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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경요집 제2권
1.3. 경승편(敬僧篇)
[여기에 세 가지 연(緣)이 있음〕
1.3.1. 술의연(述意緣)
무릇 승보(僧寶)를 논하면 이른바 금지하는 계율로 진실을 지키고 위의(威儀)가 세속을 초월하며, 방외(方外)를 도모함으로써 마음을 발하고 세간을 버림으로써 법을 세우며, 벼슬의 영화에도 그 뜻이 움직임이 없고 친척과 권속에도 그 생각을 더럽힘이 없으며, 도를 널리 펴서 네 가지 은혜를 갚고 덕을 기름으로써 삼유(三有:三界)를 도우며, 높기는 사람과 하늘을 초월하고 중하기는 금이나 옥보다 더하나니, 이것을 승가[僧]라고 말한다.
그러니 승보의 이익이란 이루 다 기록할 수조차 없다.
그러므로 경전에서 말하였다.
“비록 계율을 지키거나 계율을 깨뜨리더라도 그들이 어른이든 어린아이든 간에 모두를 반드시 매우 공경하여, 경솔하게 대하거나 업신여기지 않아야 하느니라.”
이렇게 말하였으니, 만약 이 뜻을 어기면 무거운 죄를 얻을 것이다.
석가모니(釋迦牟尼)부처님 같은 분 등이 바로 참다운 불보(佛寶)요, 금구(金口)로 말씀하신 이치와 행동과 가르침과 과(果)가 바로 참다운 법보(法寶)이며, 과를 얻은 사문(沙門)이 바로 잠다운 승보(僧寶)이다.
가령 한 번 우러러보고 한 번 예를 올리더라도 온갖 번뇌[萬累]가 얼음처럼 녹고, 한 번 찬탄하고 한 번 칭찬하더라도 모든 재앙[千災]이 안개처럼 걷힐 것이다. 스스로 박복(薄福)하다고 생각하면 바른 교화를 만나지 못할 것이요, 끼친 자취를 믿고 의지하면 다행히 넉넉한 음덕을 입을 것이다.
금단(金檀)과 동소(銅素)와 칠저(漆紵)와 단청(丹靑)으로 성인의 모습을 그린 것을 불보라고 말하고, 종이나 비단 또는 죽백(竹帛)에 현묘한 말을 쓴 것을 법보라고 말하며, 머리를 깎고 물들인 옷을 입으며, 응기(應器)를 가진 사람을 승보라고 말한다.
이 세 가지는 비록 체상(體相)은 가짜일지라도 용(用)은 진용(眞容)을 나타낸 것이니, 그것을 공경하면 긴 흐름[長流:輪廻]을 영원히 끊을 것이요, 그것을 능멸하면 항상 고통의 과보를 초래할 것이다. 나무가 친 어머니는 아니지만 그 것에 예배하면 메아리가 천 년을 뛰어념고, 범부(凡夫)가 거룩한 스님은 아니지만 그를 공경하면 광명이 만 대를 초월하는 것과 같다.
그러니 이 바람이 이미 불었으면 멸거나 가까운 사람이 함께 따르고, 남몰래 중생을 도와 선비한 공이 헤아릴 수 없이 많음을 알아야만 한다. 혹시라도 이에 부족한 점이 있으면 죄를 얻음이 더욱더 클 것이다.
이미 허락을 받아 출가했으면 마땅히 풍속을 바꾸는 것이 이치일 것이다.
또 예기『예기(禮記)』에 이르기를
“갑옷 입은 사람은 절을 하지 않는다”고 하였는데
그 잘못과 어찌 같겠는가?
세속을 버린 사람은 몸에 인욕의 갑옷을 입었으니 속인에게 허리를 굽혀 절을 하는 것은 이치에 옳지 않다.
삼보란 그 이치가 이마 동일하니 반드시 똑같이 공경해야 하며, 치우치게 불보와 법보만을 따르고 승니(僧尼)를 이주 저버리는 것은 옳지 못하다.
그러므로 법은 스스로 커지는 것이 아니요 그것을 크게 펴는 것은 사람에게 달려 있으니, 사람이라야 능히 도를 널리 펼 수 있다. 그런 까닭에 반드시 똑같이 공경해야 하는 것이다.
1.3.2. 순익연(順益緣)
『범망경(梵網經)』에서 말한 것과 같다.
“출가(出家)한 사람의 법으로는 국왕과 부모와 육친(六親)에게 예배하는 것은 걸맞지 않으며, 또한 귀신을 공경하고 섬겨서도 안 된다.”
또 『열반경(涅槃經)』에서 말하였다.
“출가한 사람은 속가에 있는 사람에게 예를 올라거나 공경해서는 안 된다.”
또 『사분율(四分律)』에서 말하였다.
“부처님께서는 모든 비구들로 하여금 장유(長幼)의 차례에 따라 예배하게 하되, 마땅히 모든 속인[白衣]들에게는 예배하지 못하게 하셨다.”
또 『불본행경(佛本行經)』에서 말하였다.
“수두단왕(輸頭檀王)과 모든 권속들이며 백관(百官)들이 차례대로 부처님께 예배하였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대왕은 지금 우파리(優波離順正理論)비구 등 여러 비구들에게도 예배하십시오.’
왕은 부처님의 가르침을 듣고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나서 오백 비구에게 이마를 대어 예배하고 새로 출가한 사람에게도 차례로 예를 올렸다.”
또 『살차니건경(薩遮尼乾經)』에서 말하였다.
“만약 성문(聲聞)과 벽지불(辟支佛)의 법을 비방하거나 또는 대승법(大乘法)을 헐뜯거나 의심을 가지면 그것은 근본죄(根本罪)를 범하는 것이다.[지금 승가에서는 대소승 경전에 의지하여 임금이나 어버이에게 예배하지 못하게 하는데 그것은 본래의 불교를 받들자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서로 번갈아 예를 올리게 하여 불교를 어기고 승려들로 하여금 속인에게 꿇고 앉아 절하게 하니, 이것은 곧 부처님의 말씀을 믿지 않기 때문에 근본죄를 범하는 것이다.
또 『순정리론(順正理論)』에서 말하였다.
“여러 하늘의 신중(神衆)들은 다섯 가지 계를 받은 사람에게 감히 예배반기를 희망하지 않는다. 또한 국가의 군주(君主)들도 역시 비구가 예배하는 것을 감히 바라지 않나니, 그것은 공덕과 수명이 손상되는 것을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또 『열반경』에서 말하였다.
“부처님께서 가섭(迦葉)에게 말씀하셨다.
‘만약 누구든 바른 법을 건립(建立)하여 보호하고 지니는 사람이 있다면 이와같은 사람은 마땅히 그의 청을 따라주어야 하며 신명(身命)을 받쳐 공양해야 한다. 그것은 마치 내가 이 대승경전에서 말한 것과 같느니라.’
법을 아는사람이 있으면
그가 늙었든 젊었든 간에
그 때문에 꼭 공양해야 하고
공경하고 예배해야 하나니
마치 불[火]을 섬기는
저 바라문들처럼 해야 한다.
법을 아는사람이 있으면
그가 늙었든 젊었든 간에
그 때문에 꼭 공양해야 하고
공경하고 예배하되
그 또한 마치 여러 하늘들이
제석천광을 섬기는 것처럼 해야 한다.
가섭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만약 금지하는 계율을 보호하여 지니던 어떤 노인[長宿]이 나이 어린 사람 곁에서 지금껏 들어본 적이 없는 법을 물어 들었으면 그렇다고 해서 이 사람에게 꼭 예를 올리고 공경해야만 하겠습니까?
만약 꼭 예배해야 한다면 이것은 계율을 지키는 것이 아닐 것입니다. 또 계율을 보호하여 지키는 저 나이 어린 사람이 계율을 깨뜨린 여러 노인들 곁에서 지금껏 들어본 적이 없는 법을 물어 들었으면 그렇다고 해서 이 사람에게 꼭 예를 올려야만 하겠습니까?
만약 출가한 사람이 재가자(在家者)로부터 지금껏 들어본 적 없는 법을 물어 들었다고 하면 또한 이 사람에게 꼭 예를 올려야만 하겠습니까?
그러나 출가한 사람은 재가자에게 마땅히 예배해서는 안 된다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부처님의 법에는 연소하고 어린 사람은 마땅히 덕 있고 나이 많은 사람을 반드시 공경해야 한다고 하였습니다.
그것은 덕 있고 나이 많은 사람이 먼저 구족계(具足戒)를 받아 위의(威儀)를 성취했기 때문입니다. 그런 까닭에 마땅히 공경하고 공양해야 하는 것입니다.’
또 『중아함경(中阿含經)』에서 말하였다.
“어떤 것을 지혜로운 사람으로서 홀륭하다고 하는가?
이른바 비구(比丘)로서 지혜로운 사람에는 두 종류가 있다.
믿음이 있는 사람과 믿음이 없는 사람이니,
만약 믿음이 있는 사람이라면 훌륭하겠지만 믿음이 없는 사람이라면 그만 못하다.
이른바 믿음이 있는 사람에 있어서도 또한 두 종류가 있다.
자주 가서 비구를 보는 사람과 자주 가서 비구를 보지 않는 사람이니,
만약 자주 가서 비구될 보는 사람은 훌륭하다 하겠지만 자주 가서 비구를 보지 않는 사람은 그만 못하다.
이른바 자주 가서 비구를 보는 사람에 있어서도 또한 두 종류가 있으니,
비구에게 예를 올리고 공경하는 사람과 비구에게 예를 올리고 공경하지 않는 사람이다.
만약 비구에게 예를 올리고 공경하는 사람이라면 홀륭하다 하겠지만 비구에게 예를 올리고 공경하지 않는 사람은 그만 못하다는 것이다.
이른바 비구에게 예를 올리고 공경하는 사람에 있어서도 또한 두 종류가 있으니,
경전에 대하여 질문하는 사람과 경전에 대하여 질문하지 않는 사람이다.
만약 경전에 대하여 질문하는 사람이라면 훌륭하다 하겠지만 경전에 대하여 질문하지 않는 사람은 그만 못하다”는 것이다.
또 『구잡비유경(舊雜譬喩經)』에서 말하였다.
“옛날에 어떤 국왕이 성을 나가 유람하다가 늘 사문을 불 때마다 곧바로 수레에서 내려 예를 올렸다.
도인(道人)이 말하였다.
‘대왕이시여, 그만두십시오. 수레에서 내리셔서는 안 됩니다.’
왕이 말하였다.
‘나는 오르는 것이지 내리는 것이 아닙니다. 오르는 것이지 내리는 것이 아니라고 말한 이유는 나는 지금 도인에게 예를 올린 까닭에 목숨이 마치고 나면 마땅히 천상(天上)에 날 것입니다.
그러므로 오르는 것이지 내리는 것이 아니라고 말한 것입니다.’
또 『선견율(善見律)』에서 말하였다.
“수두단나왕(輸頭檀那王)이 부처님께 예를 올리고 나서 아뢰였다.
‘제가 지급 여래의 발에 세 번째 예를 올립니다.
첫 번째는 부처님께서 처음 태어나셨을 때에 아이(阿夷)가 상호를 보고 말하기를
〈만약 속가에 있으면 마땅히 전륜성왕(轉輪聖王)이 될 것이요, 출가하여 도를 배우변 틀림없이 성불할 것입니다〉라고 했습니다.
그랬을 때 땅이 진동(震動)하였습니다. 나는 그러한 신통력을 보고 곧 예를 올렸었습니다.
두 번째는 내가 성을 나가 유희(遊戲)하면서 밭가는 사람을 보았을 때 보살은 염부(閻浮)나무 밑에 계셨습니다.
그 때 해는 이미 저녁 무렵이었는데도 나무 그림자는 그대로 머문 채 옮아가지 않고 보살의 몸을 덮어주고 있었습니다.
나는 그런 신통력을 보고 곧바로 예들 올렸었습니다.
세 번째는 지금 부처님께서 우리 나라에 오셨을 때 반갑게 맞이하였었는데, 부처님께서 허공에 올라가 열여덟 가지 변화를 부려 외도(外道)들을 항복밭으셨습니다.
저는 그 신력과 두려움 없음에 곧 예를 올렸습니다.”
또 『중아함경(中阿含經)』에서 말하였다.
“그 때 세존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과거 어느 때에 석제환인(釋提桓因)이 늘 동산에 들어가 구경을 하곤 하였는데, 그 때마다 말 모는 사람에게 명하여 그로 하여금 천 마리 말이 끄는 수레를 준비하게 하였다. 마부가 수레를 준비하고 나서 왕에게 준비가 끝났다고 보고하였다.
그러자 천제석(天帝釋)은 곧 상승전(常勝殿)에서 내려와 동쪽을 향하여 합장하고 부처님께 예를 올렸다. 그 때 마부가 그것을 보고 마음 속으로 놀라 온몸의 털이 모두 곤두섰으며 말 채찍을 땅에 떨어뜨렸다.
천제석이 그것을 보고 곧 게송으로 말하였다.
귀신아, 너는 무엇을 걱정하고 두려워하기에
말 채찍을 땅에 떨어뜨렸느냐?
마부가 천제석에게 게송으로 아뢰었다.
왕이선 천제석을 보니
사지(舍脂)의 남편이었습니다.
그 때문에 두려워하여
말 채찍을 땅에 떨어뜨렸습니다.
항상 천제석을 보니
일체의 대지(大地)와
인간과 하늘의 크고 작은 왕과
세상을 보호하는 사천왕(四天王)이며
삼십삼전 대중들이
모두 다 공경하고 예를 올리더이다.
어느 곳에 또 존귀한 이가 있어
제석천왕보다 더 높기에
지금 그렇게 동쪽을 향하여
합장하고 공경하며 예를 올리나이까?
그 때 천제석이 게송으로 대답하였다.
나는 실로 일체
세간의 크고 작은 왕과
세상을 보호하는 사천왕과
삼십삼천 대중들 가운데
가장 높은 왕이기에
그래서 모두들 와서 공정한다네.
그러나 또한 이 세간에는
수순(隨順)하는 등정각(等正覺)님 계시니
그 명호는 만대사(滿大師)이시다.
그래서 나는 머리 조아려 예를 올린다네.
마부가 다시 아뢰었다.
이 분은 틀림없이 세간의 흘륭한 사람이리라.
그러므로 제석천왕을 시켜
공경하고 합장한 채로
동쪽을 향하여 머리 조아려 예들 올리게 하는 것이리.
그러므로 천왕께서 예배하시는 분께
나도 지금 마땅히 예를 올려야 하리.’
부처님께서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저 천제석은 자재(自在)한 왕이면서도 늘 부처님을 숭상하고 공경하였으므로 출가하여 도를 배우는 너희 비구들도 마땅히 이와 같이 부처님께 공경해야 한다.
저 사지(舍脂)의 남편인 천제석은 법과 승가에 대해서도 공경하고 예를 올렸으며, 또한 법과 승가에게 예를 올린 사람까지도 찬탄하였다.
너희들은 이미 바르게 믿고 출가하여 도를 배우고 있으니, 또한 마땅히 이와 같이 법과 승가에게 공경하고 예를 올려야 하며 다시 법과 승가에게 예를 올린 사람까지도 찬탄해야 하느니라.
마침 제석은 상승전(常勝殿)으로부터 내려와서 두루 여러 방향을 향하여 합장하고 공경하였다.
그 때에 마부는 천제석이 상승전에서 내려와서 뜰 가운데 머문 채로 여러 곳을 두루 향하여 합장하고 공경하는 것을 보았다. 이런 모습을 보고 나서 매우 놀라 다시 말 채찍을 땅에 떨어뜨렸다.
그리고 게송으로 말하였다.
무엇 때문에 교시가(憍尸迦)님은
속가에 있지 않는 사람을 공경합니까?
저를 위하여 그 뜻을 설해 주소서.
배고프고 목마르듯 듣기를 원합니다.
그러자 천제석이 게송으로 대답하였다.
나는 참으로 그런 분을 공경하나니
저들은 출가하여 속가에 았지 않은 사람으로서
여러 방향을 자재롭게 노닐어
그 행동거지를 헤아립 수 없기 때문일세.
성읍과 국토와 어떤 빛깔도
그 마음을 더럽힐 수 없고
살림도구를 쌓아두지 않으며
한결같이 탐욕 없는 선정에 드네.
어디에 가더라도 구하는 것 없고
오직 무위(無爲)로 즐거움을 삼으며
말하면 결정코 선만을 말하고
말하지 않으면 고요한 선정만 닦네.
여러 하늘과 아수라(阿修羅)들은
제각기 서로 어기고
인간은 스스로 서로들 다투니
서로 어김이 또한 이와 같다네.
오직 출가한 사람만은
모든 다툼 속에서도 다툼이 없고
일체 중생들에 대하여
칼과 몽둥이를 모두 버렸다네.
재물에 있어서도 재물이나 색(色)을 버려서
빠지지도 않고 거칠지도 않으며
일체의 악함 멀리 여의었으니
그런 까닭에 그 분께 공경하고 예를 올린다네.
그 때 마부가 다시 게송으로 말하였다.
천왕(天王)이 공경하는 것을 보면
이 분은 틀림없이 세간에 훌륭한 사람이리라.
그러므로 나도 오늘부터는
마땅히 출가한 사람에게 예를 올려야 하리.”
또 『아육왕경(阿育王經)』에서 말하였다.
“옛날 아서가왕(阿恕伽王)은 열일곱 살 먹은 어떤 사미(沙彌)를 보고는 아무도 없는 곳으로 데리고 가서 예를 올리고 사미에게 말하였다.
‘사람들을 만나더라도 내가 그대에게 예를 올렸다는 말을 하지 말라.’
그 때 사미 앞에는 한 개의 물병이 있었다.
사미가 곧 그 병 속으로 들어가 목욕을 하고 다시 나와서 말하였다.
‘대왕님은 부디 사람들을 만나더라도 사미가 물병 속에 들어가 목욕을 하고 다시 나왔다는 말을 하지 마십시오.’
왕이 곧 사미에게 말하였다.
‘내가 마땅히 사람들을 향해 다 말하고 다시는 숨기지 않으라라.’
그런 까닭에 여러 경전에서 이렇게 말하였다.
‘사미가 아무리 어리다고 해도 또한 경솔하게 대해서는 안 되고,
왕자가 아무리 어리다고 해도 역사 소홀히 대해셔는 안 되며,
용의 새끼가 아무리 어리다 해도 또한 경솔하게 대해서는 안 된다.
사미가 비록 어리다 해도 능히 사람을 제도할 수 있고,
왕자가 비록 어리다 해도 능히 사람을 죽일 수 있으며,
용의 새끼가 비록 어리다고 해도 능히 구름을 일으킬 수 있다. 구름을 일으키기 때문에 비를 내리고 번개를 치며 천둥을 울리는 것이다.
따라서 그들이 어리다고 하여 경솔하게 대해서는 안 된다.’
또 『부법장경(付法藏經)』에서 말하였다.
“옛날에 부처님께서 열반하신 지 일백 년 후에 아육왕(阿育王)이 있었다. 그는 삼보를 믿고 공경하였으며 항상 반자우슬대회(般遮于瑟大會)를 열었다.
왕은 법회 날짜가 되면 향탕(香湯)으로 목욕을 하고 새로 깨끗하게 빤 옷을 입고 높은 누각에 올라 사방에 이마를 대어 예를 올리곤 하였다. 그리고 먼 곳에서 여러 스님을 청하면 성인 대중이 날아왔는데 무려 이십만 명이나 되었다.
왕의 믿는 마음이 깊고 원대하여 한량이 없었으므로 사문이면 늙었거나 젊었거나 평범하거나 성인거나 간에 다 맞이하여 문안을 올리고 공경하며 예배하였다.
그 때 그에게 한 신하가 있었으니, 그의 이름은 야사(夜奢)였다.
그는 삿된 소견이 치성(熾盛)하여 불법을 믿고 공경하는 마음이 없었으므로 왕이 예배하는 것을 보고는 이렇게 말하였다.
‘대왕님은 너무도 무지(無智)하십니다. 무엇 때문에 귀함과 덕을 스스로 굽혀 어린 아이에게 예배하십니까?’
왕은 이 말을 듣고 나서 곧 모른 신하들에게 칙명을 내려 각기 가서 저절로 죽은 온갖 점승을 찾아오게 하되,
다른 사람들에겐 짐승 한 마리씩 가져오게 명 령하고 오직 야사에게만은 사람의 머리를 구해오라 하였다.
그들이 그것을 구해 오자 각자에게 칙명을 내려 시장에 가지고 가서 팔게 하였다.
그런데 다른 머리는 모두 팔았는데 야사가 가지고 있는 사람의 머리만은 보는 사람마다 흉악하고 천하게 여겨 아무도 사는 사람이 없었다. 며칠이 지나자 냄새가 나기 시작했다.
많은 사람들이 그것을 보고 나서 다 함께 욕하고 꾸짖으면서 그에게 말하였다.
‘그대는 지금 전다라(旃陀羅)도 야차(夜叉)도 나찰(羅刹)도 아니면서 어떻게 죽은 사람의 머리를 가져다가 팔려고 하는가?’
야사는 그 때 이렇게 욕설과 꾸짖음을 당하고는 왕의 처소로 와서 왕에게 아뢰었다.
‘선이 사람의 머리를 팔려고 하다가 도리어 꾸짖음만 당하고 욕을 먹었습니다. 오히려 아무도 보려 하지 않는데 더구나 사는 사람인들 있겠습니까?’
왕이 다시 말하였다.
‘만약 사는 사람이 없으면 마땅히 그냥 주어라.’
야사는 교시(敎示)를 받고 다시 그것을 싸가지고 시장에 들어가서 여러 사람들에게 큰 소리로 외쳤다.
‘돈을 주고 살 사람이 없으면 이제 그저 드리겠습니다.’
시장 사람들이 그 말을 듣고 나서 더욱 꾸짖고 나무라기만 하고 기꺼이 가져 가려는 사람이 없었다.
야사는 창피만 당하고 부끄러워하면서 다시 왕이 계신 곳으로 몰아와서 합장하고 왕에게 아뢰었다.
‘이 사람의 머리는 팔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그저 주어도 가져가지 않고 도리어 꾸짖음만 당하고 욕만 먹었습니다. 그런데 더구나 사려는 사람이야 있겠습니까?’
왕이 야사에게 물었다.
‘어떤 물건이 가장 고귀한가?’
야사가 왕에게 대답하였다.
‘사람이 가장 고귀합니다.’
왕이 말하였다.
‘만약 그렇게 고귀하다면 어째서 팔리지 않는가?’
야사가 왕에게 대답하였다.
‘인생이 아무리 고귀하다 하더라도 죽고 나면 비천(卑賤)해지고 맙니다.’
왕이 야사에게 물었다.
‘내 머리도 만약 죽고 나면 이와 똑같이 천하지 않겠는가?’
야사가 황공하고 두려워서 감히 대답하지 못하자
왕이 곧 그에게 말하였다.
‘너에게 두려움 없는 것[無畏]을 보시할 터이니, 너는 마땅히 사실대로 대답해야 한다.’
야사가 두려워서 머리를 숙였다가 다시 바라보면서 왕에게 대답하였다.
‘왕의 머리도 만일 죽고 나면 이것과 똑같이 천하게 될 것입니다.’
왕이 야사에게 말하였다.
‘내 머리도 만일 죽고 나면 이것과 똑같이 천해진다 한다면, 너는 어째서 내가 여러 스님들에게 예배하고 공경하는 것을 괴상하다고 했는가?
경(卿)이 만일 나의 참다운 선지식(善知識)이라면 마땅히 나에게 권유하여 위험한 이 머리를 가지고 굳고 단단한 머리와 바꾸라고 했어야 했거늘 어찌하여 오늘 내가 예배하는 것을 중지하라고 말했는가?’
야사는 그 때 왕의 이 말을 듣고 비로소 스스로 뉘우치고 자책하여 삿된 견해를 버리고 바른 데로 돌아가 삼보에 귀의하고 공경하였다.
이러한 인연 때문에 중생들이 이 말을 들었다변 만일 삼보를 보거든 마땅히 지극한 마음으로 공경하고 예배해야 하느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