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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개정행소집경 제7권
만약 어떤 중생이 온갖 물건을 모든 유정에게 보시하는데, 즉 음식ㆍ의복ㆍ침구[臥具]ㆍ의약과 나아가 온갖 미묘한 보배와 모든 창고를 다 능히 준다면 이와 같이 보시하는 것을 광대한 보시[廣大施]라 한다.
혹은 모든 중생이 마음으로 즐거이 보시하되, 위와 같이 가지가지 물건에는 미치지 못할지라도 자기에게 있는 물건을 능히 주면, 이와 같은 보시를 분수에 따른 보시[隨分施]라고 한다.
부처님께서는
“이 두 가지 보시, 말하자면 몸과 입과 뜻의 업과 수(受)ㆍ상(想) 등의 오온과 생각이 함께 움직여 동시에 닦고 지어서 현재 바로 앞에서[現前] 주며 선한 법을 믿고 좋아함을[愛樂] 끊이지 않고 계속하는 것을 보시라 하느니라.
만약 찰나 사이라도 깨끗한 마음을 일으켜 자기의 것을 능히 베푼다면 또한 이를 보시라 한다”고 말씀하셨다.
다시 두 가지를 밝히겠다.
첫째는 청정하지 않은 것이고,
둘째는 청정한 것이다.
보시를 잘 행하는 이는 마땅히 분명하게 알아야 하니, 그리하면 곧 능히 일체종지(一切種智)를 세우게 될 것이다.
만약 보시하는 이가 계행이 없고 바른 이치를 따르지 않고, 바른 견해를 갖추지 않는다면 이것을 과(果)가 없는 보시라고 하니, 이와 같이 보시하면 곧 그 과보[報]가 없을 것이다.
혹 받는 자도 계행이 없고 교법(敎法)을 알지 못하며 삿된 견해에 깊이 집작하면 과가 없는 보시라고 하니, 그에게 보시하는 자 또한 과보가 없을 것이다. 이것을 청정하지 않은 보시라 한다.
만약 보시하는 자가 계를 지니고 법에 관한 바른 견해를 깨닫고 보시에 과(果)가 있음을 안다면, 이와 같이 보시하는 자는 곧 그 과보가 있을 것이다.
혹은 받는 자가 계를 갖추고 법에 관한 바른 견해를 깨닫고 보시에 과(果)가 있다고 말한다면, 그런 그에게 보시하는 자에게는 곧 그 과보가 있을 것이다.
이것을 보시하는 자와 받는 자 둘 다 청정하며, 정행(正行)이 원만하다고 한다.
만약 보시하는 자는 청정한데 받는 자가 청정하지 않을 경우, 이것 역시 보시의 과보[施報]를 성취한 것이라고 한다.
혹 보시하는 자가 정정하지 않은 경우는,
이른바 저 어리석은 범부는 굳게 그 재물을 지키는 것이 마치 하인이 그 주인을 받들어 섬기듯 하며,
혹은 부역을 당하는데 관리가 독촉하고 가두고 묶어서 근심하고 번뇌하여 그런 후에 베풀어 주는 것과 같다.
혹은 원수와 도적이 빼앗고 손해를 입혀 온갖 두려움을 받다가 그런 후에 베풀어 주는 것과 같다.
혹은 노쇠함이 완전히 무르익어 병의 고통이 그를 칭칭 얽어매어 점점 죽음의 문에 가까워지면 그런 후에 베풀어 주는 것과 같다.
이와 같은 것들은 모두 보시라고 부르지 않는다.
혹은 노래와 춤과 온갖 기예(技藝)를 보고 자기의 훌륭한 명예를 구하여 그런 후에 베풀어 주거나,
혹은 타인이 그 재물을 주는 것을 보고 스스로를 대부호라고 일컬으면서 갑절로 주거나
다른 이의 미색(美色)을 보고 사랑하고 좋아하는 마음을 일으켜 5욕으로 거두어 따르게 한 뒤에 그 값을 갑절로 주는 등 이와 같이 주는 것은 모두 보시라고 부르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가 비록 재물을 주기는 할지라도 마음이 언제나 뜨겁게 고뇌하며 탐욕과 성냄과 어리석음과 의심과 미혹 등이 함께하며 바른 이치를 따르지 않고 선(善)과 상응하지 않으며 오직 윤회로 나아가며 이롭지 않은 일만 저지르니,
어찌 능히 저 출세의 선근(善根)으로 여래 상호(相好) 가운데 손가락 사이에 있는 망의 아름다운 모양을 느낄 수 있겠는가?
이것을 청정하지 않은 보시라 한다.
다시 두 가지 보시를 말하겠다.
첫째는 보시하고 나서 청정하지 않은 것이요,
둘째는 보시하고 나서 청정하게 회향(回向)하는 것이다.
어느 때 왕사성에 여러 단월이 있었는데, 복업을 닦고 나서 승가람(僧伽藍)의 중승원(衆僧園)에서 온갖 음악과 오락과 유희를 하였다.
그때 동산을 관리하는 이가 와서 절 주인에게 고하자, 덕 높은[耆宿] 비구가 단월에게 말하였다.
“너희들은 무슨 까닭으로 여기 와서 게으름을 피우는가. 잠깐 동안은 비록 뜻에 맞을지라도 뒤에는 고통의 과보를 불러올 것이다.”
동산을 관리하는 비구가 덕 높은 비구에게 말하였다.
“단월이 여기 있으면서 아름다운 말로 기쁘게 하는데, 무슨 까닭으로 그들을 책망하시어 그들을 괴롭게 하십니까?”
그때 그 덕 높은 비구가 동산을 관리하는 비구를 꾸짖었다.
“너는 먼저 배우지 않아 계율을 알지 못해 속가의 사람들을 받들어 섬기면서 구차스럽게 그들의 재물의 이익을 탐하는구나.
너도 또한 이런 부(富)와 즐거움을 보고 수용하여 여러 사람으로 하여금 마음에 광란이 일어나게 하여 이치에 맞지 않게 뜻을 지어 법의 인연을 허물었다.”
그때 그 덕 높은 비구가 곧 게송으로 설하였다.
만약 중승원에서
희롱하고 놀며 욕락을 받아들이면
그 어리석은 범부는 눈이 어두워
법을 깨뜨리고 악도에 떨어지리라.
마땅히 그 속에서
보시와 지계를 닦아
이 두 가지를 동반자로 삼으면
능히 해탈문에 나아가리라.
마치 청정한 연못 속에
부용(芙蓉)을 심어
그 꽃이 만개하고 나면
후에 반드시 그 열매 맺는 것과 같으리라.
무엇이 보시를 하고 나서 청정하게 회향한다는 것인가?
그 보시를 말미암아 깨끗한 계율을 굳게 지키며 체성(體性)의 의요(意樂)가 본래 청정해져서 자기가 지닌 모든 금ㆍ은ㆍ보배와 창고 등의 물건과 코끼리ㆍ말ㆍ수레를 아끼거나 인색한 마음을 내지 않고 모두 다 능히 베풀며 보시의 과보를 안다.
또 다른 세상에 윤회하여 빠르게 유전하는 것을 싫어하고 진실하게 항상 머무는 것[眞常]을 깨닫기를 즐거워하며,
모든 허물을 여의며 저 세간의 5욕의 쾌락에 대해 물들어 집착하는 마음을 내지 않고 다 능히 버리며,
헐뜯거나 칭찬하여도 그 마음이 움직이지 않는다.
구걸하러 오는 자를 보면 부드러운 말로 위로하며 얼굴빛이 평화롭고 기뻐하여 찡그리거나 물리치는 마음을 떠나서 그들을 마치 어른같이 여기며,
마음에 싫증내거나 피로해하는 일이 없이 그가 원하는 대로 모두 다 만족하게 하여 속히 가져다주지만 의심하거나 후회하지 않는다.
온갖 아첨과 속임을 떠나 인색함의 때를 씻어 없애고 오로지 남을 이롭게 하는 것을 즐거워하며, 중생을 짊어지고 위의(威儀)를 지키고 보호하며 모든 싸움과 송사를 끊는다.
혹은 어떤 이가 와서 신체와 사지의 부분을 구걸하면 인욕을 잘 닦아 성내거나 고뇌하지 않고 마음이 산란하지 않으며 최상의 보시라고 즐거워하며,
‘그것은 좋은 방편으로서, 나에게서 찾으니 나는 마땅히 기뻐하면서 베풀어 주리라.
나로 하여금 청정한 계율과 정진과 선정과 수승한 지혜의 모든 바라밀을 갖추게 하며 속히 무위(無爲)를 깨닫고 현재의 법[現法]에 즐거이 머물러 위없는 정등보리(正等菩提)를 이루게 하는구나’라고 한다.
또 모든 중생이 그 재물이 넉넉함으로 말미암아 육체의 힘이 용맹하고 강건하며 욕락에 많이 탐착하니, 그는 세간에서 착한 벗과 사귀지 않고 불법을 좋아하지 않으며 굳세고 강하여 교화하기 어렵고 나아가 풍병과 황달ㆍ담(痰)ㆍ가슴앓이와 같은 많은 병고가 생기며 혹은 세 가지가 모여 병이 되어 명을 마친다.
또 저 세간의 모든 관속(官屬)이나 농사ㆍ상업ㆍ공업ㆍ기술을 가진 모든 백성들은 언제나 마음이 바쁘고 분주하여 잠시도 여유를 갖지 못하며 오로지 게으름과 오락만을 추구하여 5욕의 험난한 깊은 구덩이에 떨어져서 전전하여 윤회하지만 벗어날 방법을 알지 못한다.
대비심으로 열어 보여 가르치고 타일러서 어리석고 어두운 자에게 밝은 지혜가 나오게 하고,
구호를 받지 못하는 자에게 고뇌를 뽑아주고,
귀의할 곳이 없는 자에게 안온한 곳을 얻게 하며
나아가 현재 지옥의 고통을 받으면 내가 닦는 보시의 복업(福業)을 모든 유정에게 베풀어서 다 고통을 여의게 하고,
나의 보시로 얻은 과보로써 세간의 5욕의 쾌락을 찾지 않으며
또한 존귀하고 영화롭고 호걸스럽고 부유함을 사랑하거나 즐기지 않으면 마침내 해탈할 것이니,
이것이 보시한 뒤 청정하게 회향한다고 하는 것이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이와 같이 지은 바를 청정하게 보시한 옛 인연을 내가 지금 간략히 말하겠다.
아주 먼 옛날에 그때 나라 이름은 선성(善聲)이요, 왕은 선승(善勝)이라 하였는데, 부귀가 자재하였고 권속들이 많았으며 백성들이 충만하였다.
안온하고 풍요롭고 즐거워 서로 사랑하고 존경하였고, 다투거나 송사하는 일이 없었고 나쁜 말을 듣지 않았다.
어떠한 질병도 없고 숲 속의 나무는 울창하고 무성하였으며 과일과 덩굴풀은 감미로웠다. 땅은 비옥하기 그지없어 가시가 자라지 않았고 생활 도구들이 모두 충족하였다.
그가 세상을 다스림에 이르러 품성이 어질어서 백성을 평등하게 보살폈으니, 마치 외아들을 대하듯 하였으며 바른 법을 사랑하고 즐겨 잠시라도 버리지 않았다.
결정대비(決定大悲)로 일체를 불쌍히 여기며 유위(有爲)를 싫어하고 여의며 무아(無我)를 깨달아 통달하였으니, 이가 바로 대장부라 대중이 칭찬하는 바였다.
광대한 보시에 머물러 인색한 마음을 내지 않았으며 자기가 가진 모든 것을 그는 능히 다 베풀었다.
언제나 아침이 밝아오면 보시하는 장소에 들어가서 그곳으로 구걸하러 오는 모든 이들에게 좋은 말로 편안하게 위로하였고,
혹은 음식을 탐하면 곧 맛좋은 음식을 주고 의복을 주고 나아가 금ㆍ은ㆍ유리ㆍ자거ㆍ마노ㆍ진주ㆍ마니와 같은 창고의 모든 물건을 그들이 원하는 바를 따라 모두 다 공급해 주었다.
이와 같이 보시하고 난 뒤에 왕은 후궁에 들어가 모든 비빈ㆍ궁녀ㆍ동남동녀(童男童女)ㆍ대신ㆍ관장(官長)을 불러 그들에게 각각 베풀어 주어 다 만족하게 하였다. 이
렇게 자기가 지녔던 모든 것을 남김없이 다 베풀었지만 오직 집착하는 것이 하나 있었으니, 몸을 장식하는 의복이었다.
그때 선승왕은 이렇게 생각하였다.
‘나는 지금 이 성 안의 모든 백성들에게 이미 두루 공급하여 그들은 모두 재산이 넉넉해졌다.
하지만 오직 모든 작은 벌레만은 아직 은혜를 입지 못했으니 이제 어떤 물건으로 능히 그들을 구제할 것인가?’
그리하여 왕은 곧 모기와 등에가 많은 곳에 가서 입고 있던 옷을 벗고 그들에게 빨아 먹게 하니, 벌레들은 다 배불리 만족하였으며 애쓰거나 고달픈 마음이 없었다.
이때 제석천이 인간 세상을 내려와 보다가 이 일을 보고 나서 일찍이 없었던 일이라 괴이하게 생각하며,
‘저 선승왕이 능히 이와 같은 광대한 대비심을 내어 모든 유정을 이롭고 안락하게 하니, 내가 마땅히 가서 그 성실함을 시험해보리라’ 하였다.
그리하여 제석은 한 마리 독수리로 변하여 검은 날개를 펼치고 날카로운 발톱과 부리로 왕 앞으로 날아가 두 눈을 쪼려 하였다.
그러나 왕은 자비와 인욕을 쌓아서 특별히 놀라거나 두려워하지 않고 도리어 사랑이 넘치는 눈[愛眼]으로 그 독수리를 돌아보며 말하였다.
‘너는 내 몸의 살을 마음대로 먹어라.’
그러자 새는 재빨리 몸을 구부리고 홀연히 사라졌다.
제석은 다시 바라문의 모습으로 몸을 바꾼 뒤에 왕 앞에 나아가 친근하게 공경하면서 말하였다.
‘부디 대왕께서는 저에게 두 눈을 보시하소서.’
그러자 왕이 말하였다.
‘대바라문이여, 그대가 참으로 필요하다면 마땅히 스스로 가져가시오. 나는 내 눈에 대해 조금도 인색함이 없소.’
마침내 그 제석은 왕의 보시행이 진실하며 거짓되지 않은 것임을 알고 나서 바라문의 몸을 감추고 자기의 본모습을 드러내고 환희하는 마음을 일으키면서 칭찬하며 말하였다.
‘훌륭합니다. 대왕이여, 지금의 그대는 대비심이 견고하고 원력이 결정(決定)되어 유정을 이롭게 하되, 마음이 기울거나 흔들리지 않으며 가는 곳마다 모든 중생이 왕의 이름을 들으면 대길상(吉祥)을 얻으니, 오래지 않아 반드시 으뜸가는 깨달음을 증득하게 될 것입니다.’
이와 같은 보시는 능히 베푸는 사람이나 또 보시하는 물건이 크거나 작거나 간에 청정하지 않음이 없으니, 이 사람은 마땅히 염처(念處)ㆍ정근(正勤)ㆍ신족(神足)ㆍ근(根)ㆍ역(力)의 모든 공덕법을 얻어 보리도(菩提道)에서 다시 물러서지 않게 된다. 곧 청정한 최상의 복전(福田)이 되어 능히 일체 중생의 선근을 길러내니 이는 바로 대장부라, 곧 부모와 친속과 벗의 귀의처가 된다.
마치 좋은 집이 능히 바람과 비, 추위와 더위, 모든 벌레를 막아 안온하게 머물 수 있게 해주는 것과 같고,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사문이나 바라문 등 대중 가운데에서 논의(論議)를 잘 펼치며 얼굴빛이 기쁘고 즐겁고 몸과 마음이 용맹하고 날카로우며 결정된 지혜로써 모든 다른 견해를 항복받으니,
비유하면 설산(雪山)에 사는 큰 힘을 가진 향상(香象)이 저 원수와 적을 쳐부수고 마음에 두려움을 품지 않는 것과 같고,
마치 종사(宗師)가 제자들을 불러서 가르칠 때 어머니가 아들을 생각하는 것처럼 이 무리들을 버리지 않는 것과 같으니,
마땅히 이 사람은 맑고 시원한 연못이 능히 온갖 목마름에 시달리는 자를 구제해 주는 것과 같고, 기이하고 미묘한 꽃이 사람들의 사랑을 받으며 꽃이 피는 곳마다 그곳을 장엄하는 것과 같고,
저 의사가 온갖 병을 잘 고치며 그가 가는 곳마다 능히 안락함을 베푸는 것과 같음을 알라.
주문을 가진 자가 능히 뱀의 독을 없애는 것과 같이 그는 곧 탐욕과 성냄과 어리석음의 독을 잘 없앤다.
모든 중생이 가난하여 복과 지혜가 없어 오랜 겁(劫) 동안에 생사의 진흙에 빠져 있는 것을 보고 그들로 하여금 진실한 선법(善法)에 상응하여 닦게 하여 점차 이끌어서 공덕의 보배산에 이르게 하니,
마치 전단(栴檀) 숲의 향기가 바람에 멀리 날려 향을 맡은 사람이라면 기쁜 마음을 일으키지 않는 이가 없는 것처럼,
이 사람의 아름다운 이름도 이와 같아서 온갖 곳에서 다 공경을 받게 된다.
마치 왕의 도성(都城)은 편안하여 두려움이 없어 모든 백성들이 의지하여 머물러 있는 것처럼
이 사람이 행하는 보시는 대중이 친근히 한다.
가을날 보름달의 광명이 맑고 맑아 모든 세간이 함께 우러러 쳐다보는 것처럼
즐겨 보시를 행하는 자도 이와 같아 모니존(牟尼尊)과 같이 모든 근이 고요하고 해탈의 법을 설하며 기쁘게 보시하여 광대하고 원만하며 계속 이어져 게으르지 않으니,
이것을 청정하게 해탈하는 정념(正念)의 보시라 한다.
또 그 보시하는 자는 어떤 사람이 와서 자기에게 구걸하고 찾으면 마땅히 일어나서 맞이해 위로하고 먼저 안부를 묻고 온갖 향수를 바쳐서 그 손을 깨끗하게 씻긴 후에 법답게 모든 음식을 베풀고, 그가 구하는 것은 무엇이든지 모두 능히 주며 나아가 오락거리가 있으면 인색한 마음을 내지 않고 기쁘게 그에게 준다.
이와 같이 보시하고 나서 그는 능히 일체의 장애와 번뇌를 버리고 다시 능히 일체 선근을 거두어들인다.
이 몸을 버리고 난 뒤에는 중유(中有)가 밝고 날카로워 결정코 지족천상(知足天上)의 제일 쾌락하고 안온한 곳에 왕생하게 된다.
그때 그 천궁에는 겁파수(劫波樹)가 있어서, 잎이 푸르고 무성하며 미묘한 광명을 발하고 보배 꽃이 활짝 피어서 주변을 두루 덮고 있다.
게다가 온갖 최상의 미묘한 하늘 옷이 생겨나 모든 천인(天人)들은 마음대로 가져다 입는다.
다시 광대하고 청정한 궁전이 있는데 온갖 보배로 이루어져 있으며, 황금이 사이사이에 섞여 있고 헤아릴 수 없는 보배 병이 주변에 줄지어 늘어져 있으며, 여러 가지 미묘한 비단 깃발이 바람 따라 천천히 나부끼고 있다.
다시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백천의 천녀들은 그 모습이 아름답고 고우며 단정한 것이 비할 데가 없으며 으뜸가게 미묘한 꽃다발로 그 옷을 장식하고 온갖 보물로 띠를 묶어서 그 몸에 감았으며, 팔찌와 귀고리와 옥 노리개와 영락들은 천천히 걸을 때면 서로 어우러져 소리를 내니 매우 사랑스럽고 좋다.
이와 같은 천녀들이 그 하늘에 가득 차 있는데 그중 가장 훌륭하고 제일가는 여인이 이 사이에 새로 나타난 천자(天子)가 있음을 알고 모든 권속과 함께 여러 가지 음악을 울리며 하늘의 성문(城門)으로 나아가 친히 맞아들인다.
이때 대중 가운데 새로 나타난 천자는 위덕이 특별히 높고 형색이 특이하여 감색 머리털은 부드럽게 오른쪽으로 감겨 있으며 윤택하고 그 어떤 먼지와 때도 능히 더럽히지 못한다.
눈은 맑고 길고 넓어 푸른 연꽃잎과 같고, 입술 빛은 붉고 보기 좋은 것이 마치 빈바(頻婆)의 열매 같다.
이는 희고 가지런하고 촘촘하여 마치 흰 옥돌이나 흰 눈과도 같으며,
몸에서는 광명이 나오는데 그 빛들이 함께 서로 비추니 길고 짧음이 조화로워 보는 자들이 기뻐한다.
그때 그 가장 훌륭한 제일의 천녀가 천자에게 말한다.
“지금 이 하늘에는 특별하고 미묘한 쾌락이 있으니 다시 이보다 더한 것은 없습니다.
오직 원하건대 그대는 나의 남편이 되어 이곳에 오래도록 살면서 함께 서로 즐깁시다.”
그러고 나서 곧 금 물병에 든 물을 부어서 손을 씻어주고 또 하늘의 보배 관과 온갖 영락과 몸을 꾸미는 도구를 받들어 올린다.
다시 어떤 천녀는 손에 흰 불자[拂]를 쥐고 앞에서 인도하여 보배 꽃이 숲을 이룬 곳에 이르러 여러 가지 노래와 춤을 추며 온갖 음악을 연주하다가 서로 쳐다보며 미묘한 욕락(欲樂)을 누린다.
다시 하늘에 있는 미묘한 누관(樓觀)에 올라 연회하는 곳에서 노닐며 하고 싶은 것에 걸림이 없다.
혹은 보배 연못에서 함께 유희하며 저 모든 천녀들이 앞 다투어 연꽃을 따다가 각각 서로 태어난 천자에게 받들어 올리고,
혹은 꽃을 흩어 그 땅에 뿌리며 각각 5욕의 생각[欲想]을 일으키고서 모두 와서 친근히 한다.
다시 어떤 천인이 와서 서로 경하하여 위로하되
“그대는 옛날 인간세상에서 유가행(瑜伽行)을 닦아 탐욕과 부정한 인연을 파괴하였으므로 지금 이곳에 태어나 지극히 미묘한 즐거움을 누리며 모든 천녀들이 공경하며 에워싸게 되었소”라고 말한다.
그러고 나서 그 천인(天人)이 곧 그의 발에 예를 드리고 환희하고 칭찬하며 게송으로 말한다.
훌륭하기도 하여라, 그대는 이 하늘에 태어나
으뜸가는 5욕의 즐거움을 받으시네.
깨끗한 보름달이 높은 하늘에 빛나듯
능히 푸른 연꽃 꺾으니 향기가 자욱하여라.
옛날에 광대하게 모든 선행 닦아
몸에는 미묘하고 맑은 광명 나오며
항상 자비의 눈으로 유정을 보아
그리하여 모든 천인(天人)의 존중을 얻게 되었네.
다시 청정한 전단(栴檀)숲 있어
가지와 잎이 무성하여 지극히 사랑스럽고
긴 등나무 가지는 가득 퍼져 사방으로 드리웠고
아름다운 꽃이 두루 가득 피어 빛나네.
이곳에 천녀들이 살고 있는데
용모는 깨끗하고 참으로 단정하고 고우며
몸과 팔 다리 부드럽고 미묘한 향을 내면서
앞 다투어 노래하고 춤추는데 피로하거나 싫증을 내지 않는다네.
나는 지금 그대를 받드노니
눈은 맑아지고 기쁨이 넘쳐흘러 일찍이 없었던 일이라
이 생[此生]의 뜻이 헛되지 않았으니
적은 인연으로 얻은 것이 아니라네.
백천 명의 천녀가 항상 에워싸니
옛날 복된 행으로 말미암은 장엄함이네.
이와 같이 보시의 과보는 생각하기 어려우나
마땅히 모든 의혹 길이 끊어야 하리.
그러자 새로 나타난 천자가 게송으로 답한다.
만약 공덕의 창고 더욱 늘리려면
광대하고 청정한 보시를 닦아야 하리.
반드시 최상의 미묘한 즐거움 얻으리니
물과 불이나 비인(非人)도 능히 허물 수 없으리라.
하늘에서의 쾌락 매우 희유하며
마음대로 수용하여 다 앞에 나타나니
세간의 모든 총명하고 영리한 사람은
마땅히 청정한 마음으로 보시행을 하라.
모든 유정들이 마땅히 잘 사유하여 이와 같이 보시하면 하늘의 수승한 과보를 받고 후생에서 사람 가운데 큰 족성의 집안에 태어나 큰 명칭을 갖추고 큰 위덕을 갖게 되며,
모습이 색상(色相) 단엄하여 사람들이 그를 보면 즐거워하고 친속이 원만하며 재물이 한량없으며 설사 악연을 만나도 능히 파괴되지 않나니,
『비사거왕모인연경(毘舍佉王母因緣經)』에서 설한 것과 같다.
그때 저 왕의 딸이 권속과 함께 궁중을 나와 동산으로 나아가 노닐며 두루 구경하였다.
구경하고 난 뒤에 잠시 쉬었는데, 곧 지니고 있던 아름다운 구슬 보배로 된 장신구를 풀어서 두건 속에 넣어 여종에게 맡기고 다시 부처님 처소에 가서 즐거이 법을 들었다.
듣고 나서 궁으로 돌아왔는데 여종이 받아 두었던 물건을 잃어버렸다.
그러자 공주가 그 소식을 듣고 불쾌해져서 부왕에게 말하였다. 왕의 어머니가 왕에게 말하였다.
“이것은 반드시 정해져 있는 것이니, 설령 본 자가 있어도 능히 가져가지 않았을 것입니다.
나는 여러 생[多生]에서 이 몸에 이르기까지 남의 물건에 조금도 탐욕을 내지 않았습니다.
만약 이런 생각을 일으켰다면 나는 곧 일체 중생 신분(身分)의 재물을 취하고자 하였을 것이며,
나는 곧 능히 모든 부처님을 뵙고 모든 유정으로 하여금 여의과(如意果)를 얻게 하지 못하였을 것입니다.”
그때 저 존자 아난(阿難)이 이 물건을 발견하고서 곧 그것을 거두어 이튿날 아침에 왕궁으로 가서 곧 왕에게 건네주자 왕이 말하였다.
“잃어버렸던 물건을 존자의 덕으로 찾게 되었소. 만약 다른 사람이 주웠다면 반드시 숨겼을 것이오.”
그러자 왕의 어머니가 왕에게 말하였다.
“아드님은 어찌하여 믿지 않습니까?
내가 이 물건을 사거리에 던져서 누가 능히 그것을 가져갈 수 있는지 그 복력(福力)을 시험해 보리다.”
이렇게 말한 뒤에 버리고 나니 그곳을 왕래하는 이들이 각각 이상하게 보고 부정(不淨)하다고 말하거나 독사(毒蛇)라고 말하고 버리고 갔다.
그러자 왕은 오히려 의심이 생겨 어머니가 깊이 잠들기를 기다렸다가 그 손 가락지를 빼내어 강 속에 던져버렸다.
왕의 어머니가 잠에서 깨어나 물었다.
“누가 가락지를 가져갔습니까?”
그러자 왕이 말하였다.
“복력(福力)으로 얻은 것을 누가 감히 가져가겠습니까?”
왕의 어머니가 말하였다.
“그만두시오, 언젠가는 반드시 찾을 것이오.”
그리고 어느 날 문득 시장으로 심부름꾼을 보내어 물고기 한 마리를 사오게 하였는데, 그 물고기의 배를 가르니 그 속에서 가락지가 나왔다.
그러자 대중이 모두 놀라며 기이하게 생각하였고 왕도 곧 찬탄하며 말하였다.
“훌륭하십니다. 나의 어머니시여, 그 말이 꼭 들어맞으니 사자후 같습니다.”
뒷날 어느 때 아난이 다시 왕이 있는 곳으로 나아가니, 왕은 신심이 더욱 생겨나 이같이 말하였다.
“복력은 진실로 이와 같습니다. 나는 마땅히 끝까지 복업(福業)을 즐겁게 닦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