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굴마라경 제2권
[세존의 찬탄]
그때 세존께서는 일체지(一切智)와 일체견(一切見)으로 문수사리를 향하여 게송으로 그를 찬탄하셨다.
앙굴마라의 말과 같아서
보살의 행이 그와 같나니
알아야 하리. 그는 범부가 아니요
중생을 제도하려는 것이었네.
그는 바로 큰 보살로서
그대와 같이 용맹한 이니
장하구나, 그대 문수사리는
그의 공덕을 알아야 하네.
부처님께서 이 말씀을 하시고서 게송으로 찬탄하여 말씀하셨다.
장하구나, 그 교묘한 방편이여.
사람 중의 수승한 영웅으로서
중생을 편안하게 하려고
큰 정진의 힘을 보였네.
나는 지금 연설하겠나니
아라한을 성취하려고 하면
이와 같은 모든 공덕과
착한 업, 그리고 그 정진으로
일체 중생들로 하여금
필경 길이 안락하게 하리.
[사리불이 부처님께 여쭈다]
그때 사리불(舍利弗)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일체 중생을 불쌍히 여기시어 저에게 연설하여 주소서. 장차 아라한을 빨리 성취하려는 이는 어떤 공덕과 어떤 업(業)과 어떤 정진으로 일체 중생을 이익되게 하며 안락하게 해야 합니까?”
[세존의 게송]
그때 세존께서는 게송으로 대답하셨다.
아버지와 어머니가 화합할 때에
자식이 와서 어머니 태에 드나니
그 아버지와 어머니는 마음 기뻐서
따라 순종하는 공덕 얻게 되네.
그 유다른 정진이 참으로 빛나서
세상에선 가장 풍성하니
왕은 아주 즐거워하였고
어머니는 수승한 꿈 얻으셨네.
아들이 탄생하자 집은 부유해지고
원수인 적국은 마음 인자했으며
일곱 살 적에 배움 집에 드니
스승과 무리들이 어기지 않으며
하인들은 모두 기뻐하여
제각기 집안 일 부지런히 닦았네.
그 나이 스물이 될 적에는
가축들도 모두 싸우지 않고
서로를 부모와 같이 보며
향기로운 젖이 넘쳐 흘렀네.
위대하여라, 그 현명한 아들이여
탐욕ㆍ성냄ㆍ질투와
교만ㆍ아첨ㆍ또한 허위와
허물되는 말과 해치는 일이며
어린아이의 위의답지 못함과
좋지 못한 나쁜 업 전혀 없네.
두 어버이와 모든 어른과
스승에게 효도를 받들며
늙은 어른 만일 보게 되면
합장하고 존경 다하네.
어려서 같이 놀고 지냈던
모든 중년들을 돌봐 주며
공경과 착한 일 두루 베풀고
고통받는 사람들 자식같이 사랑하네.
악을 경계하고 부끄러워할 줄 알며
정법 닦는 것 항상 좋아하고
실없는 요술은 익히지 않으며
항상 부처님 뵙기 좋아하였네.
경과 율(律) 외우기 힘쓰고
모든 학문 배우기 좋아하며
술과 장기와 바둑 멀리하고
수승한 법만을 공경하였네.
의복과 음식에 만족할 줄 알며
부정한 것 좋아하지 않았나니
하늘과 사람들이 좋게 생각하여
모두들 기뻐하고 존경하였네.
이와 같이 위대한 그 공덕은
한량없어 비유할 수 없나니
이것이 장차 정각(正覺) 이룰
공덕과 업과 정진이라네.
사리불이여, 알아야 하나니
이 앙굴마라는
이와 같은 것이 있었나니
정각을 빨리 이루게 되리라.
어찌 이와 같은 사람으로서
또한 온갖 나쁜 짓이 있겠는가?
그는 이 밖에도 한량없는
기특한 공덕이 있었나니
그는 영걸하기가 문수 같아서
보통을 넘어선 비상한 이로서
일체 중생 보기를
마치 외아들같이 생각하네.
너는 마땅히 알아야 하나니
앙굴마라는 보살마하살로서
해탈 못한 이를 제도하겠다 맹세하며
세간은 나의 소유라고 여기네.
수승한 원을 세워서
세상 중생을 널리 제도하려는 이가
나쁜 행위를 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네.
그때 세존께서는 또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일천자(日天子) 월천자(月天子)와
중생의 주인인 범천왕과
땅과 물ㆍ불ㆍ바람과 허공인
이러한 한량없는 덕을 지으며
사람 중의 영웅인 보살로서
이렇게 중생들을 제도하네.
[목건련과 앙굴마라의 대화]
그때 대목건련(大目犍連)이 게송으로 찬탄하였다.
기이하다. 앙굴마라의
이와 같은 큰 공덕이여,
부처님 세존을 잠깐 뵙고서
온갖 존재[有]를 뛰어넘었네.
그때 앙굴마라는 게송으로 말하였다.
어떻습니까. 대목건련이여,
부처님 세존을 뵙지 않고도
바른 법을 알 수 있는
중생이 혹 있겠습니까.
그때 대목건련은 게송으로 대답하였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심 같아서
병든 사람 세 종류 있네.
어떤 것을 셋이라고 말하는가 하면
사정(邪定)과 정정(正定)과 부정(不定)이네.
어떤 것을 사정이라고 하는가 하면
부처님도 교화 못한 이며
어떤 것을 정정이라고 하는가 하면
대가섭(大迦葉) 같은 이니
그는 여래께서 출세하시기도 전에
부처님에 의해 진실법에 들었었네.
그때 앙굴마라는 게송으로 또 말하였다.
상좌(上座)인 대가섭이
여래께서 출세하시기도 전에
진실한 법에 들었다고
그대는 그러한 말 하지 마십시오.
그 까닭이 무엇인가 하면
여래께선 세상에 항상 머무시나니
만일 어떤 사람 정법에 의지하면
부처님께서 항상 그의 집에 계십니다.
비가 내리면 냇물 흐르고
비가 없으면 물 흐르지 않듯
슬기로운 이는 교묘한 방편으로
그것을 응당 잘 관찰하리라.
비가 없고서 냇물 흐르는 것은
마침내 있을 수 없는 일이요
위에서 내리는 비가 있기 때문에
냇물 흐름이 끊어지지 않는 것입니다.
이와 같다. 대목건련이여,
세간이나 출세간의
온갖 수승한 법이
모두 부처님에게서 흘러 나왔나니
그러므로 대가섭은
부처님에 의해 출가하였습니다.
그때 대목건련은 게송으로 물었다.
만일 부처님께서
세상에 항상 머무신다면
나와 그 밖의 중생들은
어찌하여 보지 못하는가?
그때 앙굴마라는 게송으로 대답하였다.
가섭만 알게 하심은
마치 딴 곳에 내리는 비와 같나니
그러므로 세상에 부처님 없으면
중생은 혼자서 해탈 못하고
부처님을 보고 난 후에야
해탈을 얻게 된 것입니다.
비유컨대 어떤 사람이
암실에서 좌선할 적에
해와 달의 광명 비추어도
그는 보지 못함과 같나니
이와 같습니다. 대목건련이여,
세상에 부처님 없다 말 마십시오.
일체 여러 부처님께서는
항상 세상에 머무시어
모든 중생 제도하시며
출가하여 구족계 받게 하기에
사정(邪定)과 정정(正定)뿐이요
부정취는(不定聚)는 있지 않습니다.
그때 대목건련은 게송으로 말하였다.
세상에는 5계(戒)가 있는데
부처님께서 출세하셔도 역시 그러하네.
그때 앙굴마라는 게송으로 대답하였다.
뿐만 아니라 세상에서
계율과 위의를 따르나니
세간과 출세간의 법은
모두 부처님의 말씀인 줄 아십시오.
그때 대목건련은 게송으로 물었다.
어찌하여 세상의 병을
세 종류로 분별하여 말했는가?
혹은 의원에게 치료하여 낫고
혹은 의원을 만나지 못하며
혹 어떤 병든 사람은
의원을 만나서도 낫지 못하나니
그러므로 모든 자에 대하여
세 종류가 있다고 분별하였네.
그때 앙굴마라는 게송으로 대답하였다.
이 법은 그렇지 않나니
한 종류라고 말할 것이 아니요
치료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
둘뿐이요, 셋은 있지 않습니다.
만일 세 종류라고 분별하면
역시 성문(聲聞)의 법이니
만일 성문의 법이라면
부처님께서는 그를 모기 같은 법이라 하셨습니다.
그는 아는 것 없기 때문에
세 종류가 있다고 분별합니다.
말한 바 사정취라는 것은
저 일천제(一闡提)를 말함이며
정정취는 바로 여래와
보살과 2승(乘)을 말합니다.
대목건련이여, 알아야 하나니
두 종류는 매우 희유한 것으로서
이른바 부처님 세존과
그리고 일천제 그것입니다.
여래는 최상인 자리여서
그 위에는 더 이상의 자리 없으며
이른바 일천제 그것은
가장 낮고 비루합니다.
비유컨대 위대한 보살이
10바라밀(波羅密)을 원만히 하듯이
일천제도 역시 그와 같아서
10악(惡)의 행위를 갖추었습니다.
보살은 몸을 능히 보시하니
머리와 눈, 피와 골수를 주고
수미산보다 더 뼈를 쌓으며
이보다 더 셀 수 없이 하는데
일천제도 역시 그와 같이
나쁜 행위를 갖추 자행하며
아귀(餓鬼)의 세계에 태어나
탐욕의 마음 아주 왕성합니다.
그는 생각마다 탐욕의 마음에서
많은 여인과 관계하고
또한 많은 아들 낳고서
오랫동안 괴로움 겪습니다.
또는 기갈의 고통에 시달려
도로 자기 자식을 잡아먹으며
또 그 밖의 어떤 아귀는
변화하여 바라문이 되며
전생의 나쁜 업연(業緣)으로
와서 자기 자식을 잡아먹습니다.
하고 싶은 대로 방자한 짓 하여
제 몸조차 먹나니
이와 같은 일천제 그는
나쁜 행위로 꽉 채웁니다.
그러므로 부처님 세존은
위없는 자리로서 제일이며
이른바 일천제 그것은
아주 낮은 자리로서 제일입니다.
사정취는 바로 일천제이며
정정취는 바로 부처님과
지상(地上)의 모든 보살과
성문과 연각 그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