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설중허마하제경 제4권
[늙은 사람을 만나다]
그때 태자는 부인으로 맞아들인 뒤에 생각하기를,
‘성 밖에 동산을 유람하리라’ 하고,
곧 수레를 부리는 사람 아아다(阿誐多)에게 말하였다.
“너는 이제 자세히 들어라. 나는 성 밖에 동산을 유람할 생각이다. 나를 위하여 법답게 장엄된 훌륭한 탈 것을 놓아 두어라.”
이때에 아아다는 이 말을 듣고서 곧 마구간에서 법답게 장식된 훌륭한 탈 것을 태자의 앞에다 대었다.
그때 태자는 곧 수레를 타고서 성 밖을 나가자, 그 말의 앞에 한 노인이 보이는데 머리카락이 희고 얼굴이 쭈그러졌으며 지팡이를 짚고서 신음을 하는지라,
태자는 모르겠으므로 아아다에게 물었다.
“이는 바로 어떠한 사람인가?”
아아다는 말하였다.
“이는 바로 늙은 사람입니다.”
태자는 물었다.
“무엇을 늙음이라 하는가?”
아아다는 말하였다.
“허깨비와 같은 몸은 단단하거나 진실함이 없는지라 네 가지 형상이 변천하고 여섯 가지 감관이 혼미하여지며 일어나거나 앉는 데에 힘이 없어지므로 지팡이를 짚고서 다니게 되면 늙었다고 합니다.”
태자는 물었다.
“너는 면할 수가 있느냐?”
아아다는 말하였다.
“전들 어찌 면할 수가 있겠습니까?”
태자는 물었다.
“너는 면하지 못한다 하거니와 나는 면할 수가 있느냐?”
아아다는 말하였다.
“귀하고 천함이 비록 다르다 손치더라도 눈 홀림 같은 몸이야 한가지입니다. 세월이 옮아지면서 면할 수 있는 사람이란 없습니다.”
태자는 듣자마자 언짢아하면서 돌아와서 다시 생각하기를
‘네 가지 요소[四大]가 거짓으로 합치고 5온(蘊)이 진실함이 없는지라 소년으로부터 시작하여 곧 쇠하고 늙어지게 되나니, 이와 같은 형상이야말로 참으로 슬프고 가엾기 짝이 없구나’라고 하였다.
그때 정반왕은 아아다에게 물었다.
“나의 아들이 밖에 나가서 무엇을 본 것이 있었더냐?”
아아다는 말하였다.
“태자께서는 밖에 나가서 하나의 노인을 보았사온데, 머리카락이 희고 얼굴이 쭈그러졌나이다.”
자세히 위의 일을 말하였더니, 왕은 듣자마자 전에 관상하는 이가 상을 보며 말하기를
‘태자는 뒤에 반드시 집을 떠나시리다’라고 함을 기억하고 말하였다.
“태자를 이제 편안히 깊은 궁중에 두고 다섯 가지 욕심을 받게 하면, 정(情)이 반드시 애착이 되어 집을 떠나지 아니하리라.”
이어 게송으로 말하였다.
왕은 관상하는 이의 태자 점을 듣고서
뒤에 부왕 버리고 출가할까 두렵도다.
이제 5욕(欲)으로써 그의 정을 기쁘게 하면
애착하여 반드시 전륜 왕위를 계승하리.
[병든 사람을 만나다]
그때 태자는 또 다시 생각하기를,
‘성을 나가서 유람을 하리라’ 하고,
곧 아아다에게 말하였다.
“너는 이제 자세히 들어라. 나는 성 밖에 동산을 유람할 생각이다. 나를 위하여 전과 같이 장엄된 훌륭한 탈 것을 놓아두어라.”
이때에 아아다는 이 말을 듣자마자, 즉시 마구간으로 가서 법답게 장식된 훌륭한 탈 것을 태자의 앞에다 대었다.
그때 태자는 곧 수레를 타고 성 밖으로 나가자 그의 말 앞에 하나의 병든 사람이 보이는데 형체가 파리하고 마음과 정신이 쇠약하여 있는지라 태자는 모르겠으므로 아아다에게 물었다.
“이는 바로 어떠한 사람인가?”
아아다는 대답하였다.
“이는 바로 병든 사람입니다.”
태자가 물었다.
“무엇을 병듦이라 하는가?”
아아다가 대답하였다.
“네 가지 요소로 된 몸이 서로가 어기어서 병이 생기는데 형용이 여위어 추악하여지고 정신이 편안하지 않습니다. 이것을 병듦이라 합니다.”
태자는 물었다.
“너는 면할 수가 있느냐?”
아아다는 말하였다.
“역시 면할 수가 없습니다.”
또 다시 물었다.
“너는 면하지 못한다 하거니와 나는 면할 수 있느냐?”
아아다는 말하였다.
“모두가 이는 눈어리 같은 바탕이거늘 어떻게 혼자 면하게 되오리까.”
그러자 태자는 듣고 나서 곧 왕궁으로 돌아와서 다시 생각하기를
‘거짓으로 합쳐진 몸에는 뭇 병이 모였구나. 중생들은 어리석고 헷갈려 있으니, 참으로 가엾기 짝이 없도다’라고 하였다.
이때에 정반왕은 아아다에게 물었다.
“태자가 밖에 나가서 무엇을 본 것이 있었냐?”
그때에 아아다는 자세히 위의 일을 설명하였더니, 왕은 듣고서 태자가 집을 떠날까 두려워하여 다시 궁중에게 다섯 가지 욕심으로써 즐겁게 태자를 모시도록 하면서 곧 게송으로 말하였다.
빛깔ㆍ소리ㆍ냄새ㆍ맛과 닿임은 가장 미묘하므로
깊은 궁중에서 태자의 뜻을 즐겁게 하리니
만약 좋아하며 탐착을 내면
출가하여 깨달음의 도를 구하지 않으리라.
[죽은 사람을 만나다]
그때 태자는 다시 생각하기를,
‘성을 나가서 유람을 하리라’ 하고,
곧 아아다에게 말하였다.
“너는 이제 자세히 들어라. 나는 성 밖에 동산을 유람할 생각이다. 나를 위하여 이전과 같이 장엄된 훌륭한 탈 것을 놓아 두어라.”
이때에 아아다는 이 말을 듣자마자 마구간으로 가서 법답게 장식된 훌륭한 탈 것을 태자의 앞에다 대었다.
그때에 태자는 곧 탈 것을 타고서 성 밖을 나가자, 그의 말 앞에 하나의 죽은 사람이 보이는데 숨이 끊어지고 정신이 떠나가서 마치 흙ㆍ나무ㆍ기와며 돌과 같아서 아는 바가 없었고 남녀 권속들이 에워싸고 슬피 통곡을 하는지라, 아아다에게 물었다.
“이는 바로 어떠한 사람인가?”
아아다는 대답하였다.
“이는 바로 죽은 사람입니다.”
태자는 다시 물었다.
“무엇을 죽음이라 하는가?”
아아다는 대답하였다.
“유위(有爲)의 몸은 목숨의 짧고 긺이 있을지언정 하루아침에 죽게 되면 영원히 친척 권속들과 이별을 하는데, 이것을 죽음이라 합니다.”
태자는 듣고서 아아다에게 물었다.
“너는 면할 수가 있느냐?”
아아다는 대답하였다.
“역시 면할 수는 없습니다.”
태자는 물었다.
“너의 몸은 면하지 못한다 하거니와 나는 응당 면하게 되리라.”
아아다는 대답하였다.
“삼계가 무상하여 나고 없어지면서 머무르지 않으므로 태자의 몸 역시 그와 같습니다.”
그러자 태자는 그때에 마음이 좋지 아니한지라 왕궁으로 돌아왔다.
왕궁에 닿은 뒤에 다시 생각하였다.
‘그 떳떳함이 없는 법은 찰나 찰나에 머무르지 아니하여, 이에 빛깔이 있거나[有色] 빛깔이 없거나[無色] 생각도 생각 아님도 아닌 곳에 이르기까지 이 무상한 큰 환난을 면하는 이란 없다. 모든 중생들은 참으로 슬프고 가엾기 짝이 없다.’
이런 생각을 하고서는 뜻이 좋지 아니하였다.
그때 정반 대왕은 아아다에게 물었다.
“태자가 밖에 나갔다가 무슨 본 것이 있었더냐?”
그때에 아아다는 자세히 위와 같은 일을 낱낱이 설명하였더니,
왕은 듣고서 생각하기를
‘옛날 어떤 바라문이 태자의 관상을 보고서, 복과 덕이 순박하고 두터우며 모든 상호가 완전히 갖추어졌으므로 틀림없이 집을 떠나서 바른 깨달음의 도를 이루리다>라고 하였다’
하고서, 곧 궁중 안으로 하여금 다섯 가지 욕심의 즐거움으로써 갖가지로 기쁘게 하여서는 그를 애착시켜서 집을 떠나려는 뜻을 버리게 하면서 이에 게송으로 말하였다.
나는 다섯 가지 욕심과 큰 부귀로써
태자인 하늘 중의 하늘을 기쁘게 하여
그에게 집 떠나려는 마음을 없게 하고서
전륜왕의 맨 윗자리를 부여하리라.
[사문을 만나다]
그때 실달다 태자는 다시 생각하기를,
‘성을 나가서 유람을 하리라’ 하고,
곧 아아다에게 말하였다.
“나는 성 밖에 동산을 유람할 생각이니, 나를 위하여 이전과 같이 장엄된 훌륭한 탈 것을 놓아두어라.”
이에 아아다는 곧 마구간에 가서 법답게 장식된 훌륭한 탈 것을 태자의 앞에다 대었다.
그때 태자는 곧 탈 것을 타고 밖으로 나가서 유람을 하는데 때에 도솔 천자가 생각하였다.
‘이제 이 보살이 성을 나와 유람하면서 집 떠날 인연을 구하고 있으니, 나는 사문의 형상이 되어 발우를 가지고 밥을 빌면서 태자의 앞에 나타나야겠구나.’
이런 생각을 하여 마치고 즉시 수염과 머리칼을 깎고 몸에 법복을 입고서 손에는 발우를 가지고 말의 앞에서 있었다.
태자는 보자마자 돌아보며 아아다에게 물었다.
“이는 어떠한 사람인가?”
아아다는 대답하였다.
“이는 출가한 사람입니다.”
태자는 물었다.
“무엇을 출가라 하는가?”
아아다는 대답하였다.
“이 사람은 나고 죽음을 분명히 깨달아서 바퀴 돌듯함을 끊기를 맹세하고 보리의 인(因)을 닦아 해탈의 결과를 구하여 하여 수염과 머리칼을 깎아 없애고 몸에 법복을 입고서 몸과 마음을 깨끗이 하는데, 이것을 출가라 합니다.”
태자는 듣고 나자 마음이 뛰놀 듯하므로, 즉시 말에서 내려와 비구에게 물었다.
“어떻게 출가를 하며 어떠한 이익이 있습니까?”
비구는 대답하였다.
“무릇 출가라 함은 그 친하고 사랑하는 이를 이별하고 영화와 안락에 집착하지 아니하며 언제나 맑은 행을 닦고 굳건하게 계율을 지키며 번뇌를 등져 버리고 감관과 의식을 꽉 얽어매며 망령된 생각을 내지 아니하고 진실한 행을 더욱 불리면서 이와 같이 나아가며 닦는 것을 출가한 이라고 합니다.”
태자는 듣고서 찬탄하였다.
“거룩하십니다. 당신이야 말로 대장부이십니다. 그 흐린 세상을 잘 조복하셨고 잘 애쓰셔서 구하셨습니다. 이런 세상을 잘 조복하셨고 잘 애쓰셔서 구하셨습니다. 이야말로 참된 출가요, 이야말로 참된 선한 벗입니다.”
말을 마치고, 엎드려 예배하고 발에 올라서 궁중으로 돌아왔는데, 곧 궁중에서 지극한 뜻으로 생각하기를
‘출가의 법이야말로 그 행이 매우 미묘하고 그 이치가 아주 깊구나. 왕궁을 떠나서 해탈을 구하고 싶도다’라고 하였다.
이때에 정반왕은 아아다에게 물었다.
“태자가 유람을 나가서 무엇을 본 것이 있었냐. 기쁘고 즐거움을 만났더냐?”
아아다는 망설이다가 자세히 위의 일을 아뢰었더니 왕은 아뢴 바를 듣고서 또 다시 생각하기를
‘관상하는 이가 일찍이 말하되 만약 집을 떠나지 아니하면 반드시 전륜왕이 되리다고 하였다.
나는 모름지기 이제 따로 방면을 베풀어서 저 태자에게 집을 떠나려는 뜻을 끊게 하여야겠다’ 하고,
실달다에게 말하였다.
“가리사가(迦里沙迦)라는 마을은 나라에서도 중히 여기는 땅이다.
너는 이제 거기를 가서 나를 대신하여 어루만져 주어서 한 지방의 인민들을 평화롭고 기쁘게 할지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