆍ사다함ㆍ아나함ㆍ아라한을 얻는 자, 혹은 위없는 바르고 참된 도의 뜻을 일으키는 자, 혹은 불퇴전(不退轉)에 머무르는 자가 헤아릴 수 없이 많았다.
그때 대중이 모두 크게 기뻐하면서 부처님의 둘레를 세 번 돌고 머리를 조아려 절하고 각각 본래 처소로 돌아갔다.
이에 세존께서 비사리성에 이르러서 성 문턱에서 게송을 설하셨다.
땅에 있는 모든 천신들아
허공에 머무르는 모든 하늘들아
여기에 와 있는 모든 것들아
모두 반드시 자비로운 마음을 내어야 한다.
밤낮으로 기쁨을 품고
마땅히 바른 법을 따르라.
해치려는 생각을 품지 말고
모든 인민들을 괴롭히지 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