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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방편불보은경 제3권
5. 서로 의논하는 품
[마야 부인]
“그러므로 마땅히 알라.
여래는 이제 참으로 부모에게 효도로써 봉양하였느니라.
또 보살은 본래 어머니의 덕을 알았으니, 그 본래의 서원으로 이렇게 여래의 몸을 낳으셨으며, 여래를 낳음으로써 본래의 서원은 원만하여졌지만 그 예배는 받아 낼만하지 못하였기 때문에 그로 인하여 돌아가셨느니라.”
그때 대중들은 소리를 같이하여 마야를 찬탄하였다.
“장하십니다, 마야여.
여래를 낳으실 수 있었으므로 하늘과 사람의 세간에서 비교할 이가 없으십니다.”
그때 달바마라가 곧 자리에서 일어나 오른쪽 어깨를 드러내고 길이 꿇어앉아 합장하고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마야부인은 어떠한 공덕을 닦았고, 무슨 인연 때문에 여래를 낳을 수 있었나이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자세히 들어라. 내가 너를 위하여 분별(分別)하고 해설하리라.”
[암사슴]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오랜 과거의 헤아릴 수 없는 겁 전에 어떤 부처님께서 세상에 나오셨는데, 명호는 비바시(毘婆尸) 여래ㆍ응공ㆍ정변지ㆍ명행족ㆍ선서ㆍ세간해ㆍ무상사ㆍ조어장부ㆍ천인사ㆍ불 세존이었느니라.
세상에 출현하시고 내지 정법과 상법이 없어지고 나서 그때에 바라나(波羅奈)라는 나라가 있었는데, 성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 성소유거(聖所遊居)라는 산이 있었느니라.
백천의 벽지불이 이 산중에서 살았기 때문이요, 한량없는 5통(通)의 신선들이 역시 그 안에 살았으므로, 많은 신선과 성인이 그 안에 살았다고 하여 성유거산이라 불렀느니라.
그 산에는 한 신선이 남쪽 굴에 살았고, 또 한 신선이 북쪽 굴에 살았었는데, 두 분이 있는 산 중간에 한 샘물이 있었으며, 그 샘물의 곁에 하나의 편편한 돌이 있었느니라.
그때 남쪽 굴의 신선이 이 돌 위에서 옷을 빨고 발을 씻은 뒤 있던 곳으로 돌아갔는데,
떠나간 뒤에 얼마 되지 않아 한 마리의 암사슴이 와서 샘물을 마시고, 다음에는 옷을 빤 곳에 이르러 곧 이 돌 위에 옷을 빤 땟물을 마시고, 이 옷의 땟물을 마신 뒤에는 머리를 돌려 자기의 소변보는 곳을 핥았느니라.
암사슴은 곧 임신하여 달이 차서 해산하게 되었는지라, 사슴이 해산할 적에는 반드시 본래 임신하게 되었던 곳으로 돌아오는 법이었으므로, 곧 샘물 가로 돌아와 본래의 돌 위에 서서 슬피 울고 뒹굴다가 한 계집아이를 낳았는데,
그때에 신선이 이 사슴이 슬피 울며 크게 부르짖는 소리를 들었느니라. 그때 남쪽 굴의 신선은 이 사슴이 크게 슬피 우는 소리를 듣고 마음으로 가엾이 여기며 곧 나가 보았더니,
이 암사슴이 한 계집아이를 낳았는데, 어미사슴은 누워서 핥다가 신선이 오는 것을 보고는 문득 버리고 떠나갔느니라.
신선이 이 계집아이를 보니 형상이 단정하고 사람으로서의 상호가 완전히 갖추어졌으므로, 이 일을 보고서 가엾이 여기는 마음을 내어 곧 풀 옷으로 싸고 닦아서 데리고 돌아가 뭇 묘한 열매를 따 주며 철을 따라 보호하여 기르니, 점점 자라고 커서 나이 열네 살이 되었느니라.
그 아버지는 사랑하고 생각하여 언제나 재에 파묻어 놓은 불을 꺼지지 않게 시켰는데, 갑자기 하루는 마음에 조심함이 없어서 불을 꺼지게 하였으므로
그 아버지가 심하게 몇 번 꾸짖고 나서 그 딸에게 말하기를
‘내가 너를 기른 이래로 이 불을 꺼지게 한 일이 없었는데, 너는 오늘 어쩌다가 꺼지게 하였느냐?
북쪽의 굴에 불이 있을 터이니 네가 가서 가져오너라.’라고 하였느니라.
[연꽃]
녹녀(鹿女)는 곧 아버지의 분부대로 북쪽의 굴로 나아갔는데, 걸으면서 발을 들어 올릴 적마다 모두 연꽃이 났으므로 그 발자국을 따라 줄을 지어 차례로 되어 마치 길거리와 같이 되었느니라.
북쪽의 굴에 가서 그 신선에게 조그마한 불을 빌었더니,
그때에 신선은 이 여인의 복덕이 이와 같아서 발아래 연꽃이 나는 것을 보고 말하기를,
‘불을 얻으려면 너는 오른편으로 나의 굴을 돌되, 일곱 번을 채워야 한다.’라고 하였더니,
줄을 지어 차례대로 똑똑하고 분명하게 그가 발을 드는 대로 모두 연꽃이 났으므로
일곱 바퀴를 돌린 뒤에 그 여인에게 말하기를
‘불을 얻으려면 다시 이 오른편에서 되돌아갔다 와야 너에게 불을 주리라.’고 하였느니라.
녹녀는 불을 얻기 위하여 분부대로 하고서 떠나갔는데, 그 여인이 떠난 뒤에 얼마 되지 않아서
바라나왕이 여러 대신과 백천만의 대중을 거느리고 앞뒤로 둘러싸여 천 대의 수레와 만 마리 말로써 산에 들어와 사냥을 하였느니라.
달아나는 사슴 떼를 쫓다가 바라나왕은 혼자 이름 있는 코끼리를 타고 북쪽 굴의 신선의 처소에 가 닿았는데, 그 연꽃이 굴의 둘레에 줄을 지어 있는 것을 보았느니라.
대왕은 마음으로 기뻐하면서 찬탄하기를
‘장하고 장하십니다. 대덕 신선이시여, 위대한 신선의 길잡이시여. 복덕이 높고 뛰어나셔서 그 일이 이와 같으십니다.’라고 하였다.
신선이 왕에게 말하기를,
‘대왕이시여, 아셔야 합니다. 이 연꽃은 내가 한 것이 아닙니다.’라고 하였더니,
왕이 말하기를,
‘큰 스승께서 아니하셨으면 바로 누가 한 일입니까?’라고 하므로,
대왕에게 대답하기를,
‘바로 남쪽 굴 신선이 기르는 외동딸이니, 맵시가 단정하고 상호를 두루 갖춘 것이 세간에는 있기 어려운데, 그 딸이 다닐 때에는 그의 발을 따라 아래서 모두 연꽃이 피어납니다.’라고 하였느니라.
왕이 이 말을 듣고 마음으로 기뻐하며 곧 남쪽의 굴로 가서 그 신선을 뵙고 땅에 엎드려 발에 예를 올리자,
신선이 곧 나와서 문안하여,
‘대왕이시여, 먼 길을 오시느라 피곤하지는 않으셨습니까?’라고 하므로,
대왕이 신선에게 말하기를
‘당신에게 딸이 있다고 들었는데, 혼인하고 싶습니다.’라고 하였느니라.
신선이 대왕에게 대답하기를,
‘저에게 이 외동딸이 있기는 하지만 어리고 슬기가 없어서 아는 바가 없습니다. 어릴 적부터 이 깊은 산에 살았으므로 아직 인간의 일을 익히지 못했고 풀과 열매만 먹었습니다.
왕은 이제 어떻게 사랑하여 취하고자 하십니까? 또 이 아이는 짐승에게서 낳았습니다.’라고 하고,
이전의 일을 왕에게 자세히 말하였으나
왕이 말하기를,
‘그렇다 하더라도 염려하실 것 없습니다.’라고 하면서
그 아버지에게 묻기를,
‘녹녀는 지금 어디 있습니까?’ 하므로,
대왕에게 대답하기를,
‘이 풀의 굴에 있습니다.’라고 하였느니라.
대왕이 곧 굴 안으로 들어가서 그 녹녀를 보고 마음으로 기뻐하며 즉시 향의 탕에 목욕시키고 훌륭한 옷과 백 가지 보배 영락으로 그 몸을 장엄하여 큰 이름 있는 코끼리에 태우고 백천 명이 인도하고 따르며 풍악을 잡히면서 본국으로 돌아가니,
그때에 녹녀는 태어난 이후로 이러한 대중을 본 일이 없었으므로, 마음에 놀라고 두려워하였느니라.
그때에 그의 아버지는 높은 산꼭대기에 올라가서 멀리 딸을 보며 잠시도 눈을 떼지 않으면서 생각하기를,
‘나는 이제 멀리서 나의 딸을 살펴보다가 멀리 떠나가서 나타나지 않으면 본래의 처소로 돌아가리라.’ 하다가,
슬피 부르짖으며 괴로워하다가 울먹이면서,
‘나는 이 딸을 기르면서 나와 멀리 이별할 줄 몰랐었다.’ 하고
또 생각하기를,
‘나는 이제 여기 서서 딴 데로 가지 않으리라. 왜냐하면, 만약 나의 딸이 고개를 돌려 뒤를 바라보다가 내가 보이지 않으면 딸이 근심하고 괴로워할 것이기 때문이다.’라고 하고서
한참 동안을 우두커니 섰었더니, 딸은 떠나가고 나타나지 않았으며, 마침내 되돌아보지도 않았느니라.
그러자 그 아버지는 괘씸하게 여기어 말하기를
‘짐승에게서 태어났다는 것을 잊을 수가 없구나. 내가 어릴 적부터 길러서 이제 어른이 되었는데, 왕을 생각하고서 배반하여 버리다니’라고 하고,
곧 굴속으로 들어가서 주문을 외우며 그 딸을 저주하기를,
‘왕이 만약 너를 만나서 박대하면 그대로 말할 것 없거니와, 만약 왕이 예로써 너를 대접한다 해도 당연히 퇴짜를 맞아서 소원을 이루지 못하게 되어라.’라고 하였느니라.
그때 바라나왕은 궁전에 이른 뒤에 혼례를 올려 첫 번째로 삼았으니, 녹녀부인(鹿女夫人)이라 하였는데, 여러 작은 나라의 왕과 온 벼슬아치며 신하들이 모두 와서 축하하므로 왕은 이를 보고서 마음이 기뻤느니라.
오래지 않아 수일 만에 임신을 하였으므로, 왕은 몸소 부인에게 공양하며 평상ㆍ침구ㆍ음식을 모두 가늘고 부드럽게 하면서, 열 달이 차면 그가 아들을 낳아서 나라의 왕위를 계승하기를 바랐는데,
달이 차서 해산을 하되 한 송이 연꽃을 낳으니,
신선의 주문 힘으로 왕을 성내게 하였으므로 말하기를,
‘짐승에게서 태어났다는 것을 잊을 수가 없구나.’라고 하면서
왕은 즉시 그 부인을 직위에서 물리치고 그 연꽃은 사람을 시켜서 버리게 하였느니라.
그 후 여러 날 만에 바라나왕이 여러 신하들을 데리고 후원 안에 들어가 재미있게 놀며 구경하고 풍악을 잡히는데, 그 코끼리와 말이며 여러 역사(力士)들이 싸움을 하다가 그 중에 첫째가는 큰 역사가 비틀거리다 넘어지면서 발로 땅을 차니 땅이 모두 진동하며 연꽃의 못까지 움직였느니라.
그 꽃못[華池]의 가에는 큰 산호(珊瑚)가 있었고, 산호 아래에 한 송이 연꽃이 물 가운데서 솟아 나왔는데, 그 꽃에 붉고 미묘한 광명이 있었으므로
왕이 이 꽃을 보고 마음이 기뻐서 여러 신하들에게 묻기를,
‘이 꽃은 전에 없었던 것이다.’ 하고,
곧 심부름꾼을 시켜서 못에 들어가 가져오게 하였느니라.
그 꽃에는 두루 갖추어서 5백의 잎사귀가 있었고, 하나의 잎사귀 아래에는 어린아이가 하나씩 있었는데 얼굴과 머리가 단정하여 형상이 아름답고 고왔으므로,
그때에 심부름꾼이 나아가 왕에게 아뢰기를,
‘이 꽃은 전에는 없었습니다. 대왕이시여, 아셔야 합니다.
그 연꽃에는 5백의 잎사귀가 갖추어져 있고 하나의 잎사귀 아래에는 한 명의 하늘 어린아이가 있습니다.’라고 하였느니라.
왕은 이 말을 듣고 마음이 놀라고 털이 곤두서는지라 감탄하며 그 까닭을 심부름꾼에게 묻기를,
‘그것이 사실이냐? 이것은 바로 나의 녹모부인이 낳은 꽃이 아니더냐?’ 하고는,
곧 하인[靑衣]에게 묻기를,
‘녹모부인이 낳았던 꽃은 어디다 버렸느냐?’라고 하자,
대답하기를,
‘대왕이시여, 이 못가 큰 산호 아래 묻었나이다.’라고 하므로,
왕은 그 일이 진실인 것을 살피어 녹모부인에게서 낳은 것인 줄 알았느니라.
왕은 몸소 궁중에 들어가 녹모부인을 향하여 자신을 꾸짖고 허물을 뉘우치면서,
‘내가 진실로 어리석고 지혜가 없어서 어진 이를 모르고 함부로 미워하고 천히 여겼으며 부인을 배반하였습니다.’라고 하고,
참회하고 빈 뒤에 도로 본래의 직위에 회복시켰느니라.
왕은 크게 기뻐하여 여러 신하와 작은 나라의 왕이며 바라문들이며 상(相)을 보는 이들을 불러서 모두가 모이자, 5백의 태자들을 안고 여러 관상 보는 이들에게 길흉을 점치게 하였더니,
괘(卦)에 이르기를,
‘도덕이 귀의할 바이므로 나라가 그 복을 입겠으며, 만약 집에 있으면 4해(海)가 공경하고 귀신이 보호하겠고, 만약 집을 떠나면 반드시 나고 죽음을 끊고 욕심의 흐름을 뛰어넘어 나고 죽음의 바다를 건너서 3명(明)과 6통(通)을 얻고 네 가지 도의 과위를 갖출 것입니다.’라고 하므로,
왕은 이 말을 듣고 더욱더 기뻐하면서 곧 국토에 널리 선포하여 5백 명의 유모(乳母)를 고르게 하였느니라.
그때 녹모부인이 대왕에게 말하기를,
‘왕께서는 국토를 요란하게 하면서 유모들을 부르시지 마십시오. 왕은 궁중에 자신의 5백 명의 부인이 있으십니다.
여러 부인들이 제가 아들 낳는 것을 시새웠으니, 왕은 이제 태자 하나씩을 하나의 부인에게 주어서 그의 젖을 먹게 하면 그의 아들이 아니겠습니까?’라고 하자,
왕이 부인에게 대답하기를,
‘5백 명의 부인들은 언제나 시새움을 품고 녹모를 괴롭히며 해쳤으므로, 녹모가 이제 나에게 매를 때려 내쫓고 그들의 생명을 빼앗으라 하여도 부인을 거스르지 못하겠거늘, 부인은 이제 어째서 원망하고 싫어하는 그들 가운데 주라고 하는 것이오. 이 일은 매우 하기 어렵소’라고 하였지만,
또 다시 하늘과 땅의 은혜를 열어서 그 태자들을 그 부인들에게 주었느니라.
그때 5백 명의 부인들은 마음으로 크게 기뻐하면서,
‘녹모부인이 우리에게 안온과 쾌락을 베풀고, 또 어떻게 태자까지 우리에게 주실까?’ 하고,
기뻐함이 한량없었으며, 한량없는 백천의 대중들도 이 일을 듣고서 마음에 기뻐하며 모두가 도(道)의 마음을 내었느니라.
대왕이 부인에게 말하기를,
‘일찍이 없었던 일이오. 나는 당신에게 미칠 수 없습니다.’라고 하자,
부인이 말하기를,
‘탐내고 성을 내는 것은 모두가 시샘 탓입니다. 나쁜 마음으로 헐뜯으면 참아주고 화가 나서 헐뜯으면 따라줌으로써 저는 나서부터 일찍이 온갖 물건들과 더불어 다투어 본 일이 없습니다.
여러 부인들이 스스로 괴로워하고 해치는 것은 마치 어떤 사람이 밤에 가다가 나무 등걸을 보고 문득 도둑이라는 생각을 일으키거나 혹은 악한 귀신이라는 생각을 일으키기도 하여 놀라고 두려워하면서 사방으로 뿔뿔이 흩어져 도망하다가 혹은 높은 바위에서 떨어지기도 하고 혹은 물과 불에 들어가기도 하며 가시덤불과 우거진 숲에서 몸을 다치고 깨뜨리기도 하는데 망령된 생각으로 인하여 이와 같은 재앙과 해를 받는 것처럼 일체 중생도 역시 그러합니다.
스스로 살다가 스스로 죽는 것은 마치 누에가 고치를 치는 것 같고 부나방이 등불에 날아드는 것과 같아서 몰아대는 이가 없는데도 온갖 악행을 망령된 생각에서 일으키니, 여러 부인들도 역시 이와 같습니다.
저는 이제 그 여러 어리석은 이들과 다툼을 일으키지 말아야 합니다.’라고 하였느니라.
5백 명의 부인들은 곧 나아가 녹모부인에게 예배하고 자신들의 허물을 빌고 뉘우치면서 녹모부인을 받들어 섬기되 마치 성현의 은혜를 받은 것같이 여기고 어머니와 누이인 듯 여겼으며, 기르는 태자는 낳은 아들과 다름없이 여겼느니라.
5백 태자가 점점 나이 들고 커지니 하나하나 태자의 힘이 천 명을 대적할 만하였는데, 이웃 나라가 반역하여 복종하지 않으면 몸소 가서 정벌하되 네 가지 병사들을 일으키지 않았으므로 국토가 편안하고 고요하여 천신들도 기뻐하였으며, 바람과 비는 때에 알맞아 풍년이 들고 인민들은 왕성하였느니라.
때에 5백의 태자들은 큰 이름 있는 코끼리를 타고 숲과 들을 유람하며 재미있게 놀면서 마음대로 쾌락을 누림이 이루 헤아리기 어려웠으며, 부모가 사랑하고 생각함이 마치 눈을 보호하듯 하였느니라.
5백의 태자가 점점 나이 들고 커서 훗날 어느 한 때에 한군데 모여 연꽃의 못가에 앉아 그 모습이 물 밑에 그림자로 나타나는 것을 보고 때에
여러 태자들이 함께 서로가 말하기를,
‘온갖 법은 마치 눈속임 같고 허깨비 같고 꿈에서 본 것과 같고 물속의 형상과 같아서 진실이 없는 것처럼 우리들도 이제 역시 그와 같구나.
비록 또 뛰어나고 높으며 깊은 궁중에 살면서 다섯 가지 욕심을 제멋대로 한다하더라도 한창인 나이와 아름다운 빛깔은 오래 보존할 수 없느니라.
물건이란 이루어졌다가 무너짐이 있고 사람이란 났다가 죽음이 있으므로, 젊음도 오래지 않아서 반드시 늙음이 있게 되고, 음식도 조절하지 않으면 반드시 병이 나게 되며, 백 년의 수명도 반드시 죽게 되리라.’고 하였다.
여러 태자들은 근심하고 언짢아하면서 음식도 먹지 않고 곧 궁전에 돌아와 부모에게 아뢰기를,
‘세계는 모두가 고통이어서 즐거울 만한 것이 없습니다. 부모님께서는 이제 저희들이 출가를 허락하여 주십시오’라고 하므로,
왕이 태자에게 대답하기를,
‘나고 늙고 병들고 죽는 것은 일체에 똑같이 있거늘, 너희들은 어째서 혼자 근심하느냐?’라고 하자,
부왕에게 아뢰기를,
‘다시 죽으면 사람의 몸을 받아 태어날 수 없으므로 저희들의 정신을 수고롭게 해서 다섯 갈래를 두루 돌 것입니다.’라고 하는지라,
왕은 차마 거절할 수가 없어서 곧 허락하였느니라.
어머니가 아들들에게 말하기를,
‘너희들이 출가하되, 나를 버리고 멀리는 가지 말라. 뒷동산은 그 안이 깨끗하여 숲과 나무가 무성하니, 네 가지 공양을 모자라게 하거나 적게 하지 않으리라.’고 하였다.
태자들은 곧 출가하되 그의 어머니의 청을 받아 뒷동산 안에 머물렀으며, 하나하나의 태자가 모두 벽지불의 도를 얻었느니라.
이렇게 차례로 499 명의 태자가 모두 도의 과위를 얻고서 궁중으로 나와 부모님 앞에 이르러 아뢰기를,
‘출가의 이익을 이제 이미 얻었습니다.’라고 하고,
여러 비구들은 몸이 허공에 오르더니 동쪽에서 솟았다가 서쪽으로 가라앉고 서쪽에서 솟았다가 동쪽으로 없어지며, 남쪽에서 솟았다가 북쪽으로 가라앉고 북쪽에서 솟았다가 남쪽으로 없어졌으며,
혹은 큰 몸이 되어 허공에 가득 차기도 하고 다시 한 몸이 한량없는 몸이 되기도 하였으며,
혹은 몸 위에서 물을 내고 몸 아래서 불을 내기도 하며, 몸 아래서 물을 내고 몸 위에서 불을 내기도 하면서
그의 부모를 위하여 갖가지로 신통 변화를 지은 뒤에 곧 몸을 태우며 열반하였느니라.
녹모부인은 몸의 뼈를 거두어 가져다 뒷동산에 499개의 탑을 일으켜서 공양하였는데, 맨 끝의 태자도 90일이 지난 뒤에 역시 벽지불의 도를 얻고서 부모를 위하여 큰 신통 변화를 나타내고, 신통변화를 나타낸 뒤에는 곧 열반하였으니, 그 어머니는 몸의 뼈를 거두어 가져다 탑을 일으켜 공양하였느니라.
그때에 녹모부인은 뭇 이름 있는 향들을 사르고 미묘한 풍악을 잡히며 날마다 뒷동산에 들어가서 이 5백의 벽지불 탑에 공양하였는데,
그 탑의 앞에서 근심하고 언짢아하면서 말하기를,
‘내가 비록 이 5백의 태자를 낳았고, 또 출가를 시켰다 하더라도 보리 마음을 낸 사람은 하나도 없도다.’라고 하고,
곧 서원을 세우되
‘저는 이 5백의 벽지불을 공양하고 5백의 탑을 일으켜서 사리를 공양한 공덕을 모두 회향(廻向)하여 널리 일체 중생들에게 미치리니, 제가 장차 오는 세상에서는 보리의 마음을 낼 수 없는 많은 아들은 낳지 말고 다만 한 아들일망정 도의 마음을 낼 수 있는 이를 낳아서 그 세상에서 출가하여 일체지(一切智)를 얻게 하소서’라고 하였느니라.”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그때의 녹모부인이 바로 지금의 마야부인이니, 마야부인이 5백의 벽지불을 공양하고 한량없는 선한 업을 닦았기 때문에 이제 여래의 몸을 낳게 되었느니라.”
부처님께서 이 법을 말씀하실 때에, 한량없는 백천의 사람과 하늘들이 첫 번째 도의 과위에서 베 번째 과위까지 얻었으며, 한량없는 중생들이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마음을 내었다.
[마야 부인이 사슴의 딸로 태어난 연유]
그때 아난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마야부인은 지나간 세상에 무슨 업행(業行)을 지었기에 짐승에게서 사슴의 딸로 태어난 것입니까?”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잘 들어라. 내가 너를 위하여 마야부인의 전생의 행업 인연을 분별하여 해설하리라.
오랜 과거 한량없는 아승기겁에, 그때에 부처님이 세상에 나오셨는데 명호는 비바시 여래ㆍ응공ㆍ정변지ㆍ명행족ㆍ선서ㆍ세간해ㆍ무상사ㆍ조어장부ㆍ천인사ㆍ불 세존이었느니라.
세상에 계시면서 교화하시고, 열반하신 뒤의 상법 동안에,
그때 바라나라는 나라가 있었고 그 나라에 한 바라문이 있어서 오직 딸 하나만을 낳았는데, 그의 아버지가 죽자 바라문의 부인은 이 딸을 양육하여 해가 갈수록 자라고 컸으며,
그 집에는 오직 하나의 과수원만이 있었는지라 그 어머니는 딸에게 과수원을 지키도록 하면서 자기는 가서 음식을 구하여 자기가 먹은 뒤에 그 딸에게 밥을 가져다주었느니라.
날마다 이와 같이 하다가 그 어머니는 어느 날 일이 밀리어 늦어져서 때가 지나도록 가져다주지 못하였는데
그 딸은 늦음을 걱정하다가 몹시 배고프고 목이 마르는지라 곧 성을 내며 말하기를,
‘우리 어머니는 오늘 무슨 일 때문에 나에게 밥을 주지 않고 와서 보지도 않는 걸까?’ 하고는
번민하며 한탄을 두 번 세 번 하다가, 이윽고 다시 성을 내어 말하기를,
‘우리 어머니는 이제 짐승보다 못하다. 내가 보건대, 짐승인 들판의 사슴도 새끼의 굶주리는 때를 마음에서 버리지 못하더라.’고 하였느니라.
이런지 얼마 되지 않아서 어머니가 밥을 가지고 왔는지라 바로 먹으려 하는데,
어느 한 벽지불 사문이 남쪽으로부터 공중을 날아서 북쪽으로 지나가므로,
그때에 그 딸이 이 비구를 보고서 마음으로 기뻐하며 곧 일어나서 합장하고 땅에 엎드려 예를 올리어 청하면서, 그를 위하여 깨끗한 자리를 깔고 좋고 아름다운 꽃을 가져다가, 자기 몫의 밥을 줄여 비구에게 받들어 보시하였더니,
비구는 먹은 뒤에 그를 위하여 미묘한 법을 말하며 보여주고 가르쳐 주고 이롭게 하고 기쁘게 하였느니라.
그때에 그 딸은 곧 원을 세우되,
‘원컨대 저는 오는 세상에 성현을 만나 예배하여 섬기고 공양해서, 제 얼굴이 단정하고 지위가 높고 영화롭고 뛰어나고 귀하게 하시고, 만약 거닐어 다닐 때면 연꽃이 발을 받들게 하소서’라고 하였느니라.”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그때의 딸이 바로 지금의 녹모부인인데, 그 한 가지 음식을 깨끗한 꽃으로 위를 덮어서 벽지불에게 보시하였는지라 5백 세상 동안에 높고 영화롭고 뛰어나서 옷과 밥이 저절로 있었고 연꽃이 발을 받들었으며, 서원한 힘의 인연으로 이제 5백의 벽지불을 만나서 예배하고 섬기며 공양하였거니와,
그때에 한 번 나쁜 말을 하여 그 은혜를 모르고서 어머니를 헐뜯고 짐승같다고 말을 하였으므로, 이 욕설한 인연으로 5백의 몸을 사슴의 배 속에서 나게 되었느니라.”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인간의 세상에서 재앙과 불화는 입으로부터 생기니, 입을 지키기를 사나운 불보다 더하여야 하느니라.
사나운 불은 훨훨 타서 한 세상만을 태울 수 있으나 나쁜 말은 훨훨 타서 수없는 세상을 태우며, 사나운 불은 훨훨 타서 세간의 재물만 태우지만 나쁜 말은 훨훨 타서 일곱 가지 거룩한 재보[七聖財]를 태우느니라.
그러므로 아난아, 일체 중생의 재앙과 불화는 입으로부터 나오므로, 입과 혀는 몸을 패는 도끼요 몸을 없애는 재앙이니라.”
부처님께서 이 경전을 말씀하실 때에, 천의 우바새와 우바이가 입의 허물을 조심하고 지켜서 곧 첫 번째 과위를 얻었고,
또 한량없는 비구와 비구니가 첫 번째 도의 과위에서 네 번째 과위까지 얻었으며,
한량없는 사람과 하늘들이 모두 아뇩다라샴먁삼보리의 마음과 내지 벽지불의 마음을 내었고,
일체 대중들은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법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고서 예배하고 떠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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